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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06화

Author: 조십일
한열은 어처구니없는 표정으로 입을 다물었다.

십 분 남짓 흘렀을까, 차가 마침내 멈췄다.

도착한 곳은 외곽의 한적한 별장이었다. 이곳은 한때 개발사의 파산으로 미완성 상태로 방치되었던 지역이었다. 몇 해 전 새로운 개발사가 인수하여 마침내 공사가 마무리되었고, 비로소 주인을 맞이할 준비를 마쳤다.

하지만 이곳은 도심과 멀리 떨어져 있는 데다, 바로 근처에 화장터가 있어 집값이 크게 떨어져 있었다. 매물은 넘쳐났고 가격은 터무니없이 저렴했다. 별장을 구입하는 사람들은 대개 금전적으로 여유가 많은 편이라 풍수지리가 나쁜 이곳을 선호하지 않았다. 그 때문에 이곳에 정착한 사람은 극히 드물었다.

별장은 시내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고, 하늘은 잔뜩 흐렸다. 목적지에 도착했을 땐 이미 어둑해진 저녁이었다. 차창 밖으로 드리운 어둠 속에서, 흐릿한 가로등 불빛 아래 버드나무 가지가 만들어내는 그림자가 한열의 시야를 파고들었다. 나뭇가지가 바람에 흔들릴 때마다, 한열은 이유 모를 섬뜩함에 사로잡혔다. 목덜미가 서늘해지는 기분에 창밖에서 시선을 돌리며 자세를 고쳐 앉았다.

차가 멈춘 곳은 까맣게 불 꺼진 별장 앞이었다. 신하리가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도착했으니 내리렴.”

한열은 가볍게 대답한 뒤, 차 문을 열고 내렸다.

한열은 문득, 여벌 옷을 챙기지 않았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그는 매니저에게 전화를 걸어 가져다 달라고 할 참이었다. 그런데 돌아보니 매니저는 이미 차를 몰고 황급히 달아나고 있었다. 작별 인사조차 없었다.

한열은 어처구니없다는 듯 굳어버렸다.

한열은 신하리를 따라 발길을 옮겼다. 속으로는 온갖 욕으로 퍼붓고 있었다. 윤명훈, 이 개자식! 말도 없이 도망가다니! 나이도 많은 게 저렇게 비겁해서야 원! 한열은 명훈의 여자친구 앞에서 그의 겁쟁이 짓을 낱낱이 폭로하겠다는 결심을 했다.

신하리는 별장 문 앞에 서서 비밀번호를 눌렀다. 도어락이 딸깍하는 소리와 함께 열렸다.

