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Chapter 2301 - Chapter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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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01화

한열은 신하리가 그 의사를 회사에서 보낸 사람이라 오해하고 있음에도 굳이 해명하지 않았다.알려줄 필요가 없다고 느꼈다. 아니, 어쩌면 마음 한구석에서는 하리가 그 의사가 어머니가 보낸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된다면 상처받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마치… 앞이 보이지 않는 사람 앞에서 빛의 존재를 이야기하는 것과도 같았다. 어딘지 모르게 비도덕적이고, 차마 입 밖에 낼 수 없는 이야기처럼 여겨졌다.상처를 치료하던 중, 한현진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그녀는 한열의 상황을 걱정하며 계속 라이브 방송을 지켜보다가 하리가 다친 걸 보곤 놀라 몇 번이나 문자를 보냈지만, 답이 없자 직접 전화를 걸어온 것이다. “큰 걱정 안 하셔도 돼요.”한열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지금 같이 응급처치 중이에요.”“넌 다친 데 없지? 진짜 괜찮은 거야?”“네, 전 아무렇지도 않아요.”한현진의 목소리에는 여전히 안심하지 못한 기색이 묻어 있었다. “외숙모께서 나한테 전화하셨어. 너 걱정하시느라 많이 물어보시지도 못하고, 나더러 가서 너 좀 보라고 하시더라. 지금 어디야? 강한서랑 같이 갈게.”“아니에요, 누나. 정말 괜찮아요.” 한열은 급히 말을 막았다. 누나는 지금 만삭인데, 여기저기 뛰어다니다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그 책임은 자신이 전부 감당해야 할 것이 뻔했다. 게다가 그녀의 남편과 사촌 형이 그를 가만두지 않을 게 뻔했다.“원래 걱정이 많으신 분이잖아요. 신경 쓰지 마세요. 제가 따로 전화할게요.”하지만 한현진은 여전히 마음이 놓이지 않는 듯했다. “너희 집 앞에 기자들이 잔뜩 몰려 있다더라. 오늘 밤 머물 곳은 있니? 없다면 내가 사람을 보낼게. 며칠 우리 집에서 지내는 게 어때?”그 순간, 한열은 가슴이 따뜻해짐을 느꼈다. 그는 조용히 말했다. “누나, 한주시에 호텔이 얼마나 많은데요. 제가 잘 데가 없을까 봐요? 걱정하지 말고 편히 쉬세요. 제가 알아서 할게요.”현진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나 때문에 너까지 고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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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02화

한열은 한동안 말없이 침묵했다.“생각나는 사람 없어?” 한현진이 물었다.“그런 게 아니고요…” 한열이 마른기침을 하며 말했다. “너무 많아서요.”한현진은 무어라 말을 잇지 못했다.얼마 전, 한열은 예능 프로그램에서 업계에서 꽤 영향력을 가진 진행자와 언쟁을 벌였다. 상대가 먼저 무례한 발언을 했고, 한열은 지지 않고 받아쳤다. 대중들은 통쾌하다며 칭찬했지만, 그는 이제 막 신인으로 데뷔한 상황이었고, 상대는 연예계에서 발이 넓은 베테랑이었다. 그 일로 인해 한열은 몇몇 일자리를 잃었고, 그 후로도 적잖은 견제를 받으며 고생해야 했다.워낙 성격이 곧고 정의감이 강한 사람인지라, 누군가의 비열한 행태를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지난 몇 해 동안 그는 적을 꽤 많이 만들었다. 이번 사건도 그 적들 중 누군가가 자신을 짓밟으려 벌인 짓은 아닐까 싶은 생각이 스쳤다.원래 연예계는 열 놈이 죽 한 사발을 먹는 격으로 한정된 자원을 놓고 다투는 전쟁터나 마찬가지였다. 연예인들이 90% 이상의 자원을 독식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그 찌꺼기라도 차지하려 발버둥 친다. 