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내려준 그녀의 구원자의 모든 챕터: 챕터 11 - 챕터 20

1132 챕터

제11화 그럼 제가 회사를 그만두면 되겠네요

심지안은 분노가 머리끝까지 치솟아 올랐다. 며칠간 숨조차 편히 쉬지 못하며 참고 억눌렀던 감정이 폭발해버리는 순간이었다. 그녀는 해외에서 몸이 망가질 정도로 일에 심신을 다 바쳤다. 하지만 그 결과 남자친구에게 배신을 당한 것도 모자라 이젠 밥도 먹지 못하는 신세가 되었다. 어찌 분노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그녀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충 옷을 걸친 다음 택시를 타고 심씨 가문 계열사 난진 그룹으로 향했다.그녀가 회사에 도착했을 때 마침 회의를 마친 사람들이 회의실에서 걸어 나오고 있었다. 심연아는 심전웅의 등 뒤에서 일에 대한 궁금증을 이야기하고 있었고 심전웅은 자애로운 얼굴로 대답해주고 있었다. 그야말로 보기 좋은 다정한 부녀의 모습이었다.심전웅은 지난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그토록 온화하고 부드러운 태도를 심지안에게는 단 한 번도 보여준 적이 없다.그녀는 주먹을 꽉 말아쥐었다. 서러움에 또다시 눈물이 차올라 눈시울이 붉어졌지만 애써 표정을 감추었다.심연아가 앞에 서 있는 심지안을 발견하고는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환히 웃으며 말했다.“지안아, 드디어 돌아왔구나. 요즘 어디에 갔었던 거야?”심지안은 가식적인 그녀의 표정을 힐끗 보고는 가소롭다는 듯 시선을 돌리고 단도직입적으로 심전웅에게 물었다.“왜 3개월 동안 저한테 월급을 주지 않은 거예요?”심지안의 질문에 심전웅의 얼굴이 아까와는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180도 바뀌었다. 그는 심지안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고 말했다.“이유를 묻기 전에 네가 어떻게 행동했는지부터 생각해.”심지안이 화가 난 얼굴로 말했다.“제가 다 얘기했잖아요. 오늘 계약을 체결하지 못한 건 제 탓이 아니라고요. 이 계약을 성사시키기 위해 전 어제 관련된 모든 자료를 읽고 숙지했어요. 업무적으론 절대 착오가 없었어요. 상대방이 절 존중하지 않아 일이 틀어진 거예요.”그녀는 어제 링거를 맞으면서도 늦은 밤까지 자료를 읽었다. 일에 있어선 항상 누구보다도 진지한 태도로 임하는 그녀였으니 말이다.“네가 무슨 낯으로 어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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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우린 어제 혼인신고를 했어

그 말을 들은 심연아의 얼굴에 은밀한 흥분감이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그녀는 심각한 얼굴로 심지안을 막아섰다.“지안아, 그런 충동적인 말은 하면 안 돼. 이곳은 네 집인데 그만두고 어디에 간다는 거야? 나한테 돈이 있으니까 퇴근하면 너한테 보내줄게. 그것으로 월급을 받았다고 생각해. 응?”“쟤가 뭘 하든 신경 쓰지 마! 나가고 싶으면 빨리 꺼져! 짜증 나게 눈앞에서 아른거리지 말고!”심지안이 절대 우 대표에게 사과하지 않을 거라는 걸 확인하고 나자 더더욱 화가 치솟아 오른 심전웅은 경비원을 부른 뒤 심연아의 팔목을 잡고 씩씩거리며 사무실로 들어가 버렸다.얼마 후 경비원이 달려와 나가지 않으면 끌고서라도 내보낼 기세로 심지안의 몸을 잡았다.“내 몸에 손대지 마. 나 혼자 나갈 수 있어!”그녀는 깊게 호흡하고는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당당한 걸음을 내디디며 밖으로 나갔다.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회사 문을 나서자마자 심연아를 찾아온 강우석과 마주쳤다.심지안의 어두운 얼굴을 본 강우석이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으며 그녀에게 충고랍시고 말했다.“너와 연아는 가문에서의 지위가 하늘과 땅 차이잖아. 넌 아저씨의 말에 군소리 없이 따라야지 맞서선 안 돼. 남자는 자신의 말을 고분고분 잘 듣는 여자를 좋아하잖아. 그런데 넌 쓸데없이 너무 꼿꼿해.”심지안은 외모도 출중하고 능력도 있지만 집안의 도움이 없다면 아무것도 아니다. 반평생을 노력해도 이렇다 할 집 한 채조차 마련하지 못할 것이다.가난함이라면 치를 떠는 강우석은 항상 부와 권세를 움켜주기를 갈망했다. 하여 자신에게 날개를 달아줄 뒷배를 얻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그였다.“얘기 다 끝났어?”심지안은 강우석 이 쓰레기만 생각하면 당장이라도 구역질이 올라올 것만 같았다. 그녀가 눈길도 주지 않은 채 말했다.“꺼져.”“너!”강우석은 냉정한 그녀의 태도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난 진심으로 널 돕고 싶어서 한 말인데 태도가 왜 그래?”“내가 언제 너한테 도와달라고 했어? 오지랖 부리지 마.”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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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미스터리한 사람

