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하늘이 내려준 그녀의 구원자: Chapter 1 - Chapter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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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출장

장장 3개월이라는 긴 시간 동안 지속해오던 출장 생활이 드디어 막을 내렸다. 날짜를 앞당겨 돌아온 심지안은 한달음에 남자친구 강우석의 집으로 달려갔다.그녀는 강우석에게 서프라이즈를 해줄 생각에 잔뜩 들떠있었다.하지만 그녀가 지문을 찍고 안으로 들어간 순간, 여기저기 혼잡하게 널려 있는 옷 거지들이 눈에 들어왔고 침실 쪽에선 야릇한 신음 소리가 들려왔다...그렇다. 그녀가 배신을 당한 것이다!심지안은 온몸이 얼음장같이 차갑게 식어버렸다. 그녀는 제멋대로 요동치는 심장을 부여잡고 힘겹게 한 발 한 발 앞으로 걸어 나갔다.그 순간 문 앞에 서 있던 여자가 꺅 소리를 지르며 황급히 옆에 있는 이불로 자신의 알몸을 감쌌다.당황스러움에 어찌할 줄 모르는 두 사람을 마주한 심지안은 머릿속이 새하얘지는 것 같았다. 뱃속 깊숙한 곳에서부터 올라오는 역겨움이 토사물을 타고 입 밖으로 새어 나올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그녀는 벌어질 수 있는 모든 최악의 경우를 상상한 적이 있다. 하지만 강우석이 바람을 핀 상대가 하필이면 자신의 이복언니라는 이 소름 끼치는 상황은 정말이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그녀는 애써 마음을 가라앉히며 말했다.“설명해봐.”“지안아...”강우석은 감히 그녀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지도 못한 채 숨을 깊게 들이쉬고는 입을 열었다.“넌 정말 좋은 여자야. 하지만 나한테 더 어울리는 건 연아야.”성격, 외모, 배경... 연아는 그 어디에도 빠지지 않는 조건을 갖고 있다. 예쁘고 온화하며 섹시하다. 또한 일적으로도 강우석에게 힘을 보태줄 수 있고 그가 높이 날도록 날개를 달아줄 수 있는 사람이다.반면 심지안은 몸에 손조차 대지 못하게 하는 냉혈녀일 뿐만 아니라 심씨 집안에서의 지위 또한 심연아에게 한없이 미치지 못한다. 두 사람 중 저울추의 방향이 어디로 기울어질지는 너무나도 자명한 일이었다.심지안은 그렁그렁한 눈으로 고등학교 때부터 자신만을 사랑하고 바라보았던 사람을 아프게 바라보았다.천하의 웃음거리가 된 듯한 기분이었다.심연아가 펑펑 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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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불임

남자는 심지안을 한 번 흘끗 보고는 냉정히 시선을 거두었다.심지안은 남자의 뒷모습을 응시하며 낮은 목소리로 진유진에게 말했다.“너 먼저 돌아가. 난 가서 저 사람의 연락처를 알아낼 거야.”진유진이 동그래진 눈으로 물었다.“저 사람에게 강우석의 일을 얘기라도 하려고?”“내가 직접 처단하는 게 다른 사람의 손을 빌려 혼내는 것보다 훨씬 더 통쾌하지 않겠어?”심지안이 취기가 올라 몽롱해진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진유진은 영문을 몰라 한참을 멍하니 서 있다가 자리에 돌아가 앉은 뒤에야 그녀가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깨달았다.진유진이 보기엔 강우석의 삼촌도 멋있긴 하지만 분명 그와 마주 앉아있는 이름 모를 남자가 더 매력적이었다. 하여 그녀는 심지안이 강우석 그 쓰레기 자식에게 대한 복수 때문에 눈이 멀게 된 것이라 생각했다.심지안은 술기운을 빌려 질끈 묶었던 머리를 휘리릭 풀어헤치고는 술 한 잔을 들고 남자 쪽으로 걸어갔다.하지만 그때, 돌연 탁자 위의 핸드폰이 울렸고 그는 곧바로 핸드폰을 쥐고 심지안의 옆을 스치고 지나가 밖으로 나가버렸다.심지안은 자리에서 굳어버렸다. 이렇게 간다고? 그녀가 아직 입을 떼지도 않았는데?그녀가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어 망설이고 있을 때, 순간 머리에 강우석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이어 그녀는 이를 꽉 깨물고 한 발 한 발 남자의 뒤를 따라나섰다.