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924화

작가: 조십일
차미주는 다소 어색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손에 든 송편을 전해주기도 민망했고, 도로 주머니에 넣기도 살짝 민망했다.

한성우가 성큼 다가와 소리를 낮추며 물었다.

“네가 산 거야?”

차미주가 말했다.

“아니, 누가 준 거야. 두 개씩 들어있었는데 내가 하나 먹었거든. 남은 하나는 너에게 주려고 가져온 거야.”

한성우의 두 눈이 순간 반짝거렸다.

그는 올라가는 입꼬리를 손으로 꾹꾹 내리더니 이내 주먹을 움켜쥐고 헛기침을 했다.

“큼, 그래서 이거 나한테 주려고 직접 찾아온 거야?”

“부탁할 것도 있고.”

차미주가 뜸을 들였다.

“근데, 지금은 네가 바빠 보이는 것 같으니까 나중에 다시 올게.”

말을 마친 그녀는 바로 다시 돌아가려고 했다. 그러나 한성우가 얼른 그녀의 팔을 잡아당겼다.

“안 바빠. 나 아주 한가해. 그러니까 들어와서 얘기해.”

그는 그녀를 집 안으로 끌어당겼다.

차미주는 신하리가 있었던 것을 떠올리며 둘만의 시간을 방해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 바로 거절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그녀가 팔을 뿌리치기도 전에 한성우는 이미 그녀를 끌고 집 안 거실로 들어왔다. 당황한 표정을 짓던 그녀는 이내 다시 팔을 빼냈다.

한성우는 송편을 테이블 위에 내려두었다. 그리고 이내 주방으로 갔다.

차미주는 집 안을 두리번거리고 있었고 소파 위엔 여성의 핸드백이 고스란히 놓여 있었다. 바닥엔 하이힐이 이리저리 널브러져 있었고 테이블 위엔 심지어 먹다 만 컵라면도 있었다.

아마도 신하리가 먹은 것으로 추정되었다. 한성우는 입맛이 까다로워 인스턴트 음식을 절대 입에 대지 않았다.

“뭐 마실래?”

한성우의 목소리가 주방에서 들려왔다.

정신을 차린 차미주가 말했다.

“그냥 물이면 돼.”

냉장고를 열던 한성우는 순간 멈칫하더니 이내 다시 냉장고 문을 닫아버렸다. 그는 컵을 들고 뜨거운 물을 받았다.

차미주는 소파에 자리 잡고 앉아 등을 기댔고 순간 손에 뭔가가 잡혔다. 고개를 떨군 그녀는 당황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것은 바로 브래지어였기 때문이다.

그녀는 손에 잡힌 물건을 멍하니
잠긴 챕터
GoodNovel에서 계속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여 앱을 다운로드하세요

관련 챕터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925화

    차미주는 입술을 말아 물었다.“손님이 있으니까 나 그냥 다음에 올게.”그녀가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하자 한성우는 그녀의 어깨를 꾹 눌러 다시 앉혔다.“괜찮으니까 얼른 말해. 아마 방에서 나오지 않을 거야. 듣게 되더라도 어디 가서 말하지 않을 거고.”차미주는 다시 소파에 앉았다. 그녀는 잠깐 망설이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나 조만간 면접 보러 갈 거야. 이력서를 써보긴 했는데 뭔가 부족한 느낌이 들어서. 그래서 네 생각 좀 들어보려고 한 거야. 혹시 너희 회사에 계속 방영 안 하고 묵혀둔 드라마가 있어? 그런 여러 작가가 함께 만든 시나리오에 내 이름 좀 올려줄 수 있어?”그리고 그녀는 이내 말을 보탰다.“올리기 어려우면 안 해줘도 돼.”“고작 이런 일을 부탁하려고 온 거냐.”한성우가 피식 웃어 보였다.“난 또 뭔가 했네.”차미주는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며 안도했다. 그녀는 이내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해줄 수 있어?”한성우는 잔뜩 기대하는 눈빛을 보내는 차미주에 순간 또 장난기가 발동했다.“해줄 수 있긴 한데, 송편 하나로는 안 되지.”차미주는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그럼 이따가 내가 애플망고 한 상자 줄게.”한성우가 낮게 웃었다.“오빠 돈 많아. 돈으로 살 수 있는 건, 이 오빠가 직접 사 먹으면 돼.”차미주는 다소 고민하는 듯했다.“그럼 뭘 원하는데?”한성우는 입꼬리를 씨익 올리며 기다렸다는 듯이 말했다.“1년간 밥 해줘.”차미주의 눈가가 바르르 떨려왔다.“여자친구도 있는 사람이 나한테 밥을 해달라고 해?”“내가 언제 여자친구가...”한성우는 말을 하다가 갑자기 멈추더니 이내 헛기침을 했다.“신하리의 그 가느다란 팔다리로 요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차미주의 입가가 씰룩거렸다. 그녀는 팔꿈치로 그의 복부를 살짝 쳤다.“그러니까 네 말은 내 팔다리는 아주 든든해서 어떤 일이든 다 해낼 수 있을 것 같단 얘기야?”한성우는 바로 그녀의 팔꿈치를 피해 아프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는 일부러 아픈 척 배를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926화

