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쌍둥이가 CEO 아빠 유괴하기?의 모든 챕터: 챕터 931 - 챕터 940

2771 챕터

제931화

반지훈은 인기척을 듣고 눈꺼풀을 살짝 들었다.“왔어?”강성연은 그의 옆자리에 앉은 뒤 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고 매우 피곤한 얼굴로 짧게 대답했다.반지훈은 손을 들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다 해결된 거 아니었어?”“그렇죠.”강성연은 시선을 내려뜨렸다.“난 그들에게 벌을 줬어요. 나쁜 사람이 된 것 같아요.”반지훈은 고개를 돌려 소리 없이 웃었다.“그러면 난 안 나빠?”강성연은 그의 어깨에 턱을 올려놓고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반지훈이 자신을 달랜다는 걸 알고 가볍게 웃었다.“내가 당신에게서 얼마나 전수 받았다고 생각해요?”반지훈은 그녀에게 입을 맞춘 뒤 손바닥으로 그녀의 뺨을 쓰다듬었다.“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상대해 줘야지. 넌 잘한 거야.”그 일이 있은 뒤로 이주는 병원에 실려 갔다. 인과응보일까, 그는 그런 일에 굉장히 반감을 품었고 더는 흥미도 없었다.김아린은 그 사실을 알고 난 뒤로 더는 그를 기소하려 하지 않았다. 이주는 퇴원 뒤 서울시를 떠났다.강성연은 김아린에게 왜 그를 봐줬냐고 물었다. 김아린은 이미 최고의 복수를 했으니 그를 벼랑 끝까지 몰아가고 싶지 않다고 했다.그 말에 김아린은 웃었다.“아영이가 예전에 내가 너랑 닮은 것 같다고 자주 그랬어. 하지만 난 연약한 사람이야. 난 쉽게 마음이 약해지거든. 나도 예전에는 나쁜 사람이 되고 싶었어. 심지어 너를 이용해서 날 돕게 할 셈이었지. 하지만 결과적으로 난 모든 일을 망쳐버렸고 네가 나 대신 마무리를 해줬어.”강성연은 창가에 기대어 있었다. 창밖을 바라보던 그녀의 시선이 김아린의 얼굴에 멈췄다.“마음이 약한 건 잘못이 아니지. 적어도 너는 자아를 지켰잖아.”이주의 일이 있은 후, 강성연과 송아영은 겁에 질린 김아린을 위로하고 곁에 있어주며 세 사람의 우정은 더 돈독해졌고 이에 편하게 말을 놓기로 했다.강성연은 소파로 걸어가 앉았고 테이블 위 귤을 집어 껍질을 까기 시작했다.“너가 그때 아영이를 끌어들이지 않는 걸 보고, 날 절
더 보기

제932화

책임자의 해명에 많은 네티즌들은 구천광을 대단하다며 칭찬했다. 위험한 상황을 맞닥뜨렸을 때 다른 사람들은 살기 위해 도망쳤지만 구천광은 다른 이들을 고려했다. 그로 인해 많은 사람이 그의 팬이 되었다.그리고 구천광이 구한 동료 여배우가 ‘꿈처럼’ 조연을 맡은 신인 배우라는 게 밝혀졌다.상대 배우의 신분이 밝혀지자 일부 악플러들은 그녀의 SNS에 그녀에게 발목 잡힌 탓에 구천광이 다쳤다고 했고, 심지어 그녀가 화근이라고 했다. 일부 참지 못한 네티즌들은 악플러들과 다투기도 했다.그러나 오히려 그런 언론 때문에 구천광이 구한 여배우는 갑작스레 관심을 받게 되었고 SNS 팔로워도 늘었다.진성.거리 위에 쌓인 눈들이 치워졌고 나뭇가지 위로 서리가 내렸다. 행인들은 외투를 여미며 오가고 있었고 길이 미끄러워 걸음걸이가 느려졌다.라민희와 구세준은 소식을 접한 뒤 부랴부랴 진성 촬영팀 인근 병원으로 향했다.“천광아.”라민희가 병실 밖에 나타났다. 병실 안에는 감독과 스태프 여럿이 있었다.구천광은 왼쪽 다리에 깁스를 하고 있었고 이마에도 상처 자국이 있었다. 라민희는 너무 마음이 아파 다급히 침대 옆으로 걸어갔다.“왜 이렇게 심하게 다쳤어?”구천광은 어이가 없었다.“어머니, 저 괜찮아요.”“이게 괜찮은 거야?”라민희는 목청을 높이며 감독을 바라보았다.“우리 아들을 어떻게 돌본 거예요? 우리 아들이 이런 일을 당했는데 왜 이제야 알려준 거예요?”하 감독은 아들을 사랑하는 그녀의 마음을 이해했기에 참을성 있게 해명했다.“죄송합니다, 사모님. 촬영팀에 이런 사고가 나서 저도 참 죄송합니다. 제가 설산 환경의 돌발 상황을 제때 알아차리지 못한 탓입니다.”라민희가 더 말하려는데 구세준이 단호히 말했다.“그만해. 이 사고는 제작진들 탓이 아니야. 이렇게 뜻밖의 돌발 상황이 생길 줄 누가 예상이나 했겠어? 우리 아들만 다친 게 아니라 스태프들도 여럿 다쳤는데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천만다행이야.”라민희는 그 말을 듣고 냉정을 되찾았다.하 감독은 그들을
더 보기