남자는 술집에서 나간 뒤 롤스로이스 차에 올라탔다. 심지안은 차 옆으로 다가가 자신이 가장 예쁘다고 생각하는 표정을 지으며 손으로 차 창문을 똑똑 두드렸다.이어 창문이 스르륵 내려왔고 뒷좌석에서 무표정하고도 오만한 얼굴로 그녀를 쳐다보는 남자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바깥의 조명은 술집보다 밝아 그의 얼굴을 더 또렷이 볼 수 있었다. 흠잡을 곳 없는 준수한 이목구비에 잡티 하나 없는 깨끗한 피부, 그야말로 현실감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완벽 그 자체의 외모였다.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치자 심지안이 입을 열었다.“핸드폰 잠깐 빌릴 수 있을까요? 제 핸드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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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난 결혼 상대가 필요해요

심지안은 환각이라도 들었나 싶어 다시 한번 남자의 얼굴을 바라보았다.남자는 표정 변화 하나 없이 진지한 얼굴로 그녀와 시선을 마주하고 있었다.심지안은 결심이 선 듯 눈을 반짝이며 결연히 말했다.“서로 숨기지 않는 게 좋겠네요. 전 성 불감증이에요.”오늘 목격했던 그 광경을 생각하니 그쪽으론 트라우마까지 생겨버린 심지안이었다.남자가 조금 놀란 듯 눈빛이 흔들렸다. 이어 그는 차가운 눈으로 그녀의 얼굴을 쳐다보았다.심지안은 허리를 곧추 세우고는 일말의 부끄러움도 없이 당당히 그의 시선을 받아들였다.이어 남자가 말했다.“타요.”차에 앉은 심지안은 흥분감을 애써 누르며 진유진에게 문자를 보냈다.「유진아, 날 기다릴 필요 없어. 나 강우석의 삼촌이랑 부모님을 뵈러 가는 중이야!」「??? 역시 넌 대단해. 속도가 빠르다 못해 로켓도 따라잡겠는걸?」병원 VIP 병실.성수광이 침대에 누워 눈도 깜빡이지 않은 채 흥분이 가득 섞인 얼굴로 심지안을 아래위로 훑어보고 있었다.“이 아가씨는...”남자가 입을 열기도 전에 심지안이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할아버님, 전 손자분의 여자친구예요. 오늘 너무 급하게 오느라 선물도 준비하지 못했어요. 부디 너그러이 용서해 주세요.”성수광은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정말 저놈의 여자친구라고요? 난 한 번도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없는데.”“사실 저희 두 사람은 사귄 지 얼마 되지 않아요. 또한 제가 일 때문에 출장도 몇 번 다녀와야 했던 탓에 뵙고 인사드릴 기회가 없었어요.”심지안의 예의 있고 애교 섞인 목소리는 누가 들어도 호감을 느끼게 만들었다.“조금 전 함께 밖에서 밥을 먹다가 할아버님께서 몸이 편찮으시다는 걸 알았어요. 너무 늦게 찾아와 죄송해요.”깔끔하게 뻗은 눈썹, 별이라도 박아놓은 듯 반짝반짝 빛나는 눈동자, 백옥같이 하얗고 투명한 피부가 완벽한 조화를 이루어 단번에 사람의 시선을 사로잡는 외모, 그리고 고급스러운 트렌치코트 아래로 드러난 가늘고 매끈한 발목까지, 한눈에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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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혼인신고

은옥매가 심지안의 곁을 스쳐 지나가며 등을 톡톡 두드리고는 위로하는 척 말했다.“지안아, 화내지 마. 내가 이미 네 언니를 혼내줬어. 언니로서 응당 동생에게 양보해야지.”“지안아, 미안해. 나 내일 바로 우석이한테 가서 약혼을 취소하자고 말할게.”심연아는 연민을 잔뜩 불러일으키는 그렁그렁한 눈동자로 그녀를 바라보며 상처받은 얼굴로 말했다.“감정이라는 거 마음대로 할 순 없지만 넌 그 사람을 좋아하고 있잖아. 네 언니인 내가 그 사람과 너무 가까이 지내면 안 되는 거였어...”심지안은 그녀의 역겨운 말에 분노가 치밀어올랐다.“가까이 지냈다는 건 침대에서 함께 뒹굴 정도로 가까이란 뜻이야?”“너 그게 무슨 막말이야!”심전웅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소리를 질렀다.