진유진이 어깨를 축 늘어뜨리며 말했다.“이제 없어. 너한테 알맞은 자리 하나가 있었는데 하필 오늘 직원을 구했거든. 하지만 보광 그룹 본부가 국내에 들어왔잖아. 우리 회사 근처에 있어. 나 며칠 전 인터넷에서 그 회사가 프랑스어 번역관을 구한다는 공고를 봤어. 너 프랑스어 잘하잖아, 자격증도 있고. 분명 그곳에 취직할 수 있을 거야. 한 번 도전해보지 않을래?”심지안이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몇 년 전 바닥을 쳤다가 기사회생한 보광 그룹을 말하는 거야?”“맞아. 거기야!”그녀는 손가락으로 북쪽 고층건물을 가리켰다.“저기야, 가깝지? 월급도 꽤 높은 걸로 알고 있어. 네가 저기에 출근하면 우리 매일 함께 퇴근하면서 술 한잔해도 되겠네!”심지안이 진유진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다. 도시의 중심에 자리한 가장 높은 건물 꼭대기에 금색으로 새겨진 ‘보광 그룹’ 네 글자가 반짝이고 있었다.5년 전 보광 그룹은 투자 실패로 인해 파산에 이르기 직전까지 몰락했다. 그 후 돌연 미스터리한 누군가가 보광 그룹을 맡았지만 워낙 명성이 없었던 사람인지라 업계 수많은 사람들의 조롱을 받았다. 다들 그 어리석은 애송이 놈이 회사를 완전히 말아먹을 거라고 혀를 찼었다.하지만 1년 후, 그 사람은 전세를 뒤집어 사업상의 모든 문제를 깔끔히 해결한 뒤 회사를 다시 일으켜 세웠다. 그로 인해 금융 천재라는 별명까지 얻게 되었다.그녀는 그토록 능력 있는 리더 밑에서 일하게 된다면 분명 난진 그룹에서보다 훨씬 더 큰 발전을 이룩할 거라 생각했다.하지만...심지안이 자신 없는 얼굴로 말했다.“내 전공은 금융 쪽이 아니잖아. 들어갈 수 있을까?”“해보지도 않고 어떻게 알아?”심지안은 잠시 머뭇거렸지만 카드 잔액을 떠올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좋아. 집에 돌아가 이력서를 제출해야겠어.”심지안은 진유진과 함께 저녁밥을 먹은 뒤 버스를 타고 별장으로 돌아갔다.집에 들어가니 향기로운 음식 냄새가 코를 간지럽혔다. 그레이색 잠옷을 입은 성연신이 밥상에 앉아 우아한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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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보광 그룹은 아무나 들어올 수 있는 곳이 아니야