만약 한열을 무너뜨려 그의 자리를 빼앗는다면, 수십 명의 배우들이 그 혜택을 나눠 가질 수 있을 터였다. 한열이 이런저런 예를 들어보자, 한현진이 그의 말을 끊었다. “그 정도 작은 갈등으로 누가 이렇게까지 하겠어? 혹시 네가 완전히 망하거나, 업계를 떠나기를 바랄 정도로 큰 원한을 가진 사람은 없어?”한열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없어요.”그가 다른 사람들과 얽힌 문제 대부분은 그의 다혈질 성격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그를 죽이고 싶을 정도로 깊은 원한을 가진 사람은 없을 터였다.혹시 내가 너무 예민하게 생각한 걸까?한현진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래, 알았어. 그러면 며칠 동안은 집 밖에 나가지 마. 네 매니저가 지금 변호사랑 같이 있으니까 곧 해결될 거야. 넌 그저 안전한 곳에서 너 자신을 잘 지키면 돼. 외삼촌, 외숙모도 걱정하시지 않게 말이야.”한열은 낮은 목소리로 알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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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03화

하리는 기분이 언짢아진 듯 말했다. “애송이가 뭘 안다고 그래? 내가 별로면, 누가 예쁘다는 거야?”한열은 태연하게 대답했다. “저희 사촌 누나요.”하리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그래… 그건 사실이었다. 한현진은 정말 눈부신 미모를 가진 사람이었다. 그동안 숱한 미인들을 봐왔던 하리조차 그녀의 얼굴은 단연코 세 손가락 안에 든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현진은 카메라 속에서도 아름다웠지만, 현실에서는 그보다 훨씬 더 빛났다. 종종 미인들은 카메라 앞에서는 돋보이지만, 실제로는 마른 종잇장 같은 느낌을 줄 때가 많았다.게다가 한현진은 얼굴뿐만 아니라 몸매와 분위기까지 부드럽고도 시원시원한 조화를 이루며 보는 이에게 편안함을 주는 사람이었다. 결국, 하리는 속으로 패배를 인정했다. 하지만 한열이 “내 말이 맞지? 어디 한번 반박해 보시지.”라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는 걸 보니 묘하게 이가 갈렸다. “네 누나가 아무리 예쁘다 해도 네 여자친구는 나잖아. 다른 사람이 물어보면 당연히 내가 제일 예쁘다고 해야지.”한열은 그녀를 힐끔 쳐다보고는 툭 내뱉었다. “그냥 연애를 할 뿐이지 저도 눈이 있어요.”“그렇게 말하면 지나가는 개도 네가 모쏠이라고 생각하겠다. 제 눈에 안경이라고 사랑하면 마맛자국도 보조개로 보인다는 말 몰라?”한열은 잠시 멈칫했다. 뭐, 일리가 있긴 했다. 그는 하리를 잠시 바라보았다. 그녀가 뭔가를 기대하는 눈빛으로 자신을 쳐다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굳건하게 대답했다. “그래도 별로예요.”하리의 표정이 단단히 굳었다. 그녀는 순간 발을 들어 그의 발등을 밟으려 했다. 하지만 지난번 교훈을 기억한 한열은 재빠르게 피했다. 발은 피했지만, 그의 셔츠 깃은 하리의 손에 잡혀버리고 말았다.하리는 생각보다 힘이 셌다. 셔츠 깃이 당겨지자 한열은 숨이 약간 막히는 느낌이 들었다. 손으로 그녀를 떼어내려던 순간, 하리가 손등으로 그의 뺨을 부드럽게 쓸어내렸다.그녀의 동작은 느릿했고, 손길은 깃털처럼 가벼웠다. 그녀에게서 은은한 향기가 풍겨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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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04화