제933화

송아영이 꽃다발을 안고 들어오면서 머리를 긁적이며 웃었다.“당연히 오빠 병문안하러 왔죠.”송아영은 서랍 앞으로 걸어가 그 위에 꽃다발을 내려놓았다. 그러고는 고개를 돌려 구천광에게 눈빛을 보냈다.구천광은 눈을 가늘게 뜨면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송아영은 몸을 돌려 라민희의 곁으로 걸어갔다.“고모, 바쁘시면 제가 남아서 사촌 오빠 지키고 있을게요.”라민희는 의아했다.“나 안 바쁜데?”“어머니, 밤새 제 옆에 있으셨잖아요. 가서 좀 쉬세요. 아영이가 옆에 있으면 돼요. 저도 아영이 오랜만에 보는 거라서 얘랑 얘기 나누고 싶어요.”라민희는 구천광을 보면서 입을 달싹였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몸을 일으켰다.“그래. 엄마가 잔소리하면 귀찮다고 싫어할 것 같으니 아영이가 옆에 있어 줘.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연락하고.”송아영은 손을 흔들며 그녀가 떠나는 모습을 바라봤다.“걱정하지 마세요, 고모. 제가 오빠 잘 챙길게요.”라민희가 떠난 뒤 구천광은 시선을 내려뜨리며 웃었다.“너 일부러 어머니 내보낸 거지? 무슨 꿍꿍이야?”송아영은 침대 옆으로 가서 앉았다.“내가 무슨 꿍꿍이가 있다고 그래? 다 오빠를 위해서 그런 거지.”송아영은 그의 곁으로 다가가 소곤댔다.“아린이가 오빠 엄청 걱정했어. 오늘 나랑 같이 왔어.”병실에서 나간 송아영은 김아린이 복도에 서 있는 걸 보았다. 뭘 피하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이미 진성까지 와놓고 말이다.그녀는 김아린의 어깨 위에 두 손을 올려두었다.“뭘 기다려?”송아영은 그녀를 병실로 밀어 넣었다.김아린이 뭐라고 말하려는데 송아영이 이미 그녀 대신 문을 닫았다.김아린은 문가에 한참 서 있다가 울며 겨자 먹기로 들어갔다. 구천광이 다리에 깁스한 걸 본 김아린은 당황하며 입술을 달싹였다.“심하게 다쳤네요.”구천광은 그녀를 보았다.“그렇게 심한 편은 아니에요.”구천광은 잠시 뜸을 들이다가 말했다.“또 살 빠진 것 같네요.”김아린은 움찔했다. 최근 입맛이 없어 끼니를 잘 챙기지 않
더 보기