성연신의 옆모습은 준수하면서도 차가움이 묻어났다.“아니요.”“아...”심지안은 자신이 환청을 들었다고 여기고는 그 일에 더 깊이 신경 쓰지 않았다.“그렇게 몸이 다 드러나는 옷밖에 없어요?”성연신이 돌연 퉁명스럽게 물었다.그녀는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는 얼굴로 고개를 숙여 종아리까지 오는 길이의 치마를 내려다보았다.“이게 뭐가 짧아요?”“목 쪽.”심지안은 어이가 없었다.“... 쇄골만 나왔을 뿐인데...”강우석의 삼촌은 그와 여덟 살 정도밖에 차이나지 않는다고 들었다. 그런데도 이렇게나 보수적일 줄이야.“지금은 괜찮아요. 하지만 엎드리면?”성연신이 그녀의 눈동자를 쳐다보며 말했다.심지안은 화들짝 놀랐다. 조금 전 그 문소리의 내막을 알게 되는 순간이었다. 그녀는 쑥스러움에 얼굴이 화끈거렸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 그와 시선을 마주쳤다.“엎드려도 제 방에서 엎드린 거잖아요... 설마 불순한 의도로 절 훔쳐보기라도 한 거예요?”성연신이 피식 웃음을 터뜨리며 덤덤히 말했다.“미안해요. 난 D컵 정도는 돼야 좋아하거든요.”그 말인즉슨 심지안은 그의 눈에 차지도 않는다는 얘기였다.순간 심지안은 얼굴은 물론이고 귀까지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저 몹쓸 남자가 지금 그녀의 가슴이 작다고 비웃는 건가?말문이 막힌 심지안은 일그러진 얼굴로 도도하고도 우아한 자세로 의자에 앉아있는 성연신을 쳐다보았다. 장인이 조각한 듯한 그의 얼굴은 마치 하느님이 빚어낸 가장 완벽한 예술작품 같았다.그녀는 그가 독한 혀를 갖고 있다는 건 익히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토록 뻔뻔스럽기까지 할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그녀가 씩씩거리며 방으로 돌아갔다.다음 날 아침.심지안이 한창 꿈나라에 빠져있을 때 보광 그룹 인사부에서 전화가 걸려왔다.“심지안 씨, 안녕하세요. 오늘 오후 면접 보러 오실 수 있으세요? 괜찮다면 면접 약관을 메일로 보내드릴게요.”그녀는 곧바로 정신을 벌떡 차리고 대답했다.“시간 돼요! 반드시 제시간에 도착할게요. 그럼 오후에 봬요.”심지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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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두려울 게 없어

면접을 보기 전에 먼저 필기시험을 봐야 했다.필기시험은 그녀가 자신 있는 분야였다. 시험지를 바치고 연설아의 옆을 지나가던 그녀는 연설아가 아직도 시험지의 대부분 문제를 답하지 않은 걸 발견했다. 그런데 정작 본인은 조급한 기색이라곤 없이 방금 한 네일을 감상하고 있었다.심지안은 왠지 이번 면접을 통과하기 어려울 것 같다는 예감이 문득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필기시험 결과 그녀는 합격하지 못했고 거의 최저점을 맞았다.“말도 안 돼. 내가 이렇게 낮은 점수를 받았을 리가 없어!”심지안은 면접관에게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시험지를 공개하고 틀린 부분을 정확히 짚어주시기 바랍니다.”중간에 앉은 면접관 연봉기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오만한 태도로 말했다.“면접관마다 합격 기준이 다르긴 하지만 같은 건 하나 있어요. 과정이 어떻든 점수가 낮으면 불합격입니다. 그러니 여기서 소란 피우지 말고 당장 보광 그룹에서 나가요. 다른 면접자들의 귀한 시간을 뺏지 말고요.”“전 단지 공정과 공평을 요구했을 뿐입니다. 다른 면접자들의 시간이 귀한 건 맞지만 저의 시간도 함부로 낭비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심지안은 허리를 곧게 펴고 진지한 얼굴로 또박또박 말했다.옆에 있던 면접자들의 시선이 그녀에게 쏠렸다. 다들 그녀가 왜 이토록 과하게 흥분하는지 그 이유를 알지 못했다. 연설아는 입이 귀에 걸린 채 재미난 구경거리를 기다렸고 동영상을 촬영하여 심연아에게 보내려고 했다.심지안은 굳이 생각하지 않아도 연설아의 짓이라는 걸 알아챘다. 심지안을 내쫓은 면접관과 그녀에게 점수를 준 면접관이 동일 인물일 가능성이 컸다. 만약 면접관이 그녀가 받아들일 만 한 이유나 문제점을 제대로 짚어줬더라면 못 이기는 척 받아들였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녀는 프랑스에서 2년을 살았고 프랑스어 C2 등급까지 땄다.보광 그룹에 인재가 많아 면접까지 통과하기엔 아직 부족함이 많을 수 있다. 하지만 그녀에게 최저점을 줬다는 건 그야말로 치욕스러운 일이었다.연설아가 중간에서 음모를 꾀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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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당장 해고해버려

