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요.”“네, 그러면 질문 바꿔서 물어볼게요. 물에 빠진 이유가 성연신 씨 때문이죠?”심지안은 어떻게 대답할지 몰라 횡설수설했다. “그만 물어봐요. 그분이 고의로 그런 건 아니고, 이건 그분 문제가 아니에요.”이건 홍교은이 너무 극단적이었던 것이다.하지만 진현수의 귀에는, 이건 그냥 편들어 주는 거로밖에 안 들렸고, 그는 미간을 더욱 찌푸렸다.“지안 씨, 제 말 좀 들어봐요. 그냥 빨리 그 한테서 벗어나세요. 빚진 거 있으면 제가 대신 갚아줄게요. 저는 지안 씨가 불행해지는 걸 바라지 않아요.”“아니요, 저 대신 갚아준다고 해서 그게 빚진 게 없어지나요?”빚진 상대가 바뀔 뿐이지, 빚진 건 똑같기 때문에 그녀한테 있어서 별 의미가 없었다.“네, 갚지 않아도 돼요. 저는 지안 씨가 행복하길 바랄 뿐입니다.”심지안은 그의 이글거리는 눈을 마주하더니, 어색하게 고개를 돌렸다.“저한테 시간 낭비하지 마세요. 저희는 이어질 수 없어요.”그녀는 한때 강우석의 삼촌과 결혼하여 그에게 복수하려고 애를 썼지만, 지금은 아니었다.장학수는 들으면 들을수록 기가 찼다.저렇게나 당당하다고?그는 얼른 가서 저 상황을 마무리시켜야겠다고 생각했다.그 이유는 변호사 비용도 아직 들어오지 않은 상태에서 만약 성연신과 심지안의 사이가 틀어지기라도 한다면, 성연신 성격으로는 본인이 한 푼도 못 받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일단은 그건 지켜야겠다고 생각했다.“심지안 씨, 잠깐 저 좀 봐요. 앞으로의 사항에 대해 논의 드릴 게 있습니다.”심지안은 곁눈질로 보고는, 고개를 끄떡이며 답했다.“네, 알겠습니다.”장학수는 진현수를 한번 훑어보고는 직설적으로 말했다.“얘기가 길어질 것 같으니 기다리실 필요는 없습니다.”진현수는 장학수의 불친절함을 느꼈지만, 그 이유가 뭔지는 몰랐다. 단지 심지안과 관련된 일이라고 하니, 일단은 방해하기 싫어서 이해했다는 뜻으로 고개를 살짝 끄떡였다.그가 강우석과 함께 법원을 떠난 지 몇 분 만에 성연신이 도착했다.휴게실.심지안
앞에 앉아있던 정욱은 적절한 타이밍에 입을 열었다.“대표님, 저 일단 먼저 밖에서 기다리겠습니다.”그들의 일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그들은 할 거 하고, 본인은 농땡이 피울 수 있는 좋은 찬스이지 않은가!“혹시… 차 안에서?”심지안은 머뭇거리며 말했다.봄이라 남자들도 발정기인가 싶었다.성연신은 기분 나쁘게 웃으며 말했다.“아니 둘이 지금 뭘 생각하고 있는 거예요.”“하?”아마 그 둘이 생각했던 낯부끄러운 그 일은 아닌가 보다.“저 몰래 다른 남자와 연락했으니, 벌을 줘야겠어요.”“저희는 그냥 정상적인 대화만 했을 뿐이에요!”“아직도 말대꾸할래요?”그는 장학수가 방금 분명히 그에게 힌트를 준 거라고 생각했다.끝까지 인정하지 않는 이 바보 같은 여자 때문에 성연신 가슴에는 울화가 치밀어 올랐고, 히터를 틀지 않은 차 안은 냉기로 가득했다.심지안은 추워서 덜덜 떨었고, 난처한 듯 입술을 깨물었다. 그녀는 최대한 정욱의 존재는 무시하려고 노력했고, 먼저 그를 껴안았다. 작은 손으로 그의 등을 토닥였고, 순진한 척하며 대화 주제를 돌렸다.“저를 어떻게 벌줘도 괜찮으니 화내지 마요. 자꾸 화내면 연신 씨 건강에도 안 좋으니까, 제가 많이 속상할 거예요.”어떤 이유인지는 모르겠으나, 그녀한테 이런 소리를 듣고 나니, 성연신의 화는 반쯤 가라앉았다. 그는 눈앞에 있는 이 작은 여인을 빤히 바라보았다. 