제934화

무언가 말하려던 제인은 뭔가를 본 건지 그 자리에 우뚝 멈춰 섰다. 김아린은 재빨리 구천광과 거리를 벌리며 자리에 앉았고 구천광도 손을 거두었다.“무슨 일이에요?”정신을 차린 제인은 멋쩍게 대답했다.“아... 그게 추서희 씨가 구해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직접 전하고 싶다고 해서요.”추서희를 데리고 들어오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혹시라도 추서희가 봤다면 엄청난 화젯거리가 됐을 거다.구천광은 미간을 구겼다.“사소한 일이니 괜찮다고 하세요.”“하지만 지금 밖에 계시는걸요.”제인이 계속해 말했다.“구천광 씨가 추서희 씨 때문에 다친 일이 인기 검색어에 올랐잖아요. 이때 추서희 씨 감사 인사를 거절하시면 기자들이 어떻게 얘기할지 몰라요.”구천광은 콧대를 주무르며 말했다.“그러면 들어오라고 하세요.”“난 나가 있을게요.”김아린이 일어나려 하자 구천광이 그녀를 보며 말했다.“그럴 필요 없어요. 여기 있어요.”김아린은 멍해졌고 이내 문밖에서 젊은 여성이 들어왔다. 제인은 입구로 걸어가 다른 사람이 없는 걸 확인한 뒤 문을 닫았다.추서희는 김아린을 보고 살짝 당황했다. 하지만 별다른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녀는 삼계탕을 들고 쑥스러운 듯 웃어 보이며 말했다.“선배님, 구해주셔서 감사드려요. 저 때문에 다치셔서 정말 죄송해요. 이건 제가 직접 만든 거예요. 정말 너무 감사드립니다.”추서희는 두 손으로 삼계탕을 건넸다. 혹시라도 거절당할까 봐 두려운 건지 그녀는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고맙다는 의미로 주는 선물이었기에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고마워요. 수고했어요. 테이블에 올려두세요.”구천광이 선물을 받자 추서희는 그제야 순진무구한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삼계탕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은 뒤 다소 긴장한 표정으로 구천광을 바라봤다.“선배님, 다친 데는 어떠세요?”구천광은 웃어 보였다.“걱정 안 해도 돼요. 괜찮아요.”추서희는 구천광처럼 유명한 배우가 그녀를 구해줬을 뿐만 아니라 그녀를 향해 웃어 보일 줄은 몰랐다. 역시나 소문처럼 구천광은
더 보기

제935화

구천광은 김아린의 뺨을 꼬집었다.“나이 들어 보이는 게 아니라 성숙한 거지.”김아린의 외모나 분위기는 청순한 소녀의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녀는 성숙하고 분위기 있었다. 이목구비도 뚜렷해서 독특한 아름다움이 있었다. 그녀 같은 스타일은 연예계에서 성숙한 누나 스타일이거나 섹시한 스타일을 추구했다.추서희는 겨우 스물이라 나이가 어렸고 희고 어리며 몸이 마른 스타일이었다. 연예계에는 추서희 같은 스타일이 발에 챌 정도로 널렸다.김아린은 정말로 삐진 건지 고개를 홱 돌렸다.“성숙한 것도 나이 들어 보이는 거죠.”“난 그런 말 한 적 없는데?”구천광은 그녀를 품에 끌어안았다. 김아린은 당황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려 그를 보았다. 그녀의 얼굴에 놀라움이 엿보였다.“아니, 근데 왜 아까부터 말을 놓는 거예요?”구천광은 허스키한 목소리로 웃었다.“네가 좋으니까.”김아린은 다시금 넋을 놓았다. 순간 마음속에서 폭죽이 터지는 것만 같았다. “나도 당신이 좋아.”김아린은 고개를 들어 그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시선을 내려뜨린 구천광은 손바닥으로 그녀의 목덜미를 감싸면서 더욱 깊이 키스했다. 따스함에 둘러싸인 김아린은 추운 겨울을 잊었다.밖에서는 눈이 흩날리고 있었다. 눈꽃이 유리창 위로 내려앉았고 서리 때문에 화면이 흐릿해졌다.*크리스마스 당일, 사립 초등학교는 매우 떠들썩했다. 크리스마스를 위해 각 반들은 훈훈하게 꾸며졌고 학교 내부도 등불이 환히 켜져 있었다.크리스마스날, 학교는 외부에 개방되기에 학부모들도 교내에서 아이들과 선생님의 공연을 참관할 수 있었다.“아빠, 엄마, 저 오늘 예뻐요?”강유이는 붉은색과 흰색이 어우러진 스웨이드 스커트에 앵클부츠를 신고 있었다. 머리에는 산타 모자를 쓰고 있었는데 양 갈래까지 해서 무척 예쁘장했다.강유이는 두 사람의 앞에 서서 한 바퀴 빙 돌았고 강성연은 삐뚤어진 아이의 모자를 정돈해 주며 웃었다.“예뻐. 예뻐죽겠어.”반지훈은 강성연을 바라보며 말했다.“크니까 점점 더 너 닮아가는 거 같아.”
더 보기

