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Chapter 721 - Chapter 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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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1화

정인월은 대답 대신 신미정에게 물었다. “단한이 떠난 지 몇 년이 지났지?”신미정이 입술을 짓이기며 말했다. “16년이요.”“16년 7개월 9일.”정인월이 담담하게 대답했다. “그믐 하루 전에 갔지.”신미정의 얼굴에도 슬픔이 일렁였다. 그녀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네. 벌써 시간이 이렇게 흘렀네요.”정인월이 말했다. “자넨 16년 동안 재혼하지 않았으면서, 한서는 2개월 만에 새 사람을 만나라고 하는 건, 어미로써 걔 마음을 생각하고 내린 결론인가?”신미정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어머님. 저랑 한서가 어떻게 같아요? 저랑 단한 씨가 지낸 세월이 얼만데요. 한서랑 그 아이는 한서도 합의 하에 이혼한 거잖아요.”정인월이 신미정을 흘겨보았다. “단한에 대한 마음이 그렇게 깊은데, 실험실에 불이 나던 그때, 어디 있었어?”정인월의 말에 신미정은 가슴이 꽉 조여오는 것 같았다.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어머님, 아직도 절 원망하세요?”정인월은 가위를 내려놓고 담담하게 말했다. “단한이 자네한테 잘해주라고 하기에, 그 아이 뜻대로 했지. 재혼을 마다하고 우리 집안에 남겠다고 하니, 그러라고도 했고. 하지만 선은 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자네는 한서를 키우지도, 부모로써 뭘 가르치지도 않았어. 인제와 무슨 자격으로 한서 결혼에 이래라 저래라하는 거지? 누구를 좋아하든, 누구와 결혼하든 그건 한서 일이야. 한서 결혼으로 자네 욕심 채울 생각은 꿈도 꾸지 마.”“어머님—”정인월은 차가운 말투로 신미정의 말을 가로챘다. “난 피곤하니 자네도 돌아가게. 내 야채 망가뜨리지 말고.”신미정의 표정이 점점 더 일그러졌다. 그러나 그녀는 결국 굳은 얼굴을 하고 자리를 벗어났다. 이씨 아주머니가 정인월에게 말했다. “어르신, 그래도 한 식구인데…”진씨가 그녀의 말을 끊으며 정인월에게 말했다. “어르신, 차 준비됐습니다.”정인월이 고개를 끄덕이고 장갑을 벗으며 밭을 벗어났다. 진씨가 이씨 아주머니에게 말했다. “다른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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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2화

신미정은 신씨 가문을 매정하게 대하는 강한서를 원망했다. 그 일이 있고 난 뒤, 그녀는 한 번도 강한서를 보러 가지 않았다. 다른 엄마들은 같은 도시에 가까이 살면, 하루가 멀다고 이혼한 아들에게 찾아가 집안일을 도왔을 것이다. 하지만 신미정은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그녀는 강한서의 생활이나 근황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강한서가 이혼한 지 1개월 만에, 그녀는 끊임없이 강한서에게 있는 집안 규수들의 자료를 보내주며 그가 얼른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를 바랐다. 그녀는 이혼한 아들에 대한 걱정보다, 그의 재혼에 더 큰 관심을 보였다. 두어 번 같은 내용의 전화를 받은 강한서는 신미정에게서 전화가 올 때마다 무음 모드로 설정하거나 민경하게 휴대폰을 넘겼다. 강한서는 신미정이 보내온 소개팅 자료도 유용하게 사용했다. 그는 그 자료들을 전부 송병천에게 보내 송민준에게 여자를 소개해 주라고 했다. 그덕에 송민준은 요즘, 선을 보느라 미쳐버릴 지경이었다. 