    차미주는 소파에 앉아 다시 그 브래지어를 보았다.그녀는 이내 소파 위에 있던 쿠션을 끌어와 브래지어 위에 놓았다.통화를 마친 한성우는 물을 마시고 있는 차미주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그녀의 얼굴형은 동그란 얼굴형이었고 볼에 살짝 젖살이 있어 물을 마실 때마다 그녀의 볼살도 함께 탱글거리며 움직였고 흡사 한 마리의 햄스터 같아 보여 아주 귀여웠다.한성우가 다시 그녀의 곁으로 돌아왔다.“평소에는 맥주랑 콜라만 마시던 네가, 오늘은 왜 물이야?”차미주가 말했다.“오늘은 안 마셔. 생리 왔거든.”한성우는 순간 멈칫했다. 그는 멈추지 않고 말했다.“너 생리도 할 줄 알아?”차미주는 그만 굳어버렸다. 그녀의 안색이 어두워지더니 이내 이를 짓이기며 말했다.“그래! 나 생리도 안 하는 상남자다!!”그녀는 말을 하면서 주머니에 있던 생리대를 꺼내 그의 손바닥에 ‘탁'하고 내려놓았다.“이거 어차피 나한테 쓸모없는 것 같으니까 너나 써!”말을 마친 그녀는 씩씩대며 나가버렸다.한성우가 급히 그녀를 따라갔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 차미주는 문을 쾅 닫고 나가버렸고 그가 문을 다시 열었을 땐 이미 차미주의 형체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생리대를 꽉 쥐고 있던 그는 마음이 불편했다. ‘아니, 장난인데 왜 그렇게까지 화를 내는 거지?'그는 몸을 틀어 다시 거실로 들어갔다. 그러자 식탁에 앉아 가늘어진 눈매로 그를 지켜보고 있던 신하리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신하리는 천천히 그를 훑어보더니 이내 입꼬리를 씨익 올렸다.“방금 그 여자가 바로 우렁각시야? 정말 흥미로운 사람이더라.”한성우는 멈칫하더니 싸늘하게 식은 두 눈으로 그녀를 보았다.“걔한테 무슨 짓 할 생각하지 마.”신하리는 애초에 그의 말을 귓등으로 흘려듣고 있었다. 그녀는 그에게 다가가 목에 팔을 두르고 이내 매혹적인 숨소리를 내보냈다.“둘이 잤어?”한성우는 그녀를 흘겨보았다. 두 사람의 거리는 아주 가까웠고 아주 야릇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지만, 그녀를 바라보는 한성우의 눈빛은 싸늘하게 식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927화

    만약 어젯밤에 전 여사가 나서지 않았더라면 그 결과는 감히 상상할 수조차 없었다.서류를 들고 있던 강한서의 손에 힘이 꽉 들어갔다. 그는 한참 후에야 입을 열었다.“주강운은 이 사실을 알고 있어요?”“주 변호사님께서 호텔로 가신 적이 있습니다. 게다가 어젯밤에 경찰에 신고까지 한 걸 확인했습니다. 주 변호사님께서는 아무것도 모르시는 것 같았습니다. 다만 호텔 방에 있던 사람은 송가람 씨였고 아마도 명예가 더럽혀질 것을 고려해 합의를 본 것 같았습니다.”“아무것도 모른 다라...”강한서는 그 말만 곱씹었다. 그리고 한참 후에야 서류를 내려놓고 낮게 깔린 목소리로 말했다.“동성구에 있던 지하 도박장 두 곳을 경찰에게 알리세요. 최대한 경찰이 발견하도록 도와주시고요. 곧 추석이기도 하니 업적 정도는 올려줘야죠.”민경하는 바로 그의 뜻을 알아들었다.동성구엔 지하 도박장이 두 곳이나 존재했다. 두 곳 전부 도석문의 도박장이었고 도박하러 온 사람 중엔 재벌도 있었고 조폭 등 여러 가지 사람들이 있었다. 해마다 도박으로 인해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빚을 떠안게 된 사람들이 자살 시도를 했기에 그야말로 사회의 악이었다.도박장의 주인이 누군지는 재계에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도박장의 위치는 매번 달랐다.도박장에 입장하는 사람들은 전부 아는 사람들의 소개로 들어간 것이었고 몇 차례의 시험 끝에 신분을 확인하고 나서야 안으로 들어가 배팅을 할 수가 있었다. 그들은 자신의 정보가 새어 나가는 것을 원치 않았고 당연히 깊이 빠져들려고 하지도 않았다.요컨대, 도박장이 오랫동안 운영되고 도석문이 많은 돈을 세탁할 수 있었던 것도 누군가가 뒤를 봐주고 있었던 덕분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당연히 일찌감치 망해버렸을 것이었다.강한서의 많은 대학 동기들이 작년에 그 도박장에서 감당할 수 없을 만큼의 빚을 떠안고 자살하게 되었다.연간 수입 20억을 받던 투자자도, 같은 업계에서 일하던 실력이 뛰어난 사람도 전부 도박에 빠지게 된 후 일을 내팽개쳤고 아무리 그들의 회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928화