제936화

강유이의 시선은 줄곧 강해신에게 붙박여 있었다. 그래서 뒤에 선 두 사람의 행동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반지훈은 그녀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착하지, 장난치지 마.”“허락하지 않으면 계속 이럴 거예요.”강성연은 삐진 듯 손을 빼내며 등을 돌렸다.반지훈은 미간을 주무르더니 팔을 뻗어 그녀를 안았다.“저녁에 얘기하자.”강성연은 그의 품에 기대어 우쭐한 미소를 지었다.드디어 공연이 시작됐다. 강해신이 무대에 올랐는데 무대 아래 앉아있던 학부모와 다른 반 학생들은 강해신이 남자아이라는 걸 눈치채지 못했다.왕자역을 맡은 건 강해신 반의 다른 남자아이였다. 그리고 악역인 기사역은 여자아이가 맡았다.불빛이 무대에 집중되었고 멋진 연기 과정에 무대 아래 관중들은 전부 공연에 푹 빠져있었다.기사가 공주님을 잡아가면서 와이어에 매달린 두 아이가 천천히 하늘로 올라갔다.그런데 갑자기 조명이 꺼지고 장내가 소란스러워지면서 이내 여자아이의 비명이 들렸다.사람들은 휴대전화 라이트를 켰고 반지훈은 무언가를 보고 무대로 직진했다. 강성연은 안색이 달라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해신아!”현장 조명이 다시 밝았다. 통제실에서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렸다. 갑작스러운 트립 사고로 인해 와이어 기계에 고장이 생겨 두 아이가 9m 상공에 매달리게 된 것이다.겁에 질린 여자아이는 울음을 터뜨리며 강해신을 꼭 안고 놔주지 않았다. 강해신은 허공에 매달려 있어 감히 꼼짝하지 못했다. 얼굴이 종잇장처럼 창백했다.반지훈은 곧바로 사람을 시켜 매트를 옮겼고 두 아이가 매달린 곳 바로 아래에 섰다.“해신아.”“아빠, 저...”강해신은 서서히 고개를 들었다. 와이어가 조금씩 끊어지고 있었다.반지훈은 그걸 눈치챈 건지 안색이 삽시에 달라졌다.“해신아, 움직이지 마. 아빠를 믿어. 아빠는 너희에게 무슨 일이 생기게 놔두지 않을 거야. 절대 움직이면 안 돼.”강성연은 입을 틀어막았다. 심장이 당장이라도 목구멍에서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그녀는 부랴부랴 사람들과 함께 매트를 옮기
더 보기

제937화

건물에서 나온 강유이는 벽 뒤에 숨어 고개를 빼꼼 내밀고 살금살금 떠나는 사람을 봤다.강유이는 화단으로 달려가 쪼그리고 앉았다. 그 사람은 학교 주차장에서 주차된 차 앞에 멈춰 섰다.고개를 내민 강유이는 차창이 열리며 안에 어떤 여자가 앉아있는 걸 보았다.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다.그런데 갑자기 등 뒤에서 손 하나가 나타나 강유이의 입을 틀어막았다. 강유이가 크게 소리를 지르려던 때 등 뒤에 있던 사람이 ‘쉿’ 소리를 냈다.“나야.”당황해서 고개를 돌린 강유이는 자신의 뒤에 서 있던 사람이 한태군임을 발견했다.“태군 오빠, 오빠... 아.”강유이의 입이 한태군의 손에 가로막혔다. 한태군은 검지를 입술에 가져다 댔다.“소리 내지 마.”강유이는 고개를 끄덕였다.한태군은 강유이를 놓아줬고 두 아이는 다시 고개를 내밀고 바라봤다.남자는 차 안의 여자에게 뭐라고 말했고 이내 조수석으로 걸어가 차에 올라탔다.차 안의 여자는 창밖을 바라보았고 한태군은 강유이의 머리를 눌러 고개를 숙이게 했다.한태군은 복잡한 표정으로 학교를 빠져나가는 차를 빤히 쳐다보았다.“태군 오빠.”강유이가 작은 목소리로 불렀으나 한태군은 대꾸하지 않았다. 한태군은 그들이 떠난 걸 확인하고 나서야 그제야 화단 밖으로 걸어 나왔다.강유이는 한태군의 뒤를 따르며 말했다.“태군 오빠, 저 사람들 해신 오빠 해치려는 거지?”그 수상쩍은 사람은 분명 강해신이 당한 사고와 연관이 있을 터였다.한태군은 잠깐 뜸을 들이다가 고개를 돌려 말했다.“아니야.”몇 초 뒤, 한태군은 표정을 굳히며 시선을 돌렸다.“그들은 날 해치려는 거야.”강유이는 놀란 표정이었다. 강유이는 한태군의 앞에 서서 말했다.“왜 오빠를 해치려고 하는 거야? 오빠 저 사람들한테 뭐 잘못한 거 있어?”한태군은 강유이를 바라보았다. 사실은 말하고 싶지 않았지만 강유이의 진지한 표정을 본 한태군은 한숨을 쉬며 손을 뻗어 강유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한태군은 몸을 돌렸다.“네 오빠 보러 돌아가자.”강유이는 입
더 보기