“약혼은 예정대로 진행할 거야. 청첩장도 다 보냈는데 취소하라고? 난 그런 창피는 당할 수 없어.”“제 말은 모두 사실이에요!”심지안이 눈물이 가득 차올라 붉어진 눈으로 은옥매를 가리키며 한글자 한글자 내뱉었다.“심연아도 저 사람처럼 다른 여자의 남편을 빼앗는 취미가 있어요. 대체 왜 저런 사람들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건데요!”말이 끝나기 바쁘게 심전웅이 심지안의 뺨을 후려갈겼다.감당할 수 없는 힘의 충격에 심지안은 머리에서 윙윙 소리까지 들려왔다.그 모습을 본 은옥매의 눈동자에 잠시 흐뭇함이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이내 표정을 감추고는 당황스러운 척 심전웅을 막았다.“이러지 말고 말로 하세요!”“저런 애를 감싸긴 왜 감싸. 집안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 집에서 얌전히 있으려면 있고 아니면 당장 꺼져. 죽은 네 엄마처럼 보기만 해도 짜증 나니까.”심전웅은 분노에 씩씩거리며 일그러진 표정으로 심지안을 노려보고 있었다.그의 눈빛은 딸을 보는 아버지의 눈빛이 아닌 한 맺힌 원수를 향한 것이나 다름없었다.“지안이는 아직 어리니까 당신이 이해해요. 당신 내일 일찍 일어나야 하잖아요. 어서 나랑 같이 들어가서 자요.”은옥매는 심연아에게 눈짓하며 말했다.“지안이를 잘 위로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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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당신이 날 사랑하게 될지도 모르잖아요

다음날 오후.심전웅 등 집안사람들이 모두 외출하자 심지안은 신분증을 챙긴 뒤 짐을 싸 들고 약속 장소로 나갔다.그녀의 손에 들려있는 캐리어를 본 성연신이 의아한 듯 물었다.“이사하려고요?”심지안이 말했다.“결혼해요, 우리. 하지만 조건이 있어요. 전 지금 잠시 머무를 곳이 필요해요.”“그리고요?”“없어요.”성연신이 얼음장같이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나한테 돈 외 다른 것은 바라지도 말아요.”일반적으로 여자에겐 낭만적인 결혼 생활에 대한 로망이 있다. 그녀가 이렇게 쉽게 승낙한 건 분명 만족스러울 정도의 이익을 취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여 아무것도 필요 없다는 그녀의 말을 성연신은 쉬이 믿을 수가 없었다.심지안은 그의 속내를 파악하기라도 한 듯 빙그레 웃음 지으며 말했다.“성연신 씨, 자고로 백 퍼센트란 없는 법이에요. 또 알아요? 연신 씨가 날 사랑하게 될지?”그녀는 운이 나빠 쓰레기 같은 남자를 만난 것일 뿐, 그건 그녀를 원하는 사람이 없었다는 걸 의미하지 않는다.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 어디서든 퀸카 대접을 받는 인기 만점이던 그녀였다!성연신은 눈을 가늘게 치켜뜨고는 눈앞의 여자를 쳐다보며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그래요. 뭐 자신감이 있는 건 좋은 일이죠.”20분 뒤.혼인신고를 마친 심지안의 눈동자엔 복잡함이 잔뜩 어려있었다. 어제의 일이 있기 전까지만 해도 자신이 만난 지 하루도 채 되지 않는 사람과 결혼을 하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으니 말이다.정말이지 자신이 저질러 놓고도 믿을 수 없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성연신은 그녀를 힐끗 보고는 말했다.“무슨 일 있으면 명함에 적힌 번호로 연락해요.”“알겠어요.”심지안이 머뭇거리며 말했다.“저기, 제가 머무를 곳은 어디에 있나요?”“운전기사가 데려다줄 거예요.”말을 마친 성연신은 손목시계를 슥 보고는 다른 차를 타고 빠르게 자리를 떴다.“심지안 씨, 제가 짐을 차에 실어드릴게요.”심지안의 눈앞에 건장한 몸집의 중년 남자가 나타났다. 그녀는 한눈에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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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가라고 하면 군말 없이 가!

