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미주는 소파에 앉아 다시 그 브래지어를 보았다.그녀는 이내 소파 위에 있던 쿠션을 끌어와 브래지어 위에 놓았다.통화를 마친 한성우는 물을 마시고 있는 차미주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그녀의 얼굴형은 동그란 얼굴형이었고 볼에 살짝 젖살이 있어 물을 마실 때마다 그녀의 볼살도 함께 탱글거리며 움직였고 흡사 한 마리의 햄스터 같아 보여 아주 귀여웠다.한성우가 다시 그녀의 곁으로 돌아왔다.“평소에는 맥주랑 콜라만 마시던 네가, 오늘은 왜 물이야?”차미주가 말했다.“오늘은 안 마셔. 생리 왔거든.”한성우는 순간 멈칫했다. 그는 멈추지 않고 말했다.“너 생리도 할 줄 알아?”차미주는 그만 굳어버렸다. 그녀의 안색이 어두워지더니 이내 이를 짓이기며 말했다.“그래! 나 생리도 안 하는 상남자다!!”그녀는 말을 하면서 주머니에 있던 생리대를 꺼내 그의 손바닥에 ‘탁'하고 내려놓았다.“이거 어차피 나한테 쓸모없는 것 같으니까 너나 써!”말을 마친 그녀는 씩씩대며 나가버렸다.한성우가 급히 그녀를 따라갔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 차미주는 문을 쾅 닫고 나가버렸고 그가 문을 다시 열었을 땐 이미 차미주의 형체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생리대를 꽉 쥐고 있던 그는 마음이 불편했다. ‘아니, 장난인데 왜 그렇게까지 화를 내는 거지?'그는 몸을 틀어 다시 거실로 들어갔다. 그러자 식탁에 앉아 가늘어진 눈매로 그를 지켜보고 있던 신하리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신하리는 천천히 그를 훑어보더니 이내 입꼬리를 씨익 올렸다.“방금 그 여자가 바로 우렁각시야? 정말 흥미로운 사람이더라.”한성우는 멈칫하더니 싸늘하게 식은 두 눈으로 그녀를 보았다.“걔한테 무슨 짓 할 생각하지 마.”신하리는 애초에 그의 말을 귓등으로 흘려듣고 있었다. 그녀는 그에게 다가가 목에 팔을 두르고 이내 매혹적인 숨소리를 내보냈다.“둘이 잤어?”한성우는 그녀를 흘겨보았다. 두 사람의 거리는 아주 가까웠고 아주 야릇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지만, 그녀를 바라보는 한성우의 눈빛은 싸늘하게 식
만약 어젯밤에 전 여사가 나서지 않았더라면 그 결과는 감히 상상할 수조차 없었다.서류를 들고 있던 강한서의 손에 힘이 꽉 들어갔다. 그는 한참 후에야 입을 열었다.“주강운은 이 사실을 알고 있어요?”“주 변호사님께서 호텔로 가신 적이 있습니다. 게다가 어젯밤에 경찰에 신고까지 한 걸 확인했습니다. 주 변호사님께서는 아무것도 모르시는 것 같았습니다. 다만 호텔 방에 있던 사람은 송가람 씨였고 아마도 명예가 더럽혀질 것을 고려해 합의를 본 것 같았습니다.”“아무것도 모른 다라...”강한서는 그 말만 곱씹었다. 그리고 한참 후에야 서류를 내려놓고 낮게 깔린 목소리로 말했다.“동성구에 있던 지하 도박장 두 곳을 경찰에게 알리세요. 최대한 경찰이 발견하도록 도와주시고요. 곧 추석이기도 하니 업적 정도는 올려줘야죠.”민경하는 바로 그의 뜻을 알아들었다.동성구엔 지하 도박장이 두 곳이나 존재했다. 두 곳 전부 도석문의 도박장이었고 도박하러 온 사람 중엔 재벌도 있었고 조폭 등 여러 가지 사람들이 있었다. 해마다 도박으로 인해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빚을 떠안게 된 사람들이 자살 시도를 했기에 그야말로 사회의 악이었다.도박장의 주인이 누군지는 재계에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도박장의 위치는 매번 달랐다.