    그렇게 그런 일이 있게 된 후 강한서는 바로 자세하게 알아보게 되었다.그의 대학 동기를 도박장으로 이끈 몇몇 사람들을 찾기 시작했다. 그렇게 그는 장례식이 끝난 2개월 뒤에 전부를 찾아내 붙잡게 되었다.그러나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죽은 자는 되살아날 수 없었다. 더군다나 그가 잡은 사람들을 경찰에 신고해봤자 기껏해야 그 일을 주동한 주동자가 길어야 2, 3년 판결을 받게 될 것이었다.도석문이 운영하는 도박장의 위치와 입장 규칙은 강한서가 이미 연초에 다 조사해 냈었다.다만 개입된 사람이 너무나도 많았기에 그는 계속 지켜보고만 있었다. 그가 손을 대기만 하면 모든 업계의 사람들을 자신의 적으로 돌리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만약 유현진이 납치되지만 않았더라면 강한서는 아마 더 좋은 시기를 노려 손을 댈 것이었다. 그러나 유현진이 연관된 일이라면 강한서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민경하가 나간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최연서가 보내온 문자를 받게 되었다.「유상수가 가지고 있던 사진을 이미 전부 손에 넣었어요. 복사본은 없는 것 같았고 휴대폰에 저장되어 있던 사진들은 제가 이미 깨끗하게 삭제해 버렸어요.」강한서가 답장을 보냈다.「고마워요.」상대는 바로 답장을 보내왔다.「강한서 씨 애인께서 저더러 임신한 척 연기를 하며 백혜주를 자극하라고 하던데, 그렇게 할까요?」강한서가 살짝 웃더니 답장을 보냈다.「제가 말했죠. 무조건 제 애인이 시킨 대로 하세요. 저한테 물어보실 필요 없습니다. 도움이 필요하시면 다시 연락 주세요. 돈은 약속한 대로 줄 테니까요.」최연서는 다시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이윽고 그녀는 임신테스트기를 하나 꺼내 완벽하게 세팅한 후 화장실 쓰레기통에 버렸다.그녀는 창백해진 얼굴로 화장실에서 나왔다.유상수는 마침 누군가와 통화 중이었다. 통화를 마친 유상수는 안색이 창백해진 최연서를 보며 걱정스레 물었다.“왜 그래? 어디 아픈 거냐?”최연서는 고개를 저었다.“아마 아까 뭘 잘 못 먹었나 봐요. 살짝 속이 울렁거리네요.”유상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929화

    유상수의 표정이 순간 확 굳어졌다.“그럼 화장실에 있던 임신테스트기는 뭐더냐?”최연서는 입술을 틀어 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유상수는 미간을 확 찌푸렸다.“내가 묻고 있잖아! 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최연서의 눈가가 붉어지더니 울먹거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저도 몰라요. 그냥 최근에 자꾸 속이 울렁거리고 메슥거려서 직장 동료가 임신한 거 아니냐고 물었었어요. 그래서 두려워서 일단 임신테스트기 하나 사서 테스트해 본 거예요...”“저도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고요...”그녀는 결국 울음을 터뜨렸고 두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유 대표님, 저 정말 무서워요...”유상수는 눈물을 머금고 있는 그녀의 두 눈을 보니 심장이 쿵쾅쿵쾅 소리를 내며 뛰었다.최연서가 울고 있는 모습은 그가 학창 시절에 만난 하현주의 모습과 너무나도 많이 닮아있었고 순간 그를 빠져들게 했다.만약 하현주가 눈앞에 있는 최연서처럼 울면서 그에게 의지하며 그의 말만 잘 들어줬다면 그들은 절대 이 지경 이 꼴이 되지 않았을 거라 생각했다. 그가 줄곧 사랑해 왔던 사람은 하현주뿐이었다. 그는 아직도 그녀가 왜 그를 배신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유상수는 최연서를 꼭 끌어안았다. 그는 그녀의 어깨를 토닥이며 나직하게 말했다.“무서워하지 마. 일단 병원 가서 검사해 보는 거야. 만약 정말 임신한 거라면 낳아.”“제가 어떻게 낳아요. 대표님께는 가정이 있으시잖아요. 제가 이 아이를 낳으면 저 혼자서 어떻게 키워요. 전 젊은 나이에 다른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불륜녀가 되고 싶지도 않고, 제 아이가 세상에 나오자마자 사생아라는 소리를 듣게 하고 싶지도 않아요.”그녀의 말에 유상수도 난감해졌다.백혜주도 임신했다. 그가 만약 최연서가 아이를 낳게 만든다면 백혜주가 바로 뒤집힐 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최연서의 아이를 지우자니 그는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게다가 최연서와 하현주는 아주 닮아있었고 만약 최연서의 아이가 세상에 태어난다면 그가 하현주 사이에 아이가 없던 유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930화

    국세청의 공식 입장과 페이스북의 강제 탈퇴는 불과 3시간 안에 일어난 일이었고 너무나도 신속하게 처리되어 유현진은 꿈을 꾸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고작 하루라는 시간 동안 페이스북이든 다른 SNS에서든 방이진의 기사가 여기저기 떠돌고 있었다.그녀는 방이진이 드디어 바라던 대로 ‘뜨게' 되었고 ‘유명 인사'도 되었다. 다만 그녀는 법을 어긴 방식으로 유명 인사가 된 것이었다.방이진의 탈세 소식이 드러나게 된 후 각종 추측성 찌라시가 돌기 시작했다.예를 들어 그녀가 촬영장에서 일부러 신인 배우의 기강을 잡으려고 한다든가, 사소한 이유로 트집을 잡으며 매니저의 월급을 깐다든가, 불륜녀가 되어 남의 가정을 파괴했다든가 등등 찌라시가 돌았다. 물론 그중 제일 사람들을 충격에 빠지게 한 소식은 그녀가 여러 명의 남자와 함께 침대에 누워있는 사진이었고 심지어 누군가는 그녀가 장기간 마약을 복용했다고 밝히기까지 했다.마약에 대한 소식은 아직 정확한 기사가 나지 않았기에 진실인지 거짓인지 알 수가 없었지만, 그녀의 야한 사진은 이미 인터넷에 퍼져있었고 그 사진의 수위는 웬만한 야동과 비슷한 정도의 수위였다.“살의”의 제작진들도 얼른 방이진을 캐스팅에서 제외해 버렸다. 방이진의 연예계 생활을 그렇게 막을 내리게 된 것이었다.곧이어 얼마 지나지 않아 뉴스에선 거대 도박장 두 곳을 찾아내게 되었고 마약을 복용한 사람까지 체포했다고 했다. 게다가 도박장을 운영하던 사람은 한주시에서 아주 유명한 사업가로 알려진 도석문이었다.그리고 이내 또 도석문이 사람을 죽였다는 소식까지 들려왔다.도석문은 20년 전 탄광을 운영하고 있었고 탄광이 무너지자 그는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수색하러 온 구조대원들에게 거짓으로 탄광에 묻힌 인원수를 알렸고 그렇게 시간을 지체하여 7명의 직원은 그대로 생매장당하게 된 것이었다.유가족들은 담당자가 누구인지 찾아낼 수가 없었고 피해보상도 받을 수 없었으며 아무리 소송을 걸어도 소용이 없었다.도석문이 체포된 후 어째서인지 그 사건은 다시 수면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931화

