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927화

작가: 조십일
만약 어젯밤에 전 여사가 나서지 않았더라면 그 결과는 감히 상상할 수조차 없었다.

서류를 들고 있던 강한서의 손에 힘이 꽉 들어갔다. 그는 한참 후에야 입을 열었다.

“주강운은 이 사실을 알고 있어요?”

“주 변호사님께서 호텔로 가신 적이 있습니다. 게다가 어젯밤에 경찰에 신고까지 한 걸 확인했습니다. 주 변호사님께서는 아무것도 모르시는 것 같았습니다. 다만 호텔 방에 있던 사람은 송가람 씨였고 아마도 명예가 더럽혀질 것을 고려해 합의를 본 것 같았습니다.”

“아무것도 모른 다라...”

강한서는 그 말만 곱씹었다. 그리고 한참 후에야 서류를 내려놓고 낮게 깔린 목소리로 말했다.

“동성구에 있던 지하 도박장 두 곳을 경찰에게 알리세요. 최대한 경찰이 발견하도록 도와주시고요. 곧 추석이기도 하니 업적 정도는 올려줘야죠.”

민경하는 바로 그의 뜻을 알아들었다.

동성구엔 지하 도박장이 두 곳이나 존재했다. 두 곳 전부 도석문의 도박장이었고 도박하러 온 사람 중엔 재벌도 있었고 조폭 등 여러 가지 사람들이 있었다. 해마다 도박으로 인해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빚을 떠안게 된 사람들이 자살 시도를 했기에 그야말로 사회의 악이었다.

도박장의 주인이 누군지는 재계에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도박장의 위치는 매번 달랐다.

도박장에 입장하는 사람들은 전부 아는 사람들의 소개로 들어간 것이었고 몇 차례의 시험 끝에 신분을 확인하고 나서야 안으로 들어가 배팅을 할 수가 있었다. 그들은 자신의 정보가 새어 나가는 것을 원치 않았고 당연히 깊이 빠져들려고 하지도 않았다.

요컨대, 도박장이 오랫동안 운영되고 도석문이 많은 돈을 세탁할 수 있었던 것도 누군가가 뒤를 봐주고 있었던 덕분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당연히 일찌감치 망해버렸을 것이었다.

강한서의 많은 대학 동기들이 작년에 그 도박장에서 감당할 수 없을 만큼의 빚을 떠안고 자살하게 되었다.

연간 수입 20억을 받던 투자자도, 같은 업계에서 일하던 실력이 뛰어난 사람도 전부 도박에 빠지게 된 후 일을 내팽개쳤고 아무리 그들의 회
이 책을 계속 무료로 읽어보세요.
QR 코드를 스캔하여 앱을 다운로드하세요
잠긴 챕터

관련 챕터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928화

    그렇게 그런 일이 있게 된 후 강한서는 바로 자세하게 알아보게 되었다.그의 대학 동기를 도박장으로 이끈 몇몇 사람들을 찾기 시작했다. 그렇게 그는 장례식이 끝난 2개월 뒤에 전부를 찾아내 붙잡게 되었다.그러나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죽은 자는 되살아날 수 없었다. 더군다나 그가 잡은 사람들을 경찰에 신고해봤자 기껏해야 그 일을 주동한 주동자가 길어야 2, 3년 판결을 받게 될 것이었다.도석문이 운영하는 도박장의 위치와 입장 규칙은 강한서가 이미 연초에 다 조사해 냈었다.다만 개입된 사람이 너무나도 많았기에 그는 계속 지켜보고만 있었다. 그가 손을 대기만 하면 모든 업계의 사람들을 자신의 적으로 돌리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만약 유현진이 납치되지만 않았더라면 강한서는 아마 더 좋은 시기를 노려 손을 댈 것이었다. 그러나 유현진이 연관된 일이라면 강한서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민경하가 나간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최연서가 보내온 문자를 받게 되었다.「유상수가 가지고 있던 사진을 이미 전부 손에 넣었어요. 복사본은 없는 것 같았고 휴대폰에 저장되어 있던 사진들은 제가 이미 깨끗하게 삭제해 버렸어요.」강한서가 답장을 보냈다.「고마워요.」상대는 바로 답장을 보내왔다.「강한서 씨 애인께서 저더러 임신한 척 연기를 하며 백혜주를 자극하라고 하던데, 그렇게 할까요?」강한서가 살짝 웃더니 답장을 보냈다.「제가 말했죠. 무조건 제 애인이 시킨 대로 하세요. 저한테 물어보실 필요 없습니다. 도움이 필요하시면 다시 연락 주세요. 돈은 약속한 대로 줄 테니까요.」최연서는 다시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이윽고 그녀는 임신테스트기를 하나 꺼내 완벽하게 세팅한 후 화장실 쓰레기통에 버렸다.그녀는 창백해진 얼굴로 화장실에서 나왔다.유상수는 마침 누군가와 통화 중이었다. 통화를 마친 유상수는 안색이 창백해진 최연서를 보며 걱정스레 물었다.“왜 그래? 어디 아픈 거냐?”최연서는 고개를 저었다.“아마 아까 뭘 잘 못 먹었나 봐요. 살짝 속이 울렁거리네요.”유상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929화