민경하는 어제도 송민준이 인스타그램에 “강한서, 네가 솔로인 데는 다 이유가 있어!”라는 글을 올린 것을 보았다. 강한서는 자신의 골칫거리를 라이벌에게로 자연스럽게 전이시켰다. 그 방법은 꽤 참신하다고 할 수 있었다. 신미정은 미간을 찌푸렸다. “급한 일이 있어서 그래요! 얼른 전화 바꿔요!”민경하가 예의를 잃지 않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사모님, 대표님께서 정말 바쁘세요.”신미정의 얼굴이 굳어졌다. “7시에 히비스커스 호텔로 오라고 해요. 걔 아버지 오랜 친구분께서 한주시에 오셔서 식자 자리를 마련했다고요.”민경하가 물었다. “어느 친구분인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신미정은 화가 난듯한 말투로 냉랭하게 말했다. “오든 말든, 마음대로 하라고 해요!”신미정이 뚝 전화를 끊었다. 강한서가 미간을 찌푸렸다. 민경하가 낮은 목소리로 그런 강한서에게 물었다. “대표님, 가실 건가요?”강한서가 머뭇거렸다. 강단한의 옛 친구들은 모두 강씨 가문과 사이가 좋았다. 그 친구분들이 도와준 덕에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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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3화

유현진은 주강운을 좋은 친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는 그렇다고 그와 밤을 새우며 게임을 하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적정한 선을 지키지 않는다면, 순수한 우정이 될 수 없었다. 잠시 생각하던 유현진이 차미주에게 주의를 줬다. “한성우는 친구로는 괜찮지만, 남자친구로는 잘 고민해 봐야 해.”차미주의 눈가가 움찔거렸다. “순둥아, 너 너무 갔어. 다른 사람 다 좋아해도 한성우는 아니야. 생긴 것도 바람둥이처럼 생겼는데, 그런 애를 내가 어떻게 감당해? 난 오를 수 없는 나무는 바라보지도 않는 사람이야.”유현진이 차미주의 말에 웃어버렸다. “한성우든 조 선생님이든, 더 알아간 다음에.”유현진은 이미 실패를 겪었기에 차미주는 그 길을 걷게 하고 싶지 않았다. “알겠어~ 빨리 가.”신을 갈아신은 유현진이 옷매무새를 정돈하고 문을 나섰다. 유현진이 나간 지 얼마 되지 않아 벨 소리가 울렸다. 양치하고 있던 차미주가 입안의 물을 뱉고 큰 소리로 말했다. “잠깐만. 뭐 두고 갔어?”차미주는 얼른 현관으로 달려가 문을 열었다. 한성우가 수트 차림으로 문 앞에 서 있었다. 헤어까지 완벽하게 한 한성우는 평소와는 전혀 다른 눈부신 자태로 차미주 앞에 섰다. 차미주가 미간을 찌푸렸다. “왜?”한성우가 “쯧.” 소리를 냈다. “보고도 모르겠어? 너 데리고 데이트하러 가려고.“차미주가 말했다. “안 가.”한성우가 천천히 말을 내뱉었다. “조준 씨랑.”차미주가 금방 눈을 반짝반짝 빛냈다. “어디?”한성우: …‘얘가 표정 관리 학원이라도 다니는 거야?’자기한테는 불퉁한 표정만 짓고 있고, 조준이라면 바로 표정이 바뀌었다. 한성우는 병아리를 잡듯이 차미주의 뒷덜미를 잡아 올리며 이를 악물고 말했다. “너 다음에 또 나한테 그딴 표정 지으면, 다시는 너 데리고 조준 만나러 안 가!”차미주는 속으로 욕을 지껄이면서도 얼굴엔 함박웃음을 띠고 한성우의 어깨를 눌러주며 아양을 떨었다.“내가 너한테 어떻게 감히 그러겠어? 금방 일어나서 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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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4화