    “나 그럼 촬영장에 구경하러 갈게.”유현진의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그냥 오지 마. 내 연기에 방해될 것 같아.”강한서는 살짝 소리 내 웃으며 대답했다. “걱정하지 마, 이번엔 머리맡에 안 있을게.”“밖에서 기다려. 감독님한테 내가 나오는 장면 먼저 촬영해달라고 말할게.”그러자 강한서가 동의했다. 촬영이 끝나자 옷을 갈아입고 나온 유현진은 강한서의 벤츠가 마세라티에 가로막혀 있는 것을 발견했다. 두 차의 창문은 모두 내려져 있었고 송민준은 선글라스를 쓴 채 차창에 팔꿈치를 걸치고 입꼬리를 씩 올리며 강한서를 쳐다보고 있었다. “강 대표, 회사 한가한가 봐? 틈만 나면 촬영장에 오고. 왜, 특별출연이라도 하게?”강한서는 송민준을 힐끗 쳐다보았다. “대표가 되어서, 내가 투자한 영화 촬영이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지 확인은 해야지 않겠어?”송민준이 미간을 찌푸렸다. “네가 언제 투자했어, 왜 난 몰랐지?”강한서가 독설을 날렸다. “내가 네 회사에 투자한 400억은 네가 꿀꺽한 거야? 브랜드 뉴 엔터가 투자했으면, 내가 투자한 거나 마찬가지 아닌가? 네가 내 돈으로 대체 어떤 영화를 촬영하고 있는지는 알아야 할 거 아니야.”그 일을 까맣게 잊고 있었던 송민준이 입술을 삐죽였다.막 입을 열려던 송민준은 슬금슬금 눈치를 보며 자리를 피하려는 유현진을 발견하고는 바로 강한서에게 관심을 끊었다. 그는 손을 흔들며 유현진을 불렀다. “현진 씨, 촬영 끝났어요?”유현진은 멈칫 행동을 멈추더니 몸을 돌려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송 대표님, 어쩐 일이세요?”송민준이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모 브랜드에서 현진 씨를 모델로 쓰고 싶다고 연락이 와서요. 미팅에 현진 씨와 함께 가서 계약할 건지 결정하려고요.”유현진이 침묵했다. 그는 어제도, 그제도, 엊그제도 모두 같은 핑계를 댔다. 광고 촬영 아니면 홍보대사, 그것도 아니면 대본...매번 이유는 달랐지만, 늘 같은 이유로 식사 자리에 불참했고, 미팅을 위한 식사자리는 송민준과 유현진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932화

    유현진은 서로 깎아내리는 두 사람을 보며 머리가 지끈거렸다. 그녀는 어쩐지 위자료를 받지 않고 이혼한 것에 대해, 자신보다 송민준이 더 강한서에게 적의를 표현하는 것 같았다. 단지 대표이기 때문이라기엔, 확실히 도가 지나쳤다. 사실 그녀가 송민준과 계약한 후, 그는 유현진을 극진히 보살폈다. 특히 요즘은 그녀를 보러 오는 빈도가 점점 더 잦아졌다. 음식을 가져다주지 않으면 옷을 선물해 주었다. 매번 회사의 성의라면서 그녀를 거절할 수 없게 만들었다. 하지만 유현진이 회사와 계약한 다른 연예인에게 들은 바로는, 물론 회사의 복지를 받기는 했지만 그녀만큼은 아니었고 대표가 직접 가지고 오는 일도 없었다. 송민준이 그녀를 향한 걱정과 관심은, 이미 일반적인 대표와 연예인의 사이를 넘어섰다. 일반적으로 이런 상황이라면 의도는 분명했다. 바로 그녀에게 검은 손을 뻗으려는 것이다. 하지만 송민준은 유현진에게 전혀 그런 요구를 한 적이 없었다. 매번 유현진을 불러내서는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다녔다. 심지어 레스토랑도 한 번도 겹친 적이 없었고 모든 메뉴를 전부 다 시켜 그녀에게 다 먹이고 싶어 했다. 일주일이 조금 넘게 송민준이 그녀를 데리고 맛집을 탐방하는 동안, 그녀는 2kg이나 쪘다. 심지어 안창수도 오늘 그녀에게 조금 부은게 아니냐고 물었다. 그녀는 조금씩 송민준이 그녀를 살찌워 더 이상 연기를 못하게 한 뒤, 회사에 돈을 벌어 주지 못했다는 이유로 위약금을 내게 하려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송씨 가문의 회사와 자신의 그까짓 위약금을 비교해 본다면, 전혀 그럴 필요가 없는 듯했다. 하지만 그가 대체 무엇을 원하는 것인지, 유현진은 아무리 생각해도 짐작이 되지 않았다. 강한서는 송민준과 유치하게 티격태격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고개를 돌려 유현진을 보며 말했다. “현진아, 타.”유현진이 움직이기도 전에 송민준이 말했다. “현진 씨, 이제 막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는데, 쓸데없는 사람 때문에 일을 그르치지 말아요. 그리고 이번

