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Chapter 911 - Chapter 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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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1화

“아버지.”송민준이 머뭇거렸다. “만약 현진이가 어머니를 많이 닮지 않았다면, 만약 제가 호기심에 유전자 검사를 하지 않았다면, 우리는 어쩌면 평생 그 아이가 살아있는지도 몰랐을 거예요. 현진이 등에 있는 모반, 제가 기억하던 거랑 똑같았어요. 그건 그때 제 기억이 틀리지 않았다는 거예요. 현진이 그때 분명 건강했어요. 하지만 의료진은 저희에게 사산이라고 했죠. 아이가 바뀌었다고 해도, 죽었는지 살았는지를 헷갈릴 수 있을까요?”송병천도 잃어버린 딸을 찾은 기쁨에서 벗어나 마음을 진정시켰다. “네 말은 누가 일부러 현진이를 바꿨다는 거니?”송민준이 입술을 짓이겼다. “그 당시 어머니의 분만을 담당했던 의료진들은 이미 모두 죽거나 이민을 갔고, 그것도 아니면 퇴사 후 전향해서 소식을 알 길이 없어요. 모든 것이 너무 깔끔하게 처리되었어요.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어요.”송병천이 미간을 찌푸렸다. “현진이가 유씨 집안에 있었으니, 유씨 집안 사람들이 한 짓일까?”송민준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하 여사님도 현진이를 기른 지 몇 년이 지나서야 자신의 친딸이 아니라는 걸 아셨어요. 그때 저희가 안치했던 그 아이가 바로 하 여사님 친딸이었을 거예요.”유현진이 자신의 딸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하현주는 병원에 연락을 했었다. 하지만 그 후 어떻게 되었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하현주도 이미 사망했으니, 당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젠 알 길이 없었다. 하지만 수집한 정보들을 조합해 보면 최소한 아이를 바꾼 사람이 하현주는 아니라는 것은 알 수 있었다. 그녀 역시, 피해자였다. “유씨 가문이 아니면, 그럼 누구지?”송병천도 일순간 갈피를 잡지 못했다. 송민준은 입을 앙다문 채 말이 없었다. 만약 누군가 일부러 아이를 바꾼 것이라면, 보통은 두 아이의 인생을 바꾸기 위해서이다. 일반 가정의 아이를 부잣집으로 보낸다면, 만약 나중에 아이가 바뀐 것을 알게 되더라도 이미 오랜 시간을 길러 당연히 감정이 있을 테니 다시 원래의 인생으로 돌아간다고 하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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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2화

송병천: ...송가람은 점심이 다 되어서야 돌아왔다. 서해금이 소리를 듣고 내려왔다. 그녀는 내려오자마자 소파에 영혼 없이 멍하니 앉아있는 송가람을 발견했다. 루나가 그녀의 곁에서 물을 따라주었다. “가람아.”서해금이 송가람을 부르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었다. “어떻게 됐어?”송가람은 입술을 짓이기며 참담한 표정을 짓더니 한참 후에야 고개를 저었다. 서해금이 미간을 찌푸리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 “널 안지 않은 거야?”송가람이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그녀는 한참이 지나서야 입을 열었다. “방에 들어간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누군가에 의해 정신을 잃었어. 일어나보니까 다른 호텔이었고.”서해금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강한서에게 들킨 거야?”송가람이 고개를 저었다. “모르겠어. CCTV도 지워졌고,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했어. 