한열은 문득 지난 기자회견에서 소란을 피운 여자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그 여자는 신하리가 자기 오빠를 유혹했다고 말했다.그 ‘오빠’라는 사람이 설마 이 사람을 말하는 걸까?신하리는 그의 생각을 꿰뚫어 본 듯, 잔잔히 웃으며 말했다. “난 그 사람 안 좋아해. 앞으로도 그럴 일 없을 거야. 내가 훨씬 아깝거든.”그 말에 한열의 눈꺼풀이 흠칫 떨렸다. 그는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참, 뻔뻔하네요.”보통은 자신이 상대에게 과분하다고 생각해 움츠러드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렇게 당당히, 상대가 자기에게 미치지 못한다고 말하는 사람은 처음이었다. 아무리 자뻑이 심한 매니저 형이라 할지라도 이 여자 앞에서는 한참이나 모라잤다.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은 신하리의 집에 도착했다. 그러나 그녀의 집 주변에는 이미 수많은 기자들이 몰려들어 있었다.매니저 명훈은 차를 멈추지 않고 다른 방향으로 핸들을 돌렸다.한열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대체 어떻게 집 주소가 노출된 거예요?”“나도 모르겠어.” 신하리도 당황한 듯했다. 예전에 한열이랑 공개 연애를 발표했을 때도 그녀의 집 주소를 아무도 알아내지 못했는데 이번엔 어쩌다 이런 일이 벌어진 건지 그녀도 의문이었다.“럼 오늘 어디서 머물 거예요?” 한열이 물었다.신하리는 태연히 대답했다. “나 네 여자친구잖아? 너네 집에서 머무르지 뭐.”한열은 단호히 선을 그었다. “꿈 깨요!”신하리는 “쯧.”하며 혀를 찼다. “그럼, 일단 너네 집에 잠깐만 있다 갈게. 지금은 사방에 카메라가 있어서 아무 데도 못 가겠어. 날이 어두워지면 그때 나갈게.”한열은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다. 차라리 호텔로 데려다주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신하리는 그의 속내를 눈치채고 미리 경고했다. “날 여기 버리고 가면 바로 SNS에 글 올릴 거야. 네가 여자 갖고 놀다가 버렸다고.”그 말에 한열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신하리는 정말 그럴 만한 사람이었다. 결국 그는 어쩔 수 없이 그녀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기로 했다.그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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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05화

한열은 외쳤다. “도둑놈이네요!”신하리도 목소리를 높였다. “도둑놈!”두 사람은 드물게도 같은 의견에 도달했다.올해 서른네 살인 명훈이 스물한 살의 여자친구를 사귀고 있다는 사실은, 두 사람 모두에게 충격과 분노를 동시에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나이 차이만 놓고 보더라도, 그저 지나가는 웃음거리로 치부할 수는 없었다.명훈은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오른 채 변명했다. “그때 게임을 할 땐 나한테 스물일곱이라고 했어요! 사진도 안 보여줬고요. 솔직히 누가 자기 나이를 실제보다 더 많게 말하겠어요? 그땐 정말 철석같이 믿었단 말이에요!”알고 보니, 정말 자기 나이를 속이는 사람이 있었다.한열은 경멸스러운 눈빛으로 쏘아붙였다. “그럼 나이를 알고 나서는 왜 거절 안 했어요?”명훈은 억울하다는 듯 고개를 들며 한열을 노려보았다. “거절했어! 연락처도 바로 삭제했다고!”그 말을 들은 신하리가 흥미로운 듯 물었다. “근데 어떻게 다시 연락이 닿은 거예요?”명훈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숙였다. “그 후로 게임 계정을 몇 달 동안 안 들어갔어요. 그런데 어느 날 계정을 다시 켰더니, 걔가 바로 메시지를 보내더라고요. 울면서 왜 차단했냐고 묻길래, 나이 차이가 너무 크니까 그냥 오빠-동생으로 지내자고 했어요.”“걔도 그러자고 했죠. 그런데 며칠 뒤, 교통사고를 당했다고 하더라고요. 가해자는 도망가고, 낯선 도시에 혼자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해서… 제가 갔어요.”