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Chapter 931 - Chapter 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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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1화

“나 그럼 촬영장에 구경하러 갈게.”유현진의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그냥 오지 마. 내 연기에 방해될 것 같아.”강한서는 살짝 소리 내 웃으며 대답했다. “걱정하지 마, 이번엔 머리맡에 안 있을게.”“밖에서 기다려. 감독님한테 내가 나오는 장면 먼저 촬영해달라고 말할게.”그러자 강한서가 동의했다. 촬영이 끝나자 옷을 갈아입고 나온 유현진은 강한서의 벤츠가 마세라티에 가로막혀 있는 것을 발견했다. 두 차의 창문은 모두 내려져 있었고 송민준은 선글라스를 쓴 채 차창에 팔꿈치를 걸치고 입꼬리를 씩 올리며 강한서를 쳐다보고 있었다. “강 대표, 회사 한가한가 봐? 틈만 나면 촬영장에 오고. 왜, 특별출연이라도 하게?”강한서는 송민준을 힐끗 쳐다보았다. “대표가 되어서, 내가 투자한 영화 촬영이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지 확인은 해야지 않겠어?”송민준이 미간을 찌푸렸다. “네가 언제 투자했어, 왜 난 몰랐지?”강한서가 독설을 날렸다. “내가 네 회사에 투자한 400억은 네가 꿀꺽한 거야? 브랜드 뉴 엔터가 투자했으면, 내가 투자한 거나 마찬가지 아닌가? 네가 내 돈으로 대체 어떤 영화를 촬영하고 있는지는 알아야 할 거 아니야.”그 일을 까맣게 잊고 있었던 송민준이 입술을 삐죽였다.막 입을 열려던 송민준은 슬금슬금 눈치를 보며 자리를 피하려는 유현진을 발견하고는 바로 강한서에게 관심을 끊었다. 그는 손을 흔들며 유현진을 불렀다. “현진 씨, 촬영 끝났어요?”유현진은 멈칫 행동을 멈추더니 몸을 돌려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송 대표님, 어쩐 일이세요?”송민준이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모 브랜드에서 현진 씨를 모델로 쓰고 싶다고 연락이 와서요. 미팅에 현진 씨와 함께 가서 계약할 건지 결정하려고요.”유현진이 침묵했다. 그는 어제도, 그제도, 엊그제도 모두 같은 핑계를 댔다. 광고 촬영 아니면 홍보대사, 그것도 아니면 대본...매번 이유는 달랐지만, 늘 같은 이유로 식사 자리에 불참했고, 미팅을 위한 식사자리는 송민준과 유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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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2화

유현진은 서로 깎아내리는 두 사람을 보며 머리가 지끈거렸다. 그녀는 어쩐지 위자료를 받지 않고 이혼한 것에 대해, 자신보다 송민준이 더 강한서에게 적의를 표현하는 것 같았다. 단지 대표이기 때문이라기엔, 확실히 도가 지나쳤다. 사실 그녀가 송민준과 계약한 후, 그는 유현진을 극진히 보살폈다. 특히 요즘은 그녀를 보러 오는 빈도가 점점 더 잦아졌다. 음식을 가져다주지 않으면 옷을 선물해 주었다. 매번 회사의 성의라면서 그녀를 거절할 수 없게 만들었다. 하지만 유현진이 회사와 계약한 다른 연예인에게 들은 바로는, 물론 회사의 복지를 받기는 했지만 그녀만큼은 아니었고 대표가 직접 가지고 오는 일도 없었다. 송민준이 그녀를 향한 걱정과 관심은, 이미 일반적인 대표와 연예인의 사이를 넘어섰다. 일반적으로 이런 상황이라면 의도는 분명했다. 바로 그녀에게 검은 손을 뻗으려는 것이다. 하지만 송민준은 유현진에게 전혀 그런 요구를 한 적이 없었다. 매번 유현진을 불러내서는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다녔다. 심지어 레스토랑도 한 번도 겹친 적이 없었고 모든 메뉴를 전부 다 시켜 그녀에게 다 먹이고 싶어 했다. 일주일이 조금 넘게 송민준이 그녀를 데리고 맛집을 탐방하는 동안, 그녀는 2kg이나 쪘다. 