조준을 만난다는 말에 차미주는 치마로 옷을 갈아입었다. 그녀는 심지어 유현진의 고데기로 머리도 만졌다. 메이크업을 잘하지는 못했던 차미주는 파운데이션과 립스틱만 발라 피부톤을 정돈했다. 그러고는 운동용 가방을 들고 방에서 나왔다.한성우는 거실에서 《어린 왕자》를 읽고 있었다. 《어린 왕자》 중의 한 구절이 그의 눈에 띄었다. “사랑하는 사람과 일출을 볼 수 있는 지금 이 순간을 소중히 여기세요. 노을이 질 때까지 기다리다 후회하지 말고.”차미주가 방에서 나오자 한성우가 물었다. “네 책이야?”차미주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너도 좋아해?”“안 좋아해.”한성우가 책을 덮어 구석에 놔두었다. “내 화원에 어떻게 한 송이의 장미만 있을 수 있겠어?”그의 말에 차미주는 티가 나지 않게 어이없어했다. “네가 키우는 것도 아니면서, 아무리 많아 봤자 단 한 송이도 네 것이 아니잖아.”“힘들게 길들인 물건을 다른 사람이 가로채면 나만 억울하잖아.”한성우가 씩 웃었다. “그래서 난 길들이기보다는 뺏는 걸 좋아하지.”차미주가 콧방귀를 뀌었다. “너 같은 사람은 저런 어른들을 위한 동화는 보면 안 돼. 넌 가서 형법이나 읽어. 어느 날 잡혀들어갈지 모르니까.”한성우는 차미주를 쳐다보며 말했다. “넌 어떻게 네가 조준을 길들일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하는 거야?”차미주가 고개를 저었다. “한 번도 그런 자신감을 가진 적은 없어. 난 단지 내가 후회할 만한 일은 하고 싶지 않을 뿐이야. 최선을 다했으면, 사귀지는 못하더라도 후회는 하지 않을 것 같아서.”한성우가 입술을 짓이기더니 한참 후에야 몸을 일으켰다. “가자.”길이 조금 막혀 겨우 히비스커스 호텔에 도착한 한성우는 문을 열자마자 미간을 찌푸렸다. 신미정이 그를 완전히 속인 것은 아니었다. 그곳에는 아버지의 옛 친구들이 있긴 있었다. 하지만 전부 가족들과 함께였고, 그중에는 손자와 손녀를 데리고 온 사람도 있었다. 보아하니 일 때문에 한주시에 온 게 아니라, 동창회 때문에 모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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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5화

서해금은 오히려 태연하게 설명했다.“가람이는 저와 전남편 사이의 아이예요. 병천 씨가 저한테 너무 잘해줘요. 가람이도 친딸처럼 대하고요.”분위기가 어색해지자 최이숙이 화제를 돌렸다. “병천이가 워낙 딸바보잖아. 해외로 지사 옮긴 것도 가람이 치료 때문이었고. 정말 친딸처럼 생각하나 봐.”그러자 다른 사람들도 최이숙의 말에 맞장구쳤다. “가람이 눈매도 병천을 닮은 것 같아. 깊은 인연이야.”그 일은 그렇게 조용히 넘어갔다. 동창들은 모두 지천명이 넘은 나이였다. 결혼을 늦게 한 사람도 이젠 자식들이 결혼할 나이가 되었고 결혼을 일찍 한 사람은 이미 손주를 본 사람도 있었다. 어른들은 한자리에 모이면 자식들 얘기에 여념이 없었다. 누구 딸은 외교관과 결혼했다는 둥, 어느 집 아들은 해외에 살면서 외국 여자와 결혼했다는 둥, 어느 집은 또 손주를 봤다는 둥 그런 얘기들이었다. 어쨌든, 전부 강한서는 관심이 없어 하는 주제였다. 가족들이 함께하는 동창회인 줄 알았더라면 강한서는 이 자리에 참석하지 않았을 것이다. 송가람은 냉랭한 표정으로 한마디 말도 없이 앉아있는 강한서를 보더니 먼저 그에게 국을 떠줬다. “한서 오빠, 이거 국물 맛있어요. 드셔보세요."강한서는 무미건조하게 송가람의 말에 대답하고는 휴대폰을 들어 유현진에게 2천만 원을 송금했다.「배 안 고파?」유현진은 지금 다른 룸에 있었다. 그녀는 안창수가 말한 식사 자리가 그저 제작진들과 함께하는 자리인 줄로만 알고 있었다. 하지만 도착하니 제작진은 몇 명 없었고 전부 안창수의 업계 친구들이었다. 모르는 사람들이 많았던 터라, 유현진은 조금 어색해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친한 사람이 없었던 유현진은 구석에 앉아 음식도 별로 먹지 않고 있었다. 그녀는 낯을 가리며 누군가 말을 걸면 간단히 대답할 뿐이었다. 안창수와 그의 업계 친구들은 사이가 좋아 보였다. 그들은 술자리를 즐기고 있었다. 몇 잔이 오고가자 안창수도 술기운이 살짝 올랐다. 그의 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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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6화

