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지안은 발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난처함에 어쩔 줄을 몰랐다.오 아주머니가 보신탕 한 그릇을 건네며 다정하게 말했다.“사모님, 올라가서 도련님과 함께 드세요.”“네... 그럴게요.”심지안은 성수광의 말에 어떠한 반응도 하지 못한 채 보신탕을 들고 황급히 자리를 떴다.그때 성연신은 이미 침실로 돌아와 침대에 누워있었다.심지안은 문 앞에 서서 일찌감치 침대를 선점한 성연신을 멍하니 쳐다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젠장, 난 바닥에서 자라는 거네. 어쩔 수 없지. 바닥에 카펫이 깔려있으니 너무 딱딱하진 않을 거야.’“이건 오 아주머니께서 우리한테 마시라고 준 보신탕이에요.”성연신이 이마를 쿡쿡 누르며 말했다.“난 됐어요. 언제 잘 거예요?”“그럼 내가 몇 모금 마실게요. 그러고 나서 자려고요.”심지안은 오 아주머니의 따뜻한 마음을 저버리고 싶지 않았다.그녀가 뚜껑을 열고 숟가락으로 음식을 작은 그릇에 덜었다.오미자, 양고기, 마, 부추... 영양을 가득 함유한 식자재들이 꽉 채워져 있었다...심지안이 화들짝 놀라며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영양이 너무 지나쳐 코피를 흘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말이다.그녀는 보신탕을 옆쪽으로 밀어놓은 뒤 베개와 소파 위 담요를 바닥에 내려놓고는 자리에 누웠다.“심지안 씨!”성연신이 못마땅한 얼굴로 소리쳤다.“네?”“당장 침대 위로 올라와요!”심지안은 반신반의한 얼굴로 베개를 성연신의 옆에 내려놓고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물었다.“바닥에서 자려고요?”그의 이마에 시퍼런 핏줄이 선명하게 서렸다.“같이 침대에서 자요.”심지안의 눈이 휘둥그래졌다. 그녀가 진지한 얼굴로 물었다.“내가 만질까 봐 두렵지 않아요?”심지안이 알몸인 채로 눈앞에 서 있을 때에도 무반응이었던 그다. 오늘은 대체 무슨 바람이 불었길래 한 침대에서 동침을 하자고 제안한단 말인가. 설마 정말 어르신의 성화에 못 이겨 그 뜻을 따르려고 하는 건가?“내가 언제 두렵다고 했어요. 난 그저 지안 씨가 수치심이 없다고
그 질문에 어둠 속 성연신의 얼굴에 어색함이 스쳐 지나갔다.“으흠. 지안 씨가 하는 걸 봐서요.”“흥.”심지안이 숨을 한 번 들이쉬고는 입을 열었다.“혹시 날 좋아하게 된 거예요?”이 가능성을 제외하곤 성연신이 이러는 이유를 도저히 찾아볼 수가 없었다.성연신은 화들짝 놀라며 반박했다.“아니에요.”그는 그저 심지안에게 기회를 한번 주고 싶었을 뿐이다.“그럼 왜 갑자기 나와 가까워지려는 건데요?”“닥치고 잠이나 자요!”“...”심지안은 말문이 막혀버렸다.두 사람의 첫 동침이었지만 심지안은 전혀 불편하지 않았다. 어쩌면 오늘 너무 피곤했던 탓에 곧바로 잠이 들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알고 보니 심지안은 얌전히 누워 자는 타입이 아니었다. 한동안은 곰처럼 성연신의 몸에 엎드려 자다가 한동안은 팔다리를 그의 몸에 척 올려놓기도 했다. 급기야 곤히 잠들어있던 성연신을 잠에서 깨웠다.성연신의 뜨거운 시선이 아무것도 모른 채 꿈나라를 헤매고 있는 심지안을 뚫어지라 쳐다보고 있었다. 머릿속에서 한차례의 격렬한 투쟁을 벌인 끝에 그는 길게 한숨을 내쉬고는 품 안에서 심지안을 밀어냈다.