심지어 안창수도 오늘 그녀에게 조금 부은게 아니냐고 물었다. 그녀는 조금씩 송민준이 그녀를 살찌워 더 이상 연기를 못하게 한 뒤, 회사에 돈을 벌어 주지 못했다는 이유로 위약금을 내게 하려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송씨 가문의 회사와 자신의 그까짓 위약금을 비교해 본다면, 전혀 그럴 필요가 없는 듯했다. 하지만 그가 대체 무엇을 원하는 것인지, 유현진은 아무리 생각해도 짐작이 되지 않았다. 강한서는 송민준과 유치하게 티격태격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고개를 돌려 유현진을 보며 말했다. “현진아, 타.”유현진이 움직이기도 전에 송민준이 말했다. “현진 씨, 이제 막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는데, 쓸데없는 사람 때문에 일을 그르치지 말아요. 그리고 이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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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3화

의도를 알 수 없는 송민준의 호의는, 사실 유현진에게는 조금 부담스러웠다. 주강운도 그녀를 챙겨주기는 했지만, 그녀가 주강운에게 답례를 하거나, 보상을 하면 그는 거절하지 않았다. 주강운과 송민준의 차이는 바로 거기에 있었다. 주강운은 필요할 때 도움을 주는 업계의 좋은 친구 같은 사이라면, 송민준은 조건 없이 선물과 편의를 제공해 주었다. 누구든 감히 마음 놓고 그의 호의를 받아들이기는 힘들 것이다. 왜 그런 말도 있지 않은가 ‘세상에 공짜는 없다'. 그녀가 송민준의 호의를 두려워하는 것은 사실, 자신이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줄 수 없을까 봐서였다. 유현진은 송민준에게 꾸벅 허리 숙여 인사를 했다. “죄송해요, 송 대표님.”송 대표님...이제 겨우 가까운 사이가 되었는데, 또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송 대표님이라니?' 그는 유현진이 말하는 송 대표가 되고 싶지 않았다!송민준은 어두운 분위기를 거두고 웃음을 지었다. “괜찮아요. 죄송하긴요. 볼일 봐요. 시간 약속은 제가 다시 잡을게요.”마음이 놓인 유현진은 뒤돌아 강한서의 차에 올라탔다. 송민준은 그 자리에 그대로 서서 그들이 떠나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벤츠가 시야에서 사라져서야 불퉁하게 잔소리를 늘어놓았다. “쟤는 왜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어!”그 말을 들은 박해서가 나지막이 말했다. “딱 그렇다고 말 할 수도 없어요. 조강지처가 낫다는 말도 있잖아요. 제가 보기엔 강 대표님과 현진 씨,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송민준은 멈칫하더니 경멸하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넌 언제부터 눈이 먼 거야? 뭐가 어울려? 강한서 그 개자식이 현진이한테 가당키나 해?”박해서: ...참고 참던 박해서가 끝내 입을 열었다. “대표님, 제가 계속 드리지 못한 말이 있는데요. 그렇게 많은 좋은 여성분들 놔두고 왜 하필 강 대표님 전 와이프한테 그러세요? 거절 당하고 뒷담화나 하시고, 이렇게 속 좁은 분 아니셨잖아요.”송민준: ...그는 자신의 멍청한 비서를 보며 화가 치밀어 오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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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4화