도박장에 입장하는 사람들은 전부 아는 사람들의 소개로 들어간 것이었고 몇 차례의 시험 끝에 신분을 확인하고 나서야 안으로 들어가 배팅을 할 수가 있었다. 그들은 자신의 정보가 새어 나가는 것을 원치 않았고 당연히 깊이 빠져들려고 하지도 않았다.요컨대, 도박장이 오랫동안 운영되고 도석문이 많은 돈을 세탁할 수 있었던 것도 누군가가 뒤를 봐주고 있었던 덕분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당연히 일찌감치 망해버렸을 것이었다.강한서의 많은 대학 동기들이 작년에 그 도박장에서 감당할 수 없을 만큼의 빚을 떠안고 자살하게 되었다.연간 수입 20억을 받던 투자자도, 같은 업계에서 일하던 실력이 뛰어난 사람도 전부 도박에 빠지게 된 후 일을 내팽개쳤고 아무리 그들의 회
그렇게 그런 일이 있게 된 후 강한서는 바로 자세하게 알아보게 되었다.그의 대학 동기를 도박장으로 이끈 몇몇 사람들을 찾기 시작했다. 그렇게 그는 장례식이 끝난 2개월 뒤에 전부를 찾아내 붙잡게 되었다.그러나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죽은 자는 되살아날 수 없었다. 더군다나 그가 잡은 사람들을 경찰에 신고해봤자 기껏해야 그 일을 주동한 주동자가 길어야 2, 3년 판결을 받게 될 것이었다.도석문이 운영하는 도박장의 위치와 입장 규칙은 강한서가 이미 연초에 다 조사해 냈었다.다만 개입된 사람이 너무나도 많았기에 그는 계속 지켜보고만 있었다. 그가 손을 대기만 하면 모든 업계의 사람들을 자신의 적으로 돌리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만약 유현진이 납치되지만 않았더라면 강한서는 아마 더 좋은 시기를 노려 손을 댈 것이었다. 그러나 유현진이 연관된 일이라면 강한서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민경하가 나간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최연서가 보내온 문자를 받게 되었다.「유상수가 가지고 있던 사진을 이미 전부 손에 넣었어요. 복사본은 없는 것 같았고 휴대폰에 저장되어 있던 사진들은 제가 이미 깨끗하게 삭제해 버렸어요.」강한서가 답장을 보냈다.「고마워요.」상대는 바로 답장을 보내왔다.「강한서 씨 애인께서 저더러 임신한 척 연기를 하며 백혜주를 자극하라고 하던데, 그렇게 할까요?」강한서가 살짝 웃더니 답장을 보냈다.「제가 말했죠. 무조건 제 애인이 시킨 대로 하세요. 저한테 물어보실 필요 없습니다. 도움이 필요하시면 다시 연락 주세요. 돈은 약속한 대로 줄 테니까요.」최연서는 다시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이윽고 그녀는 임신테스트기를 하나 꺼내 완벽하게 세팅한 후 화장실 쓰레기통에 버렸다.그녀는 창백해진 얼굴로 화장실에서 나왔다.유상수는 마침 누군가와 통화 중이었다. 통화를 마친 유상수는 안색이 창백해진 최연서를 보며 걱정스레 물었다.“왜 그래? 어디 아픈 거냐?”최연서는 고개를 저었다.“아마 아까 뭘 잘 못 먹었나 봐요. 살짝 속이 울렁거리네요.”유상