최신 챕터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279화

    한현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안녕하세요, 채영 언니.”문채영이 가방에서 포장한 선물 박스를 건넸다. “첫 만남이라 어떤 선물을 준비하면 좋을지 몰라 제가 직접 향낭을 만들었어요. 향 맡아봐요.”한현진이 조금 의외라는 듯 말했다. “언니도 조향하세요?”문채영이 미소 지었다. “제가 조향에 입문하게 된 것도 민준이 덕분이었어요. 전엔 이런 거 만드는 거 좋아했었거든요.”한현진은 다시 한 번 충격에 휩싸였다. 그녀는 조향하는 송민준의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줄곧 송민준은 그쪽으론 취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송민준은 그 얘기를 꺼내는 것이 불쾌한 듯 담담하게 말했다. “주문부터 해. 배고파.”멈칫하던 문채영이 시선을 내려 눈에 맴도는 서운함을 숨겼다. 한현진이 얼른 화제를 돌렸다. “언니, 오랜만에 오셨을 텐데 오늘은 한주 음식으로 드시는 게 어때요?”문채영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좋아요. 현진 씨가 먹고 싶은 거로 주문해요.”주문한 음식 서빙을 마치고 룸을 나서려는 종업원에게 송민준이 갑자기 말했다. “장어 국수도 주문할게요.”문채영이 힐끗 송민준을 쳐다보자 시선을 올린 그가 마치 변명이라도 하듯 말했다. “환영회에 국수가 빠질 수 없지.”‘그래, 환영회에 국수가 빠질 수 없다고 하는 건 그렇다고 쳐. 하지만 하고 많은 국수 중에 왜 하필 장어 국수야?’‘오빠가 장어 국수라고 말할 때 언니 표정을 보면 설마 두 사람 사이에 장어 국수와 관련된 스토리가 있었던 건가?’호기심이 활활 불타오른 한현진이 몰래 테이블 아래로 강한서의 손을 꼬집었다. 그러자 강한서는 그녀에게 새우를 발라 주었다. 한현진: ...강한서과 문채영은 너무 친한 사이였다. 두 사람의 대화에서 한현진은 문채영의 외할머니와 강한서의 할머니가 먼 친척 사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워낙 촌수가 먼 사이라 피가 거의 섞이지 않은 가족이라고 할 수 있었다. 두 사람은 알고 지낸지 한참 후에야 두 가문이 몇 세대 전에는 친척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278화

    한현진이 고개를 들자 옆에 서 있는 벤틀리가 보였다. 송민준이 운전석에 앉아 두 사람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들의 차창은 닫혀 있었으니 송민준은 당연히 아무것도 볼 수 없었지만 강한서의 차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차를 세운지 한참이 지나도 두 사람이 모습을 보이지 않자 송민준은 강한서가 또 이상한 수작을 부리고 있는 것이라 생각했다. 송민준의 목소리를 들은 강한서가 한현진의 손을 놓고 그녀의 옷을 정리하며 단정하게 자리에 앉았다. 민경하는 은연 중에 자신의 미래를 보고 있는 것만 같았다. 차에서 내린 송민준은 카키색의 캐주얼한 외투에 검정색 바지를 입고 있었다. 머리는 평소 한열이 자주하던 헤어스타일과 비슷했고 선글라스를 콧등에 걸친 채 입술을 앙다물고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넓은 어깨에 긴 다리의 그가 우뚝 서 있으니 카리스마와 매력이 흘러넘쳤다. 전엔 그가 한열과 닮았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었는데 이런 차림에 선글라스까지 쓴 모습을 보니 만약 모르는 사람이 봤다면 아마 그를 한열로 착각할 것도 같았다. 닮아도 너무 닮았다. 차에서 내린 한현진이 가방을 메고 송민준을 향해 걸어갔다. “오빠, 오늘 왜 이렇게 멋져요?”송민준이 입꼬리를 씩 올렸다. “내가 언제 안 멋진 적이 있었어?”한현진이 눈웃음 지으며 말했다. “어떤 날이든 멋지긴 하죠. 그래서 언제 데뷔할 생각이요?”송민준이 한현진의 가방을 건네받으며 장난스레 말했다. “난 열이와 캐릭터가 너무 비슷해. 내가 데뷔하면 연예계에 걔 자리가 있긴 할 것 같아?”한현진이 웃음을 터뜨렸다. 송민준은 손을 들어 검지로 콧등에 걸린 선글라스를 아래로 내렸다. 그는 미간을 찌푸리고 강한서가 있는 쪽을 바라봤다. “쟨 차에서 뭐하는 거야?”“업무 통화 중이예요.”송민준이 한현진의 가방을 어깨에 걸치고 한현진을 잡아당기며 말했다. “가자. 우린 먼저 올라가는 게 좋겠어. 혼자 미적거리라고 해.”룸에 도착하자 송민준은 그제야 물었다. “너희 두 사람, 대체 무슨 중요한 얘기를 하려고 이렇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277화