엄마, 만약 한서 오빠의 사람이 한 일이라면, 날 의심하는 건 아니겠지...”송가람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위층에서 송병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루나 아가, 할아버지 혈압강하제 좀 찾아줘.”루나 머리 위에 달린 센서가 반짝이더니 이내 고분고분하게 대답했다. “네, 할아버지.”그러더니 짧은 다리로 또박또박 송병천의 약을 찾으러 걸어갔다. 서해금은 송가람에게 조용히 하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송민준은 송병천의 강력한 요구로 옷을 갈아입고 송병천과 함께 아래층으로 내려와 유현진을 보러 갈 준비를 했다.송병천의 말을 들은 그의 눈가가 파르르 뛰었다. “아버지 약이 어디 있는지도 몰라서 그것도 저 쇳덩이를 부려 먹으시는 거예요?”송병천이 그를 흘겨보았다. “네가 뭔 상관이야?”송민준: ...루나가 변신해 송민준을 바닥에 누르는 장면을 본 이후로 송병천은 이 로봇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루나의 고지능을 확인한 뒤로는 루나에게 푹 빠져있었다. 게다가 루나는 말도 예쁘게 했다. 매번 송병천을 보면 할아버지, 할아버지 하면서 불렀고 이는 아직 손주를 보지 못한 송병천에게 예상치 못했던 기쁨을 안겨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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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3화

송병천은 미간을 찌푸렸다. “우리 예쁜 손녀를 어디에 보내려고?”“이 쇳덩이는 강한서가 현진이에게 준거예요. 현진이가 저한테 며칠 빌려줬고요. 요즘 언제 쇳덩이를 돌려줄 수 있는지 묻더라고요. 강한서가 만든 이 고철, 비록 생긴 건 못났지만, 집은 잘 지키니까, 얘가 있으면 아버지 딸이 괴롭힘을 당할 걱정은 없어요.”송민준은 말을 멈추더니 목소리를 깔고 말했다. “그리고, 이걸 돌려주면 아버지도 이 쇳덩이를 핑계 삼아 현진이랑 연락할 구실이 생기잖아요. 그 기회에 만나셔서 알아가셔도 되고요.”그 말을 듣는 순간, 송병천의 눈빛이 반짝거렸다. 그가 나지막이 말했다. “그러면 얼른 현진이에게 얘기해. 전엔 우리가 몰랐다지만, 이제라도 알았으니 절대 더 이상 현진이를 힘들게 만들어서는 안 돼. 최대한 빨리 데려와야지. 그리고 시간 나면 나랑 하 여사님한테 인사드리러 가자. 하씨 집안 일도 신경 좀 쓰고, 많이 도와줘.”송민준은 더 할 얘기가 있었지만 서해금이 이미 이쪽으로 걸어오자 입가에 맴돌던 말을 다시 삼키고는 인사를 건넸다. “오셨어요.”서해금은 미소를 띠고 천천히 걸어왔다. “부자끼리 수군수군, 무슨 얘기 해요?”송민준은 웃어 보이며 대답했다. “별거 아니에요. 루나를 보내려고 얘기 중이었어요.”서해금은 잘 차려입은 송민준을 보더니 물었다. “지금? 밥 먹고 가.”“아뇨, 루나를 보내고 점심엔 고객이랑 약속이 있어서요.”송가람의 옆을 지나치던 송민준은 그녀의 안색이 어두운 것을 보고는 걸음을 멈추었다. “가람아, 어디 아파?”송가람이 고개를 저으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어젯밤에 친구들이랑 너무 늦게까지 놀아서 그런가 봐.”송민준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좀 더 쉬어. 다음엔 그렇게 늦게까지 놀지 말고.”송가람이 고개를 숙이고 그의 말에 대답했다.송민준도 다른 말 없이 사람을 찾아 루나를 차에 싣고 자리를 벗어났다. 서해금은 혈압강하제를 송병천에게 건네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전에 민준이랑 서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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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4화

