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서하는 말없이 서류철을 품에 안고 돌아서 자리를 벗어났다. 회사에서 나온 한현진은 주혁과 마주쳤다. 그는 지금 회사의 경비로 일하고 있었다. 평소엔 회사의 보안을 책임졌고 가끔은 고객이나 임원의 주차를 돕기도 했다. 한현진이 주혁을 발견했을 때, 그는 미간을 찌푸리고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누군가 가까워오자 그는 경계하든 고개를 들었다. 그리곤 한현진의 삭막한 눈빛과 눈이 마주쳤다. 멈칫하던 주혁이 어색하게 다가가 인사를 건넸다. “대표님, 안녕하세요.”한현진이 인사를 받으며 말을 이었다. “인사팀에서 보안팀으로 전근시켜줬어요?”주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한현진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새로운 업무에 적응은 했는지, 일은 할 만한지도 묻지 않았다. 강한서가 말한 것처럼, 쓸데없는 동정심은 내려놓았다. 모두에겐 각자의 인생이 있었고 그녀는 충분히 최선을 다했다. 한현진은 가방을 메고 두 손은 트렌치코트 주머니에 꽂은 채 원율이 주차장에서 차를 가져와 데리러 오기를 기다렸다. 가만히 옆에 서서 손가락을 꽉 움켜쥐던 주혁이 한참이 지나서야 용기를 내 말을 걸었다. “대표님, 이거 제 아들이 그린 그림이에요. 대표님께 전해드리라고 해서요.”멈칫한 한현진은 고개를 돌리자 주혁이 품에서 깨끗한 편지 봉투를 꺼내 두 손 가지런히 한현진 앞에 내밀었다.입술을 짓이긴 한현진은 아무런 움직임도 없이 그 자리에 서 있었다. 한현진은 입을 꾹 닫고 침묵을 지켰다. 그 사이 원율은 정문에 도착해 한현진 앞에 차를 세웠다. 혹여나 한현진이 그림을 받지 않을까, 주혁이 다급하게 입을 열었다. “대표님, 제가 잘못을 저질렀으니 벌도 달게 받을 거예요. 하지만 이건 아이가 대표님께 전하는 조그만 마음이에요. 대표님께서 생일 선물로 주신 초콜릿을 굉장히 좋아했어요. 처음으로 받는 생일 선물이었거든요. 생일이 지나도 몇 번이고 그 초콜릿을 곱씹었어요. 그래서 대표님께 그림 선물로 고마움을 표현한 거라면서 저에게 꼭 전해달라고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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