유상수의 표정이 순간 확 굳어졌다.“그럼 화장실에 있던 임신테스트기는 뭐더냐?”최연서는 입술을 틀어 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유상수는 미간을 확 찌푸렸다.“내가 묻고 있잖아! 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최연서의 눈가가 붉어지더니 울먹거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저도 몰라요. 그냥 최근에 자꾸 속이 울렁거리고 메슥거려서 직장 동료가 임신한 거 아니냐고 물었었어요. 그래서 두려워서 일단 임신테스트기 하나 사서 테스트해 본 거예요...”“저도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고요...”그녀는 결국 울음을 터뜨렸고 두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유 대표님, 저 정말 무서워요...”유상수는 눈물을 머금고 있는 그녀의 두 눈을 보니 심장이 쿵쾅쿵쾅 소리를 내며 뛰었다.최연서가 울고 있는 모습은 그가 학창 시절에 만난 하현주의 모습과 너무나도 많이 닮아있었고 순간 그를 빠져들게 했다.만약 하현주가 눈앞에 있는 최연서처럼 울면서 그에게 의지하며 그의 말만 잘 들어줬다면 그들은 절대 이 지경 이 꼴이 되지 않았을 거라 생각했다. 그가 줄곧 사랑해 왔던 사람은 하현주뿐이었다. 그는 아직도 그녀가 왜 그를 배신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유상수는 최연서를 꼭 끌어안았다. 그는 그녀의 어깨를 토닥이며 나직하게 말했다.“무서워하지 마. 일단 병원 가서 검사해 보는 거야. 만약 정말 임신한 거라면 낳아.”“제가 어떻게 낳아요. 대표님께는 가정이 있으시잖아요. 제가 이 아이를 낳으면 저 혼자서 어떻게 키워요. 전 젊은 나이에 다른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불륜녀가 되고 싶지도 않고, 제 아이가 세상에 나오자마자 사생아라는 소리를 듣게 하고 싶지도 않아요.”그녀의 말에 유상수도 난감해졌다.백혜주도 임신했다. 그가 만약 최연서가 아이를 낳게 만든다면 백혜주가 바로 뒤집힐 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최연서의 아이를 지우자니 그는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게다가 최연서와 하현주는 아주 닮아있었고 만약 최연서의 아이가 세상에 태어난다면 그가 하현주 사이에 아이가 없던 유
국세청의 공식 입장과 페이스북의 강제 탈퇴는 불과 3시간 안에 일어난 일이었고 너무나도 신속하게 처리되어 유현진은 꿈을 꾸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고작 하루라는 시간 동안 페이스북이든 다른 SNS에서든 방이진의 기사가 여기저기 떠돌고 있었다.그녀는 방이진이 드디어 바라던 대로 ‘뜨게' 되었고 ‘유명 인사'도 되었다. 다만 그녀는 법을 어긴 방식으로 유명 인사가 된 것이었다.방이진의 탈세 소식이 드러나게 된 후 각종 추측성 찌라시가 돌기 시작했다.예를 들어 그녀가 촬영장에서 일부러 신인 배우의 기강을 잡으려고 한다든가, 사소한 이유로 트집을 잡으며 매니저의 월급을 깐다든가, 불륜녀가 되어 남의 가정을 파괴했다든가 등등 찌라시가 돌았다. 물론 그중 제일 사람들을 충격에 빠지게 한 소식은 그녀가 여러 명의 남자와 함께 침대에 누워있는 사진이었고 심지어 누군가는 그녀가 장기간 마약을 복용했다고 밝히기까지 했다.마약에 대한 소식은 아직 정확한 기사가 나지 않았기에 진실인지 거짓인지 알 수가 없었지만, 그녀의 야한 사진은 이미 인터넷에 퍼져있었고 그 사진의 수위는 웬만한 야동과 비슷한 정도의 수위였다.“살의”의 제작진들도 얼른 방이진을 캐스팅에서 제외해 버렸다. 방이진의 연예계 생활을 그렇게 막을 내리게 된 것이었다.곧이어 얼마 지나지 않아 뉴스에선 거대 도박장 두 곳을 찾아내게 되었고 마약을 복용한 사람까지 체포했다고 했다. 게다가 도박장을 운영하던 사람은 한주시에서 아주 유명한 사업가로 알려진 도석문이었다.그리고 이내 또 도석문이 사람을 죽였다는 소식까지 들려왔다.도석문은 20년 전 탄광을 운영하고 있었고 탄광이 무너지자 그는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수색하러 온 구조대원들에게 거짓으로 탄광에 묻힌 인원수를 알렸고 그렇게 시간을 지체하여 7명의 직원은 그대로 생매장당하게 된 것이었다.유가족들은 담당자가 누구인지 찾아낼 수가 없었고 피해보상도 받을 수 없었으며 아무리 소송을 걸어도 소용이 없었다.도석문이 체포된 후 어째서인지 그 사건은 다시 수면