휴대폰을 꺼내던 유현진의 손이 멈칫했다. 그녀는 순식간에 강한서가 질투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이 바보가, 내가 송민준을 짝사랑한다고 생각하는 거야?’눈을 굴리던 유현진이 연기했다. 그녀는 작게 한숨을 내뱉으며 말했다. “조금도 설레지 않는다면, 당연히 거짓말이지. 진심으로 짝사랑했던 사람인데, 어떻게 한순간에 그 감정이 다 사라지겠어?”강한서: ...그는 목소리를 깔고 말했다. “그럼 왜 송민준을 거절하고 내 차에 탄 거야?”“왜냐면...”유현진이 말을 길게 늘어뜨리더니 이내 작은 목소리로 그의 귓가에 속삭였다. “누가 자기랑 같이 가지 않으면 당장이라도 울 것처럼 불쌍하고 섭섭한 얼굴을 하고 있길래, 마음이 아파서.”그녀의 말에 움찔한 강한서의 마음이 몽글몽글해졌다. 그는 유현진의 허리를 끌어당기고 그녀의 턱을 잡더니 이를 악물며 말했다. “누가 울 것 같았다고 그래?”유현진이 작게 웃으며 그의 귀를 잡아당겼다. “그러면 넌, 내가 민준 오빠한테 갈까 봐 두렵지 않아?”강한서는 고개를 옆으로 돌리고 그녀의 손등에 입을 맞추었다. “네가 정말 송민준이랑 가버린다고 해도, 그건 일 때문이니까, 이해할 수 있어.”잠시 말을 멈추던 강한서가 다시 입을 열었다. “예전에 내가 갑자기 일이 생겨서 못 간다고 하면 날 기다리던 네가 어떤 기분이었을지, 갑자기 이해됐어.” 유현진이 그의 말에 놀라워했다. “무슨 기분인데?”강한서가 나지막이 말했다. “설레고 행복하다가 의기소침해져. 마음도 식었다가 뜨거워지고, 또 뜨거웠다가 다시 식고.”“감성적이 됐네.”유현진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 “기다리는 건 무섭지 않아. 결과가 없는 기다림이 무서울 뿐이지.”유현진의 말에 강한서가 멈칫하더니 곧 그녀를 끌어안았다. “이젠 너 기다리게 안 해.”유현진이 말했다. “너 하는 거 봐야지. 어차피 인턴 기간이잖아. 별로면 환불하면 돼.”강한서: ...“뭐 먹고 싶어?”강한서가 유현진에게 물었다. 잠시 생각하던 유현진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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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5화

유현진은 사실 욕심이 났지만 겉으로는 계속 아닌 척했다. “너 얼마 전에도 나한테 옷 많이 보냈었잖아. 아직 별로 입지도 못했는데, 새 옷 사는 건 좀 그렇잖아?”강한서는 유현진을 힐끔 쳐다보더니 말했다.“난 나 말하는 건데.”유현진: ...말을 마친 강한서는 입꼬리를 씩 올리고는 옷 가게로 들어섰다. 유현진은 이를 악물더니 그의 뒤를 따랐다. ‘인턴 기간인데 이런 태도라니, 벌점이야!’가게에 들어서자 유현진은 바로 벌점에 대한 일을 새까맣게 잊어버렸다. 가가에는 신상이 잔뜩 걸려있었는데, 새로운 스타일의 옷에 그녀는 눈이 부시는 것 같았다. 유현진은 만지는 것마다 전부 마음에 들어 했다. 하지만 가격을 확인하고는 다시 제자리에 걸어두었다. 강한서가 그녀와 함께 쇼핑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바쁘기도 했지만, 유현진이 물건을 굉장히 오래 고르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비싼 것은 과감하게 지르고, 싼 물건에는 고민하는 스타일이었다. 일상복을 살 때도 하나하나 비교하며 가성비가 제일 좋은 옷으로 골랐다. 하지만 강한서는 적은 돈을 소비하는 데 시간을 낭비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 시간이면 몇백, 몇천 배의 수익을 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예전의 그는 그런 유현진을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점점 유현진이 왜 그러는지 이해가 되었다. 신선처럼 놀 수만은 없으니, 먹고 입는 것이야말로 생활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녀가 사는 명품들은 중요한 장소에서 입기 위한 것이었다. 그들이 사는 세상에서, 어쩔 수 없이 여자의 겉모습이 남자의 체면을 세워주기도 했으니 말이다. 그녀가 자신을 예쁘게 꾸미는 것은 결국 강한서의 기를 살려주는 것과 같았다. 하지만 일상생활에서의 유현진은 오히려 알뜰살뜰하게 살기를 원했다. 2층의 베란다에 있는 화분 선반이 바로 그녀의 그런 면을 증명해 줄 수 있었다. 그 화분 선반는 그녀가 인터넷으로 구매한 뒤, 그것을 설치하는 인건비가 똑같은 화분 선반를 하나 더 구매할 수 있을 정도로 비싸자 직접 설치 도구들을 구매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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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6화