심지안의 당황스러움을 눈치챈 운전기사가 설명했다.“도련님께선 귀국하신 지 얼마 되지 않으십니다. 때문에 본가를 제외하고 소유한 집은 이것 하나뿐입니다. 만약 아가씨가 불편하시다면 제가 도련님에게 말씀드릴게요.”“전 괜찮아요!”그녀는 잠시 강우석의 삼촌이 오랫동안 해외에 머물렀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상황이 이러하니 다른 부잣집 도련님들과는 달리 집이 하나밖에 없다는 건 어쩌면 지극히 정상적인 일일 것이다.하지만 이것도 나쁘지 않다. 한 지붕 아래에서 지내다 보면 더 빨리 친해질 수 있을 테니 말이다.오후 다섯 시 반, 모든 짐 정리를 마쳤다.그녀는 거실을 쭉 둘러보았다. 별장의 전체적인 인테리어 스타일은 심플 그 자체였는데 반드시 필요한 가구들과 전자제품을 빼고는 아무것도 없어 썰렁한 느낌까지 들었다. 운전기사의 말대로 확실히 최근에 이사를 한 것 같았다.심지안의 시선이 이어 냉장고로 향했다. 냉장고 문을 여니 안에 꽉 채워져 있는 신선한 식자재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녀는 빙긋 웃으며 인터넷에서 레시피를 찾기 시작했다.아내로서 일하고 들어온 남편에게 따뜻한 음식을 준비해주고 싶은 마음이었다.30분 뒤, 성연신이 집에 돌아왔다.문밖에서 인기척이 들려오자 심지안은 바쁜 와중에도 고개를 돌려 성연신을 바라보았다. 남자는 현관에서 신발을 벗고 있었는데 넓은 어깨와 긴 다리, 곧게 뻗은 몸선이 어우러져 만든 정장핏은 그야말로 환상 그 자체였다.비현실적인 남자의 모습에 눈길을 사로잡힌 심지안은 저도 모르게 몇 번이나 쳐다보고는 고개를 돌리고 말했다.“올라가서 쉬어요. 음식이 다 준비되면 부를게요.”성연신은 앞치마를 입고 반달웃음을 지어 보이는 여자를 보며 덤덤히 “네.” 한마디 대답하고는 서재로 올라갔다. 그 모습은 마치 여자가 요리하는 일을 아주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 같았다.하지만 누가 알았겠는가, 오늘은 심지안이 처음으로 직접 요리를 하는 날이라는 걸 말이다.물론 요리는 대실패였다.심지안은 자신이 만든 제육볶음을 한참 쳐다보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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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제 남편은 저한테 엄청 잘해요

심지안은 황급히 배달 앱을 끄고 채소를 써는 척 칼을 들었다.“거의 다 됐어요. 훌륭한 셰프의 고급 요리를 맛보려면 기다림은 필수죠!”성연신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물을 한 모금 마시고는 서재로 돌아갔다.그는 만약 상 위에 놓여있는 검게 타버린 브로콜리를 보지 않았다면 아마 그 말을 믿었을지도 모른다.배달 앱은 21세기 가장 위대한 앱이다. 심지안은 배달되어 온 음식을 모두 접시에 깔끔하게 담아 그럴듯하게 상 위에 차려놓고는 배달 주머니와 그릇들을 모두 깊숙한 곳에 숨겼다.모든 준비를 마치고 난 뒤 그녀가 소리쳤다.“다 됐어요. 어서 나와서 드세요!”밥상을 사이에 두고 두 사람이 마주 앉았다.심지안은 긴장한 얼굴로 성연신의 낯빛을 살폈다. 별다른 변화 없는 그의 얼굴을 확인하자 그녀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배달 앱이 아주 많이 유용하긴 하지만 계속 이런 식으로 속인다면 언젠가는 들키고 말 것이다. 꼬리가 길면 밟히기 마련이니 말이다.시간을 내어 제대로 요리를 배워봐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드는 심지안이었다.그녀는 한편으로 밥을 먹으면서도 한편으론 온갖 잡다한 생각에 사로잡혀있었다.그때 돌연 복부에서 극심한 고통이 밀려왔다.그녀는 가쁜 호흡을 내뱉으며 두 손으로 배를 움켜쥐었다.그녀의 변화를 인지한 성연신은 젓가락을 내려놓고 그녀를 보며 말했다.