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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0화

강한서는 말 없이 술잔을 들더니 잔을 비웠다.

노원장도 강한서를 따라 술잔을 비우더니 또 그의 잔에 술을 채웠다.

“세 번째 잔은, 현진의 비밀에 관한 건데, 강 대표님한테 부탁드려도 될까요?”

강한서의 눈빛이 진지해졌다. 그는 목소리를 깔며 말했다.

“말씀하세요.”

노원장은 아이들과 놀아주고 있는 유현진을 힐끔 쳐다보더니 나지막이 말했다.

“현진이는 현주 친딸이 아니에요. 혼외 자식도 아니죠.”

깜짝 놀란 강한서의 얼굴이 굳어졌다.

“어떻게 아셨어요?”

노원장이 시선을 피하며 말했다.

“현진이와 현주 친자 검사, 제가 현주와 함께 가서 한 거예요. 이 일, 제가 현주한테 무덤까지 가지고 간다고 약속했어요. 하지만 지금, 이젠 세상에 없으니 현주가 유일하게 미련을 남길 만한 것은 현진이 뿐이잖아요. 현진이가 믿고 의지하는 파트너로서 능력에 한계가 있어 일이든 결혼이든, 많이 도와줄 수가 없어서요. 부잣집은 지켜야 할 규칙도 많고, 집안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거 알아요. 제가 이 사실을 강 대표님께 얘기하는 건, ‘혼외 자식’이라는 출신이 두 사람 사이의 걸림돌이 되지는 않았으면 바라기 때문이에요. 미래에 현진이와 결혼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혼외 자식’이 그 이유는 아니었으면 해서요. 그 일에, 현진이는 애초부터 잘못이 없으니까요.”

강한서의 머리가 순식간에 혼란스러워졌다.

산부인과 진료기록, 출생증명서, 모든 것이 다 있는데, 유현진이 어떻게 하현주의 친딸이 아닐 수 있지?

그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럼 현진이 친부모님은 누구예요?”

노원장이 고개를 저었다.

“몰라요. 현주는 누군가의 분만실을 착각한 거였어요. 당시 현주가 아이를 낳고 몸에 많이 상해있었던 터라 다시 임신하기 어려웠거든요. 그래서 현주는 모든 정력을 현진이한테 쏟아부었죠. 그러니 사실을 알고 나서 현진이를 친부모에게 돌려주고 싶지 않아 했어요. 혈연관계는 가짜였지만, 감정은 진짜였으니까요. 자기가 직접 먹여 키운 아이를 보내기 아쉬웠겠죠. 그리고 이렇게 넓은 세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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