검은 머리카락에 눈같이 흰 피부, 반짝이는 눈망울에 흰 치아, 얼굴에 젖살까지 더해져 순수함과 부드러움이 더 부각돼 보이는듯했다.그의 목젖은 미세하게 움직였고, 정신이 혼미해지는 듯했다.그의 다리에 앉아있던 심지안은 불편한 듯 엉덩이를 움직였고, 성연신과 눈이 마주쳤다. 그는 유난히 뜨거운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그의 뜨거운 눈빛 때문에 그녀의 귀는 빨갛게 달아올랐다.“왜 그러세요?”성연신은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그는 처음에는 그럴 생각이 없었지만, 그녀의 유혹을 당해낼 순 없었다.그는 그녀
성연신은 입가에 옅은 미소를 띠었고, 그녀가 아주 기대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하지만 그는 그녀가 손쉽게 얻지 못하게 하려고 했다.“다시 얘기하시죠.”심지안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역시나 봄이 왔나 보다. 사계 만물과 성연신 모두 발정 난 거 같으니 말이다.그녀는 그전까지 성연신이 생리적 기능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고 확신했다. 정상적인 남자라면 생리적 수요가 있기 마련이니 말이다.하지만 그녀는 자신을 팔아서까지 이익을 얻고 싶지는 않았다. 그럴 경우 본인 스스로도 본인을 무시하게 될 것 같으니 말이다.그나저나 7백만 원은 노력하면 벌 수는 있는 금액이나, 2억은 쉽게 말해 하늘의 별 따기 같은 금액이었다.심씨 집안.심연아는 장신구 캐비닛에서 심지안 어머니가 남긴 모든 물건을 상자에 마구 쑤셔 넣었다. 수많은 옥 장신구가 부딪히면서 부서질 듯한 맑은 소리를 냈다.어차피 심지안의 물건이니 부서져도 좋다고 생각한 심연아는 개의치 않고 계속 거칠게 내던졌다.은옥매가 걸어들어오며 그녀를 위로했다.“고작 몇 개 장신구뿐이잖니. 궁상맞게 사는 그년한테 그냥 다 돌려줘 버려.”“엄마, 이건 돌려주고 안 돌려주고 문제가 아니야. 집을 떠난 후로부터 그년 주변에는 하루가 다르게 훌륭한 인간들도 많아지는 것 같고, 언젠가는 날 초월할 것 같아 걱정돼 죽겠어요.”미스터리한 늙은 남자에서부터 주원재, 장학수까지.뭔가 잘못돼 가고 있다는 막연한 느낌이 들었다.은옥매는 침묵했다. 심지안이 감히 장학수를 청했다는 게 말이 안 되긴 했으니 말이다...“그리고 엄마, 그년 외할머니 외할아버지가 진짜 자그마한 장사하는 거 맞아? 그 시대에 2백만 원을 본인 딸한테 줬다는 건 그래도 수천만 원의 자산은 있다는 거 아닌가.”“옥 장사를 하고 있어. 그러다가 갑자기 운 좋게 돈을 벌어들이게 된 거지.”사실은 150만 원이었는데 수년간의 이자까지 더해져 2백만 원이 된 것이었다.두 늙은이는 150만 원을 심지안의 어머니에게 주려 했었고
심지안이 1층에 도착해서 보니, 진유진은 흥분한 표정으로 눈물을 흘리며 부모님과 싸우고 있었다.그녀는 발걸음을 재촉하며 걸어갔다.“아줌마, 아저씨 무슨 일이에요?”진건광은 심지안을 발견하고, 얼른 화살을 그녀한테 돌려 욕설을 퍼부었다.“지금 뻔뻔하게 무슨 일이냐고 묻는 거냐? 우리 유진이는 너를 친구로 생각했는데 넌 얘를 대체 뭐로 생각한 거니! 본인 행실이 바르지 않으면 됐지, 왜 우리 집 애까지 끌어들이는 거야!”오영숙 역시 화가 나서 눈이 빨개져 말했다.“내가 처음부터 쟤랑 친구 하지 말라고 했지? 