“강한서는 그 사람을 꽤 좋은 인재라고 생각해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큰 프로젝트의 협상에 함께 참여시켰고, 프로젝트도 순리롭게 성사되었어. 강한서가 전에 참여했었던 프로젝트가 뭐였냐고 물었는데, 뭐라고 대답했다는 줄 알아?”“뭐랬는데?”차미주가 호기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녀는 갓 졸업한 사회 초년생이 어떻게 그렇게 큰 프로젝트에 참여했는지 너무도 의문이었다. 유현진이 말했다. “수천억의 프로젝트는 페이코의 복지 행사였고, 수조에 달한다던 상업 투자는 공구 마켓 이벤트였어.”차미주: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말했다. “강한서는 해고하지 않고 뭐 했대?”“당연히 안 했지.”유현진이 피식 웃음을 흘렸다. “자르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나중에 승진도 한 것 같더라고.”“속았다고 화낸 게 아니라?”“강한서한테 물어봤는데, 이력서는 그저 참고할 뿐이고 업무능력을 더 중요하게 본다고 하더라고. 그날 협상하러 갔을 때, 신입생이 굉장히 잘했었고. 그래서 이력서가 조금 과장된 부분이 있지만 앞으로 일을 하는 데에는 지장이 없으니까. 능력이 이력서보다 훨씬 더 중요해. 회사가 바보도 아니고. 그리고 넌 강한서가 뒤를 봐줄 텐데, 누가 감히 네 이력서를 가짜라고 할 거야?”유현진이 고개를 들고 물었다. “그래서, 추가해, 말어?”“해!”차미주는 바로 유현진의 “설득”을 받아들였다. 강한서가 자신의 뒤를 봐준다면, 개자식도 뒤를 봐줄 수 있을 테니까.한성우의 회사에서는 최근 몇 년 동안 많은 영화와 드라마를 제작했는데, 그중에는 아직 방영되지 않은 것도 있을 터였다. 그때 자신의 이름을 적기만 하면, 그건 그대로 자신의 “이력”이 될 수 있지 않겠는가?그렇게 생각한 차미주는 바로 배달 앱을 켜고 과일과 야채를 잔뜩 주문했다. 맛있는 음식을 준비해 한성우를 구워삶을 예정이었다. 막 주문을 완료하자 휴대폰이 울렸다. 전화를 받은 차미주는 몇 마디 듣더니 바로 유현진에게 휴대폰을 넘겼다. “너 찾아.”“나?”유현진은 의아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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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5화

전 여사가 말했다. “그건 저도 잘 몰라요. 그 두 사람은 현진 씨를 호텔에 데려다주고 바로 가버렸어요. 제가 보낸 사람이 도착했을 때, 현진 씨는 이미 약에 취해 있었고요.”전 여사의 친정도 전에 호텔 사업을 했었기에 이런저런 일을 본 적이 있었다. 그 두 사람은 유현진에게 약을 타고도 그녀를 건드리지 않았다는 것은 아마 그녀를 누군가에게 던져주고 이익을 얻으려는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이런 인간들은 일반적으로 사회적 지위가 낮지 않았다. 전 여사는 쓸데없는 일에 참견하고 싶지도 않았을뿐더러, 굳이 일을 복잡하게 만들어 불필요한 미움을 사고 싶지도 않았기에 그런 추측을 유현진에게 말하지는 않았다. 전 여사가 말했다. “제 블랙박스에 상대방 차량 번호가 찍혔을 거예요. 필요하시면 영상 복사해 줄게요.”유현진과 손을 잡으려는 전 여사의 태도는 매우 분명했다. 정신을 차린 유현진이 입술을 짓이겼다. “왜 굳이 저와 손을 잡으려고 하시는지 이해가 되지 않네요. 전 여사님 손에는 분명, 남편분 외도에 관한 증거도 있고, 얼마든지 이혼하시고 재산 분할도 더 받으실 수 있을 텐데요.”“이혼이요?”전 여사가 담담한 미소를 지었다. “그 인간이 지금 이 자리까지, 제 도움이 없었다면 무슨 재간으로 왔겠어요. 왜 제가 이혼을 해서 제가 고생해서 앉은 그 자리를 다른 사람에게 내줘야 해요? 이혼보다는 배우자가 죽는 편이 나아요.”유현진: ...‘전 여사도 미친 년이잖아?’‘죽는 게 낫다는 말, 내 앞에서 해도 되는 말이야? 날 너무 믿는 거 아냐?’전 여사가 말했다. “신미정이 현진 씨에게 약을 탄 증거를 찾고 있잖아요? 제가 도와줄 수 있어요. 신미정은 늘 송가람 씨를 며느리로 들이길 원했어요. 어젯밤 계획이 실패했으니, 무조건 또 다른 계획을 세울 거예요. 제가 현진 씨 눈이 되어 신미정의 행적을 수시로 보고할 수 있어요. 신미정은 현진 씨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계략을 갖고 있어요. 어젯밤과 같은 일들은, 절대 피해 갈 수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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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6화

