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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6화

“저예요.”

부드럽고 다정한 목소리가 들려오자 유현진은 눈을 크게 뜰 수밖에 없었다.

“강운 씨?”

주강운은 꽃다발을 들고 온화한 미소를 짓고 서 있었다.

“혹시 제가 이렇게 찾아와 실례가 되진 않았죠?”

“당연히 실례가 아니죠.”

유현진은 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는 소파 위에 있던 물건들을 서둘러 치웠다.

“먼저 앉아 계세요. 제가 얼른 물이라도 한잔 따라올게요.”

주강운을 아주 좋게 생각하고 있던 차미주가 급히 끼어들며 말했다.

“아니야. 네가 주 변호사님과 같이 얘기를 나누고 있어. 물은 내가 떠올 테니까.”

주강운은 꽃다발을 유현진에게 건넸다.

“전 괜찮아요. 어제 그렇게 헤어지고 나서 원래 현진 씨에게 할 말이 있었는데 연락이 되지 않아서요. 조금 많이 걱정되더라고요. 오늘 마침 근처에 볼일이 있어서 바로 이렇게 불쑥 찾아오게 되었네요.”

유현진은 바로 꽃다발을 받으면서 장난기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누가 불쑥 찾아오는데 꽃다발을 사요?”

주강운은 웃으며 말했다.

“처음 방문하는 거라 빈손으로 오기가 좀 민망하더라고요. 마침 지나가던 길에 꽃집이 있어서 들렀어요. 전에 현진 씨가 집에 화분을 많이 키운다고 하시던 게 생각이 나서 꽃을 선물하면 아주 좋아하실 거로 생각했거든요.”

유현진은 주강운이 새삼 세심하게 느껴졌다. 그녀는 눈웃음을 지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고마워요. 너무 맘에 들어요.”

“얼른 앉아요. 전 꽃병에 꽃을 꽂아둬야겠어요.”

주강운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집안을 둘러보다 우연히 벽에 걸린 ‘봄의 연인' 포스터를 보게 되었다.

그는 유현진의 단독 포스터를 한참이나 바라보다 이내 다시 시선을 돌렸다.

고개를 돌린 그는 유현진이 높은 곳에 있는 꽃병을 꺼내려 하는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키가 그리 크지 않았던 유현진은 발꿈치를 들고 닿을 듯 말 듯 한 모습을 보였다.

그녀가 의자를 끌고 와 올라가려던 순간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뒤에서 손이 쑥 뻗어 나오더니 그녀가 원한 꽃병을 내려주었다.

“왜 이렇게 높은 곳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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