    유상수의 표정이 순간 확 굳어졌다.“그럼 화장실에 있던 임신테스트기는 뭐더냐?”최연서는 입술을 틀어 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유상수는 미간을 확 찌푸렸다.“내가 묻고 있잖아! 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최연서의 눈가가 붉어지더니 울먹거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저도 몰라요. 그냥 최근에 자꾸 속이 울렁거리고 메슥거려서 직장 동료가 임신한 거 아니냐고 물었었어요. 그래서 두려워서 일단 임신테스트기 하나 사서 테스트해 본 거예요...”“저도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고요...”그녀는 결국 울음을 터뜨렸고 두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유 대표님, 저 정말 무서워요...”유상수는 눈물을 머금고 있는 그녀의 두 눈을 보니 심장이 쿵쾅쿵쾅 소리를 내며 뛰었다.최연서가 울고 있는 모습은 그가 학창 시절에 만난 하현주의 모습과 너무나도 많이 닮아있었고 순간 그를 빠져들게 했다.만약 하현주가 눈앞에 있는 최연서처럼 울면서 그에게 의지하며 그의 말만 잘 들어줬다면 그들은 절대 이 지경 이 꼴이 되지 않았을 거라 생각했다. 그가 줄곧 사랑해 왔던 사람은 하현주뿐이었다. 그는 아직도 그녀가 왜 그를 배신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유상수는 최연서를 꼭 끌어안았다. 그는 그녀의 어깨를 토닥이며 나직하게 말했다.“무서워하지 마. 일단 병원 가서 검사해 보는 거야. 만약 정말 임신한 거라면 낳아.”“제가 어떻게 낳아요. 대표님께는 가정이 있으시잖아요. 제가 이 아이를 낳으면 저 혼자서 어떻게 키워요. 전 젊은 나이에 다른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불륜녀가 되고 싶지도 않고, 제 아이가 세상에 나오자마자 사생아라는 소리를 듣게 하고 싶지도 않아요.”그녀의 말에 유상수도 난감해졌다.백혜주도 임신했다. 그가 만약 최연서가 아이를 낳게 만든다면 백혜주가 바로 뒤집힐 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최연서의 아이를 지우자니 그는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게다가 최연서와 하현주는 아주 닮아있었고 만약 최연서의 아이가 세상에 태어난다면 그가 하현주 사이에 아이가 없던 유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930화

    국세청의 공식 입장과 페이스북의 강제 탈퇴는 불과 3시간 안에 일어난 일이었고 너무나도 신속하게 처리되어 유현진은 꿈을 꾸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고작 하루라는 시간 동안 페이스북이든 다른 SNS에서든 방이진의 기사가 여기저기 떠돌고 있었다.그녀는 방이진이 드디어 바라던 대로 ‘뜨게' 되었고 ‘유명 인사'도 되었다. 다만 그녀는 법을 어긴 방식으로 유명 인사가 된 것이었다.방이진의 탈세 소식이 드러나게 된 후 각종 추측성 찌라시가 돌기 시작했다.예를 들어 그녀가 촬영장에서 일부러 신인 배우의 기강을 잡으려고 한다든가, 사소한 이유로 트집을 잡으며 매니저의 월급을 깐다든가, 불륜녀가 되어 남의 가정을 파괴했다든가 등등 찌라시가 돌았다. 물론 그중 제일 사람들을 충격에 빠지게 한 소식은 그녀가 여러 명의 남자와 함께 침대에 누워있는 사진이었고 심지어 누군가는 그녀가 장기간 마약을 복용했다고 밝히기까지 했다.마약에 대한 소식은 아직 정확한 기사가 나지 않았기에 진실인지 거짓인지 알 수가 없었지만, 그녀의 야한 사진은 이미 인터넷에 퍼져있었고 그 사진의 수위는 웬만한 야동과 비슷한 정도의 수위였다.“살의”의 제작진들도 얼른 방이진을 캐스팅에서 제외해 버렸다. 방이진의 연예계 생활을 그렇게 막을 내리게 된 것이었다.곧이어 얼마 지나지 않아 뉴스에선 거대 도박장 두 곳을 찾아내게 되었고 마약을 복용한 사람까지 체포했다고 했다. 게다가 도박장을 운영하던 사람은 한주시에서 아주 유명한 사업가로 알려진 도석문이었다.그리고 이내 또 도석문이 사람을 죽였다는 소식까지 들려왔다.도석문은 20년 전 탄광을 운영하고 있었고 탄광이 무너지자 그는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수색하러 온 구조대원들에게 거짓으로 탄광에 묻힌 인원수를 알렸고 그렇게 시간을 지체하여 7명의 직원은 그대로 생매장당하게 된 것이었다.유가족들은 담당자가 누구인지 찾아낼 수가 없었고 피해보상도 받을 수 없었으며 아무리 소송을 걸어도 소용이 없었다.도석문이 체포된 후 어째서인지 그 사건은 다시 수면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931화

