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내려준 그녀의 구원자의 모든 챕터: 챕터 151 - 챕터 160

1132 챕터

제151화 지안 씨를 좋아해요

”그렇다고 해야죠. 그 사람은 저를 많이 도왔고 이제 되돌아갈 수도 없잖아요.”심지안이 입술을 살짝 깨물며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계약서에 사인도 했기에 더 이상 반항해도 의미가 없었으며 그럴 바에는 차라리 순종적인 태도를 보이는 게 나을 것 같았다.심지안은 아무리 화를 내도 그 사람과의 말싸움에서 절대 이길 수가 없었다.그녀의 대답에 진현수는 안쓰러운 표정으로 그녀를 쳐다보며 말했다.“저에게 얘기해요. 제가 도와드릴게요. 지안 씨가 자신을 힘들게 하는 걸 두고 볼 수만은 없어요.”“아니에요, 아니에요! 전 지금 꽤 잘 살고 있어요. 물론 저도 더 노력할 거고요.”삼 년이라는 시간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았다. 그녀는 아직 나이가 어렸기에 그녀에게 수많은 삼 년이 남아있었다.“저에게 내외할 거 없어요. 제가 성 대표님보다 돈이 많진 않지만 그래도 모아 놓은 재산이 꽤 있어요. 곤란한 상황이 생기면 언제든 도와줄 수 있으니까 자기 자신을 그렇게…”자기 자신을 막 대하지 말라는 말을 하고 싶었지만 끝내 그 말을 입 밖에 꺼내지 못했고 감동받은 심지안은 환하게 웃으며 대답했다.“저 진짜 괜찮아요. 현수 씨는 자신의 일에 집중하세요. 제가 그렇게 약한 사람이 아니거든요. 나중에 혼자 해결하지 못할 일이 생기면 그때 현수 씨에게 얘기할게요.”성연신은 갑자기 화를 내는 것만 빼면 그녀에게도 참 잘해줬다.여러 번이나 거절을 당한 진현수는 여기서 그만 멈춰야 했지만 언제 다시 심지안을 만날 수 있을지 몰랐기에 참지 못하고 다시 말을 건넸다.“지안 씨, 제가 지금 이런 얘기를 하는 건 지안 씨를 좋아해서 그래요. 지안 씨는 참 좋은 여자예요. 전 그런 지안 씨를 좋아하고요. 당신 곁에서 당신을 지켜줄 기회를 주셨으면 좋겠어요. 성 대표님이 지안 씨를 도울 수 있는 건 저도 똑같이 도울 수 있어요.”심지안은 진현수가 이 타이밍에 고백할 줄은 몰랐기에 순간 멍한 표정이었다.그녀는 이미 결혼해서 누군가의 아내 신분이었다.“저희는 안 어울려요. 현수 씨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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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2화 누가 성 대표님의 심기를 건드린 거야?

심전웅은 은옥매 손에서 네모난 박스를 건네받아 심지안 손에 쥐여 주었다.“이 안에는 네 엄마가 나에게 부탁한 네 혼수가 들어있어. 유동 재산 1억과 가치가 4억이 넘는 옥 액세서리야. 전에 너에게 주지 않았던 건 네가 아직 나이가 어려서 돈을 함부로 쓸까 봐 걱정돼서 그랬던 거야. 하지만 이제는 달라. 너도 어른이 되었고 너만의 가치관도 생겼으니 이제 너를 믿고 너에게 맡길 수 있을 것 같아.”“지안아, 네 아빠를 너무 원망하지 마.”은옥매가 말을 보태자 곁에 있던 심연아도 한 마디 했다.“그래, 동생아, 우리 가족이 이렇게 오손도손 잘 사는 게 그 무엇보다 중요하잖아. 아버지는 내가 보살필 테니까 넌 아버지를 화나게만 하지 마.”바로 이때, 밖에 있던 기자들이 우르르 몰려들어와 “화목한” 가정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갑자기 터진 카메라 불빛에 심지안은 눈을 뜰 수가 없어서 뒷걸음질 치다가 우연히 심연아 목에 걸린 백옥 목걸이를 목격하게 되었다.그녀는 어이없을 정도로 파렴치한 심연아 일행을 보며 너무 화가 나서 웃음을 터트렸고 이내 진행자 손에 있던 마이크를 빼앗아 날카로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뭔가 잘못된 것 같네요. 제 어머니가 저에게 남겨준 혼수가 정확히 얼마였는지 기억이 나진 않지만 액세서리와 유동 자금이 이 정도밖에 안 될 리가 없어요. 더군다나 저희는 27일에 재판 싸움을 하지 않았나요? 그때 우영 변호사까지 선임했잖아요. 그런데 갑자기 이렇게 만천하에 얘기하는 건 돈 몇 푼으로 이 일을 덮을 생각인 건가요?”가장 적은 돈으로 좋은 평을 받으려고 하다니. 그것도 모자라 심지안을 철이 없는 사람으로 만들어 모든 책임을 그녀에게 떠넘길 생각인 듯했으며 나중에 문제가 생겨도 심지안의 문제로 어쩔 수 없이 재판까지 가게 되었다고 얼버무릴 계획인 게 분명했다.그야말로 일타쌍피인 셈이다.현장에 우영도 초대되었기에 사람들은 그에게 우르르 몰려 너도나도 질문을 던졌다.“우 변호사님, 저 여자 말이 정말인가요?”“세상을 떠난 어머니가 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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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3화 전화를 걸다

