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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4화

조준을 만난다는 말에 차미주는 치마로 옷을 갈아입었다.

그녀는 심지어 유현진의 고데기로 머리도 만졌다.

메이크업을 잘하지는 못했던 차미주는 파운데이션과 립스틱만 발라 피부톤을 정돈했다. 그러고는 운동용 가방을 들고 방에서 나왔다.

한성우는 거실에서 《어린 왕자》를 읽고 있었다.

《어린 왕자》 중의 한 구절이 그의 눈에 띄었다.

“사랑하는 사람과 일출을 볼 수 있는 지금 이 순간을 소중히 여기세요. 노을이 질 때까지 기다리다 후회하지 말고.”

차미주가 방에서 나오자 한성우가 물었다.

“네 책이야?”

차미주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너도 좋아해?”

“안 좋아해.”

한성우가 책을 덮어 구석에 놔두었다.

“내 화원에 어떻게 한 송이의 장미만 있을 수 있겠어?”

그의 말에 차미주는 티가 나지 않게 어이없어했다.

“네가 키우는 것도 아니면서, 아무리 많아 봤자 단 한 송이도 네 것이 아니잖아.”

“힘들게 길들인 물건을 다른 사람이 가로채면 나만 억울하잖아.”

한성우가 씩 웃었다.

“그래서 난 길들이기보다는 뺏는 걸 좋아하지.”

차미주가 콧방귀를 뀌었다.

“너 같은 사람은 저런 어른들을 위한 동화는 보면 안 돼. 넌 가서 형법이나 읽어. 어느 날 잡혀들어갈지 모르니까.”

한성우는 차미주를 쳐다보며 말했다.

“넌 어떻게 네가 조준을 길들일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하는 거야?”

차미주가 고개를 저었다.

“한 번도 그런 자신감을 가진 적은 없어. 난 단지 내가 후회할 만한 일은 하고 싶지 않을 뿐이야. 최선을 다했으면, 사귀지는 못하더라도 후회는 하지 않을 것 같아서.”

한성우가 입술을 짓이기더니 한참 후에야 몸을 일으켰다.

“가자.”

길이 조금 막혀 겨우 히비스커스 호텔에 도착한 한성우는 문을 열자마자 미간을 찌푸렸다.

신미정이 그를 완전히 속인 것은 아니었다. 그곳에는 아버지의 옛 친구들이 있긴 있었다. 하지만 전부 가족들과 함께였고, 그중에는 손자와 손녀를 데리고 온 사람도 있었다.

보아하니 일 때문에 한주시에 온 게 아니라, 동창회 때문에 모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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