문을 열기 전, 신하리는 무언가 떠오른 듯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네 지문도 등록해 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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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현의 손을 잡은 것은 이시연이었다. 일을 마치고 나온 이시연이 마침 그 장면을 목격했다. “회사에서 이게 지금 뭐하는 거예요?”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주현이 이시연을 밀쳤다. “이 팀장님은 상관하지 마세요. 한 대표님을 대신해 이 배은망덕한 X를 혼내고 있는 중이니까.”은서하가 그에 질세라 입을 열었다. “한 대표님 핑계 대지 마세요. 대표님 라인에 붙으려다 대표님께서 선을 그으시니까 저에게 화풀이 하시는 거잖아요.”혹여 그 말이 송가람 귀에 들어가기라도 할까 겁이 난 주현이 당황한 얼굴로 날뛰며 말했다. “누가 대표님 라인에 붙으려 했다는 거예요! 은혜를 갚을 줄도 모르면서 모함 좀 그만해요. 한 대표님께 돈을 받고도 서 대표님에게 붙은 건 은서하 씨 아니었어요?”은서하가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전 한 대표님 돈 받은 적 없어요. 계속 루머를 퍼뜨리시면 경찰에 신고하겠어요.”이시연이 얼른 상황을 수습했다. “됐어요, 그만해요. 두 사람 다 적당히 해요. 매일 얼굴 마주칠 동료끼리, 이렇게까지 해야겠어요?”주현은 고모인 성월이 서해금의 오른팔이라는 것을 등에 업고 평소 회사에서 동료들을 괴롭혔었다. 은서하처럼 나약한 성격의 직원은 전부 주현의 직장 내 괴롭힘이 대상이 되었다. 그러니 그런 은서하가 주현에게 맞서는 것은 주현에겐 모욕을 당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는 일이었다. 주현이 비꼬며 말했다. “이 팀장님, 말리지 마세요. 신고하라고 해요. 제가 무서워할 것 같아요? 배신이나 때리는 배은망덕한 인간과 대체 누가 친하게 지내려고 하겠어요? 언제 배신당할 지도 모르는데.”분노로 은서하의 얼굴은 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녀는 더는 입씨름을 하지 않고 바로 휴대폰을 꺼내 경찰에 신고했다. 이시연이 곧바로 은서하의 행동을 제지하며 굳은 얼굴로 말했다. “그만해요! 회사가 두 사람 소란 피우는 곳인 줄 알아요? 굳이 옳고 그름을 따지고 싶다면 대표님께 찾아가요. 사무실에 계시니까!”그 말에 두 사람은 드디어 흥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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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현진이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 “전 송 팀장님이 아녜요. 아부 같은 건 저한텐 안 통해요. 그러니 괜히 제 심기를 건드려서 혼났다고 불평하지나 마세요.”주현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졌다. 그녀는 덜덜 떨리는 입술로 한 마디 반박도 하지 못했다. 그 사이, 엘리베이터는 7층에 도착했다. 은서하와 주현을 비롯한 직원들이 엘리베이터를 나서자 한현진은 무표정한 얼굴로 닫힘 버튼을 눌렀다. 엘리베이터 문이 완전히 닫히고 나서야 주현은 고개를 들었다. 얼굴에 드리운 증오를 숨기지도 않은 채 입을 열었다. “부모를 잘 만난 것이 전부인 주제에, 다들 대표님이라고 불러주니까 정말 자기가 뭐라도 되는 줄 아나 봐?”그 말을 듣고 있던 동료가 조용히 눈치를 줬다. “듣겠어요. 그만해요.”주현이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말했다. “들으라고 해요. 깔린느 전체가 서 대표님 거라는 걸 회사에 모르는 사람이 있어요? 다들 대표님이라고 부르며 비위나 맞춰주니까 정말 대표라도 된 줄 아나 보죠. 은서하 씨 같은 사람도 상황 파악 할 정도인데, 눈치가 없대요?”서로 눈을 마주친 직원들은 가타부타 말을 하지 않았다. 지난달 급여명세서가 공개되었다. 한현진이 관리하는 부서 직원들의 급여는 평소보다 더 높았다. 심지어 한현진의 부서는 다른 부서보다 늘 더 빨리 퇴근했음에도 말이다. 이건 전부 한현진이 보너스 지급 방식에 변화를 주었기 때문이었다. 예전엔 부서에 지급된 보너스 중 담당 대표의 인센티브를 따로 계산한 후 나머지를 부서 직원들이 균등하게 나누는 방식으로 지급되었다. 하지만 지금은 한현진이 본인의 인센티브를 따로 계산하지 않고 보너스 전부를 부서 전 직원에게 균등하게 지급했다. 비록 한현진이 받을 보너스는 줄어들었지만 그 덕에 부서의 전 직원은 더 많은 월급을 받을 수 있었다. 어떤 큰 포부가 있든, 출근은 결국 돈을 벌어먹고 살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니 한현진이 조향에 대해 아는지 모르는지는 그들에게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한현진이 실제로 그들의 월급을 올려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322화

    사실 그건 조금은 선을 넘는 질문이었다. 특히 한현진의 등에 칼을 꽂은 이 타이밍엔 더 그랬다. 한현진은 자신이 은서하의 편을 들어주었음에도 그녀가 더 이상 송가람의 죄를 추궁하지 않는 이유를 알고 있었다. 아무런 배경도 없이 집엔 아픈 노모까지 있는 여자 아이에게 직장을 잃지 않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굳이 얘기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서해금이 주는 기회를 잡지 않는다면 그건 은서하가 처사를 제대로 못하는 일이 되었고 어쩌면 회사에서도 점점 더 어려운 처지에 내몰릴 수 있었다. 한현진은 은서하의 고충을 이해했지만 그럼에도 서운한 마음을 어쩔 수는 없었다. “은서하 씨와는 상관없는 일이예요.”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고개를 들어 눈치를 보는 눈빛을 마주한 한현진은 저도 모르게 외할머니의 병원비 때문에 화장실에 몰래 숨죽여 울던 은서하의 모습을 떠올렸다. 한현진 역시 그런 무력한 순간은 경험했었기에 같은 처지에 놓인 은서하에게 상처가 되는 말을 내뱉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쉽게 은서하를 용서할 수도 없었던 그녀는 결국 냉담한 말투로 “네.”라는 짧은 대답을 내놓았다. 은서하의 눈빛이 어두워졌다. 한현진에게 말을 더 붙이고 싶었지만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며 주연과 다른 동료들이 들어오자 은서하는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았다. 주현이 한현진에게 인사를 건네곤 고개를 돌려 은서하를 보며 장난 섞인 말투로 말했다. “서하 씨, 월급을 추가 지급 받으셨다면서요. 대표님께서도 따로 위로금까지 챙겨주셨다고 하던데, 이 정도면 전화위복 아닌가?”멈칫, 몸을 떤 한현진이 고개를 들어 은서하를 쳐다보았다. 은서하는 창백해진 얼굴로 입술을 꼭 깨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주현이 불난 집에 부채질을 이어갔다. “송 팀장님은 그저 서하 씨에게 농담을 좀 한 것뿐인데 하필이면 한 대표님처럼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분을 만나서 상황이 이상하게 됐네요. 그대로 한 대표님이 진지하게 받아들이신 덕에 서하 씨는 위로금까지 받았잖아요. 서하 씨는 한 대표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321화