“왜 그래요?”심지안이 창백해진 얼굴로 말했다.“괜찮아요. 그저 배가 좀 아파서 그래요. 전 진통제 하나 먹고 올 테니까 연신 씨는 식사 계속해요.”말을 마친 그녀는 손으로 상을 집고 간신히 자리에서 일어서고는 한 걸음 한 걸음 방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성연신의 이마가 살짝 찌푸려졌다.“진짜 배만 아픈 거 맞아요?”“네. 고질병이에요.”해외 출장 기간 동안 그녀는 스트레스 때문에 가끔씩 복통이 있었고 그때마다 진통제 한 알을 먹으면 괜찮아졌었다.하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통증은 나아지지 않고 도리어 더 가중되기만 했다.심지안의 방 문 앞을 지나가던 성연신의 눈에 고통스럽게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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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몸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재산이에요

몸이 탈진하도록 고통에 시달리면서도 자신을 위해 변명을 해주느라 애쓰는 여자를 보며 무슨 생각을 하는지 성연신의 눈동자가 더욱 깊어졌다.그 말을 들은 의사는 동의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심지안에게 말했다.“일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건강이에요. 몸이야말로 나의 가장 중요한 재산이니까요.”“선생님의 말씀이 맞아요. 앞으론 절대 거르지 않고 제때 식사하도록 할게요.”그녀가 가엾은 얼굴로 물었다.“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요?”“일단 링거를 맞아요. 남편한테 가서 병원비를 계산하라고 하세요. 잠시 후 간호사가 데리러 올 거예요.”의사가 진단서와 약처방을 성연신에게 건넸다.성연신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것들을 받아들고는 1층으로 향했다.남자의 건장한 뒷모습을 보며 심지안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오늘 음식을 제대로 차리지 못한 것도 모자라 자신을 병원에까지 실려 오게 만들었다. 너무나도 창피했다.병원 응급실엔 사람이 너무 많았고 이제 더이상 응급실에 있을 필요가 없었기에 그녀는 일반병실로 옮겼다.병원비를 모두 지급하고 난 뒤 병실에 올라온 성연신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그에게 아직 처리할 일이 남은 것 같은 모습이었다. 심지안은 얼른 혼자 링거를 맞아도 괜찮으니 회사에 가도 된다는 의미로 그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남자는 마음이 놓이지 않아 임시 간호원 한 명을 찾아주고는 병원을 나섰다.링거를 다 맞고 나니 어느새 밤은 깊어져 있었다. 너무 피곤했던 심지안은 병원에서 그대로 잠들어버렸다.다음 날 아침 깨어났을 때, 그녀는 심전웅으로부터 문자를 받았다. 오늘 오후 우 대표를 만나 계약을 체결하는 일을 잊지 말라는 내용이었다.심지안의 얼굴에 씁쓸한 미소가 지어졌다. 딸이 외박을 했는데도 아버지란 사람은 회사 일에만 관심을 둘 뿐, 걱정의 말 한마디조차 하지 않는다.하지만 어릴 때부터 비일비재한 일이었던지라 이미 익숙해져 딱히 슬프지도 않았다.심지안은 침대에 잠시 앉아있다가 병원에서 나가 택시를 타고 성연신의 별장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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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당신이 나한테 가당키나 해요?