“이거랑 이거, 어떤 게 예뻐?”유현진은 양손에 치마를 하나씩 들고 강한서에게 물었다. 강한서는 유현진 손에 들린 원피스를 확인했다. 둘 다 셔츠 칼라에 꽃무늬가 있는 스타일이었다. 컬러가 하나는 진하고 하나는 어두운 것 빼고는 다른 점이 없는 것 같았다. 강한서가 입술을 짓이기며 말했다. “옅은 거.”유현진은 강한서가 어쩌다 보는 눈이 있네라고 생각하며 말했다. “나도 이게 더 예쁜 것 같아. 하지만 이게 어두운 것보다 가격이 배나 더 비싸. 재질도 같은데.”“그럼 진한 컬러 사.”유현진이 강한서의 말에 멈칫했다. “난 싸구려나 입으라는 거야?”강한서: ...그는 자신의 장난꾸러기 여친을 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사실 넌 마대자루를 뒤집어쓰고 서 있어도 다른 사람들은 그 마대자루가 2억 정도의 가치를 한다고 생각할 거야. 옷은 뭘 입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누가 입느냐가 중요한 거지.”유현진이 참지 못하고 웃으며 말했다. “민 실장님이 수강료는 받았어?”강한서가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보너스에 포함되어 있어.”유현진은 가방을 강한서에게 던져주며 말했다. “잠깐만 기다려. 사이즈 있는지 보고 피팅해 볼게.”유현진은 점원에게 자기에게 맞는 사이즈의 옷을 가져다 달라고 했다. 그러자 점원은 손톱을 뜯으며 유현진을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말했다. “정말 사실 거예요?”유현진은 상대방을 힐끗 쳐다보았다. “피팅하고 어울리는지 봐야 살지 말지 결정하지 않겠어요?”점원이 말했다. “꼭 구매하실 게 아니라면, 제가 굳이 창고에 다녀올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요. 보시다시피 가게에 손님도 많고, 다른 손님에게 가봐야 해서요.”유현진의 눈이 파르르 떨렸다. 그녀는 정말이지... 이렇게 밥맛 떨어지게 하는 점원은 오랜만에 보았다. “점장 어딨어요? 점장님 나오라고 해요. 구매한다고 확답을 줘야만 피팅할 수 있는 건지 확인 좀 해봐야겠는데요?”점원과 유현진의 기 싸움은 곧 점장을 불러오게 했다. 점장은 나오자마자 계속 유현진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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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7화

점장은 옆에서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손님, 피부가 하얘서 이 컬러가 정말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어떠세요?”유현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얼마예요?”“76만 원입니다. 회원이시면 50% 할인할 수 있으세요.”유현진은 옷에 있던 택을 확인했다. “폴리에스터네요. 품질에 비해 가격이 별로네요.”옆에 있던 점원은 유현진을 헐뜯을 기회를 찾은 듯 빈정댔다. “비싸면 비싸다고 해요. 살 형편이 안되면 안되는 거지, 핑계는 왜 대요?”강한서가 미간을 찌푸리고 입을 열려는데, 유현진에게 손목을 잡혔다. 몇 년간 함께한 눈치로, 유현진이 그의 손을 잡자 강한서는 바로 나서지 말라는 유현진의 의도를 알아차렸다. 강한서는 굳은 얼굴을 하고 점원을 슥 훑고는 입을 앙다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점장은 점원에게 몇 마디 지적하고는 웃는 얼굴로 유현진에게 말했다. “모든 가게에서 전부 이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어요. 만약 생각하셨던 금액을 초과하셨다면 입구 쪽에 할인 중인 옷을 보세요. 