한열.어쩐지 귀에 익은 이름이었다. 하지만 유현진은 그 이름을 어디에서 들었던건지 기억해내지 못했다. 이름뿐만 아니라, 얼굴도 눈에 익었다. 오목조목 생긴 얼굴은 남자지만 예쁘다고 표현할 수 있었다. 앞으로 같이 일을 하게 될 사람이니, 유현진은 그와 가깝게 지내야 하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자기소개를 마치더니 바로 몸을 돌려 자리에 앉아버렸다. 유현진도 뻘쭘하게 손을 내리고 자리도 돌아갔다. 유현진은 휴대폰을 꺼내 검색창에 “한열” 두 글자를 입력했다. 그러더니 그녀는 왜 그에게서 익숙함을 느꼈는지 알아차렸다. ‘비밀의 연인의 남자 주인공이잖아?’“비밀의 연인”에서 송민영의 목소리는 유현진이 더빙해 준 것이었고 한열은 성우를 쓰지 않았다. 작년 더빙을 진행할 때, 유현진은 모니터를 통해 일주일이 넘는 시간 동안 한열의 얼굴을 보고 있었으니, 익숙하지 않을 리가 없었다. 한열은 떠오르는 스타였다. 21살에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데뷔했고 데뷔 첫해에 발매한 첫 앨범은 당시 최고 판매량을 기록했다. 타이틀 곡은 대상을 받기까지 했다. 데뷔 2년 차에 찍은 사극 “검선”은 시청률 2위를 기록하면서 그는 영화 업계에도 진출했다.그 후 매해 그의 작품은 히트했고 3년이라는 시간 동안 그는 탑급 연예인이 되었다. 그와 함께 작업하기만 하면 여배우들은 하나도 빠짐없이 뜨기 시작했다. 그랬기에 그에게는 케미 요정이라는 별명이 생기기도 했다. 송민영도 그와 함께 “비밀의 연인”이라는 작품을 출연한 후 인기가 급속도로 늘었다. 송민영의 더빙을 해주면서 유현진은 한열이 연기하는 모습을 봤었다. 냉정하게 말한다면 그도 어느 정도 기본기는 있는 편이었다. 청춘 드라마는 대체로 배우의 연기력에 대한 요구가 낮았다. 때문에 청춘 드라마를 찍은 배우의 연기력은 심각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한열의 연기는, 시청자들도 그의 감정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청춘 드라마 배우 중 몇 안 되는 연기가 되는 배우였다. 하지만 소문에 의하면 그는 성격이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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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7화

잔고를 확인한 유현진은 머리가 지끈거렸다. 2천 원을 보내며 메시지를 작성했다. 「문자로 해. 송금하지 말고.」강한서가 2억 원을 보냈다.「싫어.」그러고는 또 2억 원을 더 보냈다. 「내 재력과 성의를 보여주는 거야.」유현진이 2천 원을 보냈다. 「...」강한서는 부드러운 눈빛으로 유현진이 보낸 줄임표를 보며 자기도 모르게 미소 짓고 있었다. 그의 표정을 본 송가람의 심장이 빠르게 뛰어댔다. 그녀가 작은 소리로 물었다.“한서 오빠, 요즘 많이 바빠요?”송금하느라 정신이 없던 강한서가 담담하게 대답했다. “괜찮아.”송가람은 주기적으로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강한서를 보더니 참지 못하고 물었다.“뭐 하세요?”강한서가 태연하게 대답했다. “결혼 자금 모이는 중.”그의 말에 멈칫하던 송가람의 얼굴이 이내 빨갛게 물들었다. 이미 이혼을 한 강한서가 결혼 자금을 모은다는 건, 재혼 계획이 있다는 뜻인가?송가람은 조금 설레기 시작했다. 강한서는 당연히 송가람의 그런 마음을 알 리가 없었다. 그는 계속 결혼 자금을 보냈다. 「전엔 200원씩 보내더니 오늘은 왜 2천 원을 보내는 거야?」「오늘 10점 가산점 받았다고 생각해도 돼?」강한서의 메시지를 확인한 유현진의 입꼬리가 씩 올라갔다.「꿈도 꾸지 마! 내가 얼마를 보내고 싶으면 얼마를 보내는 거지, 뭐 문제있어?」강한서: 「조금.」유현진: 「뭐? 