손남영이 아래턱을 만지작거리며 자리에 멈추어 서 있는 성연신을 보며 물었다.“아는 사람이에요?”성연신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왜 빨리 달려나가서 영웅처럼 구해주지 않고요?”그가 배시시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연약한 여자가 변태한테 당하는 걸 보고만 있으려고요?”“알긴 하는데 친하진 않아.”그 말인즉슨 도와줄 생각은 없다는 것이다.‘연약한 여자’ 라니... 혼인신고를 하던 날 그 무거운 캐리어를 혼자 끌고 다니던 여자가 아닌가...그 반응은 손남영이 예상했던 그대로였다. 성연신은 오지랖을 부리며 다른 사람의 일에 참견하는 사람이 아니다.하지만 손남영은 여전히 아쉬운 기분이 들었다. 왜냐하면 눈앞의 그 여자가 너무나도 매혹적인 미모를 갖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길고 곧게 뻗은 다리, 잘록한 허리, 백옥같이 하얗고 광채가 도는 피부, 몸에 걸친 심플한 정장을 뚫고 드러난 완벽한 S라인 몸매, 그야말로 국내 최고 인기 여배우와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는 절세미인이었다.손남영은 그런 여자가 고초를 겪는 건 보고 싶지 않아 성연신에게 말했다.“형과는 안 친하다고 했잖아요. 그럼 내가 가서 도와줄까요?”순간 성연신이 차가운 눈으로 그를 쏘아보며 날카롭게 내뱉었다.“뭐라고?”그의 과격한 반응에 화들짝 놀란 손남영은 손을 내저으며 다 장난이라는 듯 말했다.“아니에요, 아니에요. 제가 저기에 껴서 뭘 하겠어요!”성연신은 그제야 심지안에게로 다시 시선을 돌렸다.중년 남자는 어딘가 믿는 구석이라도 있는 듯 필터 없이 입에 담지 못할 더러운 말들을 내뱉었다.“너 내 앞에서 연기하지 마!”중년 남자는 어디에서 우스운 얘기라도 들은 듯 비릿한 웃음을 짓고는 사방에 침을 튀기며 말했다.“지금 곧바로 나한테 사과하고 얌전히 올라가. 내가 6층에 방을 잡아놓았으니까. 일이 끝나면 내가 사인해 줄게. 쓰레기 년이 감히 나한테 귀한 집 아가씨 행세를 할 생각은 하지도 마!”“나한테 같이 자달라고 하기 전에 거울로 당신 얼굴부터 좀 보세요. 나한테 당신이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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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다정한 부녀 사이

핸드폰 저편에서 심전웅은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또다시 분노를 터트렸다.“내가 언제 몸을 팔라고 했어. 네 능력이 부족해 프로젝트를 망쳤으면서 그런 말도 안 되는 변명으로 책임을 회피하려고 하지 마!”심지안은 이마를 찌푸렸다.“전 그런 적 없어요. 그 사람이 만나자마자 다짜고짜 제 몸에 손을 댔다고요...”“넌 무려 1년이라는 시간 동안 준비해왔던 프로젝트를 망쳐버렸어. 네 무책임한 행동이 회사에 얼마나 큰 손실을 빚었는지 알기나 해?”“저 때문이 아니라고 이미 말씀드렸잖아요. 못 믿으시겠다면 조사해보세요. 주차장에 CCTV도 있을 테니까요.”“쓸데없는 말 그만해. 듣고 싶지 않으니까. 회사의 손실을 책임지거나, 우 대표의 용서를 받고 다시 계약을 체결하거나, 둘 중에 하나를 골라. 이건 내가 네게 주는 마지막 기회야!”그 말을 끝으로 심전웅은 전화를 끊어버렸다. 귓가엔 무정하기 그지없는 뚜 소리만 들려올 뿐이었다.심지안은 정신을 잃기라도 한 듯 처량한 얼굴로 핸드폰 화면에 쓰여진 「아빠」 두 글자를 멍하니 쳐다보기만 했다.등 뒤의 차량이 귀를 찢을 듯한 경적 소리를 낸 다음에야 정신을 차린 그녀는 무거운 몸을 이끌고 자리를 내어주고는 고개를 살짝 숙이며 미안함을 전했다.그때 손남영의 차도 주차장에서 나왔다. 그는 한눈에 교차로 중앙에 서 있는 심지안을 발견하고는 백미러로 시선을 돌렸다. 뒷좌석에 앉아있는 성연신 또한 심지안이 서 있는 방향에 눈길을 고정하고 있었다. 손남영이 물었다.“가는 길에 태워줄까요?”성연신은 습관적으로 차 창문을 열고는 서늘한 바람을 맞이했다. 그가 입을 열려고 한 순간, 마침 그를 발견한 심지안이 이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성연신을 바라보고 있었다.이어 여자의 얼굴을 뒤덮었던 슬픔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찬란한 미소만 그 자리를 채웠다. 그녀가 활짝 웃으며 팔을 흔들었다.“신이 씨!”“풉!”손남영은 깜짝 놀라 급브레이크를 밟으며 웃음을 터뜨렸다.신이 씨? 너무나도... 다정한 호칭이다!성연신이 얼굴을 굳히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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