제938화

희승은 멍해졌다.“꼬마 아가씨, 뭐라고 하셨어요?”“수상쩍은 아저씨가 뛰어나가는 걸 봐서 따라가 봤어요. 그 사람들은 차 타고 떠났어요.”강유이의 말에 반지훈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는 한참 뒤에야 엄숙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강유이, 누가 너한테 그러라고 했어?”강유이는 당황했다. 반지훈이 이렇게 큰 소리로 따져 물은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강유이는 이를 악물고 미간을 구겼다.“해신 오빠를 해치려는 사람을 그냥 지켜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어요. 비록... 비록 그 사람이 해치려던 사람이 해신 오빠가 아니었지만 말이에요.”말을 마친 뒤 강유이는 차마 고개를 들어 반지훈을 쳐다보지 못했다. 아이는 반지훈이 화가 났다는 걸 알고 있었다.반지훈은 깊게 숨을 들이마신 뒤 교장과 교감에게 먼저 나가보라고 했다. 그들이 떠난 뒤 휴게실에는 몇 명 남지 않았다.강유이는 여전히 고개를 푹 숙인 채 그 자리에 서서 입을 비죽이고 있었다.반지훈은 콧대를 주무르며 말했다.“강유이, 앞으로 이런 일 있으면 아빠한테 얘기해. 너처럼 어린아이들은 하고 싶은 대로 하면 안 돼. 알겠어?”“네, 알겠어요.”강유이는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희승은 반지훈을 바라봤다.“대표님, 꼬마 아가씨 말씀은 그 사람들이 해치려던 게 해신 도련님이 아니라는 거네요?”반지훈은 눈살을 찌푸렸다.강유이는 고개를 들어 희승을 보았다.“그 사람들은 원래 태군 오빠를 해칠 생각이었대요. 그런데 해신 오빠가 태군 오빠 대신 배역을 맡게 됐잖아요.”희승은 의아했다.반지훈의 시선이 강유이를 지나쳐 문밖에 서 있는 한태군에게로 향했다.반지훈이 희승에게 말했다.“유이 데리고 나가 있어.”희승은 강유이의 손을 잡고 아이를 데리고 나갔다. 한태군이 안으로 들어오자 강유이는 고개를 돌려 보았다.밖으로 나갈 때, 강유이는 손을 꺼내며 말했다.“희승 삼촌, 아빠가 태군 오빠를 욕하진 않을까요?”희승은 싱긋 웃었다.“걱정하지 마세요. 그러지 않을 거예요.”“전 안 믿어요. 아빠
더 보기

