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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9화 28살의 어린아이

성연신이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온몸이 흠뻑 젖어버린 심지안이 그를 향해 웃고 있었다. 준수한 눈썹에 새하얀 서리가 내려앉아 있었지만 그녀의 미모엔 조금의 영향도 주지 않았다. 오히려 청초함을 더 가미시켰다.

성연신은 멍한 얼굴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순간 온몸을 경직시켰던 긴장의 끈이 드디어 느슨해졌고 심장을 파고들었던 공포감이 천천히 자취를 감추었다.

살아있으면 됐어...

그가 외투를 벗어 그녀를 감싸고는 더없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어떻게 도망쳐 나온 거예요?”

심지안이 옆에 서 있는 홍자덕을 가리켰다.

“저분이 절 구해줬어요.”

홍교은이 휘둥그레진 눈으로 소리쳤다.

“아빠, 대체 왜 제 계획을 망가뜨린 거예요!”

“너 네가 무슨 한 건지나 알아?!”

홍자덕이 분노했다.

“저 사람이 오늘 정말 죽었다면 넌 살인범이 돼. 그럼 네 인생은 끝나는 거야!”

그는 어젯밤 자신의 딸이 어딘가 이상하다는 것을 인지하고는 무슨 일을 저지를까 봐 노심초사했다.

그녀가 심지안을 익사시킬 계획을 하고 있었을 줄은 정말이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저년도 죽잖아요!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죠.”

“네가 죽으면 나더러 어떻게 네 엄마한테 말하라는 거야? 그만하고 빨리 와서 심지안 씨한테 사과해!”

“살인미수를 저질렀는데 사과만 하라니요. 아저씨, 제 아내의 목숨이 아저씨에겐 그 정도 가치밖에 되지 않는 건가요?”

성연신의 두 눈에서 뼛속 깊은 한기가 뿜어져 나왔다. 그 험악한 분위기는 사람으로 하여금 오금이 저려오게 만들었다.

홍자덕은 순간 얼굴이 굳어버렸다. 그 역시 물론 사건의 심각성을 잘 알고 있다.

그가 홍교은에게 소리쳤다.

“무릎 꿇어!”

존엄이란 때론 천금으로도 바꾸지 않을 만큼 중요하지만 때로는 만두 하나보다도 못할 정도로 그 가치가 형편없다.

애석하게도 홍교은은 그 간단한 이치를 깨우치지 못했다.

“싫어요. 죽지도 않았는데 제가 왜 사과해야 하는데요!”

사랑하는 남자가 그녀의 눈앞에서 다른 여자를 두둔하고 보호하고 있다. 이 순간 가장 괴로운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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