신하리는 명훈의 어색한 표정을 흥미롭게 살피며 천천히 말했다. “결국 교통사고는 거짓말이었고, 매니저님을 만나고 싶었던 게 진짜였던 거네요. 역시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고, 결국 매니저님을 꼬시는 데 성공했네요.”명훈은 말을 잇지 못했다.신하리의 말이 정곡을 찔렀기 때문이었다.명훈은 침을 삼키며 겨우 말을 꺼냈다. “처음부터 그렇게 어린 줄 알았다면, 애초에 게임 친구로도 추가하지 않았을 거야!”한열은 고개를 저으며 비웃었다. “안 믿어요.”명훈은 포기하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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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06화

한열은 어처구니없는 표정으로 입을 다물었다.십 분 남짓 흘렀을까, 차가 마침내 멈췄다.도착한 곳은 외곽의 한적한 별장이었다. 이곳은 한때 개발사의 파산으로 미완성 상태로 방치되었던 지역이었다. 몇 해 전 새로운 개발사가 인수하여 마침내 공사가 마무리되었고, 비로소 주인을 맞이할 준비를 마쳤다.하지만 이곳은 도심과 멀리 떨어져 있는 데다, 바로 근처에 화장터가 있어 집값이 크게 떨어져 있었다. 매물은 넘쳐났고 가격은 터무니없이 저렴했다. 별장을 구입하는 사람들은 대개 금전적으로 여유가 많은 편이라 풍수지리가 나쁜 이곳을 선호하지 않았다. 그 때문에 이곳에 정착한 사람은 극히 드물었다.별장은 시내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고, 하늘은 잔뜩 흐렸다. 목적지에 도착했을 땐 이미 어둑해진 저녁이었다. 차창 밖으로 드리운 어둠 속에서, 흐릿한 가로등 불빛 아래 버드나무 가지가 만들어내는 그림자가 한열의 시야를 파고들었다. 나뭇가지가 바람에 흔들릴 때마다, 한열은 이유 모를 섬뜩함에 사로잡혔다. 목덜미가 서늘해지는 기분에 창밖에서 시선을 돌리며 자세를 고쳐 앉았다.차가 멈춘 곳은 까맣게 불 꺼진 별장 앞이었다. 신하리가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도착했으니 내리렴.”한열은 가볍게 대답한 뒤, 차 문을 열고 내렸다.한열은 문득, 여벌 옷을 챙기지 않았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그는 매니저에게 전화를 걸어 가져다 달라고 할 참이었다. 그런데 돌아보니 매니저는 이미 차를 몰고 황급히 달아나고 있었다. 작별 인사조차 없었다.한열은 어처구니없다는 듯 굳어버렸다.한열은 신하리를 따라 발길을 옮겼다. 속으로는 온갖 욕으로 퍼붓고 있었다. 윤명훈, 이 개자식! 말도 없이 도망가다니! 나이도 많은 게 저렇게 비겁해서야 원! 한열은 명훈의 여자친구 앞에서 그의 겁쟁이 짓을 낱낱이 폭로하겠다는 결심을 했다.신하리는 별장 문 앞에 서서 비밀번호를 눌렀다. 도어락이 딸깍하는 소리와 함께 열렸다.문을 열기 전, 신하리는 무언가 떠오른 듯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네 지문도 등록해 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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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07화

한열은 자신이 어떻게 귀신을 찰 수 있었는지 곰곰이 생각하고 있었다. 불이 켜지고 나서야 비로소 바닥에 쓰러져 있는 존재를 똑똑히 확인할 수 있었다. 얼굴이 창백하고 날카로운 송곳니가 드러난 귀신은커녕, 그저 한 남자가 배를 움켜쥔 채 신음하고 있을 뿐이었다.그의 발길질은 결코 약하지 않았다. 상대는 반쯤 몸을 웅크린 채 한참 동안 바닥에서 일어날 생각을 하지 못했다. 불이 켜지자 그는 고개를 들지도 않은 채 이를 악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신하리, 정말 대단하네. 이제는 이렇게 막 나가는 거야?”한열은 적잖이 당황했다.이 사람 뭐지? 말투가 왜 이렇게 역겨운 거야? 자신이 연기했던 싸구려 재벌 대사보다 더 듣기 거북했다.신하리는 짜증 섞인 표정으로 그를 노려보며 물었다.“여기는 왜 온 거예요?”“내가 왜 여기 있냐고? 너 말고 누가 나를 이런 누추한 곳으로 불러냈겠어?”