    “나 그럼 촬영장에 구경하러 갈게.”유현진의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그냥 오지 마. 내 연기에 방해될 것 같아.”강한서는 살짝 소리 내 웃으며 대답했다. “걱정하지 마, 이번엔 머리맡에 안 있을게.”“밖에서 기다려. 감독님한테 내가 나오는 장면 먼저 촬영해달라고 말할게.”그러자 강한서가 동의했다. 촬영이 끝나자 옷을 갈아입고 나온 유현진은 강한서의 벤츠가 마세라티에 가로막혀 있는 것을 발견했다. 두 차의 창문은 모두 내려져 있었고 송민준은 선글라스를 쓴 채 차창에 팔꿈치를 걸치고 입꼬리를 씩 올리며 강한서를 쳐다보고 있었다. “강 대표, 회사 한가한가 봐? 틈만 나면 촬영장에 오고. 왜, 특별출연이라도 하게?”강한서는 송민준을 힐끗 쳐다보았다. “대표가 되어서, 내가 투자한 영화 촬영이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지 확인은 해야지 않겠어?”송민준이 미간을 찌푸렸다. “네가 언제 투자했어, 왜 난 몰랐지?”강한서가 독설을 날렸다. “내가 네 회사에 투자한 400억은 네가 꿀꺽한 거야? 브랜드 뉴 엔터가 투자했으면, 내가 투자한 거나 마찬가지 아닌가? 네가 내 돈으로 대체 어떤 영화를 촬영하고 있는지는 알아야 할 거 아니야.”그 일을 까맣게 잊고 있었던 송민준이 입술을 삐죽였다.막 입을 열려던 송민준은 슬금슬금 눈치를 보며 자리를 피하려는 유현진을 발견하고는 바로 강한서에게 관심을 끊었다. 그는 손을 흔들며 유현진을 불렀다. “현진 씨, 촬영 끝났어요?”유현진은 멈칫 행동을 멈추더니 몸을 돌려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송 대표님, 어쩐 일이세요?”송민준이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모 브랜드에서 현진 씨를 모델로 쓰고 싶다고 연락이 와서요. 미팅에 현진 씨와 함께 가서 계약할 건지 결정하려고요.”유현진이 침묵했다. 그는 어제도, 그제도, 엊그제도 모두 같은 핑계를 댔다. 광고 촬영 아니면 홍보대사, 그것도 아니면 대본...매번 이유는 달랐지만, 늘 같은 이유로 식사 자리에 불참했고, 미팅을 위한 식사자리는 송민준과 유현진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932화

    유현진은 서로 깎아내리는 두 사람을 보며 머리가 지끈거렸다. 그녀는 어쩐지 위자료를 받지 않고 이혼한 것에 대해, 자신보다 송민준이 더 강한서에게 적의를 표현하는 것 같았다. 단지 대표이기 때문이라기엔, 확실히 도가 지나쳤다. 사실 그녀가 송민준과 계약한 후, 그는 유현진을 극진히 보살폈다. 특히 요즘은 그녀를 보러 오는 빈도가 점점 더 잦아졌다. 음식을 가져다주지 않으면 옷을 선물해 주었다. 매번 회사의 성의라면서 그녀를 거절할 수 없게 만들었다. 하지만 유현진이 회사와 계약한 다른 연예인에게 들은 바로는, 물론 회사의 복지를 받기는 했지만 그녀만큼은 아니었고 대표가 직접 가지고 오는 일도 없었다. 송민준이 그녀를 향한 걱정과 관심은, 이미 일반적인 대표와 연예인의 사이를 넘어섰다. 일반적으로 이런 상황이라면 의도는 분명했다. 바로 그녀에게 검은 손을 뻗으려는 것이다. 하지만 송민준은 유현진에게 전혀 그런 요구를 한 적이 없었다. 매번 유현진을 불러내서는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다녔다. 심지어 레스토랑도 한 번도 겹친 적이 없었고 모든 메뉴를 전부 다 시켜 그녀에게 다 먹이고 싶어 했다. 일주일이 조금 넘게 송민준이 그녀를 데리고 맛집을 탐방하는 동안, 그녀는 2kg이나 쪘다. 심지어 안창수도 오늘 그녀에게 조금 부은게 아니냐고 물었다. 그녀는 조금씩 송민준이 그녀를 살찌워 더 이상 연기를 못하게 한 뒤, 회사에 돈을 벌어 주지 못했다는 이유로 위약금을 내게 하려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송씨 가문의 회사와 자신의 그까짓 위약금을 비교해 본다면, 전혀 그럴 필요가 없는 듯했다. 하지만 그가 대체 무엇을 원하는 것인지, 유현진은 아무리 생각해도 짐작이 되지 않았다. 강한서는 송민준과 유치하게 티격태격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고개를 돌려 유현진을 보며 말했다. “현진아, 타.”유현진이 움직이기도 전에 송민준이 말했다. “현진 씨, 이제 막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는데, 쓸데없는 사람 때문에 일을 그르치지 말아요. 그리고 이번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933화

    의도를 알 수 없는 송민준의 호의는, 사실 유현진에게는 조금 부담스러웠다. 주강운도 그녀를 챙겨주기는 했지만, 그녀가 주강운에게 답례를 하거나, 보상을 하면 그는 거절하지 않았다. 주강운과 송민준의 차이는 바로 거기에 있었다. 주강운은 필요할 때 도움을 주는 업계의 좋은 친구 같은 사이라면, 송민준은 조건 없이 선물과 편의를 제공해 주었다. 누구든 감히 마음 놓고 그의 호의를 받아들이기는 힘들 것이다. 왜 그런 말도 있지 않은가 ‘세상에 공짜는 없다'. 그녀가 송민준의 호의를 두려워하는 것은 사실, 자신이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줄 수 없을까 봐서였다. 유현진은 송민준에게 꾸벅 허리 숙여 인사를 했다. “죄송해요, 송 대표님.”송 대표님...이제 겨우 가까운 사이가 되었는데, 또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송 대표님이라니?' 그는 유현진이 말하는 송 대표가 되고 싶지 않았다!송민준은 어두운 분위기를 거두고 웃음을 지었다. “괜찮아요. 죄송하긴요. 볼일 봐요. 시간 약속은 제가 다시 잡을게요.”마음이 놓인 유현진은 뒤돌아 강한서의 차에 올라탔다. 송민준은 그 자리에 그대로 서서 그들이 떠나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벤츠가 시야에서 사라져서야 불퉁하게 잔소리를 늘어놓았다. “쟤는 왜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어!”그 말을 들은 박해서가 나지막이 말했다. “딱 그렇다고 말 할 수도 없어요. 조강지처가 낫다는 말도 있잖아요. 제가 보기엔 강 대표님과 현진 씨,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송민준은 멈칫하더니 경멸하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넌 언제부터 눈이 먼 거야? 뭐가 어울려? 강한서 그 개자식이 현진이한테 가당키나 해?”박해서: ...참고 참던 박해서가 끝내 입을 열었다. “대표님, 제가 계속 드리지 못한 말이 있는데요. 그렇게 많은 좋은 여성분들 놔두고 왜 하필 강 대표님 전 와이프한테 그러세요? 거절 당하고 뒷담화나 하시고, 이렇게 속 좁은 분 아니셨잖아요.”송민준: ...그는 자신의 멍청한 비서를 보며 화가 치밀어 오르는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934화