심지어 중간에 베개를 세워놓기도 했다.다음 날 아침.심지안이 깨어났을 때 그녀의 옆자리는 이미 텅 비어있었고 대신 베개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이건 그녀가 싫단 뜻인가?그럼 왜 어젯밤엔 그녀를 끌어안고 그런 말을 내뱉었단 말인가.심지안은 고민할수록 머리가 지끈거려 곧바로 씻으러 화장실에 들어가 버렸다.씻고 아래층으로 내려온 심지안은 잠을 푹 잘 잤는지 얼굴에 생기가 돌았다. 반면 성연신의 얼굴엔 다크서클이 코끝까지 내려와 있었다.1층에서 새에게 먹이를 먹이고 있던 성수광이 그 모습을 보고는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었다.‘역시 내 손자야. 설마 밤새 한 건가?’심지안은 그런 그의 생각을 알지 못한 채 오 아주머니로부터 따뜻한 우유를 받은 뒤 할아버지에게 건넸다.“할아버지, 아침 식사하셨어요?”“난 이미 먹었으니까 너희들끼리 먹어. 몸보신 해야지.”“푸
심지안이 환히 웃음을 지었다.“알았어요. 퇴근 후에 선물을 사러 갈게요. 생일을 어떻게 보낼 생각이에요? 할아버지한테 갈 거예요?”“우리 둘이서만 보내요.”그녀가 흠칫 놀라며 말했다.“네. 알겠어요.”내일은 성연신의 생일이고 이틀만 더 지나면 월말이 된다.시간은 참 빠르게 흐른다. 어느덧 곧 재판 날짜가 다가오니 말이다....보광 중신 계획팀.매일 아침 열리는 부서 회의가 시작되었다.오늘 김인정이 엄숙한 얼굴로 사람들에게 장흥수의 해고 사실을 알렸다.“왜 그렇게 된 거예요?”“어젯밤에도 야근하는 걸 봤는데 이렇게 갑자기요?”“최근 프로젝트도 장흥수 씨가 맡았잖아요. 대체 무슨 잘못을 저질렀길래 이렇게 심각한 거예요?”김인정이 고개를 저었다.“저도 잘 몰라요. 상부에서 내린 결정이에요.”오늘 아침 경비원이 올라와 장흥수의 물건을 정리해 가져가기도 했다.심지안이 잠시 고민하다가 성연신에게 문자를 보냈다.「장흥수 씨 말이에요. 홍교은의 사람이에요?」얼마 지나지 않아 성연신으로부터 답장이 도착했다.「네.」어쩐지...어젯밤 화장실에 가는 시간을 절묘하게 맞추더라니.홍교은은 성연신을 오랫동안 좋아해 왔으니 보광 그룹에 자신의 눈과 귀가 되어줄 사람을 매수해 놓았을 가능성이 크다.심지안은 더이상 이 일을 마음에 담아두지 않고 일에 집중했다.그때 김인정이 그녀를 자신의 사무실로 불러 상부에서 건월 쪽과의 협력을 중지하라는 통보가 내려왔음을 전했다.심지안이 예상하지 못했다는 듯 말했다.“그럼 위약금은 누가 내는 거예요?”김인정이 빙그레 웃음을 지었다.“내 생각엔 연설아예요.”“... 아마도 그렇겠네요.”잘 진행되어가던 사업을 망쳐버렸으니 연설아는 그 책임을 피하지 못할 것이다....심지안은 오후 한가해지자 반차를 내고 진유진과 함께 성연신의 선물을 사러 가기로 결정했다.두 사람은 고급 백화점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진유진은 꽤 많이 좋아진 듯한 모습이었다. 단정하게 묶은 머리에 운동복 반바지를 입은 모습이 무척이나