그 남자는 비틀거리는 손으로 바닥을 짚으며 고개를 들어 현관 쪽을 보았다. 한열과 눈이 마주치자, 그는 순간 말을 멈추고 얼굴을 찌푸렸다. “감히 다른 사람까지 데려왔어?”신하리는 담담하게 말했다.“제 남자친구예요.”그러고는 한열을 향해 고개를 돌리며 소개했다. “이쪽은 박성현이라고 해.”이어 그의 귓가에 나지막이 덧붙였다. “차 안에서 얘기했던 그 사람, 내 새아빠의 아들이야.”박성현은 바닥을 짚으며 천천히 일어나더니, 차가운 눈길로 한열을 훑었다.그의 얼굴은 창백했다. 한열은 자신이 얼마나 세게 찼는지 떠올리며 잠시 미안함이 스쳤다. 정말로 귀신인 줄 알고 전력을 다해 발을 날렸으니, 갈비뼈가 부러지지 않은 게 다행일 정도였다.하지만 그런 생각도 잠시, 그는 미안하고도 어색한 마음으로 손을 내밀어 인사를 건넸다.그러나 박성현은 무시하듯 고개를 돌리고 냉랭한 목소리로 신하리에게 말했다. “이 집은 우리 박씨 가문 소유야. 이렇게 아무 남자나 데려올 수 있는 곳이 아니란 소리지.”한열의 눈썹이 꿈틀거렸다.방금 더 세게 찼어야 했어. 이게 무슨 개소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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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08화

박성현은 한열의 말을 듣고 순간적으로 얼어붙었다. 몇 초간 말을 잇지 못하던 그는 이내 얼굴을 붉히며 폭발하듯 외쳤다. “네가 뭔데 참견이야? 너 따위가 우리 사이에 대해서 뭘 안다고?”한열은 속으로 피식 웃었다. 둘 사이가 어떻든 자신의 알 바가 아니었지만, 자신의 여자가 이런 인간에게 휘둘리는 건 용납할 수 없었다. 이럴 때 한 번쯤은 그녀 앞에서 상대방을 제대로 한 방 먹여야 했다. 그녀를 이기지 못한 것이 아니라 여자라는 점에서 양보한 것뿐이라는 것을 제대로 보여주고 싶었다.한열은 짜증을 내며 말했다.“말 참 많네. 다 끝났으면 꺼져. 그리고 말이야, 피 한 방울 안 섞인 주제에 이 밤중에 의붓동생의 집에서 기웃거리는 게 맞는 거냐? 본인은 괜찮다 쳐도 나는 이 상황이 영 찜찜하다고!”그 순간부터 신하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옆에서 한열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눈빛은 묘하게 부드러웠다. 심지어는 한열이 말을 마칠 때마다 입가에 미소가 번졌고 그 미소 속엔 어렴풋한 애정마저 느껴졌다.그 장면을 본 박성현의 눈빛이 싸늘해졌다. 그의 가슴은 쿵쾅거리며 무언가 울컥 치밀어 올랐다. 그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비아냥거렸다. “멍청한 놈. 신하리의 장난감에 불과한 놈이 뭘 안다고 까불어? 신하리가 널 데려온 이유는 네가 특별해서가 아냐. 너와 엮인 스캔들 때문에 모두가 너를 피하는 이 상황에서 쟤는 미안해서 널 챙기고 있는 거라고. 설마 진짜로 쟤 마음을 얻은 줄 아는 거냐? 이 모든 게 다 내가 신하리를 몰아붙여 집에 들어오게 하려던 거였어! 신하리도 죄책감 때문에 그런 거야. 너한테 진심이었다고 생각했다면 넌 진짜 바보야.”한열의 얼굴은 금세 어두워졌다. 그의 주먹은 어느새 꽉 쥔 채 떨리고 있었다. 그는 말도 없이 외투를 내팽개치더니 박성현의 멱살을 잡고는 곧바로 주먹을 날렸다. “알고 보니 네가 그런 거였구나. 내가 이 난리통을 겪은 게 다 네 짓이었다고? 개같은 놈, 내가 가만둘 것 같아?”한열은 또다시 주먹을 치켜들었다.그는 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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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09화

