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승은 멍해졌다.“꼬마 아가씨, 뭐라고 하셨어요?”“수상쩍은 아저씨가 뛰어나가는 걸 봐서 따라가 봤어요. 그 사람들은 차 타고 떠났어요.”강유이의 말에 반지훈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는 한참 뒤에야 엄숙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강유이, 누가 너한테 그러라고 했어?”강유이는 당황했다. 반지훈이 이렇게 큰 소리로 따져 물은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강유이는 이를 악물고 미간을 구겼다.“해신 오빠를 해치려는 사람을 그냥 지켜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어요. 비록... 비록 그 사람이 해치려던 사람이 해신 오빠가 아니었지만 말이에요.”말을 마친 뒤 강유이는 차마 고개를 들어 반지훈을 쳐다보지 못했다. 아이는 반지훈이 화가 났다는 걸 알고 있었다.반지훈은 깊게 숨을 들이마신 뒤 교장과 교감에게 먼저 나가보라고 했다. 그들이 떠난 뒤 휴게실에는 몇 명 남지 않았다.강유이는 여전히 고개를 푹 숙인 채 그 자리에 서서 입을 비죽이고 있었다.반지훈은 콧대를 주무르며 말했다.“강유이, 앞으로 이런 일 있으면 아빠한테 얘기해. 너처럼 어린아이들은 하고 싶은 대로 하면 안 돼. 알겠어?”“네, 알겠어요.”강유이는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희승은 반지훈을 바라봤다.“대표님, 꼬마 아가씨 말씀은 그 사람들이 해치려던 게 해신 도련님이 아니라는 거네요?”반지훈은 눈살을 찌푸렸다.강유이는 고개를 들어 희승을 보았다.“그 사람들은 원래 태군 오빠를 해칠 생각이었대요. 그런데 해신 오빠가 태군 오빠 대신 배역을 맡게 됐잖아요.”희승은 의아했다.반지훈의 시선이 강유이를 지나쳐 문밖에 서 있는 한태군에게로 향했다.반지훈이 희승에게 말했다.“유이 데리고 나가 있어.”희승은 강유이의 손을 잡고 아이를 데리고 나갔다. 한태군이 안으로 들어오자 강유이는 고개를 돌려 보았다.밖으로 나갈 때, 강유이는 손을 꺼내며 말했다.“희승 삼촌, 아빠가 태군 오빠를 욕하진 않을까요?”희승은 싱긋 웃었다.“걱정하지 마세요. 그러지 않을 거예요.”“전 안 믿어요. 아빠
몸을 돌린 한태군은 강유이와 시선이 마주치자 억지로 웃어 보였다.강유이는 이를 악물더니 고개를 홱 돌리고 뛰쳐나갔다.강해신의 일 때문에 반지훈은 한재욱에게 한태군을 데려가라고 통보했다. 한재욱은 어떤 상황인지 알고 나서는 잠깐 침묵한 뒤 사람을 시켜 한태군을 데려갔다.그렇게 며칠 동안 한태군과 강해신은 등교하지 않았다.강유이는 텅 빈 두 책걸상을 바라보며 들고 있던 펜을 손에 꼭 쥐었다.반씨 저택.강성연은 서재를 지나칠 때 문이 열린 작은 틈을 통해 반지훈이 창가에 서서 뭔가를 바라보고 있는 걸 보았다.강성연은 팔짱을 두른 채로 문 옆에 기대어 섰다.“태군이를 돌려보낸 거, 태군이가 해신이를 해쳤다고 생각해서예요?”반지훈은 흠칫했다. 그는 천천히 몸을 돌려 강성연을 바라보았다. 그는 한참 뒤에야 입을 뗐다.“걔는 신분이 복잡한 아이야. 유이랑 해신이랑 가까이 지내는 건 적합하지 않아.”강성연은 시선을 내려뜨렸다.“당신 나한테 숨기는 거 있죠.”반지훈은 미간을 좁혔다.강성연은 그의 앞에 섰다.“그 아이의 일 나한테 얘기하지 않았잖아요. 유이는 왜 그 사람들이 원래 태군이를 해치려고 했다고 한 거예요?”한재욱이 한태군을 당분간 그들의 집에서 지내게 한 건, 반지훈이 한태군을 보호해 주길 바라서였다는 건 알고 있었다.