조금?」물을 마시던 유현진이 고개를 숙여 휴대폰을 확인하고는 하마터면 입 안의 물을 뿜을 뻔했다. 강한서: 「뭐가 문제냐면, 200원만 보내도 돼. 2천 원은 너무 많아. 다 못 써.」‘이 자식이 전엔 아무리 말을 걸어도 대답도 없더니, 지금은 왜 이렇게 수다스러워?’유현진이 2원을 송금했다. 「네가 원하는대로 해줄게.」강한서가 2천만 원을 보냈다.「고마워.」‘예의는 바르네.’유현진은 강한서가 송금해 온 돈을 다른 은행카드에 옮겼다. 이번엔 한도를 올려 한꺼번에 많은 돈을 송금할 수 있었다. 강한서가 준 돈을 모두 계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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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8화

송가람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가까운 곳은 다녀왔는데, 먼 곳은 아직 못 가봤어요.”신미정이 말했다. “가까운 곳은 백화점뿐이잖아. 볼 것도 없을 텐데. 한주시 주변에 몇 년 사이 많은 관광 명소가 생겼어. 나중에 한서한테 같이 다니자고 해.”강한서가 처음부터 이 모임의 목적을 몰랐다고 하더라도 신미정이 대놓고 티를 내는 덕에 그는 이제야 눈치를 채게 되었다. 아버지의 동창들에게 식사를 대접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그와 송가람을 이어주는 것이 이번 모임의 진짜 목적이었다. 그러니 신미정의 말에 송가람은 당연히 동의했다. 하지만 겉으로는 티를 내지 않으려 예의상 대답했다. “한서 오빠 일하시는데 방해되지 않을까요?”강한서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내가 준비할게.”신미정은 강한서가 흔쾌히 허락하자 잠시 멍해졌다. 그녀는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한서가 드디어 정신 차렸네!’‘역시 내가 배 아파 낳은 아들인데, 여자 하나 때문에 멍청하게 굴 리가 없지.'송가람의 심장이 두근두근 빠르게 뛰었다. 그녀는 조금 쑥스러운 듯 말했다. “그럼 잘 부탁해요, 한서 오빠.”강한서는 그녀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그의 시선이 다시 한번 송가람 손목에 있는 루비 팔찌에 머물렀다. “이거 좀 보여줄 수 있어?”송가람이 멈칫하더니 말했다. “이 팔찌요?”강한서가 고개를 끄덕였다. “색이 예쁜데. 빼서 보여줄 수 있어?”송가람의 귀가 빨갛게 물들었다. 그녀는 이것이 강한서가 자신에게 다가오는 방식이라 여기며 몸 둘 바를 몰라 했다. 그녀는 손목의 팔찌를 빼 강한서에게 건넸다. “한서 오빠, 오빠도 루비 좋아해요?”강한서가 담담하게 대답했다. “그냥, 뭐.”‘현진이가 좋아하지.’유현진은 보석을 좋아했다. 그녀는 또 그런 반짝이는 액세서리들이 어울리기도 했다. 그녀가 이렇게 진한 레드가 굉장히 잘 어울렸다. 강한서는 보석에 대해 잘 몰랐다. 다만 송가람의 팔찌는 윤택이 좋고 색이 선명하며 촉감이 부드럽고 윤기가 흐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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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9화

술자리의 분위기는 점점 더 무르익었다. 사람들은 이제 게임을 하면서 놀기 시작했고 룸에는 담배 냄새와 술 냄새로 공기가 탁해져 숨을 쉬기 힘들었다. 옆에 있던 동료는 잔뜩 취해서 여전히 유현진에게 술을 권하고 있었다. 눈이 풀린 유현진은 손을 내저으며 술에 취해 어눌한 발음으로 말했다. “저... 저... 화장실 좀. 다녀와서 마셔요.”유현진의 말에 동료는 잔뜩 기뻐하며 말했다. “빨... 빨리 와요.”유현진이 알았다고 대답하고는 몸을 일으켜 비틀비틀 걸어가 문을 열고 나갔다. 고개를 들어 힐끗 쳐다보던 한열이 그녀를 따라 몸을 일으켰다. “바람 좀 쐬고 올게요.”문을 나선 유현진은 곧게 몸을 세웠다. 