“나 그럼 촬영장에 구경하러 갈게.”유현진의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그냥 오지 마. 내 연기에 방해될 것 같아.”강한서는 살짝 소리 내 웃으며 대답했다. “걱정하지 마, 이번엔 머리맡에 안 있을게.”“밖에서 기다려. 감독님한테 내가 나오는 장면 먼저 촬영해달라고 말할게.”그러자 강한서가 동의했다. 촬영이 끝나자 옷을 갈아입고 나온 유현진은 강한서의 벤츠가 마세라티에 가로막혀 있는 것을 발견했다. 두 차의 창문은 모두 내려져 있었고 송민준은 선글라스를 쓴 채 차창에 팔꿈치를 걸치고 입꼬리를 씩 올리며 강한서를 쳐다보고 있었다. “강 대표, 회사 한가한가 봐? 틈만 나면 촬영장에 오고. 왜, 특별출연이라도 하게?”강한서는 송민준을 힐끗 쳐다보았다. “대표가 되어서, 내가 투자한 영화 촬영이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지 확인은 해야지 않겠어?”송민준이 미간을 찌푸렸다. “네가 언제 투자했어, 왜 난 몰랐지?”강한서가 독설을 날렸다. “내가 네 회사에 투자한 400억은 네가 꿀꺽한 거야? 브랜드 뉴 엔터가 투자했으면, 내가 투자한 거나 마찬가지 아닌가? 네가 내 돈으로 대체 어떤 영화를 촬영하고 있는지는 알아야 할 거 아니야.”그 일을 까맣게 잊고 있었던 송민준이 입술을 삐죽였다.막 입을 열려던 송민준은 슬금슬금 눈치를 보며 자리를 피하려는 유현진을 발견하고는 바로 강한서에게 관심을 끊었다. 그는 손을 흔들며 유현진을 불렀다. “현진 씨, 촬영 끝났어요?”유현진은 멈칫 행동을 멈추더니 몸을 돌려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송 대표님, 어쩐 일이세요?”송민준이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모 브랜드에서 현진 씨를 모델로 쓰고 싶다고 연락이 와서요. 미팅에 현진 씨와 함께 가서 계약할 건지 결정하려고요.”유현진이 침묵했다. 그는 어제도, 그제도, 엊그제도 모두 같은 핑계를 댔다. 광고 촬영 아니면 홍보대사, 그것도 아니면 대본...매번 이유는 달랐지만, 늘 같은 이유로 식사 자리에 불참했고, 미팅을 위한 식사자리는 송민준과 유현진
유현진은 서로 깎아내리는 두 사람을 보며 머리가 지끈거렸다. 그녀는 어쩐지 위자료를 받지 않고 이혼한 것에 대해, 자신보다 송민준이 더 강한서에게 적의를 표현하는 것 같았다. 단지 대표이기 때문이라기엔, 확실히 도가 지나쳤다. 사실 그녀가 송민준과 계약한 후, 그는 유현진을 극진히 보살폈다. 특히 요즘은 그녀를 보러 오는 빈도가 점점 더 잦아졌다. 음식을 가져다주지 않으면 옷을 선물해 주었다. 매번 회사의 성의라면서 그녀를 거절할 수 없게 만들었다. 하지만 유현진이 회사와 계약한 다른 연예인에게 들은 바로는, 물론 회사의 복지를 받기는 했지만 그녀만큼은 아니었고 대표가 직접 가지고 오는 일도 없었다. 송민준이 그녀를 향한 걱정과 관심은, 이미 일반적인 대표와 연예인의 사이를 넘어섰다. 일반적으로 이런 상황이라면 의도는 분명했다. 바로 그녀에게 검은 손을 뻗으려는 것이다. 하지만 송민준은 유현진에게 전혀 그런 요구를 한 적이 없었다. 매번 유현진을 불러내서는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다녔다. 