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열은 한동안 말없이 침묵했다.“생각나는 사람 없어?” 한현진이 물었다.“그런 게 아니고요…” 한열이 마른기침을 하며 말했다. “너무 많아서요.”한현진은 무어라 말을 잇지 못했다.얼마 전, 한열은 예능 프로그램에서 업계에서 꽤 영향력을 가진 진행자와 언쟁을 벌였다. 상대가 먼저 무례한 발언을 했고, 한열은 지지 않고 받아쳤다. 대중들은 통쾌하다며 칭찬했지만, 그는 이제 막 신인으로 데뷔한 상황이었고, 상대는 연예계에서 발이 넓은 베테랑이었다. 그 일로 인해 한열은 몇몇 일자리를 잃었고, 그 후로도 적잖은 견제를 받으며 고생해야 했다.워낙 성격이 곧고 정의감이 강한 사람인지라, 누군가의 비열한 행태를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지난 몇 해 동안 그는 적을 꽤 많이 만들었다. 이번 사건도 그 적들 중 누군가가 자신을 짓밟으려 벌인 짓은 아닐까 싶은 생각이 스쳤다.원래 연예계는 열 놈이 죽 한 사발을 먹는 격으로 한정된 자원을 놓고 다투는 전쟁터나 마찬가지였다. 연예인들이 90% 이상의 자원을 독식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그 찌꺼기라도 차지하려 발버둥 친다. 만약 한열을 무너뜨려 그의 자리를 빼앗는다면, 수십 명의 배우들이 그 혜택을 나눠 가질 수 있을 터였다. 한열이 이런저런 예를 들어보자, 한현진이 그의 말을 끊었다. “그 정도 작은 갈등으로 누가 이렇게까지 하겠어? 혹시 네가 완전히 망하거나, 업계를 떠나기를 바랄 정도로 큰 원한을 가진 사람은 없어?”한열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없어요.”그가 다른 사람들과 얽힌 문제 대부분은 그의 다혈질 성격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그를 죽이고 싶을 정도로 깊은 원한을 가진 사람은 없을 터였다.혹시 내가 너무 예민하게 생각한 걸까?한현진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래, 알았어. 그러면 며칠 동안은 집 밖에 나가지 마. 네 매니저가 지금 변호사랑 같이 있으니까 곧 해결될 거야. 넌 그저 안전한 곳에서 너 자신을 잘 지키면 돼. 외삼촌, 외숙모도 걱정하시지 않게 말이야.”한열은 낮은 목소리로 알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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