성연신이 정욱에게 전화를 걸었을 때 정욱은 호텔 입구에서 대기하고 있었다.“대표님, 심지안 씨는 아직 안 나왔습니다. 그쪽은 끝났나요? 여기로 오실 건가요?”“내가 그 사람 지켜보라고 했는데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야?”싸늘한 목소리에 살기가 뿜어져 나왔고 그의 분노를 느낀 정욱은 온몸에 소름이 쫙 돋았다.“대표님… 전 호텔 입구에서 한 발짝도 안 움직이고 기다리고 있습니다.”“누가 입구에서 기다리라고 했어? 입구에서 네가 뭘 볼 수 있는 거야 대체?”정욱은 너무 억울했다. 분명히 성연신이 입구에서 기다리라고 한 건데 갑자기 화를 내다니.“지금 당장 들어가 보겠습니다.”“그 안에 있지 못하게 해.”성연신은 심지안이 다른 남자와 붙어있는 모습만 봐도 짜증이 났다. 전화를 끊은 성연신은 노트북에 대고 외국어로 유창하게 몇 마디 하더니 다급하게 회의를 끝냈다.정욱이 호텔에 들어갔을 때, 심지안과 진현수는 심전웅이 찾아온 기자들에게 둘러싸여 있었고 현장은 엉망진창이었다.“심지안 씨, 오늘 일부러 아버지에게 돈 받으러 온 겁니까?”“저희가 관찰한 바에 의하면 심지안 씨와 아버지의 관계가 그렇게 나쁘지 않은 거 같은데 왜 거짓말을 한 겁니까?”“심연아 씨와 강 씨 가문의 도련님이 결혼을 파기한 게 심지안 씨가 끼어들어서 그렇게 된 거예요? 왜 두 사람이 만나고 있는 걸 알면서도 끼어든 거죠?”심지안은 개미 떼처럼 모여든 기자들을 보며 환하게 웃었다.“심연아가 당신들에게 돈을 얼마나 주었죠? 제가 2배로 드리겠습니다.”웅성거리던 기자들은 순간 조용해졌고 다들 뜨끔한 표정이었으며 이때 누군가가 조심스럽게 물었다.“진짜요?”“당신들 다 자발적으로 온 거잖아요. 이상한 소리 하지 마세요! 제가 돈을 썼으면 당신들처럼 멍청한 기자들은 절대 부르지 않았을 거예요!”심연아가 파랗게 질린 표정으로 협박하자 조용하던 기자들이 다시 웅성거리면서 마이크를 심지안에게 가까이 대며 사진까지 찍었다.이때, 진현수가 심지안을 자신의 뒤로 숨기며 태연한 표정으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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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4화 불허한다