    휴대폰을 꺼내던 유현진의 손이 멈칫했다. 그녀는 순식간에 강한서가 질투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이 바보가, 내가 송민준을 짝사랑한다고 생각하는 거야?’눈을 굴리던 유현진이 연기했다. 그녀는 작게 한숨을 내뱉으며 말했다. “조금도 설레지 않는다면, 당연히 거짓말이지. 진심으로 짝사랑했던 사람인데, 어떻게 한순간에 그 감정이 다 사라지겠어?”강한서: ...그는 목소리를 깔고 말했다. “그럼 왜 송민준을 거절하고 내 차에 탄 거야?”“왜냐면...”유현진이 말을 길게 늘어뜨리더니 이내 작은 목소리로 그의 귓가에 속삭였다. “누가 자기랑 같이 가지 않으면 당장이라도 울 것처럼 불쌍하고 섭섭한 얼굴을 하고 있길래, 마음이 아파서.”그녀의 말에 움찔한 강한서의 마음이 몽글몽글해졌다. 그는 유현진의 허리를 끌어당기고 그녀의 턱을 잡더니 이를 악물며 말했다. “누가 울 것 같았다고 그래?”유현진이 작게 웃으며 그의 귀를 잡아당겼다. “그러면 넌, 내가 민준 오빠한테 갈까 봐 두렵지 않아?”강한서는 고개를 옆으로 돌리고 그녀의 손등에 입을 맞추었다. “네가 정말 송민준이랑 가버린다고 해도, 그건 일 때문이니까, 이해할 수 있어.”잠시 말을 멈추던 강한서가 다시 입을 열었다. “예전에 내가 갑자기 일이 생겨서 못 간다고 하면 날 기다리던 네가 어떤 기분이었을지, 갑자기 이해됐어.” 유현진이 그의 말에 놀라워했다. “무슨 기분인데?”강한서가 나지막이 말했다. “설레고 행복하다가 의기소침해져. 마음도 식었다가 뜨거워지고, 또 뜨거웠다가 다시 식고.”“감성적이 됐네.”유현진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 “기다리는 건 무섭지 않아. 결과가 없는 기다림이 무서울 뿐이지.”유현진의 말에 강한서가 멈칫하더니 곧 그녀를 끌어안았다. “이젠 너 기다리게 안 해.”유현진이 말했다. “너 하는 거 봐야지. 어차피 인턴 기간이잖아. 별로면 환불하면 돼.”강한서: ...“뭐 먹고 싶어?”강한서가 유현진에게 물었다. 잠시 생각하던 유현진이 말했다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935화

    유현진은 사실 욕심이 났지만 겉으로는 계속 아닌 척했다. “너 얼마 전에도 나한테 옷 많이 보냈었잖아. 아직 별로 입지도 못했는데, 새 옷 사는 건 좀 그렇잖아?”강한서는 유현진을 힐끔 쳐다보더니 말했다.“난 나 말하는 건데.”유현진: ...말을 마친 강한서는 입꼬리를 씩 올리고는 옷 가게로 들어섰다. 유현진은 이를 악물더니 그의 뒤를 따랐다. ‘인턴 기간인데 이런 태도라니, 벌점이야!’가게에 들어서자 유현진은 바로 벌점에 대한 일을 새까맣게 잊어버렸다. 가가에는 신상이 잔뜩 걸려있었는데, 새로운 스타일의 옷에 그녀는 눈이 부시는 것 같았다. 유현진은 만지는 것마다 전부 마음에 들어 했다. 하지만 가격을 확인하고는 다시 제자리에 걸어두었다. 강한서가 그녀와 함께 쇼핑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바쁘기도 했지만, 유현진이 물건을 굉장히 오래 고르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비싼 것은 과감하게 지르고, 싼 물건에는 고민하는 스타일이었다. 일상복을 살 때도 하나하나 비교하며 가성비가 제일 좋은 옷으로 골랐다. 하지만 강한서는 적은 돈을 소비하는 데 시간을 낭비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 시간이면 몇백, 몇천 배의 수익을 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예전의 그는 그런 유현진을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점점 유현진이 왜 그러는지 이해가 되었다. 신선처럼 놀 수만은 없으니, 먹고 입는 것이야말로 생활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녀가 사는 명품들은 중요한 장소에서 입기 위한 것이었다. 그들이 사는 세상에서, 어쩔 수 없이 여자의 겉모습이 남자의 체면을 세워주기도 했으니 말이다. 그녀가 자신을 예쁘게 꾸미는 것은 결국 강한서의 기를 살려주는 것과 같았다. 하지만 일상생활에서의 유현진은 오히려 알뜰살뜰하게 살기를 원했다. 2층의 베란다에 있는 화분 선반이 바로 그녀의 그런 면을 증명해 줄 수 있었다. 그 화분 선반는 그녀가 인터넷으로 구매한 뒤, 그것을 설치하는 인건비가 똑같은 화분 선반를 하나 더 구매할 수 있을 정도로 비싸자 직접 설치 도구들을 구매하