하지만 크리스마스 날 강성연은 매우 놀랐다.반지훈은 책상 모서리를 돌아 부드러운 의자로 걸어가 앉았다.“한씨 집안 상속자를 없애려는 사람은 한재욱의 생모야.”강성연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왜죠?”반지훈이 입을 뗐다. 그는 한재욱의 어머니는 한재욱 아버지의 두 번째 아내이고, 한재욱은 그의 형인 한수철과 이복형제라고 했다.한재욱은 한재욱 아버지의 늦둥이였고 한재욱은 한수철의 아들 한희운보다 고작 8살 많았다.한재욱의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한씨 집안은 한수철이 장악했다. 하지만 한수철이 2년 전 갑자기 병으로 쓰러지게 되면서 한재욱의 어머니가 한씨 집안을 이어받았다.한재욱의 어머니는 한수철과 한희운 부자를 밀어
만약 한태군이 뭔가 목적을 품고 강해신을 구한 거라면, 심지어 강해신을 구한 뒤 앞으로 빚을 졌다는 이유로 강해신이 본인 대신 사고를 당하게 했다면 확실히 무서운 아이였다.그러한 심성과 세밀하게 판을 짜는 섬세함은 절대 8살짜리 아이가 갖출 수 있는 게 아니었다.그러므로 강성연은 한태군이 다른 의도를 품고 강해신을 구한 것이 아니라고 믿었다. 아무도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예측할 수 없으니 말이다.그게 아이라면 더더욱 불가능했다.반지훈은 책상 모서리를 돌아 강성연의 앞에 섰다. 그의 손바닥이 강성연의 뺨을 감쌌다.“그 아이가 위험에 처하는 걸 네가 원하지 않는 건 알아. 하지만 나도 어쩔 수 없어. 우리한테는 세 아이가 있잖아. 난 우리 아이들이 위험한 걸 원하지 않아.”강성연의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도통 알 수 없었다.반지훈이 TG그룹으로 돌아가서 사무실에 앉자마자 희승이 노크하고 들어왔다.그는 다시 조사한 자료를 그에게 건넸다.“대표님, 이건 크리스마스 날 학교에서 찍힌 수상한 차입니다.”반지훈은 자료를 건네받은 뒤 눈살을 찌푸렸다.“다른 지역 번호판이네.”희승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다른 지역 번호판입니다. 사람 시켜서 차주 신분 조사하라고 했습니다. 아마 하루 안에 결과가 나올 것 같습니다.”진성, 병원.김아린은 도시락을 들고 엘리베이터에서 나왔고 때마침 추서희, 그리고 그녀의 매니저와 마주쳤다.추서희는 김아린을 향해 인사했다.“언니, 구천광 선배님 보러 오신 거예요?”김아린은 대꾸하고 싶지 않았으나 예의를 갖추기 위해 미소 띤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네.”추서희는 적극적으로 그녀의 팔에 팔짱을 꼈다.“저도 선배님 보러 온 거예요. 같이 가요.”김아린의 미간이 살짝 좁혀졌다. 그녀는 낯선 사람이 친근하게 구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김아린은 팔을 빼내며 웃었다.“그러면 같이 가요.”김아린이 먼저 앞장섰다. 추서희는 입술을 깨물다가 그녀의 뒤를 따랐다. 두 사람은 함께 병실
그건 남동생이 누나에게 보여주는 미소가 아니었다. 오히려 커플 같아 보였다. 혹시 김아린이 구천광의 누나가 아닌 걸까?내가 잘못 안 걸까?그들이 떠난 뒤 김아린은 팔짱을 두르며 침대 옆에 앉았다.“당신도 거절할 줄 아네.”구천광은 그녀가 사 온 도시락을 먹으며 웃음을 터뜨렸다.“당신이 질투가 이렇게 심한데 내가 거절하지 않을 수 있겠어?”김아린이 거리를 좁혔다.“추서희 씨는 당신을 꽤 좋아하는 것 같던데. 몸으로라도 은혜를 갚을 생각인가 봐.”구천광은 눈을 가늘게 뜨면서 그녀를 지긋이 바라보았다. 잠시 뒤, 구천광은 웃었다.