성연신은 한 손으로 턱을 괸 채, 싸늘한 눈빛으로 심지안을 빤히 쳐다보며 단호하게 말했다.“앞으로 진현수와 연락하지 마요.”“왜요? 저희는 아무런 일도 없었어요. 그 사람에게 그런 생각도 전혀 없어요.”“지안 씨가 없어도 그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는 제가 더 잘 알아요. 설마 다른 남자가 지안 씨를 좋아하는 그런 느낌을 즐기는 건 아니죠?”성연신이 눈살을 찌푸리며 굳은 표정으로 물었다.“내가 진현수 씨에게 그런 감정이 없다는 걸 알면서 왜 나를 믿지 못하는 거예요?”“허허, 그런 감정이 없으면 깔끔하게 거리를 둬야죠. 시간 날 때마다 데이트를 나가는 건 진현수 그 사람을 곁에 뒀다가 나를 떠나서 그 사람과 함께 할 생각인 거예요?”심지안은 차가운 성연신의 태도에 할 말을 잃었다.“그런 게 아니잖아요. 저는 그 사람이 저를 좋아하고 있는 줄은 전혀 몰랐어요. 진작 알았더라면 같이 밥 먹자고 했을 때 연신 씨를 부르지도 않았겠죠. 바람을 피우려면 몰래 피웠겠죠. 그렇게 당당하게 만나겠어요?”심지안은 그 정도로 멍청한 사람이 아니라는 걸 설명하고 싶었지만 바람을 피운다는 말에 성연신의 분노 버튼이 눌려졌으며 갑자기 그녀의 손을 확 잡더니 싸늘하게 물었다.“지금 날 도발하는 거예요?”“아니에요! 지금 설명하고 있는 거잖아요. 전 진현수 씨와 바람을 피울 리가 전혀 없다고요…”심지안이 설명을 하면 할수록 성연신의 분노가 점점 차올랐으며 계속 진현수의 이름을 언급하는 그녀의 입술을 빤히 쳐다보다가 짜증이 점점 올라오자 입으로 그녀의 입술을 막아버렸다.조용하게 뒤에서 병풍 역할을 하고 있던 정욱은 재빨리 눈을 가린 채 밖으로 뛰쳐나갔고 심지안은 눈이 휘둥그레진 채, 코앞에 있는 남자를 빤히 쳐다보다가 두 손으로 그의 가슴을 밀어내며 반항했다.화가 잔뜩 난 성연신은 자신의 손으로 그녀의 손을 뒤로 묶어버린 채, 다른 손으로 그녀의 가녀린 허리를 감싸 안더니 그대로 자신의 무릎에 앉혔다.너무 야릇한 자세에 심지안이 화들짝 놀랐지만 전과는 다르게 오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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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화 심지안 씨와 성 대표님이 다툰 것 같습니다

심지안은 벌써 노트북을 열고 일에 빠진 남자를 보며 화가 부글부글 끓었지만 어쩔 수 없이 바닥에 버려진 자료를 들고 사무실 문을 쾅 닫은 채 나가버렸다.기획팀에는 직원 두 명 정도밖에 남지 않았고 그중 한 명이 물건을 정리하고 있는 김인정이었다. 그녀는 심지안 손에 들고 있던 프랑스어 문서를 보며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다.“이 자료 번역을 지안 씨가 하는 거예요?”“네, 언니.”“이건 번역팀에서 할 일인데 누가 이 업무를 지안 씨에게 지시한 거예요?”김인정의 물음에 심지안이 이를 악물고 대답했다.“성 대표님 빼고 누가 이런 권리가 있겠어요.”“대표님이 지안 씨가 기획팀 직원이라는 거 몰라요?”김인정이 갸우뚱거리며 묻자 심지안은 한숨을 푹 내쉬며 더 설명하기도 싫었다.“알죠. 인정 언니, 신경 쓰지 마세요. 번역팀에서 많이 바쁜가 봐요. 마침 저도 번역할 줄 알아서 저에게 도움을 요청한 거 같아요.”“그렇구나… 그럼 월급 정산할 때 제가 재무팀에게 지안 씨 야근 수당까지 챙겨주라고 얘기할게요.”“네, 감사합니다.”어둠이 깃들자 밖에는 보슬보슬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번역에 집중하고 있던 심지안은 오랜 시간 동안 자료를 뚫어져라 쳐다본 탓에 눈이 뻐근했다. 이마를 꾹꾹 누르던 그녀는 고개를 들어보니 창밖은 완전히 어두워졌고 사무실에는 마지막 한 사람만 남아있었다.“거의 다 끝나가요?”장흥수가 심지안을 보며 물었다.“아니요. 아직 할 게 많아요. 장흥수 씨는 남은 업무가 많아요?”“그렇게 많지는 않아요. 근데 대표님에게 실수라도 저지른 거예요? 프랑스어 문서를 왜 지안 씨에게 줬을까요?”장흥수는 심지안에게 떠보듯이 물었고 평소에 대화가 많이 없는 동료를 상대로 심지안은 그저 가볍게 웃으며 대충 얼버무렸다.그녀의 말에 잠시 생각에 잠겨있던 장흥수가 심지안을 보며 말했다.“그래요. 그럼 전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화장실에 들어선 장흥수는 두리번거리다가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하자 핸드폰을 꺼내 홍교은에게 전화를 걸었다.“교은 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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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6화 연신 씨, 날 좀 구해줘요