심지어 레스토랑도 한 번도 겹친 적이 없었고 모든 메뉴를 전부 다 시켜 그녀에게 다 먹이고 싶어 했다. 일주일이 조금 넘게 송민준이 그녀를 데리고 맛집을 탐방하는 동안, 그녀는 2kg이나 쪘다. 심지어 안창수도 오늘 그녀에게 조금 부은게 아니냐고 물었다. 그녀는 조금씩 송민준이 그녀를 살찌워 더 이상 연기를 못하게 한 뒤, 회사에 돈을 벌어 주지 못했다는 이유로 위약금을 내게 하려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송씨 가문의 회사와 자신의 그까짓 위약금을 비교해 본다면, 전혀 그럴 필요가 없는 듯했다. 하지만 그가 대체 무엇을 원하는 것인지, 유현진은 아무리 생각해도 짐작이 되지 않았다. 강한서는 송민준과 유치하게 티격태격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고개를 돌려 유현진을 보며 말했다. “현진아, 타.”유현진이 움직이기도 전에 송민준이 말했다. “현진 씨, 이제 막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는데, 쓸데없는 사람 때문에 일을 그르치지 말아요. 그리고 이번
의도를 알 수 없는 송민준의 호의는, 사실 유현진에게는 조금 부담스러웠다. 주강운도 그녀를 챙겨주기는 했지만, 그녀가 주강운에게 답례를 하거나, 보상을 하면 그는 거절하지 않았다. 주강운과 송민준의 차이는 바로 거기에 있었다. 주강운은 필요할 때 도움을 주는 업계의 좋은 친구 같은 사이라면, 송민준은 조건 없이 선물과 편의를 제공해 주었다. 누구든 감히 마음 놓고 그의 호의를 받아들이기는 힘들 것이다. 왜 그런 말도 있지 않은가 ‘세상에 공짜는 없다'. 그녀가 송민준의 호의를 두려워하는 것은 사실, 자신이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줄 수 없을까 봐서였다. 유현진은 송민준에게 꾸벅 허리 숙여 인사를 했다. “죄송해요, 송 대표님.”송 대표님...이제 겨우 가까운 사이가 되었는데, 또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송 대표님이라니?' 그는 유현진이 말하는 송 대표가 되고 싶지 않았다!송민준은 어두운 분위기를 거두고 웃음을 지었다. “괜찮아요. 죄송하긴요. 볼일 봐요. 시간 약속은 제가 다시 잡을게요.”마음이 놓인 유현진은 뒤돌아 강한서의 차에 올라탔다. 송민준은 그 자리에 그대로 서서 그들이 떠나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벤츠가 시야에서 사라져서야 불퉁하게 잔소리를 늘어놓았다. “쟤는 왜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어!”그 말을 들은 박해서가 나지막이 말했다. “딱 그렇다고 말 할 수도 없어요. 조강지처가 낫다는 말도 있잖아요. 제가 보기엔 강 대표님과 현진 씨,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송민준은 멈칫하더니 경멸하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넌 언제부터 눈이 먼 거야? 뭐가 어울려? 강한서 그 개자식이 현진이한테 가당키나 해?”박해서: ...참고 참던 박해서가 끝내 입을 열었다. “대표님, 제가 계속 드리지 못한 말이 있는데요. 그렇게 많은 좋은 여성분들 놔두고 왜 하필 강 대표님 전 와이프한테 그러세요? 거절 당하고 뒷담화나 하시고, 이렇게 속 좁은 분 아니셨잖아요.”송민준: ...그는 자신의 멍청한 비서를 보며 화가 치밀어 오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