최신 챕터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490화

    식사 자리가 마무리된 후 홍혜림을 배웅하러 나온 서해금의 뒤를 오성빈이 따라나서며 나지막이 물었다. “서 대표님이 말씀하신대로 했으니 약속하신 건...”“걱정마세요.”서해금이 시선을 거두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일만 잘 마무리 되면 약속드린 건 꼭 지켜드리죠.”“그럼 최대한 빨리 해결하도록 할게요. 질질 끌어봐야 좋을게 없으니까요.”“부탁드려요.”고개를 끄덕인 서해금이 성월에게 눈짓을 보냈다. 그러자 서해금의 뜻을 바로 알아들은 성월이 곧바로 오성빈을 배웅했다. 사실 학교에서는 진윤의 부정행위에 관해 아무런 결론도 내린 것이 없었다. 여론은 여전히 뜨겁기만 했다. 하지만 그런 때일수록 여론에 흔들리지 말아야 했다. 만약 조사 결과에 조금이라도 문제가 생긴다면 그 여론은 오히려 학교에 독이 될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오성빈은 학교 임원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며칠 동안이나 홍혜림의 연락을 무시했다. 물론 그 역시도 최대한 빨리 이 일을 마무리하고 싶었다. 진윤이 부정행위를 저질렀다는 증거는 전혀 찾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오성빈이 모든 증거 수집을 마치고 드디어 진윤의 누명을 벗겨주는 쇼를 하려던 그때, 경찰이 갑자기 학교로 찾아왔다. 진수 그룹에서 진윤의 시험 부정행위 문제로 경찰에 신고를 한 탓이었다. 교장의 연락을 받은 오성빈은 그만 멍해졌다. 제일 먼저 서해금이 떠올랐지만 그녀가 약속했던 일을 떠올린 그는 곧 주먹을 꽉 움켜쥐고 서해금에게 연락하고 싶은 충동을 꾹 참으며 홍혜림의 연락처를 눌렀다. 홍혜림이 전화를 받자마자 오성빈이 물었다. “사모님, 어제 분명 진윤 학생 일은 잘 처리해 드리겠다고 말씀 드렸잖아요. 왜 신고를 하신 거예요?”홍혜림이 놀란 말투로 말했다. “신고라뇨? 전 신고한 적 없어요.”“사모님이 신고하신 게 아니라고요?”의아한 듯 묻는 오성 빈에게 홍혜림이 대답했다. “전 신고한 적 없어요. 교수님께서 이미 윤이가 부정행위를 하지 않았다는 증거를 찾으셨다면서 조치를 취하시겠다고 말씀하셨잖아요. 그래서 계속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489화

    장준의 아버지는 요직을 맡고 있었고 장씨 가문엔 그의 아버지를 제외하고도 수많은 정치인들이 있었다. 그랬기에 가족 중 단 한명이라도 꼬리를 밟힌다면 그의 가문은 수습 불가능한 상황으로 치닫기도 했다. 장준이 저질렀던 인간 같지도 않은 일들이 하나하나 밝혀지기 시작했다. 폭행, 음주 운전, 도박, 성폭행...피해자들이 하나둘 인터넷에 장준의 진짜 모습을 폭로했다. 수많은 피해자의 목소리를 누를 수 없었던 장씨 가문의 스캔들이 결국 전부 드러나고 말았다. 홍혜림 역시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그녀는 곧 회사 계정으로 진윤은 그날 운전을 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발표와 함께 그와 관련된 증거들과 범죄경력증명서를 전부 공개 했다. [그러니까 진윤은 또 다른 도련님의 기사를 막기 위해 총알받이가 됐다는 거네?][어쩐지 뭔가 이상하더라니.][그렇게 심각한 교통사고에 진윤 한 사람만 공개 처형하는 것이 이상하다고 생각했어요. 역시 여론을 부추기는 사람이 있었다는 거네요.][발 빼려고 하지 마. 장준이 주범이었다고 하더라도 진윤이 그 경기와 아무런 관련도 없는 건 아니잖아. 끼리끼리는 과학이라고 했는데 그놈이 그놈 아니겠어? 서화 대학에서도 진윤의 재시험 부정행위를 인정 했잖아.][학교엔 이미 소문을 파다해요. 이번 일과는 관련이 없다고 해도 언젠가는 비슷한 사고를 쳤을 거예요. 장준이나 진윤이나 크게 다를 거 없잖아요.][저기요. 두 사람을 싸잡아 욕 하지는 마요. 한 명은 범죄자고 다른 한 명은 그저 인성에 문제가 있는 것뿐이에요. 그게 어떻게 같아요? 얼른 진상 규명이나 하시죠. 피해자에게 피해 보상은 해야 하잖아요.]...휴대폰을 한 쪽으로 던져버린 서해금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장준이었어? 어쩐지...”성월이 그녀에게 차를 건네며 나지막이 물었다. “대표님, 진윤 씨 일은 이미 어느 정도 해결이 된 것 같아요. 그럼 저희 계획은 어떻게 해요?”“아직 끝나지 않았어요.”서해금이 찻잔을 들어 올리며 덤덤하게 말했다. “홍혜림은 누구보다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488화