심지안은 전화기 너머 간절한 목소리에 잠시 고민하다가 마음이 약해져서 알겠다고 했고 배달 기사의 말에 따라 보광 중신 건물을 나서니 살을 에는 듯한 비바람이 불어왔다. 몇백 미터 걸어 한 아파트 앞에 도착했고 불빛이 환하게 비추고 있긴 했지만 심지안은 왠지 모르게 불안한 예감이 들었고 전화기 너머 배달 기사는 계속 앞으로 가달라고 부탁했다.순간, 경계심이 차오른 심지안은 전화를 끊은 채 멈춰 서서 왔던 길로 되돌아가기 시작했으며 다급하게 걸은 탓에 힐이 구덩이에 빠져 하마터면 넘어질 뻔하기까지 했다.겨우 몸을 가눈 심지안은 불길한 예감에 고개를 홱 돌려 뒤를 쳐다본 순간, 너무 놀라서 온몸에 소름이 쫙 돋았다.홍교은이 검은 치마를 입은 채 위에는 바람막이를 걸치고 있었으며 곁에는 다섯 명 정도가 되는 보디가드가 지키고 있었다. 그 모습은 마치 드라마에 나오는 기세 등등한 깡패 누님과도 같았다.홍교은을 보자마자 절대 잡히면 안 된다는 생각에 심지안은 돌아서서 무작정 뛰기 시작했고 홍교은이 뒤에서 보디가드들에게 지시를 내렸다.“절대 저 여자가 보광 중신에 못 들어가게 막아야 해.”“네, 아가씨!”뒤에서 들려오는 다급한 뜀박질 소리에 화들짝 놀란 심지안은 보광 중신 근처 지리에 대해 잘 알고 있었으며 먹자골목까지 도망가기만 하면 꽤 안전할 거라고 생각했다.다급한 심지안은 힐까지 버린 채 맨발로 미친 듯이 뛰었으며 지리적 우세를 차지한 그녀는 이 골목 저 골목 뛰어다니며 성공적으로 안전거리를 확보했지만 이내 화가 난 보디가드들은 두 길로 나눠 그녀를 막을 계획을 세웠다.이때, 심지안은 먹자골목에 뛰어들었지만 비가 온 탓에 거리에 사람이 많지 않았기에 홍교은이 집요하게 그녀의 뒤를 따를 수가 있었다.얼굴이 하얗게 질린 심지안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다리에 힘이 풀린 채 화장실로 숨어들었고 이 기회를 빌려 성연신에게 구해달라고 전화를 할 생각이었다.하지만 화장실에 들어간 순간, 한 남자와 마주쳤고 그 남자가 바로 강우석이었다.“네가 여기에 왜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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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7화 가질 수 없으니 망가트리려 한 거예요

심지안의 목소리에 사람들이 동작을 멈춘 채 고개를 돌려 성연신을 쳐다보았고 정욱이 화장실로 들어가 굳게 닫힌 칸 문을 열어 심지안과 강우석을 꺼내 주었다.강우석은 어안이 벙벙한 표정이었다. 심지안이 부른 구원투수가 성연신일 줄은 상상도 못했다.“연신 씨, 저 여자 진짜 무서운 여자예요. 연신 씨가 5분만 늦게 왔더라면 영원히 저를 보지 못하게 됐을 거예요.”심지안이 성연신에게 달려가 고자질을 했고 홍교은이 큰소리로 호통을 쳤다.“그 입 다물어요! 없는 말 지어내지 말고!”홍교은은 눈앞의 이 여우 같은 여자에게 제대로 혼 좀 내주고 싶었을 뿐, 그 이상의 인명 사고를 낼 생각은 전혀 없었다.“흑흑… 연신 씨, 저 여자 말 믿지 마세요. 저 여자는 연신 씨를 가질 수 없으니 저를 망가트리려고 한 거예요!”심지안은 홍교은의 말을 가볍게 무시한 채, 입을 삐죽거리며 울먹였다. 아직 발생하지 않은 일에 대해 아무도 확실하게 얘기할 수 없었으며 홍교은이 건장한 남자들을 거느리고 심지안을 쫓은 것도 이미 너무 공포스러운 일이었기에 더한 일도 충분히 저지를 만한 사람이었다.가질 수 없으니 망가트린다는 말에 강우석이 고개를 돌려 심지안과 성연신을 쳐다보던 순간, 홍교은도 강우석을 힐끔 쳐다보았으며 갑자기 뭔가 떠오른 듯, 성연신을 보며 언성을 높였다.“저 여자가 다른 남자와 함께 있는 걸 우연하게 봐서 연신이 너 대신 현장을 잡으려고 했던 거야. 저 여자 말 믿지 마.”계속 말이 없던 성연신은 눈살을 살짝 찌푸리며 강우석에게 시선을 돌려 아래위로 훑었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심지안이 화들짝 놀라서 얼른 설명했다.“난 저 사람과 우연히 만난 거예요.”“그런데 저 사람이 왜 당신을 지켜줘요? 전 조금 전에 당신들이 하는 말을 들었어요. 두 사람은 아는 사이가 맞잖아요.”심지안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 전 남자친구를 모를 리가 없잖아?이런 상황에서 전 남자친구를 우연히 만났다는 건 소설에나 나올 법한 일이었으며 더군다나 성연신은 이런 쪽으로 매우 예민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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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8화 할아버지가 날 믿어줄까요?