    “난 없어도 민 실장은 아는 사람이 많잖아. 형님 소개팅도 민 실장이 주선해준 거였어. 교사, 의사, 공무원 할 것 없이 인기가 많은 직종은 민 실장이 다 꾀고 있다고.”한현진이 눈을 반짝였다. “그럼 민 실장님께 부탁 좀 해 봐. 나이는 25살에서 35살 사이, 초혼에 직업은 안정적이고 반듯한 외모를 가진 사람으로. 몇 명이든 상관없이 전부 소개해 달라고 해. 미남계로 혼을 쏙 빼서 전부 내 사람으로 만들고 나면 민 실장님 보너스 두둑이 챙겨줘야지.”강한서가 웃음기 가득한 눈빛으로 한현진을 보며 말했다. “그럼 내가 이따 민 실장한테 얘기할게.”강민서의 보고서를 수정해주며 멘탈이 붕괴된 민경하는 연이어 몇 번이나 재채기를 했다. 이유 모를 불안감에 등골이 오싹해진 민경하는 순간 휴가를 가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시간을 확인한 한현진이 나지막이 말했다. “오늘 퇴근하고 나 좀 기다려. 갈 데가 있어.”강한서가 물었다. “나 생일 파티 해주러 가는 거야?”에이, 감탄사를 내뱉은 한현진이 화난 척 말했다. “사람이 무드 없긴. 알아도 모른 척 해야지. 눈치가 없어. 기대감이 완전 사라졌잖아.”강한서가 피식 웃음을 흘렸다. “내가 잘못했어. 처음부터 다시 해. 이번엔 내가 제대로 대답할게.”한현진이 말했다. “오늘 퇴근하고 나 좀 기다려. 갈 데가 있어.”강한서가 말했다. “어딜? 완전 좋아. 너무 기대된다.”한현진: ...“그냥 닥쳐.”강한서가 푸스스 웃음을 터뜨렸다. “네가 뭘 할지 알아도 기대가 되는 건 똑같아.”말하며 잠시 멈칫하던 강한서가 나지막이 말했다. “이번 생일은 우리 두 사람이 함께 보내는 마지막 생일이야. 다음은 둘이 아니라 넷일 테니까. 마지막이니까 소중하게 여겨야지.”한현진이 눈웃음 지었다. “괜찮아. 내년에도 아이들은 집에 두고 우리 둘이 보내면 돼.”한현진의 말에 웃음을 터뜨린 강한서가 한참만에야 아쉬운 말투로 말했다. “이젠 가서 일 봐. 좀 이따 만나, 여보.”전화를 끊은 한현진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320화