    한현진이 장난기 가득한 말투로 말했다. 강한서가 씩 웃으며 대답했다. “마음 약해질 줄 알았는데, 내가 괜한 걱정을 했나 봐.”한현진이 말했다. “처음엔 마음이 약해졌는데 조금 전 불쾌한 일이 있었거든.”한현진은 간단하게 주혁이 무릎 꿇은 일을 서술했다. “난 사실 그렇게까지 화가 난 건 아니었어. 하지만 꿇어앉아 있는 기사님 모습을 본 순간 화가 치밀더라고. 그렇게 많은 사람이 보는 앞에서 그러니까 날 강박하는 것 같았거든. 그래서 그 기회를 빌려 바로 전근시켰어.”한현진이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 오는 길에 계속 마음이 불편했어. 내가 너무 극단적으로 처리한 건 아닌가 싶었거든. 기사님은 지금 아들에게 인공 달팽이관을 해줄 돈이 부족한 상황이거든. 전근하면 월급은 당연히 전보다 줄어들 텐데.”강한서가 한현진의 손등을 토닥였다.“인공 달팽이관은 보청기와 비슷한 거야. 생명과 직결된 문제도 아니니 돈이 부족하다고 해도 당장 급할 건 없어. 하지만 굳이 너를 속여 가며 부업을 하려고 했어. 난 그 부분이 도무지 이해가 되질 않아.”멈칫한 한현진이 나지막이 물었다. “기사님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거야?”강한서가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건 모르지. 하지만 시도 때도 없이 무릎을 꿇고 자존심 따위는 쉽게 버릴 수 있는 사람이라면 그 사람이 원하는 건 자신의 존엄보다 훨씬 더 소중한 걸 거야. 전근이 제일 좋은 선택이었어. 네가 그 사람을 곁에 두는 건 내가 불안해.”강한서는 한현진의 손을 잡으며 나긋한 목소리로 말했다. “마음 약해지지 마. 네가 마음 약해질 때마다 난 심장이 떨려.”“휴. 신세를 지기도 했고 기사님 집에는 장애인이 두 명이나 있잖아. 안타까워서 그러지. 내가 언제 다른 사람에게 마음이 약해지는거 봤어? 난 아주 독한 사람이라고.”강한서는 곧바로 태클을 걸었다. “강운이에겐 마음 약하게 굴었잖아.”지나간 이야기를 꺼내려는 강한서의 태도에 한현진이 얼른 입을 열었다. “그건 내가 불쌍해 보이는 주 변호사님 외모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276화

    한현진이 민경하를 살펴보았다. “그래 보이지는 않는데. 얼마 전 야근 때문에 피곤해서 그런 거 아냐? 신제품 발표회도 마무리 됐으니 이젠 좀 쉬게 해줘야지. 민 실장님이 쓰러지면 나중에 너만 고생할 거야.”강한서가 한현진에게 텀블러를 건넸다. “내가 부하 직원 생사도 나 몰라라 하는 그런 대표 같아? 민 실장이 쉬고 싶다고 하면 언제든지 휴가 줄 거야.”그 말에 민경하가 재빨리 대답했다. “괜찮아요, 사모님. 저 건강해요. 휴가 필요 없어요.”만약 평소였다면 휴가를 주겠다는 강한서의 말에 당연히 쉬겠다고 대답했을 것이다. 하지만 조금 전 그 상황을 겪고 나니 지금의 민경하는 감히 그럴 수가 없었다. 오늘 민경하가 강민서와 밤낚시를 약속했다는 것을 알게 된 강한서는 한현진과 통화할 때까지만 해도 그리 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전화를 끊고 얼마나 갔을까, 강한서가 입을 열었다. “밤낚시... 몇 명이 가는 거예요?”민경하가 말했다. “밤낚시 모임이 있어요. 아마 20명 정도 있을 거예요. 다들 스케줄에 따라 다르겠지만 많을 땐 8명에서 10명 정도 모여요. 적을 땐 4, 5명이 만날 때도 있고요.”“그래요.”단답으로 대답한 강한서는 또 얼마 지나지 않아 민경하에게 물었다. “밤새 낚시하면 피고하지 않아요?”민경하가 말했다. “텐트가 있어서 피곤하면 들어가서 쉬면 돼요.”강한서가 또 다시 “그래요”라며 단답으로 대답했다. 하지만 얼마 못 가 그가 또 물었다. “두 사람... 같은 텐트에서 자요?”“...”그 질문에 민경하는 바짝 긴장했다. 어쩐지 그 어떤 대답도 목숨을 걸기에 충분한 것 같았다. “4, 5명이면 텐트 2개를 사용해요. 피곤한 사람끼리 돌아가면서 쉬고요.”강한서는 더는 말이 없었다. 5분 후. “두 사람 같이 쉰 적 있어요?”“...”‘같이 잤냐고 묻는 일만 남았네.’민경하가 식은땀을 삐질 흘렸다. “누워서 얘기만 좀 나눴어요.”“그래요.”10분 후. “얘기만 조금 나눈게 전부예요?”민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275화

    남자는 들고 있던 담배를 다 태울 때까지 아무 말이 없었다. 서해금이 또 말을 이었다. “당신이 뿌리를 제대로 뽑지 못해 이렇게 큰 후환을 남기지만 않았다면 우리 가람이 처지도 지금처럼 어렵진 않았을 거야.”서해금이 말한 후환은 당연히 한현진을 가리키는 것이었다. 한현진 말이 나오자 남자의 얼굴이 저도 모르게 어두워졌다.그 여자 아이가 죽지 않았다는 일은 그 역시도 송씨 가문에서 한현진을 데려오기 얼마 전에야 알게 되었다.당시 그 여자가 품에 안아 보여주던 여자 아이는 애초부터 송씨 가문의 딸이 아니었다. 그 여자는 다른 곳에서 죽은 아이를 안아와 한아람의 딸이라고 그를 속였던 것이다.친딸이 태어나는 모습도 두 눈으로 직접 보지 못한 그는 곧 자신의 친딸에게 인생을 빼앗길 아이를 마주했다. 그 이루 말할 수 없는 죄책감에 그는 심지어 아이를 똑바로 쳐다볼 수도 없었다. 그는 그저 아이의 죽음을 확인하기만 하면 목적을 달성했다고 생각했다. 포섭당한 사람 중 누군가가 마음이 약해졌다는 사실도 모른 채 말이다. 한현진이 죽지 않았으니 송씨 가문이나 한씨 가문에서는 기필코 당시 분만실에서 있었던 일을 밝히려고 할 것이 분명했다. 다행히 서해금은 일처리를 함에 있어서 화근을 남기지 않는 스타일이었다. 당시 그 일에 연루되어 있는 사람들은 이미 전부 죽거나 도망간 상태였기에 아무리 쥐 잡듯이 뒤져도 그 해의 진실은 알아내 수 없을 것이었다. “내가 뭐 도와줄까?”남자가 나지막이 물었다. “아니.”서해금이 담담한 말투로 말했다. “한현진은 그렇게 멍청하지 않아. 쓸데없는 짓해서 괜한 의심 사지 마. 걔는 걔 엄마랑 똑같아. 의리가 치명적인 약점이거든. 잠깐만 조용히 지내.”잠시 멈칫하던 서해금이 말을 이었다. “앞으로 내 지시 없이 함부로 회사에 나타나지 마. 회사는 여기저기 보는 눈이 많아. 조그만 실수라도 있었다간 우리 가족 전부 끝장이라고.”우리 가족이라는 두 단어에 남자는 그만 멍해졌다. 그의 눈빛이 미래에 대한 희망으로 반짝였다. 그가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274화