오늘 인사팀에 면접이 있다던 일이 떠올랐다. 정욱은 불합격한 면접자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가 이력서를 버리려는데 성연신이 그를 불렀다.“잠깐.”익숙한 이름을 들은 성연신은 눈썹을 치켜세우며 이력서를 보았다.상업 빌딩 맨 꼭대기 층에 있는 단독 사무실, 인사팀 매니저가 잔뜩 긴장한 얼굴로 면접자들의 정보 자료를 대표 사무실의 비서 실장에게 건넸다.정욱은 자료를 받고 사무실 안으로 들어갔다.인사팀 매니저는 까치발까지 하며 들여다보려고 애를 썼지만 결국 아무것도 보지 못한 채 실망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돌아섰다.“심지안 씨에 대해 좀 알아봐.”성연신이 싸늘한 얼굴로 분부했다.“네, 지금 바로 알아보겠습니다.”일 처리가 빠른 정욱은 십 분도 채 안 되어 심지안의 정보를 찾아냈다.“대표님, 심지안이라는 사람 정말 있더라고요. 그런데 1차에서 떨어졌어요.”성연신은 길고 말끔한 손가락으로 잔뜩 구겨졌던 이력서를 테이블 위에 펼쳐놓았다.“이분 경력으로는 1차에서 떨어질 리가 없겠는데.”그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 정욱이 이력서를 자세히 들여다보고는 깜짝 놀라 소리쳤다.“프랑스어 C2 등급이면 필기시험을 통과하지 못할 리가 없어요.”프랑스어 C2 등급을 딴 사람이라면 일반적으로 30대지만 심지안은 기껏해야 24살 정도 돼 보였다. 그녀처럼 젊고 유능한 인재야말로 보광 그룹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존재였다.성연신은 손가락으로 리듬 있게 테이블을 톡톡 치며 뭔가 고뇌에 빠진 듯했다.‘이 세상에 정말 이런 우연이 있다고?’어떤 사람은 평생에 한 번도 만나지 못하는데 그와 심지안은 안 지 나흘 만에 부부가 되었고 심지어 그녀가 보광 그룹에 면접까지 보러 왔다. 정말 아무런 목적도 없단 말인가?정욱은 성연신의 옆에서 수년간 일해왔지만 여전히 그의 생각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었다.“대표님, 한번 자세히 알아볼까요?”“응.”성연신은 깍지를 낀 손을 가슴 앞에 내려놓고는 잠깐 멈칫했다.“그리고 면접에 왜 불합격했는지도 알아봐.”...오후 4시,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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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심지안이 내연녀?

하지만 프랑스어 C2 등급을 취득하고 게다가 젊고 스트레스 관리도 잘하는 사람을 구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였다. 지금 젊은이들은 쩍하면 일을 그만뒀고 내키는 대로 움직였다.‘대표님께서 인재를 아끼시는 거겠지?’연봉기는 해고 통보를 받던 그때 한창 사무실에서 유유자적하게 차를 음미하고 있었다. 인사팀 매니저가 해고 통지서를 그의 앞에 내려놓는 순간 그는 한참 동안 넋을 놓다가 겨우 정신을 차렸다.“지금 장난해요? 내가 보광 그룹에서 15년이나 일했는데 아무 말도 없이 이렇게 잘라도 돼요?”인사팀 매니저와 연봉기는 지금까지 줄곧 라이벌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인사팀 매니저가 우쭐거리며 말했다.“그건 내가 결정한 게 아니에요. 대표님의 뜻입니다.”대표라는 소리에 연봉기의 분노가 조금은 사그라졌다.“자르는 건 되지만 나한테 해고 이유와 배상을 줘야 할 겁니다.”“배상 같은 건 없어요.”인사팀 매니저가 웃으며 말했다.“이유가 뭔지는 나도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많은 일에는 이유가 없죠. 예를 들어 오늘 연봉기 씨가 프랑스어 C2 등급인 면접자한테 아무 이유 없이 최저점을 준 것처럼 말이에요.”연봉기는 잠깐 멈칫하더니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그 계집애한테 든든한 배후가 있었으니 그렇게 나댔지.’그는 잔뜩 굳은 얼굴로 물건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가기 전 인사팀 매니저는 문득 뭔가 떠오른 척하며 말했다.“아 참, 조카분한테도 내일 회사로 출근할 필요 없다고 전해줘요.”연설아는 한창 내일 입사 첫날에 입을 옷을 고르느라 여념이 없었다. 예쁜 옷들을 전부 꺼내 입고 거울에 비춰보았다. 이것저것 입어 보던 그때 연봉기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작은아버지는 보광 그룹의 원로급인데 어떻게 해고당할 수 있어요? 나랑 걔는 그냥 보통 친구예요. 걔 집안도 아무 배경이 없다고요. 정말이에요, 작은아버지. 작은아버지한테 거짓말한 거 없어요. 제 말 좀 들어보세요. 여보세요? 작은아버지, 끊지 말아요!”연설아가 다급하게 뭐라 얘기하려 했지만 연봉기는 가차 없이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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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화 참 좋은 사람이에요