그녀는 광활한 별장 단지를 한참이나 돌아다녔다. 그러다 마침내 어린이 놀이터에서 외롭게 흔들말에 멍하니 앉아 있는 한열을 발견했다.이 단지에는 어린아이가 거의 살지 않아 어린이 놀이터도 한산하기 그지없었다.한열의 긴 팔다리 때문에 그곳에 앉아 있는 모습은 어색하기 그지없었다. 가로등 아래 그의 얼굴은 반쯤 그림자에 가려져, 마치 주인에게 버려진 강아지처럼 애처로움이 묻어났다.그는 겉옷도 없이 얇은 흰 반팔 티셔츠 하나만 입고 있었다. 해가 지고 기온이 뚝 떨어져 외투를 입고도 추위를 느끼는 그녀가 볼 때 반팔 차림의 강아지는 더없이 안쓰럽게 느껴졌다.한열은 양팔을 문질러 추위를 달래더니, 갑자기 화가 난 듯 발밑의 자갈을 힘껏 찼다.그 순간, 그의 어깨 위에 무언가 따스한 것이 내려앉았다. 그는 놀라 고개를 들었고, 환히 웃고 있는 신하리가 서 있었다. 그녀의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추운데 여기서 뭐 해? 얼른 들어가자.”그 말을 듣자, 한열은 갑자기 억울함이 북받쳐 올랐다.한승이 자신의 실수를 떠넘겨 온 가족이 자신을 변명할 수 없는 어린아이 취급하던 그때도 이토록 속이 쓰리진 않았다.분명 시비는 그 재수 없는 남자가 먼저 걸었는데, 자신이 주먹을 날렸다고 왜 신하리가 대신 사과해야 하는 건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더구나 ‘보상’까지 운운하며 그 사람을 걱정하는 모습은 더더욱 이해할 수 없었다. 잘못한 건 분명 저쪽인데 말이다.한열은 속에 차오르는 불만을 삼키며, 고개를 돌려 퉁명스럽게 말했다. “신경 쓰지 마요!”신하리는 차분한 목소리로 답했다. “네가 그 사람을 때리게 놔두지 않은 건, 그를 보호하려는 게 아니야. 그 사람이 심장 수술을 받은 적이 있는데, 아직 약을 복용하는 중이라 몸 상태가 좋지 못해. 만약 네가 정말 주먹을 날려서 그 사람이 잘못되기라도 하면 어떻게 할 건데? 너 자신, 네 커리어, 네 미래를 그 사람 때문에 망칠 생각이야?”그녀의 말에 한열은 순간 얼어붙었다. 입술을 몇 번 달싹거리다 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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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10화

신하리가 말했다.“네가 그렇게 멀리 갔을 줄은 몰랐어. 여기까지 찾으러 오느라 반나절이나 걸렸다고.”한열은 못마땅한 얼굴로 그녀를 쏘아보았다. “집 바로 뒤에 있었거든요. 누굴 바보로 아는 거예요?”순간 멍하니 있던 신하리는 이내 고개를 갸웃하며 대답했다. “난 네가 대문 쪽으로 나간 줄 알았지. 그래서 큰길을 따라 찾았는데, 네가 뒤쪽으로 갔을 줄 누가 알았겠어? 반대 방향으로 돌고 또 돌다가 겨우 찾은 거야.”한열은 기분이 풀린 듯 툭 내뱉었다.“그럼 처음부터 사람이 앉아 있을 법한 곳부터 찾았어야죠. 바보 아니에요?”신하리는 속으로 한숨을 삼켰다.앉을 곳부터 찾은 게 분명했지만, 설마 그 긴 팔다리로 어린이 놀이터의 흔들말에 앉아 있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신하리는 묵묵히 그를 바라보다 다시 입을 열었다. “내가 너 못 찾았으면, 거기서 밤새도록 기다릴 작정이었어?”한열은 눈을 부릅뜨며 말했다.“절 그렇게 오래 기다리게 했다면, 내일 바로 SNS에 남대생이랑 바람났다고 폭로하려 했어요! 바람났다는 누명을 제게 덮어씌우려 덫을 놓았다고요!”신하리는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넌 머리는 잘 쓰는데, 이상한 데 쓰는 게 문제야.”그녀는 잠시 뜸을 들이다가 다시 물었다.“아까 엄청 화가 나 있길래, 그냥 가버린 줄 알았어.”한열은 그녀를 흘겨보며 말했다.“옷도 휴대폰도 다 신하리 씨 집에 뒀는데 어디로 갈 수야 있겠어요?”게다가 그 ‘재벌남’이 심장병을 앓고 있다고 그녀가 말하는 순간, 그의 화도 차츰 가라앉았다. 만약 그녀가 그를 막지 않았다면, 자신은 정말 사고를 쳤을지도 모른다. 한열은 그런 끔찍한 결과를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불만을 다 털어놓은 한열은 기분이 한결 나아진 듯 물었다. “그 재벌남은 갔어요?”“응, 갔어.”“눈치는 있네요.”그는 콧방귀를 뀌더니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 “신하리 씨는 돈도 많으면서 왜 굳이 그 사람의 집을 받으면서까지 그 집안 사람들의 눈치를 봐요?”신하리는 차분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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