    강한서는 저돌적인 여자들의 모습에 잔뜩 겁을 먹었지만 그렇다고 거짓말로 한현진을 화나게 할 수도 없었다. 그는 어쩔 수 없이 한현진에게 사건의 전말을 솔직하게 고백했다. 한현진이 굳은 얼굴로 말했다. “그러니까 넌 내가 너 몰래 선을 본다고 생각해서 부계정으로 날 추가해 불륜의 증거라도 잡으려고 했던 거야?”강한서가 곧바로 부정했다. “당연히 아니지! 내가 어떻게 널 믿지 않을 수 있겠어?”“그럼 왜 부계정으로 날 속인 거야?!”강한서가 나지막이 대답했다. “그 아주머니께서 네가 7, 8명의 연락처를 가져갔다고 하니까 네가 뭘 하고 있는 건지 궁금했어.”한현진이 불퉁하게 말했다. “연락처를 왜 교환했겠어? 너도 봤잖아! 널 바꿔버릴까, 고민하고 있었어.”본인의 잘못임을 잘 알고 있던 강한서는 나지막이 반성했다. “현진아, 정말 내가 널 못 믿어서 그런게 아니야. 난 그냥 질투가 조금 나서 그랬어. 외삼촌과 숙모님께서 너에게 그렇게 많은 맞선 상대를 소개해 주셨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에야 난 어른들이 날 이렇게까지 안 좋아하시는 건지 알게 돼서 속상했어.”그 말 한 마디는 한현진의 화를 삭이기에 충분했다. 특히 이렇게까지 날 안 좋아한다는 말에 한현진은 심지어 마음이 아려왔다. 한현진이 한숨을 내쉬었다. “외삼촌과 숙모는 아직 네가 기억을 회복한 걸 모르시잖아. 두 분은 우리가 이미 끝난 사이라고 생각하고 계셔. 다들 널 안 좋아하는 게 아냐. 게다가 그 사람들은 외삼촌과 숙모가 먼저 소개해 주겠다고 하신게 아니야. 내가 좋은 사람이 있는지 알아봐달라고 부탁한 거야.”강한서는 어리둥절했다. “네가 먼저 좋은 사람 소개해 달라고 했다고?”한현진이 말했다. “너한테 보여줄 거 있어.”잠시 후, 한현진은 강한서에게 영상 하나를 보냈다. 강한서는 그 영상으로 한현진의 카톡에는 조금 전과 같은 [친목 모임] 그룹 채팅방이 7 개 있는 것을 발견했다. 모든 그룹 채팅방에는 남자 한 명이 있었다. 나머지 멤버는 조금 전 채팅방에 있던 멤버들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319화

    한현진이 말했다. [허연석 씨, 저에게 솔로 단체 채팅방이 있는데 들어오실래요? 다들 젊은 분들이고 개인 정보를 솔직하게 공개하셔서 채팅방에서 마음 놓고 얘기를 나누셔도 돼요. 나중에 친목회가 있을 때면 참석하셔도 되고요.]강한서: ?호랑이 굴에 들어가야 호랑이를 잡을 수 있다는 마음으로 강한서가 대답했다. [좋아요.]그렇게 한현진은 강한서를 [친목 다짐 7번 방]이라는 이름의 그룹 채팅방에 초대되었다. 강한서가 채팅방에 초대되자 사람들은 하나둘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열정적인 반응에 당황한 강한서는 이모티콘으로 인사를 대신했다. 곧이어 그의 말괄량이 아내인 한현진이 그룹 공지를 올렸다. 공지엔 강한서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의 개인 프로필이 적혀 있었다.강한서가 공지를 대충 훑어보았다. 이 그룹 채팅방은 총 9명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중 강한서는 유일한 남자 멤버였고 나머지는 전부 여자였다. 게다가 채팅방에 있는 전원이 깔린느의 직원이었다. 어리둥절한 강한서가 상황을 파악하고 있을 때쯤, 채팅방에서는 이미 한 여자 아이가 먼저 다가와 강한서에게 말을 걸었다. A: [허연석 씨는 한주가 고향이세요?]강한서가 예의상 그렇다고 대답했다. A: [실례지만 키가 몇이세요?]강한서: 187B: [완전 크시네요!]C: [여자친구가 160cm여도 괜찮으세요?]D: [1살 연상도 괜찮아요?]E: [가영언니(D)가 이렇게 남자 분께 먼저 말 거는 건 처음 보는 것 같아요.]C: [이번 남자 분은 조건이 너무 좋잖아요. 조건 좋은 사람을 마다할 사람이 어디 있어요.]D: [한평생 착하게 살았으니 조건 좋은 사람을 만날 때도 됐어.]A: [언니들, 동생들에게 양보 좀 해요. 지금까지 모태솔로라고요. 연애 좀 하게 해줘요!]강한서는 마치 자신이 이 세상에 유일하게 남은 남자인 것 같다는 착각이 들 지경이었다. 여자들에게 무차별적인 유혹을 당하고 있자니 왠지 모를 두려움에 사로잡히는 것 같았다. ‘젠장, 대체 여긴 뭐하는 곳이야.’강한서는 놀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318화