성연신은 회의가 시작된 지 20분이 지난 뒤 간결하게 몇 마디 말하고는 무대 아래로 내려왔다.그 후 원래의 위치로 돌아가지 않고 곧바로 뒷문으로 나가 회의장을 떠났다.그는 차에 오른 뒤 손목을 내려다보며 시간을 확인했다.7시가 훌쩍 넘어있었다.심지안이 집에 돌아올 시간이었다.그는 심지안이 오후 반차를 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에게 무슨 선물을 사 올까.“정욱, 중정원으로 가.”“네. 대표님.”정욱이 엑셀을 밟았다가 곧바로 돌연 브레이크를 밟았다.홍교은이 두 팔을 벌리고 차 앞을 막아선 것이다. 그녀가 뒷좌석에 앉아있는 남자를 쳐다보며 말했다.“내려와. 너한테 할 말이 있어.”정욱이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는 성연신을 힐끗 보고는 이마를 찌푸리며 차 창문을 내렸다.“홍교은 씨, 다음날 얘기하세요.”“안 돼요. 난 지금 말해야 해요.”“하지만 대표님께선 오늘 바쁘십니다...”“일보다 내가 더 중요해요.”“... 홍교은 씨, 저와 장난하지 말고 돌아가세요. 대표님도 집에 돌아가셔야 해요.”홍교은이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집에 가도 아무도 없을 텐데 가서 뭘 해요.”그때 성연신이 고개를 들고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녀를 쏘아보았다.“그게 무슨 뜻이야?”“말 그대로야. 내가 차에 타는 걸 허락해 주면 그 멍청한 년을 만나게 해줄게.”“올라와.”홍교은이 득의양양한 웃음을 지으며 차에 올라타 그의 옆에 앉았다.“심지안 씨는 어디에 있어?”“일단 나랑 술 마시러 가자. 그럼 알려줄게.”성연신의 눈동자에 분노가 스쳐 지나갔다. 그가 정욱에게 명령을 내렸다.“그 사람한테 전화해.”그 사람이란, 당연히 심지안을 가리켰다.정욱이 핸드폰을 찾아 몇 번이나 전화를 해보았지만 모두 상대의 핸드폰이 꺼져있다는 신호음만 들려올 뿐이었다.“대표님, 연결이 되지 않습니다...”무슨 일이 생긴 게 분명하다...성연신이 손가락 관절을 뒤틀며 차갑게 쏘아붙였다.“마지막 기회니까 말해. 어디에 있어?”“알 생각하지 마. 하루 동안 나와 함께
끝났다. 이제 그녀는 곧 죽는다.틀림없이 홍교은일 것이다.그야말로 미친 여자다.남자 때문에 살인까지 저지르다니.물이 차가움에도 불구하고 몸이 아직 얼어붙지 않은 걸 보니 물 안에 묶인 지 그리 오래되지는 않은 것 같았다.하지만 지금 이미 가슴까지 잠겼고 물이 차오르는 속도는 매우 빨랐다.만약 성연신이 빠른 시간 안에 그녀에게 변고가 생겼음을 알게 된다면 한 가닥의 살 희망이 생기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의심의 여지 없이 목숨을 잃게 된다.심지안은 한동안 울고 난 뒤 자신에게 이성을 되찾아야 한다고 애써 다그쳤다.마지막 순간이 오기까지 그녀는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그녀는 아직 더 살고 싶었다.심지안은 심호흡을 한 번 하고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온 힘을 다해 소리쳤다.“살려주세요. 누구 없어요?”“저 물 안에 있어요. 이 소리가 들린다면 절 구해주세요!”“...”시간이 멈춘 듯한 침묵이 흘렀다.주룩주룩 흘러내리는 물소리와 공허한 메아리 소리만 커다란 저수지에서 울려 퍼질 뿐이었다. 심지안은 고개를 숙이고 밑을 내려다볼 수도 없었다. 갑자기 물 안에서 무서운 괴물이라도 나타날 것 같은 두려움 때문이었다.그녀는 체온이 떨어져 얼굴이 창백해졌고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그녀는 기적이 일어나기를 기도하고 또 기도하며 멈추지 않고 소리를 질렀다.짧디짧은 15분이라는 시간 동안 수위는 이미 목까지 차올랐다. 이따금 튀어 오르는 물보라는 숨까지 턱턱 막혀오게 만들었다.심지안은 이제 입술이 진보라색으로 물들었고 몸은 이미 얼어붙어 감각까지 사라져버렸다. 조금 전 깨어났던 의식이 또다시 짙은 어둠 속으로 스며들 것만 같았다.정말 이렇게 죽는 걸까?하지만... 그녀는 이틀 뒤면 재판을 진행하게 된다. 그녀는 아직 엄마가 남겨준 혼수를 가져오지 못했다. 설사 죽는다고 해도 심씨 집안이 이득을 보게 할 수는 없다.그리고 성연신이 그녀에게 찾아준 변호사... 그 드높은 변호사 비용을 아직 돌려주지도 못했다...그녀는 죽어서까지 그에게 빚지고