    장씨 가문 아들이라는 이유로 여론이 들끓는 것을 염려한 탓인지 기사는 간단한 몇 마디 말로 상황을 간결하게 보도했다. 하지만 한현진은 감추려고 할수록 일은 점점 더 커질 것이라 생각했다. 드디어 주강운이 손을 쓴 모양이었다.고개를 들어 강한서를 바라보는 한현진의 눈이 별처럼 반짝였다.“여보, 장준이 잡힌 것 같아.”강한서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누가 그래?”한현진은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으며 강한서에게 한성우가 보낸 기사를 보여주었다. “시간, 교통사고, 장 모 씨, 약물. 이 단어들만 봐도 누군지 뻔하잖아.”강한서가 놀랍다는 듯 말했다. “장 모 씨가 정말 장준이야? 어떻게 잡힌 거지? 누가 신고라도 한 건가.”“나쁜 짓을 그렇게 많이 했으니 벌을 받는 거지. 피해가 한두 명이면 집안 세력으로 어떻게든 막을 수 있겠지만 그 수많은 피해자를 전부 막을 수는 없잖아?”강한서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기사에 다른 얘기는 없어?”“없어. 그냥 언급만 한 수준이야. 하지만 이 기사를 시작으로 진실을 밝혀 나가려는 사람은 분명 있을 거야. 그건 우리가 상관할 일이 아니지.”한현진이 나지막이 말했다. “장준과 관련된 기사가 퍼져 나가기 시작하면 사모님께 이 기회를 빌려 진윤 씨에 관련한 입장 발표를 하시라고 말씀 드려.”강한서가 고개를 끄덕였다. “내일 아침 연락드릴게.”강한서는 이상할 정도 순순히 대답했다. 예전이라면 어떻게 된 일이냐며 꼬치꼬치 캐 물었을 것이 분명했다. 지금처럼 쉽게 넘어갈 리가 없었다.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한현진의 시선에 강한서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가 다정한 목소리로 한현진에게 물었다.“왜?”하지만 한현진은 곧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아무것도 아니야. 산책 가자.”강한서가 고개를 끄덕였다. “옷 가지고 올게.”강한서의 뒷모습을 지긋이 바라보던 한현진이 휴대폰을 들어 한성우에게 문자를 보냈다. [오늘 강한서가 좀 이상해요. 평소엔 꼬치꼬치 따지더니 오늘은 기사를 보여줘도 아무것도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487화

    멈칫한 강한서가 입술을 짓이겼다. “누가 어딜 들어갔다고?”강한서의 목소리에 수화기 너머의 사람은 순간 조용해졌다. 그러더니 곧 어색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한서야, 야근 안 했어? 오늘은 일찍 퇴근했네.”강한서는 화제를 돌리는 한성우의 말에 전혀 동요하지 않은 채 다시 물었다. “방금 누가 어딜 들어갔다고?”“방금 내가 뭐라고 했어?”한성우가 모른 척 대답했다. “갑자기 네가 튀어나오는 탓에 다 잊어버렸잖아.”강한서가 말했다. “강운이가 장준을 처넣었다며.”한성우: ...후회 막심한 얼굴로 자신의 입을 툭 친 한성우가 웃으며 대답했다. “어, 맞아. 바로 그거야. 나도 방금 어디서 그 소식을 듣고 형수님과 수다나 떨려고 전화한 거야. 너도 알잖아. 형수님과 내가 뒷담화 할 땐 죽이 척척 맞는 거.”“그래?”강한서가 담담한 말투로 말을 이었다. “난 두 사람이 나한테 뭔가 숨기는 게 있는 줄 알았지.”“그럴 리가 있겠어?” 한성우가 당당하게 말했다. “우리가 널 속일 수는 있고? 두 사람 요즘 진윤 씨 일 때문에 걱정이 많잖아. 그래서 나도 신경 좀 썼지. 봐, 소식을 듣고는 바로 알려 주려고 전화했잖아.”“그래.”강한서의 대답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던 한성우의 귓가로 곧 다시 강한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진이가 강운이한테 뭐라고 했는데?”한성우: ...한성우가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뭐? 형수님이 강운이와 연락했어?”잠시 침묵하던 강한서가 다시 입을 열었다. “너한테 전해달라고 한 말이 뭐냐고.”의심이 아닌 확신에 찬 말투에 한성우는 머리가 찌릿, 할 정도로 소름이 돋았다. ‘조금만 참았다가 나중에 전화할 것이지, 난 왜 하필 지금 한 거야?’어차피 한강서가 전부 눈치 챈 마당에 더는 숨길 필요가 없어진 한성우는 결국 모든 것을 털어놓았다. “형수님이 너한테 숨겼다고 뭐라고 하지 마. 형수님이 강운이에게 연락한 게 아냐. 나한테 눈치를 주라고 부탁하셨어. 강운이네는 줄곧 장씨 가문과 사이가 안 좋았잖아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486화

    “실망이라니. 엄마는 단 한 번도 널 창피하게 여긴 적 없어. 넌 엄마가 배 아파 낳은 내 자식이야. 내가 널 몰라? 엄마는 그냥 네가 이번 일 때문에 힘들어 할까봐 그래. 엄마는 네가 행복했으면 좋겠어.”“요즘 네가 말도 없고 조용하기만 해서 우리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진윤의 등을 어루만지며 홍혜림이 나지막이 말했다. “이런 일은 아무것도 아니야. 인생 살면서 이런 일 안 겪는 사람은 없어. 이겨내면 돼.”고개를 끄덕인 진윤이 홍혜림을 꽉 끌어안았다. ...아름드리.“그러니까 아주머니가 뒤에서 여론몰이에 동조했다는 거야?”한현진이 자몽을 까며 강한서에게 말하자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너무 절묘한 타이밍에 나타나서 알아봤더니 오성빈 교수라는 사람, 성 비서님의 먼 친척이시더라고. 그러니까 그분이 나서서 얘기만 해주면 잘 해결될 가능성이 높아.”잠시 생각하던 한현진이 말했다. “그래서 일부러 홍혜림 씨가 신세를 질 수밖에 없게 만드시겠다? 홍혜림 씨를 다시 뺏어가려는 거야?”“그럴 수도 있지만 그게 전부는 아닌 것 같아.”한현진이 눈을 반짝이며 강한서 곁으로 다가갔다. 꿍꿍이 가득한 얼굴로 한현진이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그럼 우리는 그걸 지켜보면 되겠네. 본인 계획대로 흘러가고 있다고 착각하게 만든 다음대체 뭘 하려는 생각인지 지켜보자고.”강한서가 어쩐지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한현진을 쳐다보았다. 그 표정에 어리둥절해진 한현진이 물었다. “왜 그렇게 웃어? 뭐야, 그 음흉한 웃음은.”강한서가 나지막이 대답했다. “근묵자흑이라는 단어가 너무 맞는 말인 것 같아서.”한현진: ?“설명 똑바로 해. 누가 그 묵인데?”강한서는 씩 웃으며 한현진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한현진이 깐 자몽을 가져가 한 입 베어 문 강한서의 표정이 곧 강한 신맛에 잔뜩 일그러졌다. 자몽을 겨우 삼킨 강한서가 인상을 찌푸린 채 믿을 수 없다는 듯 말했다. “넌 이걸 대체 어떻게 아무렇지 않게 먹을 수 있는 거야.”한현진이 눈을 깜빡였다.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485화