가격이 더 저렴해요.”점원은 더욱 직접적으로 유현진을 다그쳤다. “살 형편이 안 되면 빨리 옷 벗어요. 다른 고객님도 받아야 하는데, 시간 낭비 좀 안 하면 안 돼요?”강한서가 점원을 훑어보더니 말했다. “누가 살 형편이 안 된다는 거죠? 전부 포장해요.”점원이 깜짝 놀라며 말했다. “전... 전부 말씀이세요?”유현진이 말했다. “네. 제가 피팅했던 옷들 전부 포장해줘요.”점원이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짓자 점장이 그녀를 다그쳤다. “멍하니 서서 뭐 해, 얼른 결제 도와드려!”점원은 반 박자 늦게 반응하더니 허둥지둥 옷을 가지러 갔다. 유현진이 그녀를 불러세웠다. “잠시만요.”점장이 눈치껏 입을 열었다. “점원 바꿔드릴까요?”잠시 멈칫하던 유현진이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아뇨, 저분으로 하죠.”유현진은 말하며 진열대 위의 박스에서 양말을 꺼내 물었다. “이건 얼마예요?”점원이 말했다. “두 켤레에 14000원이요.”그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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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8화

하지만 입 밖으로 표현할 수는 없었다. 그는 유현진이 건네는 양말을 받아 쇼핑백 안에 넣고는 아직 풀리지 않은 의문을 물었다. “연기인 줄 어떻게 알았어?”유현진이 말했다. “처음엔 확실하지 않았어. 쇼핑하다 보면 가끔 손님 겉모습만 보고 태도가 바뀌는 점원들을 만나거든. 하지만 이 점원은 너무 나댔어. 점장이 왔는데도 자신이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고, 점장 앞에서 계속 날 자극하잖아. 내가 살 수 없다는 걸 계속 강조하면서. 그래서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했지.”“점장 반응도 이상했어. 겉으로는 혼내는 척하면서 실질적인 벌은 주지 않았잖아. 그리고 너 봤어? 그 두 사람 아까 계속 네 손목만 주시하는 거. 네 몸에서 제일 비싼 게 바로 그 시계잖아. 그 사람들, 아마 널 졸부라고 생각하고 날 네 스폰이나 받는 얼굴만 반반한 멍청한 년인 줄 알고 우리를 자극해서 물건을 전부 다 사게 만들려고 했을 거야.”유현진은 말하며 잘난체하기 시작했다. “네가 졸부인 건 맞지만, 이 멍청한 년은 하나도 멍청하지 않지. 내가 순순히 걔들 생각대로 당해줄 것 같아?”당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상대방에게 장난질을 했다. ‘장사를 하려면 착실하게 해야지, 어디서 잔머리를 굴리고 있어.’강한서는 유현진의 머리를 어루만졌다. “마음에 들면 사. 그런데 신경 쓸 필요 없어. 그 사람들한테 시간 낭비하는 것도 손실이잖아.”“손해 볼 게 뭐가 있어, 어차피 저녁에 할 일도 없는데.”강한서가 잠시 행동을 멈추더니 말했다. “나한테 손해야. 안 그래도 너랑 같이 있는 시간이 얼마 없는데, 넌 그 시간을 몇십분 씩 다른 사람한테 썼잖아. 다음에 또 언제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강한서의 말에 유현진은 멈칫하더니 갑자기 웃음이 났다. 그녀는 강한서의 팔뚝을 잡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나 오늘 늦게 들어가면 되지. 좀 더 같이 있자.”유현진의 말에 강한서의 기분은 바로 풀어졌다. 이훈은 한주 대학에 붙었다. 학교는 고담시에 있었고 다음 주 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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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9화