제939화

몸을 돌린 한태군은 강유이와 시선이 마주치자 억지로 웃어 보였다.강유이는 이를 악물더니 고개를 홱 돌리고 뛰쳐나갔다.강해신의 일 때문에 반지훈은 한재욱에게 한태군을 데려가라고 통보했다. 한재욱은 어떤 상황인지 알고 나서는 잠깐 침묵한 뒤 사람을 시켜 한태군을 데려갔다.그렇게 며칠 동안 한태군과 강해신은 등교하지 않았다.강유이는 텅 빈 두 책걸상을 바라보며 들고 있던 펜을 손에 꼭 쥐었다.반씨 저택.강성연은 서재를 지나칠 때 문이 열린 작은 틈을 통해 반지훈이 창가에 서서 뭔가를 바라보고 있는 걸 보았다.강성연은 팔짱을 두른 채로 문 옆에 기대어 섰다.“태군이를 돌려보낸 거, 태군이가 해신이를 해쳤다고 생각해서예요?”반지훈은 흠칫했다. 그는 천천히 몸을 돌려 강성연을 바라보았다. 그는 한참 뒤에야 입을 뗐다.“걔는 신분이 복잡한 아이야. 유이랑 해신이랑 가까이 지내는 건 적합하지 않아.”강성연은 시선을 내려뜨렸다.“당신 나한테 숨기는 거 있죠.”반지훈은 미간을 좁혔다.강성연은 그의 앞에 섰다.“그 아이의 일 나한테 얘기하지 않았잖아요. 유이는 왜 그 사람들이 원래 태군이를 해치려고 했다고 한 거예요?”한재욱이 한태군을 당분간 그들의 집에서 지내게 한 건, 반지훈이 한태군을 보호해 주길 바라서였다는 건 알고 있었다.하지만 크리스마스 날 강성연은 매우 놀랐다.반지훈은 책상 모서리를 돌아 부드러운 의자로 걸어가 앉았다.“한씨 집안 상속자를 없애려는 사람은 한재욱의 생모야.”강성연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왜죠?”반지훈이 입을 뗐다. 그는 한재욱의 어머니는 한재욱 아버지의 두 번째 아내이고, 한재욱은 그의 형인 한수철과 이복형제라고 했다.한재욱은 한재욱 아버지의 늦둥이였고 한재욱은 한수철의 아들 한희운보다 고작 8살 많았다.한재욱의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한씨 집안은 한수철이 장악했다. 하지만 한수철이 2년 전 갑자기 병으로 쓰러지게 되면서 한재욱의 어머니가 한씨 집안을 이어받았다.한재욱의 어머니는 한수철과 한희운 부자를 밀어
더 보기

제940화

만약 한태군이 뭔가 목적을 품고 강해신을 구한 거라면, 심지어 강해신을 구한 뒤 앞으로 빚을 졌다는 이유로 강해신이 본인 대신 사고를 당하게 했다면 확실히 무서운 아이였다.그러한 심성과 세밀하게 판을 짜는 섬세함은 절대 8살짜리 아이가 갖출 수 있는 게 아니었다.그러므로 강성연은 한태군이 다른 의도를 품고 강해신을 구한 것이 아니라고 믿었다. 아무도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예측할 수 없으니 말이다.그게 아이라면 더더욱 불가능했다.반지훈은 책상 모서리를 돌아 강성연의 앞에 섰다. 그의 손바닥이 강성연의 뺨을 감쌌다.“그 아이가 위험에 처하는 걸 네가 원하지 않는 건 알아. 하지만 나도 어쩔 수 없어. 우리한테는 세 아이가 있잖아. 난 우리 아이들이 위험한 걸 원하지 않아.”강성연의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도통 알 수 없었다.반지훈이 TG그룹으로 돌아가서 사무실에 앉자마자 희승이 노크하고 들어왔다.그는 다시 조사한 자료를 그에게 건넸다.“대표님, 이건 크리스마스 날 학교에서 찍힌 수상한 차입니다.”반지훈은 자료를 건네받은 뒤 눈살을 찌푸렸다.“다른 지역 번호판이네.”희승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다른 지역 번호판입니다. 사람 시켜서 차주 신분 조사하라고 했습니다. 아마 하루 안에 결과가 나올 것 같습니다.”진성, 병원.김아린은 도시락을 들고 엘리베이터에서 나왔고 때마침 추서희, 그리고 그녀의 매니저와 마주쳤다.추서희는 김아린을 향해 인사했다.“언니, 구천광 선배님 보러 오신 거예요?”김아린은 대꾸하고 싶지 않았으나 예의를 갖추기 위해 미소 띤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네.”추서희는 적극적으로 그녀의 팔에 팔짱을 꼈다.“저도 선배님 보러 온 거예요. 같이 가요.”김아린의 미간이 살짝 좁혀졌다. 그녀는 낯선 사람이 친근하게 구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김아린은 팔을 빼내며 웃었다.“그러면 같이 가요.”김아린이 먼저 앞장섰다. 추서희는 입술을 깨물다가 그녀의 뒤를 따랐다. 두 사람은 함께 병실
더 보기
이전
1
...
9293949596
...
278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