정욱은 5분 내에 차를 끌고 나타났고 강우석은 롤스로이스를 보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는 이 차를 본 적이 있었다. 예전에 심지안이 그와 헤어지던 날, 그녀는 이 차를 타고 떠났으며 운전석에는 늙은 남자가 핸들을 잡고 있었다.그럼 이 차는 성연신의 차였고 앞에 핸들을 잡고 있던 늙은 남자는 기사였을 가능성이 크다!강우석은 앞에서 차를 운전하고 있는 정욱을 쳐다보며 손을 뻗어 빗물이 흘러내리는 자신의 뺨을 강하게 내리쳤다.화들짝 놀란 정욱이 뒤를 가리키며 성연신에게 물었다.“대표님, 저 사람은 어떻게 할까요?”“신경 쓰지 마.”성연신은 고개도 들지 않은 채 대답했다.“알겠습니다.”차 뒷바퀴에 강우석이 온몸으로 물을 맞게 되었지만 그는 전혀 피하지도 않았으며 착잡한 표정으로 떠나는 심지안을 쳐다보면서 망연자실한 모습이었다.강우석에게 있어서 성연신 같은 사람은 신이나 마찬가지였고 강우석 자신은 돌려받은 40억 예금 빼고는 아무런 가치도 없는 사람이었다.강우석은 퇴폐한 모습으로 빗속을 누비면서 빗물로 자신을 씻어내고 있었다. 그는 걷는 내내 심지안과의 옛 추억을 떠올렸다. 그때 당시 자신이 초심을 잃지 않고 유혹을 뿌리칠 수 있었다면 생활은 지금과 완전히 달랐을 것이다.하지만 이젠 모든 게 늦었고 되돌릴 수가 없었다.핸드폰 진동소리가 고요한 거리에서 울려 퍼졌고 강우석은 멍한 표정으로 전화를 받았다.“지금 어디야? 얼른 돌아와.”생일 파티에 강우석이 쫓겨나고 심지안이 끌려가자 진현수 혼자 현장에 남게 되었다.진현수의 목소리에 겨우 정신을 차린 강우석이 다급하게 대답했다.“삼촌 지안이랑 같이 있는 거 아니었어요? 왜 지안이가 성연신 저 사람과…”강우석은 말을 하다가 멈추었지만 눈치가 빠른 진현수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물었다.“지안 씨와 성연신 씨가 같이 있는 걸 봤어?”“네… 삼촌과 지안이 관계가…”“우린 교제하는 사이가 아니야. 내가 일방적으로 좋아하고 있는 거야.”진현수는 숨김없이 당당하게 인정했고 강우석이 경악에 찬 표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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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9화 귀여운 짓을 골라서 하네