    [그래도 학교 측에서 끝까지 부정행위라고 주장하면서 재수강하라고 하면 어떡해요?]강한서가 웃으며 말했다. [넌 언제든 법적 대응을 할 수 있다는 걸 잊지 마. 내가 대신 신고해줘?]진윤은 그제야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듯 번뜩 정신이 들었다. 인터넷에 도배된 악플로 잔뜩 지친 진윤은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는 일에만 몰두해 있었다. 그는 심지어 학교 측에 새로운 시험 문제를 내도록 제안한 후 라이브 방송을 통해 부정행위가 없었음을 증명할까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강한서의 한마디는 진윤의 모든 고민을 한 방에 해결했다. 스스로의 결백을 증명하는 건 결국 그 사람들이 파놓은 함정에 뛰어 드는 것 과 다를 바가 없었다. 사람들은 애초부터 그가 부정행위를 했을 거라 확신하고 있었다. 그러니 진윤이 라이브 방송으로 결백을 증명한다고 한다고 해도 사람들은 또 미리 답을 알고 있으면서 카메라 앞에서 쇼를 하는 것이라며 의심하게 뻔했다. 부정행위의 증명해야 할 사람은 진윤이 아니라 그를 의심한 사람들이었다. 진윤이 순간 눈을 반짝였다. [얼른 엄마를 말려야겠어요. 교수님에게 부탁할 필요가 없잖아요. 전 당당하니까 얼마든지 조사하라고 해요.][잠깐만.]강한서가 진윤을 불렀다. [잠깐만 기다려 봐.][왜요?]입술을 깨물던 강한서가 중얼거렸다. [고작 학생인 네가 시험에서 부정행위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여론이 이 정도로 들끓는게 처음부터 이상했어. 이제야 의문이 조금 풀리는 것 같네.][그게 뭔데요. 얼른 얘기 해줘요.]성격 급한 진윤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하는 강한서 때문에 괜히 마음만 조급해졌다. 강한서가 말했다. [넌 지금 아무것도 하지 마. 어머님께도 오 교수님이라는 분 만나보라고 해. 뭐라고 하는지 얘기나 들어 보고 다시 대책을 세워야해.]진윤이 조금 전처럼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형님, 어차피 이렇게 된 거 그 인간들의 계략을 역이용하시려는 거예요?]강한서가 쯧, 혀를 차며 말했다. [매형이라고 불러]진윤: ...홍혜림과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484화

    법적 장모님이라는 여섯 글자에 멍한 표정을 짓던 강한서가 물었다. [서해금 대표 말하는 거야?][네. 그 분, 현진 누나 새엄마잖아요. 그럼 형님에겐 법적 장모님 아녜요?]강한서: ...‘맞긴 하네.’[난 오성빈 교수님과는 전혀 모르는 사이야.]멈칫하던 강한서가 물었다. [그건 왜 묻는데?]강한서의 말에 기분이 축 처진 진윤이 한참만에야 대답했다. [학교에서 제 재시험 성적을 취소하더니 재수강하래요.]강한서가 미간을 찌푸렸다. [그게 무슨 말이야? 학교에서는 네가 부정행위를 했다고 판단한 거야?][명백하게 얘기한 건 아닌데 사실은 그런 셈이죠. 하지만 다른 처분은 없이 그냥 재수강만 하래요. 친한 친구에게 들은 건데 학교에 신고 전화가 빗발쳤었데요. 홈페이지에도 전부 부정행위 진상 규명을 바라는 댓글로 도배됐다고 하더라고요.][아마도 학교의 이미지 회복을 위한 판단이었던 것 같아요. 저에게 적당한 책임을 전가할 수도 있고 대중들에게는 그들이 원하던 조치를 취했다고 보여줄 수 있으니까요.]강한서는 여전히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 물었다. [그럼 교수님에게는 무슨 일로 연락을 하려는 거야?][조교님께서 이번 일은 오 교수님 담당이라고 하셔서요. 비록 재수강으로 결론이 났다고 하지만 아직 완전히 결정된 건 아니니까요. 그래서 엄마는 오해를 풀기 위해 오 교수님을 한 번 만나 얘기를 나누고 싶어 하세요.][아는 분께 부탁해 오 교수님과의 자리를 만들어보려고 했지만 결국은 연락이 닿지 않았어요. 하지만 마침 형님 법적 장모님께서 제 병문안을 오셨다가 그 얘기를 들으시더니 오 교수님과 아는 사이라고 하더라고요.][꽤 가까운 사이인 것 같아 엄마는 만약 가능하다면 그분께 다리를 놔달라고 부탁할 생각이세요.]진윤이 한숨을 내쉬었다. [워낙 지적인 얼굴을 하고 계서서 좋은 사람처럼 보이지는 않던데요. 딸인 현진 누나에게도 가식적으로 대하는 것 같던데 전 그런 사람이 진심으로 저희를 도와줄 리가 없잖아요.][방금 형님과 얘기를 하면서 혹시 형님도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483화