    시선을 거둔 서해금이 물었다. “아래층은 불 켜졌어요?”누군가 대답했다. “네. 우리 층만 정전인 것 같아요.”머리 위의 CCTV를 확인한 서해금이 태연하게 말했다. “사람 불러서 확인해 보라고 해요. 다른 분들은 모두 자리도 돌아가요.”말하며 서해금이 송가람에게 시선을 돌렸다. “너도 돌아가. 내가 보내 준 자료는 꼭 봐. 검사할 거야.”송가람이 입술을 삐죽이며 작게 애교 부렸다. “알겠어, 엄마.”모든 사람이 자리로 돌아가자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서해금이 입을 꾹 다물고 비상계단으로 향했다. 비상계단엔 창문이 없었다. 복도에선 은은하게 담배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선세등이 켜지지 않아 유난히 어두웠다. 비상계단 복도로 들어선 서해금은 계단 위에 서서 벽에 기대어 담배를 쥐고 있는 남자를 볼 수 있었다. 그녀는 손을 들어 비상계단의 문을 닫으며 목소리를 낮춘 채 호통 쳤다. “여긴 회사야. 여기서 이런 짓을 하다니, 미친 거야?”“내가 정전 안 시켜서 CCTV에 찍혔으면 네가 이 상황을 해명할 수는 있고?”낮고 허스키한 목소리의 상대방의 말투엔 비웃음이 가득했다. 서해금이 굳은 얼굴로 말했다. “당신이 당신 마음대로 여기 들어올 땐, 내 의견을 묻긴 했어?”남자가 쉰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난 그저 우리 딸이 보고 싶었을 뿐이야.”화가 치민 서해금은 목소리를 잔뜩 낮추었음에도 분노를 완전히 억제할 수는 없었다. “내가 동영상 보내줬잖아. 사진도 보내줬잖아. 지금 당신이 어떤 신분인지, 당신이 몰라서 이래?”“사진이나 동영상은 직접 내 눈으로 보는 것과는 비교도 안 되잖아. 목소리를 듣고 싶고, 얼굴 한 번 보고 싶다는 게 너무 한 거야?”“이게 너무한게 아니면 뭐야? 지금 당신이 어떤 모습인지, 어떤 신분인지 몰라?”스산하게 비추는 불빛에 남자의 표정이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서해금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가 움찔 떠는 것은 분명히 알 수 있었다. “서해금. 네가 원하던 걸 전부 이루니까 이제 난 필요 없다 이거야?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273화

    송가람의 목소리가 비통함에 잠기기 시작했다. “엄마, 설마 아빠 아직도 나한테 화 난 거야?”송가람이 이윤하에게 맞아 입원했을 당시 송병천은 매일 같이 병원에 왔었다. 하지만 송가람을 마주한 송병천은 어린 시절 한없이 다정다감하던 모습은 사라지고 어색함과 냉담함만이 더해졌다. 신미정에게 속은 건 결국 송가람이 아직도 강한서를 잊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송병천이 그런 송가람의 마음을 눈치 채고 이미 한 번의 주의를 주었음에도 똑같은 실수를 반복했으니 송병천은 그녀에게 철저히 실망했을 것이다. 강한서를 좋아하는 것이 잘못이라고 송가람은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오히려 그녀는 모든 잘못은 한현진이 저지른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차피 이미 20여년이 지난 일인데, 왜 그대로 흘려버리지 않은 걸까? 왜 굳이 돌아와 그녀의 아빠와 오빠를 빼앗으려 하는 걸까?한현진이 없던 송가람의 네 식구는 행복하기 그지없는 가족이었다. 하지만 한현진이라는 존재가 나타남으로 인해 부모님은 전처럼 서로를 사랑하지 않았고 오빠의 마음은 완전히 친동생에게 기울었다. 아빠는 더 이상 전처럼 그녀를 사랑하지 않았고 심지어 엄마는 그저 지분과 재산 생각으로 가득 차 전보다 더 계산적으로 굴었다. 그 혈연관계는 마치 날카로운 칼날처럼 한현진이 등장한 후 그녀의 가족을 갈라놓았다. 송가람은 반항이라도 하듯 강한서를 좋아하면서도 송병천과 송민준이 전처럼 예뻐해 주길 발랐다. 서해금이 시선을 올려 송가람을 바라보았다. “네가 한현진에게서 강한서를 빼앗으려고 결정했을 때부터 그 정도 각오는 했어야지. 네 아빠가 마음을 대해 널 20여년 간 키워주고 진심으로 예뻐한 건 사실이지만 한현진은 친딸이야. 게다가 간절히 바랐었지만 결국 잃어버렸던 아이야. 그런 애가 유씨 가문에서 그런 치욕을 당하며 살아왔어. 네 아빠가 조금만 조사하면 한현진이 어떤 고생을 하며 살아왔는지 금방 알 수 있어. 그럼 네 아빠가 모든 걸 걸고 한현진에게 보상해주려고 하지 않겠어?”“피로연에서 그저 조금 떠봤을 뿐인데 네 아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272화