성연신이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온몸이 흠뻑 젖어버린 심지안이 그를 향해 웃고 있었다. 준수한 눈썹에 새하얀 서리가 내려앉아 있었지만 그녀의 미모엔 조금의 영향도 주지 않았다. 오히려 청초함을 더 가미시켰다.성연신은 멍한 얼굴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순간 온몸을 경직시켰던 긴장의 끈이 드디어 느슨해졌고 심장을 파고들었던 공포감이 천천히 자취를 감추었다.살아있으면 됐어...그가 외투를 벗어 그녀를 감싸고는 더없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어떻게 도망쳐 나온 거예요?”심지안이 옆에 서 있는 홍자덕을 가리켰다.“저분이 절 구해줬어요.”홍교은이 휘둥그레진 눈으로 소리쳤다.“아빠, 대체 왜 제 계획을 망가뜨린 거예요!”“너 네가 무슨 한 건지나 알아?!”홍자덕이 분노했다.“저 사람이 오늘 정말 죽었다면 넌 살인범이 돼. 그럼 네 인생은 끝나는 거야!”그는 어젯밤 자신의 딸이 어딘가 이상하다는 것을 인지하고는 무슨 일을 저지를까 봐 노심초사했다. 그녀가 심지안을 익사시킬 계획을 하고 있었을 줄은 정말이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하지만 저년도 죽잖아요!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죠.”“네가 죽으면 나더러 어떻게 네 엄마한테 말하라는 거야? 그만하고 빨리 와서 심지안 씨한테 사과해!”“살인미수를 저질렀는데 사과만 하라니요. 아저씨, 제 아내의 목숨이 아저씨에겐 그 정도 가치밖에 되지 않는 건가요?”성연신의 두 눈에서 뼛속 깊은 한기가 뿜어져 나왔다. 그 험악한 분위기는 사람으로 하여금 오금이 저려오게 만들었다.홍자덕은 순간 얼굴이 굳어버렸다. 그 역시 물론 사건의 심각성을 잘 알고 있다.그가 홍교은에게 소리쳤다.“무릎 꿇어!”존엄이란 때론 천금으로도 바꾸지 않을 만큼 중요하지만 때로는 만두 하나보다도 못할 정도로 그 가치가 형편없다.애석하게도 홍교은은 그 간단한 이치를 깨우치지 못했다.“싫어요. 죽지도 않았는데 제가 왜 사과해야 하는데요!”사랑하는 남자가 그녀의 눈앞에서 다른 여자를 두둔하고 보호하고 있다. 이 순간 가장 괴로운 건
성연신은 깜짝 놀라 입을 열었다.“날 위해 그렇게 할 필요 없어요.”“알아요. 하지만 나도 연신 씨를 위해 뭐라도 해주고 싶어요.”성씨 가문을 도울 기회가 생긴다면 당연히 도와야 한다.성연신이 복잡한 얼굴로 그녀의 어깨에 팔을 감쌌다.홍자덕은 창백해진 얼굴로 내키지 않았지만 결국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딸의 미래와 비교한다면 그깟 돈이 뭐가 대수겠는가.심지안과 성연신은 이번 일을 성수광에게 알리지 않는 것으로 결정했다.할아버지에겐 심장병이 있으니 자극을 받는 건 피해야 하니 말이다.“일단 병원에 가요. 열이 나면 안 되잖아요.”“그래요. 추웠다가 더웠다가 하는 것이 몸이 좀 불편한 것 같아요.”심지안이 연신 재채기를 하며 말했다. 