“저예요.”부드럽고 다정한 목소리가 들려오자 유현진은 눈을 크게 뜰 수밖에 없었다.“강운 씨?”주강운은 꽃다발을 들고 온화한 미소를 짓고 서 있었다.“혹시 제가 이렇게 찾아와 실례가 되진 않았죠?”“당연히 실례가 아니죠.”유현진은 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는 소파 위에 있던 물건들을 서둘러 치웠다.“먼저 앉아 계세요. 제가 얼른 물이라도 한잔 따라올게요.”주강운을 아주 좋게 생각하고 있던 차미주가 급히 끼어들며 말했다.“아니야. 네가 주 변호사님과 같이 얘기를 나누고 있어. 물은 내가 떠올 테니까.”주강운은 꽃다발을 유현진에게 건넸다.“전 괜찮아요. 어제 그렇게 헤어지고 나서 원래 현진 씨에게 할 말이 있었는데 연락이 되지 않아서요. 조금 많이 걱정되더라고요. 오늘 마침 근처에 볼일이 있어서 바로 이렇게 불쑥 찾아오게 되었네요.”유현진은 바로 꽃다발을 받으면서 장난기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누가 불쑥 찾아오는데 꽃다발을 사요?”주강운은 웃으며 말했다.“처음 방문하는 거라 빈손으로 오기가 좀 민망하더라고요. 마침 지나가던 길에 꽃집이 있어서 들렀어요. 전에 현진 씨가 집에 화분을 많이 키운다고 하시던 게 생각이 나서 꽃을 선물하면 아주 좋아하실 거로 생각했거든요.”유현진은 주강운이 새삼 세심하게 느껴졌다. 그녀는 눈웃음을 지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고마워요. 너무 맘에 들어요.”“얼른 앉아요. 전 꽃병에 꽃을 꽂아둬야겠어요.”주강운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집안을 둘러보다 우연히 벽에 걸린 ‘봄의 연인' 포스터를 보게 되었다.그는 유현진의 단독 포스터를 한참이나 바라보다 이내 다시 시선을 돌렸다.고개를 돌린 그는 유현진이 높은 곳에 있는 꽃병을 꺼내려 하는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키가 그리 크지 않았던 유현진은 발꿈치를 들고 닿을 듯 말 듯 한 모습을 보였다.그녀가 의자를 끌고 와 올라가려던 순간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뒤에서 손이 쑥 뻗어 나오더니 그녀가 원한 꽃병을 내려주었다.“왜 이렇게 높은 곳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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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7화

“전 강한서가 현진 씨에게 꽃다발을 선물했다는 거 오늘 처음 알았어요. 한서도 저한테 물어본 적이 없었거든요.”주강운은 시선을 내리깔고 말라버린 꽃을 보았다.“아마 안목이 비슷해진 거겠죠. 이 꽃다발은 확실히 제가 현진 씨 촬영이 시작하던 날에 다른 사람에게 부탁해 현진 씨에게 전해주라고 한 꽃다발과 아주 흡사하거든요.”유현진은 순간 멈칫했다.“촬영 시작 날에 저한테 꽃다발을 보내셨어요?”주강운은 고개를 끄덕였다.유현진은 눈썹 사이를 구겼다.“혹시 촬영장으로 보내셨어요?”“아니요. 혹시라도 현진 씨한테 전해지지 않을까 봐 일부러 집으러 보냈어요. 그 속에 카드도 써놨거든요.”주강운은 미간을 찌푸리고 있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떠보듯 물었다.“혹시 못 받으셨어요?”“...”그녀는 밸런타인데이에 있었던 일들을 머릿속에 떠올렸다. 그녀와 강한서는 사거리에서 돌아오는 길에 갑자기 강한서가 굳이 차 한잔 마시고 가겠다며 고집을 부렸었다. 그녀가 드레스룸으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는 동안 강한서는 꽃다발을 들고 들어와 그녀를 위해 주문한 거라고 했었다.그때 당시 그녀는 강한서의 안목이 많이 좋아졌다며 칭찬까지 해줬었다. 