성연신이 일을 마치고 집에 왔을 땐 벌써 밤 9시가 다 되었다. 별장 안은 등도 켜지 않은 채 쥐 죽은 듯이 조용했다.현관에서 슬리퍼로 갈아신고 심지안의 방 앞을 지나가던 그는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고 문을 두드렸다. 심지안의 갈라진 목소리가 방안에서 들려왔다.“잠깐만요.”그녀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문틈 사이로 빛이 어렴풋하게 비쳤다. 잠시 후 심지안이 방문을 열고 나왔다. 평소 밝던 얼굴이 눈에 띄게 수척해졌고 눈시울도 붉은 걸 보니 한참 동안 운 게 틀림없었다.성연신은 생기가 없는 심지안의 이런 모습이 싫었다. 마치 폭풍우를 맞은 꽃송이처럼 잔뜩 시들어있었다.“울었어요?”심지안은 코를 훌쩍이며 고개를 홱 돌렸다.“아니요.”“나 눈 안 멀었어요.”그와 말씨름할 기분이 아니었던 심지안이 풀이 죽은 얼굴로 말했다.“무슨 일로 날 불렀어요?”성연신이 잠깐 멈칫하더니 이내 덤덤하게 대답했다.“별일은 아니고 나 지금 밥 먹으려는데 지안 씨도 먹을래요?”그녀는 그가 예의상 물어본 줄로 생각하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벌써 밤 10시가 다 되어가는데 이 시간에 아주머니를 부른다고? 자본가의 돈을 벌기 참 쉽지 않네.’성연신은 아무런 표정 없이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심지안도 방문을 닫고 어릴 적 엄마가 사준 곰 인형을 안고 침대에 누웠다. 그러고는 곰 인형에 자신의 그리움을 털어놓다가 저도 모르게 스르륵 잠이 들었다.얼마 정도 잤을까, 갑자기 풍겨오는 맛있는 냄새에 그녀는 두 눈을 번쩍 떴다. 꼬르륵하는 소리가 어둠 속에서 더욱 선명하게 들렸다.심지안은 잠깐 망설이다가 결국 배고픔을 이기지 못하고 침대에서 일어나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주방.성연신은 잠옷 차림으로 잘게 썬 파를 김이 모락모락 나는 국수 위에 뿌렸다. 계단 모퉁이에서 자신을 몰래 훔쳐보고 있는 그녀를 본 성연신의 입꼬리가 씩 올라갔다.심지안은 주걱으로 능숙하게 계란 후라이를 뒤집는 그를 보며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요리할 줄도 알았어? 그냥 국수인 것 같은데 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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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화 재면접

