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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1화 창피를 당한 홍 씨 가문

홍교은은 고개를 홱 들더니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성연신에게 물었다.

“지금 뭐라고 한 거야?”

“귀가 안 좋으면 몇 번 더 말해줄게.”

성연신이 싸늘하게 웃으며 또박또박 대꾸하자 홍자덕이 굳은 표정으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언성을 높였다.

“연신아, 교은이가 잘못을 저지른 건 맞아. 하지만 너도 너무한 거 아니야?”

하나뿐인 딸에게 무릎을 꿇으라는 건 홍 씨 가문에게 더할 나위 없이 창피한 일이기에 소문이라도 나면 그들은 금관성에서 더 이상 고개를 들고 다닐 수가 없을 것이다.

성수광도 왠지 너무한 것 같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꼭 그 여자를 이렇게 감싸고 옹호해야 돼? 대체 그 여자가 나보다 나은 게 뭐야? 왜 그 여자를 위해서 나에게 이렇게까지 하는 거야? 우린 어릴 때부터 같이 자란 죽마고우잖아!”

“네가 먼저 거짓말로 지안 씨를 모함하고 계속 시비를 걸었잖아. 내 사람이 그렇게 만만해 보여?”

홍교은은 내 사람이라는 말에 마음이 찢어질 듯이 아팠고 성연신을 빤히 쳐다보다가 고개를 치켜든 채, 빨갛게 충혈된 두 눈으로 소리를 질렀다.

“심지안 그 여자가 뭐라고! 난 절대 그 여자에게 무릎을 꿇을 수 없어!”

무릎을 꿇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나이가 어리다고 까부는 심지안의 얼굴을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었다. 그녀는 그 얼굴만 없으면 성연신이 더 이상 심지안을 옹호하고 지키지 않을 거라고 여겼다.

홍자덕은 얼굴이 점점 어두워지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성연신을 보며 말했다.

“여자 하나를 위해 우리 홍 씨 가문의 존엄을 발로 짓밟겠다고 하면 우리도 더 이상 이곳에 남아있을 필요는 없을 것 같아. 교은아, 가자.”

홍교은은 눈물을 줄줄 흘리며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성연신을 바라보다가 아버지와 함께 떠나려 했지만 성연신은 전혀 막을 생각이 없어 보였으며 되려 여유롭게 기지개를 켜면서 말했다.

“그럼 이제부터 성 씨 가문과 홍 씨 가문의 비즈니스는 더 이상 할 필요가 없겠네요. 안 그래도 매년 적자였는데.”

성수광은 손자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차를 한 모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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