머리도 조금 무거워진 듯한 느낌이었다.성연신이 그녀에게 눈길을 돌렸다. 창백한 얼굴에 이상한 붉은빛이 돌았고 목소리도 모두 잠긴 것이 독감 전조증상이 분명했다.그가 입술을 꽉 깨물었다.“오늘 많이 힘들었죠?”심지안이 의아하다는 얼굴로 물었다.“그런 말도 할 줄 알아요?”참 쉽지 않은 일이다.자기밖에 모르는 남자가 그런 말을 내뱉다니.성연신의 입꼬리가 격렬한 경련을 일으켰다.“지안 씨 마음속에서 난 도대체 어떤 사람이에요?”“장난이에요. 당신은 내 마음속에서 가장 완벽하고, 따뜻하고, 멋있는 남자예요!”물론... 성격도 가장 더럽기도 하고요.심지안은 조용히 한마디 더 보탰다.성연신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마음에 드네요.”“참, 수영 잘해요? 저수지에 뛰어들어 날 구하려고 했잖아요.”심지안이 진지한 얼굴로 그를 쳐다보았다.“정말 많이 감동받았어요. 하지만 다음엔 그러지 말아요. 날 구하다가 오히려 당신 몸이 상할 수도 있잖아요.”“그 입 다물어요. 다음이란 없어요!”“맞아요. 다음은 없어야죠. 내가 괜한 말을 했네요.”“당신을 구하는 건 내가 마땅히 해야만 하는 일이에요. 당신은 법률상 내 아내잖아요. 당연히 구해야죠.”심지안이 눈을 깜빡이며 그를 바라보았다. 돌연 눈앞의 이 남
심지안은 깊은 밤이 되어서야 잠에서 깼다. 혼미한 정신의 그녀의 눈에 어렴풋이 간호사의 모습이 들어왔다.“고열이 지속되고 있어서 링거를 계속 맞아야 해요. 오늘은 일단 입원해 지켜봐요.”“몇 도인데요...”“39도요.”진유진이 그녀에게 이불을 덮어주었다.“며칠 동안 푹 쉬어. 아무것도 하지 말고.”“그럼 회사 일은... 그리고 연신 씨의 생일, 내일 모레는 재판이 있는데...”“연신 씨가 보광 그룹의 대표인데 회사일 걱정은 왜 해. 그리고 생일은 이번 한 번 밖에 있는 거 아니잖아. 다음 기회에 잘 축하해 주면 돼. 선물은 내가 이미 전해줬어. 모레쯤이면 네 몸도 괜찮아질 테니까 재판엔 참석할 수 있을 거야.”“응... 연신 씨는?”“회사에 일이 있는 것 같았어. 조금 전에 갔어.”“내가 준 선물을 보고 좋아했어?”그에게는 너무나도 저렴한 선물이다. 너무 하찮은 물건이라 얼굴을 찌푸리진 않았을까...진유진이 선물을 받던 성연신의 모습을 떠올리고는 말했다.“표정은 평온했는데 자세히 보니까 입이 귀에 걸렸던데?”심지안이 입을 삐죽거렸다.“홈웨어는 그다지 귀중한 물건도 아닌데 그렇게까지 좋아했다고?”“맞아. 내 생각에 성연신 씨는 널 좋아하고 있어.”그녀의 눈동자가 순간 반짝거렸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 그냥 할아버지가 날 좋아하니까 그것만으로 내가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야.”“아니. 정말이야. 날 믿어. 감정이 어느 정도인지는 알 수 없지만 좋아하는 건 확실해. 저수지에서 널 봤을 땐 어떤 반응이었어? 긴장한 모습이었어? 두려워하는 모습이었어?”“너무 어두워서 제대로 보지 못했어. 그냥 저수지에 뛰어들어 날 구하겠다는 말만 들었어.”진유진이 화들짝 놀라며 무릎을 탁 쳤다.“이건 좋아하는 것뿐만이 아니야. 이건 사랑이야.”“허튼소리 하지 마.”심지안이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그 사람이 날 사랑하는지 아닌지 내가 느끼지 못할 것 같아?”“때론 당사자보다 주위 사람의 눈에 더 잘 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