복도에서 기지개를 켠 그녀는 스트레칭 겸 한쪽 다리를 쭉 올려 일자를 만들었다. 실로 대단한 유연성이었다. 아까 취했던 모습은 찾아볼 수도 없었다. 의자가 작았던 터라 그녀는 온몸이 쑤시는 것 같았다. 몸을 풀던 유현진은 발차기를 날리며 고개를 돌려 지나온 복도를 힐끗 쳐다보았다. 복도 벽을 이용해 다리 스트레칭을 제대로 하려던 유현진이 몸을 돌리자 그곳에는 한열이 무표정하게 서 있었다. 무표정이라기보다, 그의 얼굴에는 어떤 표정도 없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았다. 아마 연예인이라 표정 관리에 능한 것 같았다. 하지만 그의 눈빛은, 그의 세계관이 송두리째 뒤바뀌는 무언가를 본 것처럼 놀라움으로 가득 찼다.유현진은 여전히 일자 다리를 유지한 그대로였다. 그녀는 헛기침하더니 천천히 다리를 내렸다. 또 한 번 마른기침을 한 그녀가 한열에게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그의 눈에 가득하던 놀라운 기색이 서서히 사라졌다. 유현진을 쳐다본 그가 입을 열려는데, 뒤에 있던 문이 열리고 한열의 매니저가 따라 나오며 그에게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건넸다. “배우님아, 너 그 얼굴이 얼마나 많은 일을 만드는지 알아? 빨리 써!”한열이 미간을 찌푸렸다. “화장실 가는 것도 마스크 써야 해요?”매니저가 말했다. “너 저번에 밥 먹으러 갔다가 화장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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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0화

유현진이 휴대폰을 꺼내 차미주에게 문자를 보냈다.“뭐 먹고 싶어? 포장해 갈게.”문자를 보내고 몇 분 후에야 차미주에게서 답장이 왔다. “나도 밥 먹으러 나왔어. 나 신경 쓰지 말고 재밌게 놀다가 들어가~”유현진이 물었다. “한성우랑?”차미주가 “어이가 없네”라는 이모티콘을 보내며 답장했다. “조 선생님이랑!”유현진이 웃었다. “고생 끝에 낙이 왔네?”차미주가 답장했다. “그게 바로 요리를 잘해야 하는 이유지.”잠시 생각하던 유현진이 강한서에게 문자를 보냈다. 「밥 먹었어?」막 국물을 맛보려던 강한서는 유현진에게서 온 문자를 보더니 바로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막 “먹고 있어.”라고 답장하려던 강한서는 잠시 생각하더니 또 한성우에게 문자를 보냈다. 「현진이가 밥 먹었냐고 묻는데, 무슨 뜻이야?」이때, 한성우는 룸에 앉아 눈을 가늘게 뜨고 조준 옆에 앉아 그를 다정하게 챙겨주는 여자를 보고 있었다. 며칠 후면 결혼하는 친구가 오늘 밤 총각 파티를 연다며 한성우에게 전화해 그도 놀러 오라고 했다. 하지만 한성우는 가지 않겠다고 대답했었다. 그 말을 들은 친구가 웃으며 말했다. “성우 너, 요즘 새 여자친구 사귀었냐? 매번 약속 잡을 때마다 안 온다 그러고. 새 여자친구가 깐깐하게 굴어?”한성우는 본인 자신도 파티에 참석한 지 오래되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 일찍부터 독립한 그는 집에 돌아가면 늘 썰렁한 분위기가 그를 맞이했었다. 때문에 그는 사람이 많고 떠들썩 한 분위기를 좋아했었다. 집에 사람이 없는 날이면 그는 친구들과 술자리를 가지기 좋아했고 늘 새벽이 되어서야 집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요즘은 확실히 그렇게 늦은 시간에 집에 돌아가는 일이 없었다. 집에 밥을 해주는 사람이 있고 밥 먹을 때 대화를 나눌 사람도 있으니 술을 퍼붓는 떠들썩한 장소보다 몇 배는 더 좋았다. 그렇게 그는 점점 습관이 되어갔다. 한성우는 매우 이성적인 사람이었다. 그는 그런 습관이 점차 자신의 생활을 침범하자 바로 정을 떼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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