지금 이제 어떡할 거야, 이 지경까지 된 마당에, 동네 창피해서 시집은 이제 어떻게 갈 거냐고! ”“아니, 전 지안이랑은 상관없는 일이라고 믿어요.”진유진은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고, 그걸 보고 있자니 너무 마음이 아팠다.심지안은 재빨리 휴지로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었으며, 그의 부모님의 악담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되물었다.“진유진, 나한테 말해봐, 대체 뭔 일이야?”“오늘 심연아가 너 연락처를 찾지 못하겠다면서, 우리 집에 네 어머니가 남기신 물건들을 보냈거든. 근데 그중에 메모리카드가 있었어...”심지안은 심장이 쿵쾅 거렸고 뭔지 알 듯했다.“메모리 카드 안에 있는 게...”그녀의 전 남자친구가 찍은 사진이겠지.진유진은 말은 하지 않고 필사적으로 고개를 저었다. 눈에 맺힌 눈물은 눈가에서 맴돌았으며, 그녀가 공공장소에서 이런 얘기를 꺼내지 않았으면 했다.그녀는 분명히 알고 있지만, 부모님에게는 입을 열어 설명하기가 어려웠다.심지안은 침울한 눈빛으로 완곡하게 말했다.“아줌마 아저씨, 저희 유진이를 위해 조용한 곳에 가서 앉아서 얘기할까요?”“오호, 지금 너 회사 아래라고 너 자신한테 피해 끼칠까 봐 그러는 거냐?”“아니… 오해세요.”주변에는 점점 발걸음을 멈춰 구경하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심지안은 조급해하며 어쩔 줄 몰라 했다.마음 같아선 경비원을 불러 도와달라 하고 싶었지만, 경비원이 진유진 부모님을 다치게 할까 봐 그렇
진유진도 생각지 못한 부분을 심지안 한테 책임지라고 하는 건 그냥 시비 거는 거로밖에 안 보였다.“아빠 엄마, 제발 그만하세요. 제가 사람을 잘못 만난 건 제 문제에요.”“네가 뭘 안다고 그래!”오영숙은 낮은 소리로 호통쳤다.“심지안의 사장이 저렇게나 심지안을 감싸고 도는데 둘이 백 프로 보통 사이는 아닐 거야, 그러니 정신 손해 배상 정도는 요구해도 괜찮아.”그녀가 생각했을 때, 자기 딸 사진은 심지안뿐만 아니라 옆에 보조들까지 다 봤을 거기에, 돈을 요구하거나 자기 딸을 이 회사에 배정하는 거 정도는 그렇게 힘든 요청은 아니라고 생각했다.이 회사는 충분히 크고 널찍했다.“두 분이서 이러는 게 저를 더 창피하게 만들어요!”진유진은 화가 나서 온몸이 떨렸고, 좋게 설득해도 소용이 없었다.그녀는 창피함에 사무쳐 홧김에 오영숙과 진건광을 뿌리치며 달려 나갔다.그녀가 없으니, 심지안은 진유진의 감정은 신경 쓸 필요는 없었고, 더욱 쉽게 이 일을 해결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성연신은 그런 심지안을 바라보며 말했다.“따라와요.”심지안은 망설이다가, 더는 진유진의 부모님을 상관하지 않고 따라나섰다.그 순간 오영숙이 앞으로 나아가더니, 심지안의 옷소매를 꽉 잡으며 악랄하게 말했다.“가긴 어딜 가, 지금 책임회피하는 거야? 어림도 없지!”성연신은 차가운 눈빛으로 쏘아봤고, 그 새까만 눈동자에는 매혹적인 서늘함이 뿜어져 나왔다.오영숙은 간담이 서늘해졌고, 떨리는 손으로 심지안을 놓아주며 멋쩍게 입을 열었다.“저… 저희는 부모로서 자녀를 위해 공정함을 되찾으려 하는데, 뭐… 뭐가 잘못됐나요?”“공정함을 되찾는 건 틀린 게 아니지만, 그 모든 책임을 제 사람한테 떠넘기는 건 아니라고 봅니다.”“심지안만 없었으면, 유진이 사진이 심연아의 손에 들어갈 일도 없었다고요.”심건광은 당당하게 말했다.“그래요, 심연아의 손에 들어가진 않고, 아마 금관성 전체에 퍼졌겠죠.”성연신은 냉담한 말투로 조리 있게 또박또박 말했다.“만약 심지안 씨가 제때 경