“대표님, 도착했습니다.”정욱이 주차를 하며 성연신에게 보고를 올렸고 그의 목소리가 마침 심지안의 말을 끊어버렸다.먼저 차에서 내린 성연신이 돌아서서 사이즈가 맞지 않는 심지안의 신발을 쳐다보며 말했다.“집에 들어가면 신발부터 갈아 신어요.”심지안의 신발은 도망 도중 잃어버리게 되었고 트렁크에 신발을 준비해두는 습관이 있는 성연신은 자신의 신발을 대충 그녀에게 먼저 신겨줄 수밖에 없었다.하려던 말을 다시 삼킨 심지안은 궁금한 표정으로 물었다.“여기에 내가 신을 수 있는 신발이 있어요?”“전에 할아버지가 지안 씨 왔을 때 편하게 지내라고 사람 시켜서 일상 용품 좀 사뒀어요.”“역시 할아버지가 저를 제일 많이 생각해 주네요.”심지안이 반짝거리는 두 눈으로 환하게 웃자 성연신이 코웃음을 쳤다.할아버지가 생각해 주긴 무슨, 전부 그가 신경 써서 준비한 것이었다.한편, 여우로운 두 사람에 비해 뒤에 따라오던 차가 멈춰 서자마자 홍교은이 다급한 모습으로 차에서 내려 성수광부터 찾았다.이때의 성수광은 정원 뒤편에서 물고기에게 사료를 먹이고 있었고 멀리에서 홍교은을 보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다가 이내 다정하게 웃으며 물었다.“교은이가 웬일로 여길 찾아왔어?”“할아버지, 일단 화내지 말고 들어보세요. 제가 오늘 우연한 상황에서 심지안 저 여자가 낯선 남자와 몰래 화장실에 숨어있는 걸 목격하게 됐어요. 그래서 연신이 대신 두 사람을 잡아 뒀는데 연신이가 되려 나한테 화를 내는 거예요.”성수광의 다정한 모습에 홍교은은 점점 겁을 상실하기 시작했고 그 말을 들은 성수광은 물고기 사료를 곁에 두고 심각한 표정으로 되물었다.“화장실에 숨었다고?”“네. 제가 두 사람을 데리고 왔으니까 할아버지가 직접 물어보세요.”홍교은은 걸어오는 두 사람을 보며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별 볼일 없는 집에서 태어나서 그런지 예의도 없고 규칙도 없네.”말이 끝나자마자 성연신과 심지안이 성수광에게 걸어왔고 심지안이 할아버지에게 인사를 올렸다.“할아버지!”“그래!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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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0화 그럼 무릎 꿇어

“그건 내가 널 좋아하니까 그렇지. 내가 널 안 좋아했다면 널 찾아오지도 않았을 거야.”홍교은은 손을 꼭 잡고 있는 두 사람을 보며 눈빛이 이글거렸으며 심지안은 그녀의 말에 이마를 잡고 어이가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심지안과 성연신은 계약 결혼이기에 망정이지 만약 진짜 부부였다면 아무리 성격이 좋은 여자도 홍교은과 머리채를 잡고 싸웠을 것이다.“네가 연신이를 좋아하는 건 이놈의 영광이야. 하지만 이놈은 이미 결혼했잖아. 그럼 너도 이제 포기를 하고 남자친구를 만나서 결혼하고 행복하게 살아야지.”“하지만 저 여자가 연신이에게 미안한 짓을 저질렀단 말이에요. 할아버지, 이 일은 절대 쉽게 넘어가서는 안 돼요.”듣고 있던 심지안이 눈살을 찌푸리며 한 걸음 다가가 입을 열었다.“적당히 하세요. 제가 사과도 요구하지 않았는데 이렇게 계속 모함까지 하는 게 말이 되나요? 어른 앞에서 적당히 할 줄도 알아야죠.”홍교은과 성수광의 대화로 봐서는 두 집안이 겉으로는 관계가 꽤 돈독해 보였기에 심지안은 성수광을 중간에서 난처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홍교은은 심지안이 뭔가 찔리는 게 있다고 착각했기에 바로 비꼬았다.“잘못을 저질러 놓고 도망가려는 건가요?”“아니…”“난 지안이를 많이 좋아하고 지안이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믿어. 우리 집안일에 이제 그만 끼어들었으면 좋겠어.”성수광이 다시 한번 입을 열었고 얼굴에는 더 이상 자상한 표정이 남아있지 않았지만 화가 잔뜩 난 홍교은은 그것도 모르고 계속 말을 이어갔다.“할아버지, 제가 이간질하려는 게 아니라 진심으로 연신이와 성 씨 가문을 걱정해서 드리는 말이에요. 혹시라도 이 여자의 겉모습에 속을까 봐 너무 걱정돼요.”홍교은은 심지안이 도대체 어떤 수단을 썼기에 할아버지와 손자가 이렇게 그녀를 옹호하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이건 우리 집안의 가정사야. 네가 이렇게까지 말하는 건 이 늙은이 대신 성 씨 가문의 가주라도 되겠다는 거야?”성수광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홍교은을 쳐다보자 깜짝 놀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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