그러나 강한서는 기뻐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미간까지 찌푸리고 있었다.칭찬만 해주면 강아지처럼 꼬리를 흔들던 강한서가 칭찬을 듣고도 기뻐하지 않는 모습에 그녀는 아주 의아하게 생각했었다.이 꽃다발이 애초에 강한서가 산 것이 아니라면 모든 상황이 들어맞았다.강한서가 주강운이 쓴 카드를 버리고 자신이 산 것처럼 꾸며 그녀에게 준 것이었다.“현진 씨?”그녀가 한참이나 아무 말도 없이 가만히 서 있자 주강운이 그녀를 불렀다.퍼뜩 정신을 차린 유현진은 주강운의 걱정 가득한 시선과 눈을 맞추면서 다소 미안한 듯 웃었다.비록 강한서가 벌인 일이었지만 그녀는 오히려 자신이 창피하게 느껴졌다.그녀는 마른기침을 하면서 강한서 대신 핑계를 대주려고 했다.“아, 기억났어요. 경비실에서 저한테 연락했었던 것 같네요. 제 앞으로 택배가 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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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8화

“아니요. 괜찮아요.”주강운은 억지로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 그는 장미를 내려놓고 관자놀이를 꾹꾹 눌렀다.“아마 새로 바꾼 약에 부작용이 있었나 봐요. 가끔 이렇게 머리가 살짝 어지럽더라고요.”유현진을 입술을 달싹이며 말을 꺼내려던 순간 주강운의 관자놀이에서 피가 나고 있는 모습에 깜짝 놀란 표정을 짓게 되었다.“머리에서 피가 나고 있어요.”“네?”주강운은 살짝 놀란 표정으로 손을 뻗어 확인해 보려 했다. 그러나 그가 손을 들자마자 유현진이 그의 소매를 잡아당겼다.“손에도 피가 있어요.”주강운은 고개를 떨궜다. 그리고 이내 자신의 오른손 손바닥에 피가 묻어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그의 손바닥엔 작은 상처들이 여러 개 나 있었고 벌어진 상처 틈으로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그가 아까 내려놓았던 장미 줄기에도 피가 묻어 있는 것을 확인한 그는 바로 장미 가시에 찔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하나, 둘, 셋...”유현진은 옆에 앉아 그의 상처 부위를 치료해 주면서 벌어진 상처 개수를 세고 있었다. 그녀는 이내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여섯 개! 상처가 여섯 개예요! 안 아팠어요?”주강운은 고개를 저었다.“전 고통이란 감각에 어릴 때부터 무뎌서 못 느끼고 있었어요.”유현진은 바로 입을 다물었다. 그녀는 그의 말에 대꾸할 수가 없었다.지난번 정인월의 생신에 그녀는 이미 한번 물었던 적이 있었다. 주강운은 그때 당시에도 자신이 화상을 입은 줄 모르고 있었고 고통에 무디다고 말했었기에 그녀는 더는 입을 열 수가 없었다.그러나 그녀는 다소 이해할 수가 없었다. 어깨의 피부조직이 심각하게 망가져 감각을 잃었다고 생각할 수는 있었지만, 손바닥엔 화상을 입은 적도 없었다. 게다가 여섯 곳이나 장미 가시에 찔렸는데 어떻게 고통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거지?만약 강한서가 아프지 않다고 말했다면 그녀는 분명 그가 허세를 부릴 것으로 생각할 것이었다. 그리고 상처를 치료해 주면서 일부러 그의 상처를 꾸욱 눌렀을 것이다.다만 강한서는 자신이 고통에 무디다고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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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9화