성연신은 미간을 까딱거렸다. 조금 우스운 얘기였다. 멍청한 여자는 언제까지나 멍청한 여자였다. 요리 실력이 집 앞 식당과 비슷하다고 얘기하는 것을 칭찬으로 받아들이다니. 그 말뜻을 알아들은 손남영은 조금 무서워졌다.설마 성연신이 눈앞의 여자한테 진심으로 반한 것은 아니겠지 하는 생각이었다. 그저 한순간의 설렘 같은 것도 아닌 듯했다.지난달만 해도 친한 친구가 제 짝 찾은 것에 기뻐했다. 하지만 이젠 임시연이 돌아왔으니... 그는 성연신이 임시연을 더 이상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믿지 않았다.심지안은 밥을 내려놓고 떠나려고 했다. 문을 닫으려는데 손남영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 “시연 씨가 나한테 연락했어요. 왜 답장 안 하냐고 하던데. 혹시 아직도 시연 씨한테 화가 난 거예요?”심지안의 표정이 천천히 굳어갔다. 발이 바닥에 붙어버린 듯,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인생 처음으로 남의 대화를 엿듣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성연신의 대답이 궁금했다.“심지안 아가씨, 왜 아직도 안 들어가요?”정욱이 옆 사무실의 문을 홱 열고 이상한 시선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심지안은 몸을 일으키고 그의 시선을 피하며 대답했다.“금방 나왔어요. 출근하러 가야죠.”정욱은 거의 도망치고 있는 심지안의 뒷모습을 보며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며칠이 지났다. 진유진은 부모님과 화해한 후 먼저 심지안을 찾아왔다. 심지안은 핼쑥해진 그녀의 얼굴을 보며 그녀가 부모님과 화해를 한 후에도 잘 지내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원래 진유진은 밖에서 혼자 세를 맡고 살았는데 최근에는 세를 맡은 기한이 다 되어서 집에 돌아가서 산다고 했다.심지안은 잠깐 침묵하고 있다가 맞은 편의 마트를 보고 눈이 빛났다.“우리 이렇게 쉽게 심연아를 놔주면 안 돼.”심연아가 그동안 했던 더러운 일들을 눈감아주고 있었는데 이번에는 그녀와 진유진의 사이를 갈라놓으려고 진유진의 부모님까지 끌어들였다. 이것은 명백히 선을 넘은 행동이었다. 심지안은 더는 참을
“어머, 누구신데 심연아의 편을 들어줘요?”진유진이 다가와 이도한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얘기했다.“아... 알겠네. 또 심연아한테 호구 잡힌 멍청한 남자 중 하나구나!”친한 친구가 싸우고 있는데 진유진도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이도한은 그녀의 말을 곱씹으며 표정이 점점 굳어버리더니 더는 말을 하지 않았다.심연아가 흘린 눈물이 썩은 계란물과 섞여 온 얼굴에 흘러 보기도 더러울 지경이었다. 그런 심연아가 크게 소리를 질렀다.“무슨 일이 있으면 나한테만 화를 내! 도한 씨한테 뭐라고 하지 말고!”이도한은 심경이 복잡해졌는지 심연아를 흘깃 쳐다보았다. 심연아의 수단이 제대로 먹혀들어 간 것이다.심지안은 어이가 없어 웃음이 흘러나왔다. ‘이럴 때도 이미지를 지킨다는 거지.’나쁘지 않았다. 