강한서가 흠칫 몸을 굳히더니 물었다. “어떤 사람인데?”“키가 작고 아담한 남자였어요. 4, 50대쯤 되어보였고요. 계속 마스크와 모자를 쓰고 있어서 얼굴은 제대로 보지 못했어요. 눈가에서 조금 세월이 느껴졌어요. 기부하러 왔다고 하는데, 계속 현주 아주머니랑 현진 누나에 대해서 물었어요. 현주 아주머니가 돌아가신 걸 알고 나서 조금 애틋해 하셨고요. 나중에 몇백 만 원을 기부했어요. 가시면서 원장님께 현주 아주머니를 모신 곳 주소를 물었는데 현주 아주머니를 아시는 분 같았어요. 하지만 원장님께서 물으시니 그저 들은 적이 있다고만 대답했대요. 꽤 이상한 사람이었어요.”강한서가 미간을 찌푸렸다. ‘키가 작고 아담한 중년의 남자?’그는 머릿속으로 그에 해당하는, 하씨 가문과 연관이 있는 사람을 찾았다. 하지만 한참을 생각해도 전혀 감이 잡히질 않았다. “또 다른 얘기는 없었어?”이훈이 잠시 생각하고 입을 열었다. “다른 말은 없었어요. 그저 현주 아주머니랑 현진 누나 사진을 보셨고, 가실 때 나중에 다시 오겠다고 했어요.”갑자기 한가지 가능성을 떠올린 강한서가 멈칫했다. ‘혹시... 현진이 친 아버지는 아닐까?’강한서가 생각에 잠겨 있는데, 유현진의 목소리가 먼 곳에서 들려왔다. “너희 둘, 얼른 나와서 도와, 손이 부족해!”정신을 차린 강한서가 이훈의 팔뚝을 툭 치며 담담하게 말했다. “일하자.”유현진은 선물로 고아원의 아이들과 장난을 하고 있었다. 먼저 장기 자랑을 보고 잘 한 사람에게 선물을 주겠다고 했다. 아이들은 처음엔 부끄러워하더니 점점 긴장을 풀고 적극적으로 앞에 나서서 장기 자랑을 했다. 강한서는 옆에 앉아 어색하게 장기 자랑을 하고는 아이들에게 트릭을 들키고도 억지를 쓰며 인정하지 않는 유현진을 보며 자신도 모르게 입꼬리가 옅은 호선을 그리며 웃고 있었다. “강 대표님.”노원장의 목소리가 옆에서 들려왔다. 강한서가 고개를 돌리자 술을 한잔 들고 오며 자애로운 얼굴로 그를 바라보고 있는 노원장이 보였다. “술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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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0화

강한서는 말 없이 술잔을 들더니 잔을 비웠다. 노원장도 강한서를 따라 술잔을 비우더니 또 그의 잔에 술을 채웠다. “세 번째 잔은, 현진의 비밀에 관한 건데, 강 대표님한테 부탁드려도 될까요?”강한서의 눈빛이 진지해졌다. 그는 목소리를 깔며 말했다. “말씀하세요.”노원장은 아이들과 놀아주고 있는 유현진을 힐끔 쳐다보더니 나지막이 말했다. “현진이는 현주 친딸이 아니에요. 혼외 자식도 아니죠.”깜짝 놀란 강한서의 얼굴이 굳어졌다. “어떻게 아셨어요?”노원장이 시선을 피하며 말했다. “현진이와 현주 친자 검사, 제가 현주와 함께 가서 한 거예요. 이 일, 제가 현주한테 무덤까지 가지고 간다고 약속했어요. 하지만 지금, 이젠 세상에 없으니 현주가 유일하게 미련을 남길 만한 것은 현진이 뿐이잖아요. 현진이가 믿고 의지하는 파트너로서 능력에 한계가 있어 일이든 결혼이든, 많이 도와줄 수가 없어서요. 부잣집은 지켜야 할 규칙도 많고, 집안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거 알아요. 제가 이 사실을 강 대표님께 얘기하는 건, ‘혼외 자식’이라는 출신이 두 사람 사이의 걸림돌이 되지는 않았으면 바라기 때문이에요. 미래에 현진이와 결혼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혼외 자식’이 그 이유는 아니었으면 해서요. 그 일에, 현진이는 애초부터 잘못이 없으니까요.”강한서의 머리가 순식간에 혼란스러워졌다. 산부인과 진료기록, 출생증명서, 모든 것이 다 있는데, 유현진이 어떻게 하현주의 친딸이 아닐 수 있지? 그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었다.“그럼 현진이 친부모님은 누구예요?”노원장이 고개를 저었다. “몰라요. 현주는 누군가의 분만실을 착각한 거였어요. 당시 현주가 아이를 낳고 몸에 많이 상해있었던 터라 다시 임신하기 어려웠거든요. 그래서 현주는 모든 정력을 현진이한테 쏟아부었죠. 그러니 사실을 알고 나서 현진이를 친부모에게 돌려주고 싶지 않아 했어요. 혈연관계는 가짜였지만, 감정은 진짜였으니까요. 자기가 직접 먹여 키운 아이를 보내기 아쉬웠겠죠. 그리고 이렇게 넓은 세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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