“경비원?”이 얘기는 비서에게서도 들은 적이 없었다. 경비원마저 이 일과 연관이 있을 줄은 생각지 못했다.심지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 일을 생각하니 억울한 감정이 또다시 밀려왔다. 그녀는 옷소매를 거두고 다친 상처를 그에게 보여주었다.“이것 봐요. 경비원이 긁어놓은 상처예요. 종아리에도 있어요.”하얗고 부드러운 피부에 딱지가 앉은 상처가 두 군데 있었다. 마치 값비싼 예술품에 스크래치라도 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보광 중신의 흉을 계속 듣던 성연신의 두 눈이 어두워졌다. 심지안은 억울했던 기분을 다 토해내고 나서야 성연신의 표정이 심상치 않다는 걸 알아챘다.그녀는 조심스럽게 손가락으로 그를 콕콕 찔렀다.“왜 그래요?”‘설마 보광 중신의 대표랑 아는 사이는 아니겠지?’“아무것도 아니에요.”“네...”성연신이 고개를 내리뜨리며 감정을 거두었다.“일찍 자요. 설거지 잊지 말고요.”“알았어요.”심지안은 그가 밥을 했으니 자신이 설거지하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심씨 저택, 밤이 깊어졌지만 여전히 불이 환히 밝혀있었다.심전웅이 의자에 앉아 반신반의하며 물었다.“누군가 지안이를 위해 나선 바람에 보광 중신의 면접관이 해고당한 게 확실해?”심연아가 그의 옆에 앉아 팔을 잡아당겼다.“정말이에요. 안 그러면 무슨 이유겠어요? 이 세상에 그런 우연이 있을 리가 없어요. 지안이가 오르지 말아야 할 나무에 오른 게 틀림없어요.”“고작 걔 주제에?”심전웅이 하찮다는 듯 입을 삐죽거렸다.“그 귀한 분들이 바보도 아니고.”딱 봐도 가족을 속이고 밖에 내연녀를 둔 상황인 게 틀림없었다. 어쨌거나 이런 일이 상류층에서는 그리 희한한 일이 아니니 말이다. 물론 심지안은 밖에서 몰래 만나는 내연녀일 것이고.“아빠, 지안이가 잘못된 길을 가게 가만히 내버려 둘 수는 없어요. 내일 지안이한테 전화해서 오라고 해요.”은옥매가 맞장구를 쳤다.“그래요. 사회가 험악해서 귀한 분들의 돈도 쉽게 얻어쓰지 못해요. 다른 사람한테서 들었는데 어떤 한 젊은 내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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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화 여러모로 짜증 나게 하네

원래 경비원 대신 생김새가 단정한 젊은이로 바뀌었는데 전혀 사나워 보이지 않았다. 심지안이 주변을 두리번거리자 그녀가 길을 잃은 줄 알고 먼저 다가와 물었다.“아니에요, 아니에요. 길을 잃은 게 아니라 면접 보러 왔어요.”그녀는 잠깐 멈칫하다가 말을 이었다.“어제 면접 보러 왔을 때 경비원님을 본 적이 없는데 혹시 교대 근무인가요?”“저 어제까지 창고에서 일하다가 오늘 이쪽으로 발령받았어요.”“그럼 전에 이곳에서 일하던 경비원은요?”심지안은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경비원은 화들짝 놀라더니 머리를 긁적이다가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의 반응에 심지안은 모든 걸 알아챘고 속으로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해고당했나 보네.’처음에 그녀는 보광 그룹의 높은 연봉 때문에 지원했지만 지금 보니 관리 임원분들이 꽤 괜찮은 사람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문제가 생기면 아무리 자기 사람이라도 감싸고 돌진 않으니 말이다.어제 소동이 있고 난 뒤 오늘 재면접을 보러 온 사람이 많지 않아 과정이 빨리 진행됐다.필기시험을 순조롭게 통과한 심지안은 곧장 면접 보러 갔다. 면접이 끝났을 때 벌써 오후가 되었다.“심지안 씨, 보광 중신의 면접에 참석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면접은 끝났고 면접 결과는 내일 메일로 통지할 겁니다.”“네, 감사합니다.”보광 그룹을 나선 심지안은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이거야말로 대기업의 면접이지. 어제는 정말 개판이었어.’건물 사무실.성연신이 창가 앞에 서 있었다. 갈색 트렌치코트를 입고 있어 더욱 훤칠해 보였고 안에는 단정하게 흰색 셔츠를 입고 있었다. 검은 긴바지가 그의 곧고 기다란 다리를 더욱 돋보이게 해주었고 앞머리 밑의 그윽한 두 눈에 쉽게 다가가지 못할 싸늘함이 담겨있었다.그는 건물 아래의 미미하게 보이는 사람들을 내려다보며 비서 실장이 건넨 물을 한 모금 마셨다.“대표님, 심지안 씨 방금 면접 보고 가셨습니다. 인사팀에서 심지안 씨 조건이 괜찮다면서 내일 아침에 면접 합격 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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