    홍혜림이 서해금에게 얘기를 꺼내려던 그때, 진윤이 그녀의 말을 잘랐다. “잠깐 실례할게요.”홍혜림이 곧바로 하려던 말을 삼키고 몸을 일으켰다. “엄마가 부축해줄게.”“네.”진윤이 대답했다. 진윤을 부축하며 병실을 나서는 홍혜림을 쳐다보던 서해금이 고개를 돌려 성월에게 물었다. “아무 문제없이 잘 해결했죠?”성월이 고개를 끄덕였다. “대표님께서 지시하신 대로 했어요.”멈칫하던 성월이 나지막이 물었다. “대표님, 정말 사모님께서 저희에게 부탁하러 오실까요?”서해금이 덤덤하게 말했다. “평소라면 부탁하지 않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궁지에 몰린 상황이라면 분명 부탁할 수밖에 없을 거예요. 홍혜림은 지금 아들의 누명을 벗기기 위해 안달이 나 있는 상황이에요. 그러니 저를 통해 이 일을 해결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된다면...”“아무리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고 해도 결국 머리를 숙일 수밖에 없어요.”“조향 대회의 마지막 경기는 OM향 협회의 투표로 승패가 결정돼요. 홍혜림은 OM향 협회의 오래된 회원이에요. 게다가 이번 조향 대회 열 명의 심사위원 중 한 명으로 선정되기도 했고요.”“홍혜림은 누구보다 의리를 중요하게 생각해요. 제가 큰 도움을 준다면 어떻게든 그 빚을 갚으려고 할 거예요. 전 준비가 안 된 싸움은 시작하지 않아요.”피식 웃음을 흘린 서해금의 눈빛이 멸시로 가득했다. “전 조금의 실수도 용납할 수 없어요.”성월은 이토록 치밀한 서해금에 탄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오성빈의 친척과 친분이 있다는 얘기를 꺼내는 서해금의 모습에 성월은 그녀가 단지 빼앗긴 고객을 다시 찾아가기 위해 던지는 미끼일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서해금이 바라는 것은 자신에게 마음에 빚을 진 홍혜림이 조향대회에서 관건적인 한 표를 행사하는 것이었다. 서해금이 이렇게까지 서포트 해주고 있으니 송가람은 조금만 노력해도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다. 순간 뭔가를 떠올린 성월이 목소리를 잔뜩 낮추며 물었다. “대표님, 인터넷에서 진윤 씨에 관한 여론이 들끓고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482화

    “하지만 지금 이 상황에 가면 걔들은 거짓말을 들킨 네가 양심에 찔려서 해외로 도피하는 거라고 생각할 거야.”진윤이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걔들이 뭐라고 생각하든 저랑 무슨 상관이에요. 어차피 출국하면 아무것도 듣지도 보지도 못할 텐데.”“그럼 너 평생 해외에만 있을 거야? 안 돌아올래?”입술을 달싹인 진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당연히 그럴 수는 없었다. 부모님도, 집도, 가족도 전부 한주에 있으니 지금 당장 해외에 나간다고 해도 결국 돌아와야만 했다. 홍혜림이 의미심장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 “윤아, 사람의 명성이라는 게 한 번 나빠지면 다시 좋아진다는 건 어려운 일이야. 해외로 도망쳐 이번 일을 지나보낸다고 해도 졸업하면 결국 여기 동기들과 다시 마주해야 한 텐데, 걔들이 널 보고도 옛날 얘기를 꺼내지 않을 것 같아?”“다들 널 안 좋게 보고 있는 지금, 네가 끝까지 네 결백을 증명해야 나중에 걔들이 다시 이 얘기를 꺼내도 억울하지는 않을 거야. 알겠어?”“결백을 뭐로 증명해요? CCTV도 없고 아무것도 없잖아요. 전 당당하다는 걸 아무도 증언해줄 사람이 없어요. 절 믿는 사람도 없다고요.”진윤이 잠김 목소리로 물었다. “엄마, 저 어떡해요?”홍혜림은 미어지는 가슴을 붙잡고 아들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위로를 건넸다. “아무도 널 안 믿어도 엄마는 널 믿어. 네 아빠, 형 그리고 네 형수님도 널 믿어. 그러니까 아들, 괜찮아. 엄마가 있는 한 아무도 우리 아들 못 건드려. 엄마가 꼭 네가 정정당당하게 학교로 돌아갈 수 있게 할게.”홍혜림이 말에 진윤이 대답하려던 그때, 누군가 병실 문을 두드렸다. 진윤이 고개를 돌려 얼굴을 닦으며 감정을 추슬렀다. 홍혜림 역시 심호흡을 하고는 몸을 일으켰다. 문을 열자 보이는 의외의 인물에 홍혜림의 눈이 동그래졌다. 서해금이었다.서해금은 성월과 함께 진윤의 병실로 찾아왔다. 두 사람은 손에 선물을 잔뜩 들고 서 있었다. 병실 문이 열리자 서해금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나

좋은 소설을 무료로 찾아 읽어보세요
GoodNovel 앱에서 수많은 인기 소설을 무료로 즐기세요! 마음에 드는 책을 다운로드하고, 언제 어디서나 편하게 읽을 수 있습니다
앱에서 책을 무료로 읽어보세요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