심지안은 간단하게 목을 풀고 더욱 많은 사람들이 들을 수 있게 큰 소리로 얘기했다.“도한 씨라고 했죠? 무슨 일이 있었던지 제 처사가 과분하다고 하는데, 그럼 심연아가 어떤 짓을 했었는지 하나도 빠짐없이 알려드릴 테니까 앞으로 속지 않게 주의해 주세요. 첫째, 우리 둘은 자매는 맞는데 이복 자매입니다. 제가 남자친구랑 사귀고 있을 때 저 몰래 제 남자친구를 유혹해서 결국 제 형부로 만들었죠. 하지만 지금은 형부의 사업에 문제가 생겨서 바로 뻥 차버렸답니다. 둘째, 비즈니스 프로젝트를 따내기 위해 주헌 그룹 주 대표님의 아들인 주원재를 찾아가서 같이 밤을 보냈어요. 셋째, 내가 왜 집에서 나왔냐면요. 심씨 집안에는 제대로 된 인간이 없어요. 그러니까 심연아같이 낯짝이 두꺼운 애를 키워낼 수 있었던 것이겠지만. 하여튼 당신이 심연아에게 조그마한 호의라도 보이면 심연아는 당신을 홀라당 벗겨 먹을 생각만 할 거예요. 남은 인생 편하게 살고 싶으면 당장 도망치는 게 좋을 겁니다.”“닥쳐!”심연아가 비명을 꽥 질렀다. 당장이라도 심지안을 때리러 갈 것 같았다.진유진은 심연아를 유심히 관찰하다가 심지안을 보호했다. 그리고 더 큰 목소리로 물었다.“너 하늘에 맹세하고 네가
성연신은 눈썹을 찡그렸다. 그리고 긴장한 심지안을 힐긋 쳐다보고는 휴대폰을 들고 뒷마당으로 걸어 나갔다. 심지안은 걸어 나가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진유진에게 카톡을 보냈다. “심연아가 경찰에 신고한 것 같아.”“진짜 낯짝도 뻔뻔하네. 자기가 한 일이 탄로 나면 어쩌려고?”“근데 증거가 없잖아.”“그럼 지금 어떡해? 이따가 경찰이 와서 우리를 잡아가려나?”그 생각에 진유진은 조금 무서워졌다.“아마 괜찮을 거야. 연신 씨 친척이 경찰서에 있으니까. 지금 연신 씨한테 전화를 건 모양이야. 먼저 상황을 물어보러 온 것 같아.”경찰서에 연줄이 있는 데다가 이 사건은 엄중해봤자 민사 소송도 걸지 못하기에 그저 심연아에게 사과만 하면 되는 일이었다.말만 하면 되는 일이 아닌가. 심지안에게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진유진은 그 말을 듣고 한숨을 돌리고 몇 마디 더 얘기하다가 끊어버렸다.그 후, 성연신도 돌아와 검은 눈동자로 심지안을 뚫어져라 보았다. 잘생긴 얼굴은 이상한 표정으로 그녀를 보고 있었다.“길에서 심연아한테 썩은 계란을 던졌어요?”“네... 심연아가 신고했나요?”“네.”신고했을 뿐만 아니라 병원에서 기절한 채 깨지 않는다고 한다. 심연아는 놀란 것 때문에 60억의 정신적 손해 배상비를 달라고 했다고 한다. 60억을 준비하지 못하면 인터넷에서 라이브로 그녀에게 사죄하라고 했다. 심지안은 눈을 흘겼다. 60억이라니, 꿈도 그렇게는 못 꾸겠다. “그럼 제가 가서 사과해야 하나요?”“아니요. 변호사가 가기로 했어요.”“네?”놀란 심지안의 눈이 동그래졌다.“장학수 씨요?”“그렇지 않으면 누가 있어요?”성연신도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다음에 손 봐주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먼저 머리를 좀 굴려봐요. 오늘 같은 일이 속 시원하긴 하겠지만 뒤에 벌어질 일은 생각해 봤어요?”“생각해 봤죠. 제가 생각했을 때 사과하는 게 가장 가벼운 결과였어요. 그저 말 몇 마디면 되니까. 아무것도 아니죠.”심지안은 속으로 계산해 보다가 진지하게 얘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