    서해금 사무실. “내가 널 어쩌면 좋겠니. 얼마나 많은 사람이 널 지켜보고 있는데 고작 은서하가 한현진 옷 선물을 받았다는 이유로 보너스를 삭감해?”밖에선 꾹 참고 있던 서해금은 사무실에 도착하자 더는 화를 감추지 못했다. 송가람은 개의치 않으며 말했다. “엄마. 은서하는 재무팀 직원이야. 감히 내 앞에서 한현진의 선물을 받았어. 그건 엄마에게 창피를 주는 것과 다를 거 없잖아. 만약 내가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다른 직원들도 은서하와 똑같이 했을 거야. 난 그저 엄마 대신 주의를 준 것뿐이야.”“주의?”서해금이 퉁명스럽게 말했다. “고작 옷 한 벌로 주의? 너 이 정도밖에 안 되는 애야? 은서하가 한현진 옷 선물을 받았을 때, 왜 그 이유는 알아보려고 하지 않았어? 은서하는 가족 병원비 때문에 충분히 힘들게 살고 있어. 만약 이런 타이밍에 네가 은서하를 도와줬다면 걔가 그 은혜를 평생 기억했을 뿐만 아니라 다른 직원들에게도 네가 얼마나 아량이 넓은 사람인지 알게 되었을 거야.”“하지만 네가 한 짓을 봐! 보너스를 삭감으로 은서하 상황만 더 안 좋게 했어. 구내식당에서 밥을 먹는 것도 네 곁에 있던 멍청이에게 비난을 받아야 했어. 그런 식으로 은서하를 조롱하면 네가 뭐라도 돼 보일 것 같아? 멍청한 것! 네가 그럴수록 사람들은 네가 속이 좁다고 생각할 뿐이야. 고작 그런 일로 복수나 하는 아량이라고는 없는 인간이라고 생각하겠지. 누가 그런 사람 밑에서 일하고 싶을 것 같아?”멍해졌던 송가람은 잠시 당황했지만 여전히 고집스레 말했다. “그땐... 그땐 그런 건 생각도 안 했어. 그렇게 멍청하게 한 번도 인사팀에 묻지 않을 줄은 몰랐지. 그리고 내가 걔 집안 사정을 어떻게 알아...”변명을 늘어놓던 송가람은 조금 전 한현진이 대신 나서줬음에도 끝내 한현진 편에 서지 않던 은서하를 떠올리고는 곧바로 자신 있게 말했다. “엄마, 조금 전 한현진이 도와주는데도 가만히 있는 거 봤잖아. 엄마는 어떻게 은서하가 배은망덕한 머리 검은 짐승이 아닐 거라 확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271화

    “그리고 두 번째 이유는 부업으로 회사 청소를 하시면서 실수가 있으셨고 그걸 바로 저에게 보고하기는커녕 오히려 다른 사람에게 덜미를 잡혔어요. 만약 오늘 세은이가 오일 제조에 실패했다면 기사님이 얼마나 큰 책임을 떠안아야 했는지 알고는 계세요?”“마지막 이유는, 제 사무실 앞에 꿇어앉아 용서를 구하지는 않았어야 하셨어요. 무릎을 꿇는 이유가 사과든 반성이든, 아니면 또 다른 목적이 있어서든 그건 제가 싫어하는 방식이거든요. 인간으로서의 존엄도, 자존심도 전부 내려놓는 행위이니까요. 부모님과 은인 앞이 아닌 이상, 함부로 무릎을 꿇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저희는 고용관계잖아요. 게다가 기사님은 저보다 한참 연장자이시기도 하고요. 그러니까 기사님이 무릎을 꿇고 사죄를 바라는 행동을 전 용서를 강요하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어요.”주혁은 차마 그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의 얼굴도 조금씩 하얗게 질려갔다. 한현진의 논리정연한 말에 주혁은 반박할 수조차 없었다. 그는 한참만에야 창백해진 얼굴로 겨우 죄송하다는 한 마디를 내뱉었다. 입술을 짓이기며 말이 없던 한현진은 잠시 후에야 다시 입을 열었다. “선택해요. 월급은 제가 최대한 인사팀과 협의해 볼게요.”한참을 잠자코 있던 주혁이 나지막이 물었다. “대표님, 제가 다시 대표님 운전기사로 돌아올 수 있을까요?”한현진은 이번엔 곧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잠시 뜸을 들이다 말했다. “그건 나중에 다시 얘기해요.”한 번 무너진 신뢰를 다시 쌓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한현진은 진심으로 주혁의 처지를 안타까워했다. 물론 그가 부업을 하려는 이유도 충분히 이해했다. 하지만 그녀는 틈만 나면 사고를 치는 사람을 곁에 두고 싶지 않았다. 언젠가 다시 등에 칼을 꽂을지도 몰랐다. 한현진에게는 다른 사람을 동정할 여유가 없었다. 면접을 봤던 그날 주혁이 구해준 은혜는 다른 방식으로 보답할 생각이었다. 무릎을 꿇는 것으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았다. 한현진은 그런 이유로 더 참아줄 생각이 없었다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