“네, 알아요.”유현진은 미간을 구겼다.“제 작은 아버지예요. 유상수의 동생이기도 하죠. 그 사람들이 아직도 거기에 살고 있던가요?”주강운은 바로 핵심을 캐치했다.“아직도라니요? 전에도 그 저택에서 살았던가요?”유현진은 고개를 끄덕였다.“아주 오래전에 작은아버지는 자신의 아이를 해성시에 있는 학교로 보낼 거라고 했었거든요. 그런데 마땅히 거처가 없었죠. 그래서 저희 엄마는 그 저택의 키를 작은아버지에게 주면서 어차피 비어있는 집이니 사람이 들어가 살지 않으면 집도 빠르게 망가질 거라며 들어가서 살라고 했었어요. 게다가 친척이기도 하니 당연히 도와줘야 한다며 저희 엄마가 그 저택을 내주셨어요. 제가 중학교 2학년 때부터 그곳에서 살았으니까 아마 12년 정도 되겠네요. 작은아버지께선 이미 해성시에서 자리를 잡으셨거든요. 몇 년 전에는 번화가 근처에 집까지 계약했다고 했었어요. 그래서 전 그때 작은아버지가 연 파티에도 참석했는데, 저랑 저희 엄마는 작은아버지 가족들이 바로 이사할 거라고 생각했거든요.”주강운이 낮게 깔린 목소리로 말했다.“그 사람들 아직 이사 안 갔어요. 그리고 그거 알아요? 그 저택 뒤에 있던 정원 말이에요. 그곳에 유치원을 세웠더라고요. 알고 있었어요?”유현진은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뒤에 있던 정원에 아무것도 없었어요. 거긴 황무지였었어요.”외할아버지의 소유였던 그 땅은 아주 컸고 대략 1300평 정도의 크기였다. 저택이 차지하는 면적은 그리 크지 않았지만, 저택 뒤에 있던 정원의 크기는 엄청나게 컸다.하현주가 말하길 그 땅은 원래 외할아버지 삼 형제의 땅이라고 했었다. 그러나 외할아버지의 두 동생이 사고로 돌아가시게 되면서 그 땅은 외할아버지의 소유로 변했고 그냥 내버려 두면 누군가가 그 땅에 마음대로 건물을 지을까 봐 외할아버지는 담장을 세웠다고 했다.그리고 그 땅에 방이 두 개인 자그마한 집을 지어 평소에 꽃을 심을 때 쓰는 도구나 비료 등을 넣는 창고로 썼다. 그런데 그런 집을 유치원으로 만들었다고?“황무지는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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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0화

옆에서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차미주는 눈썹을 꿈틀거렸다.‘이, 이, 이건... 고백이잖아?'‘거봐!'‘내가 벤틀리 훈남이 현진이한테 관심이 있을 거라고 했잖아!'‘누가 거액의 사건을 안 맡고 이런 사소한 사건을 맡아?'‘현진이도 참, 눈치가 없네. 나더러 쓸데없는 생각하지 말라더니.'‘어디가 쓸데없는 생각이라는 거야. 설마 강한서 외엔 다른 남자들은 이성으로 보이지 않는 건가?'그녀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도대체 강한서의 잘생긴 얼굴을 빼고 어디가 좋은지. 강한서는 눈치가 없는 말을 할 뿐만 아니라 꿍꿍이까지 많았다.그녀를 경찰에 신고한 일로 이미 마음속 트라우마로 남아있었고 그녀는 강한서가 혹여라도 현진이가 싫어졌다면 바로 현진이를 감방에 보낼까 봐 걱정되었다.강한서는 생긴 것부터 마음이 쉽게 변할 것처럼 생겼다.그러나 주강운은 달랐다.잘생겼을 뿐만 아니라 매너도 있고, 목소리도 다정하고, 법을 잘 아는 변호사이기도 했다. 심지어 늦은 밤에 현진이가 걱정되어 집에 잘 도착했나 전화까지 쳐서 확인하기도 했다. 이런 남자친구라면 엄청 든든할 것 같지 않은가? 입만 나불대는 강한서보다 낫지 않나?그녀는 잔뜩 기대하는 마음으로 유현진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렇게까지 말했는데 혹시 눈치 못 챈 건 아니겠지?'차미주는 귀를 쫑긋거리며 두 사람의 모습을 몰래 지켜보고 있었다.“성우 씨가 전에 강운 씨한테 여자친구가 없는 건 너무 무뚝뚝해서, 여자들과 대화할 줄 모른다고 하셨는데, 아무래도 잘못 알고 있었나 봐요. 강운 씨 너무 설레게 잘 말씀하시는데요?”만약 강한서 그 바보였다면 평생 이런 말을 할 줄 몰랐을 것이다.그녀가 만약 강한서에게 ‘너 너무 비싼 거 아니야?'라고 물었다면 강한서는 분명 ‘네가 너무 가난하다고는 생각 안 해 봤어?'라고 대답했을 것이었다.“...”차미주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그녀의 기분이 순간 확 가라앉았다. ‘역시 현진이네. 날 실망하게 하지 않아. 전혀 눈치 못 채고 있잖아!'주강운은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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