    한현진이 생각했다. ‘당연히 너무 괜찮죠!’눈, 코, 입. 모든 곳이 전부 한현진 마음에 쏙 들었다. 사진 속의 자태는 20대 시절의 강한서와 비교해도 전혀 뒤지지 않았다. 굳이 부족한 점을 찾자면 외모가 너무 완벽한 탓에 왠지 인위적인 느낌이 들었다. 전혀 진정성 있는 눈빛이 아니었다. 강한서를 처음 만났을 때 한현진은 그의 외모에 한 눈에 반할 정도였다. 특히 강한서의 생기로 반짝이는 눈은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사진 속 사람의 눈빛은 2%가 부족한 느낌이었다. 한현진은 상대방의 이력서를 대충 훑었다. 이름은 허연석, 28세, 고향은 한주, 대학원생 학력에 지금은 연현 테크에서 칩 설계를 맡고 있었다. ‘여기 강한서네 회사잖아?’한현진이 답장했다. [아주머니, 연락처 보내주세요. 제가 연락해 볼게요.][꽃 피는 봄날]이 곧바로 허연석의 연락처를 한현진에게 보내주었다. 몇 분 후, 강한서는 카톡 친구 추가 신청을 받을 수 있었다. 그에겐 너무도 익숙한 프로필 사진이었다. 임신을 하고도 가만히 있질 못하는 그의 아내, 한현진이었다. 강한서가 친구 추가를 수락하고 한현진의 맞선 대상의 일원으로 되었다. 한현진에게서 문자가 도착했다. [안녕하세요, 허연석 씨. 기혜인 아주머니께서 소개해 주셔서 연락드렸어요.]강한서는 태연하게 아내에게 연기를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한현진 씨.]한현진: [혜인 아주머니 말로는 연현 테크에 출근하신다고요?]강한서: [네.]한현진이 또 물었다. [연현 테크에 입사하려면 스펙이 좋아야 한다고 들었는데, 허연석 씨 능력이 대단하신 것 같아요.]강한서: [대단하긴요. 그리 힘들지도 않았어요.]자신감은 꽤 있네, 라고 생각한 한현진이 손가락을 빠르게 놀려 타자했다. [너무 겸손하시네요. 제 친구도 그쪽 일을 하고 있는데 올해 모집한 신입사원은 최소한 인 서울 대학의 대학원생이라고 하던데요.]상대방은 마치 떠보는 한현진의 말을 알아채지 못하기라도 한 듯 되물었다. [이런 우연도 있네요.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317화

    강한서가 친구 추가를 수락하자 [꽃 피는 봄날]은 곧바로 그에게 문자를 보냈다. [청년, 나한테 사진이랑 이력서 보내봐. 한현진 씨가 조건이 좋아. 결혼이라는 게 자고로 서로 조건이 맞아야하는 거잖아. 조건이 너무 떨어지면 아줌마가 청년을 추천할 수가 없어. 내가 추천해준다고 해도 그쪽에서 마음에 들어 하지 않으면 청년 자존심만 상하잖아.]강한서가 답장했다. [알겠어요.]그리곤 강한서가 곧바로 질문을 던졌다. [아주머니, 한현진 씨에게 몇 명이나 소개해주셨어요?][꽃 피는 봄날]이 대답했다. [6, 7명 정도 소개한 것 같은데. 나도 잘 기억은 안 나.]강한서가 태연하게 말했다. [그렇게 많이 소개해주셨는데 한현진 씨 마음에 든 분이 한 명도 없었어요?]꽃 피는 봄날: [그냥 얘기해 본다고만 했어. 마음에 든다, 아니다 얘기한 적은 없었지. 하지만 소개해 준 청년들은 한현진 씨를 좋게 본 것 같아. 다들 한현진 씨가 호감이라고 하던데.]강한서가 쯧, 혀를 찼다. 그는 조금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생각했다. ‘내 마음에 든 사람인데, 호감형이 아닐 리가 없잖아.’[청년, 빨리 자료 보내. 오후엔 스케줄이 있어서 시간 끌다간 내가 까먹을 것 같아서 그래.][알겠어요, 아주머니.]강한서는 신우가 개발한 앱을 열어 한현진이 좋아할만한 스타일을 골라 AI 이미지를 생성했다. 그리곤 대충 이력서를 작성해 [꽃 피는 봄날]에게 전송했다. 물론 한현진이 그 몰래 맞선을 봤을 거라 생각하는 것은 아니었다. 한현진이 한준웅와 하연희의 맞선 제안을 거절하지 않은 것은 강한서가 기억을 회복했다는 얘기를 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강한서는 한현진이 대체 무슨 생각인지 궁금했다. 그렇게 많은 남자의 연락처를 받고도 한 번도 만나지 않았으면서도 상대방에게 호감을 남길 수 있는 건 대체 어떤 능력인 걸까? 호기심을 떨칠 수 없었던 강한서는 직접 테스트 해보기로 결심했다. [아기 고구마]가 한열의 성희롱을 폭로한 사건은 다음날 큰 반전을 맞이했다.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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