“네가 이미 몸으로 은혜를 갚았잖아.”김아린은 당황하면서 시선을 피했다.“화제를 정말 잘 돌리네.”구천광의 웃음기가 짙어졌다. 그는 도시락을 탁자 위에 놓은 뒤 팔을 뻗어 그녀를 안았다.“지금 내겐 당신이 있잖아.”김아린은 고개를 돌려 그를 보았다.“만약 3년 전 내가 당신한테 구애했다면 날 좋아했을까?”구천광은 눈을 가늘게 떴다.“음, 네가 3년 전에 날 좋아했을까?”김아린은 잠깐 고민했다.“아니.”김아린은 웃으면서 말을 보탰다.“3년 전이었다면 당신은 내 스타일이 아니라고 생각했을 거야.”구천광은 김아린을 보았다.“왜?”김아린은 진지하게 대답했다.“당신은 너무 높은 곳에 있고 난 구렁텅이 안에 있었으니까. 우리 사이에 그렇게 많은 교집합이 없었을 거야.”당시 김아린이 구천광에게 접근한 건 구씨 집안 장손이라는 그의 신분이 필요해서였다. 그녀는 목적을 품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이 구천광을 좋아할 거라고 생각해본 적도 없었다.구천광은 그녀의 뺨을 어루만지며 부드럽게 웃어 보였다.“우린 운명인가 봐.”3년 전 만난 적 있었지만 서로 교집합이 없을 거로 생각했다. 그러나 3년 뒤 그들은 많은 일을 겪었다.어쩌면 피할 수 없는 운명일지도 몰랐다.김아린은 시선을 들어 그를 보았다. 두 사람의 입술이 서서히 가까워졌다. 그런데 바로 그때 라민희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아들...”무언가를 본
강성연은 웃었다.연희정은 감개하며 말했다.“두 사람 3년 전에 약혼해서 최대한 빨리 결혼시킬 생각이었어. 그런데 육예찬 그놈이 아영에게 마음이 없을까 걱정돼서 못 했어. 이제 두 사람 3년 동안 감정도 키웠을 텐데 이제는 결혼도 고려해야지.”연희정은 강성연을 보며 말했다.“걔들이랑 같이할 생각이면 내년에 해. 두 커플이 같이 결혼식을 하면 굉장히 떠들썩할 거야.”강성연은 웃었다.“어쩌면 세 커플일지도 몰라요.”연희정은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런데 바로 그때 라민희에게서 전화가 와서 전화를 받았다.“민희야?”라민희가 무슨 얘기를 한 건지 연희정은 흠칫하며 놀란 표정을 지어 보였다.“사실이야?”두 사람은 1분 정도 통화했고 연희정은 전화를 끊고 말했다.“구씨 집안에도 좋은 일이 생기려나 보네. 구천광 걔가 여자친구가 생겼대.”강성연은 찻잔을 들었다.“상대는 김아린 씨겠죠.”“그걸 네가 어떻게 알아?”연희정은 의아했다.강성연은 미소를 지었다.“저랑 아영이는 일찌감치 알고 있었어요.”“어쩐지.”연희정은 호탕하게 웃었다.“네가 조금 전에 세 커플이라고 한 게 이것 때문이었구나. 정말 떠들썩하겠네. 세 커플의 결혼 축하주를 한자리에서 마시겠네.”강성연은 연희정과 식사를 마친 뒤 레스토랑에서 나왔다. 강성연은 연희정과 인사를 나눈 뒤 그녀의 차가 떠나는 모습을 배웅했다.강성연은 자신의 차로 걸어갔다. 고개를 돌리니 다른 지역 번호판의 차가 멀지 않은 곳에 멈춰 서 있었다. 다른 지역의 번호판은 서울에서 보기 드문 것이라 몇 번이나 쳐다봤다.차 안에서 여자 한 명이 내렸다. 그 여자는 파티에서 본 적 있는 사람이었는데 한재욱의 파트너였던 나유였다.나유는 강성연을 알아본 건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강성연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우연이네요.”강성연은 미소로 화답했다.“그러게요. 우연이네요. 나유 씨는 식사하러 레스토랑에 오신 건가요?”“네.”나유는 웃으며 말했다.“재욱 씨가 이 레스토랑 음식이 맛있다고 해서 맛
직원이 반지훈을 데리고 들어왔다.“한재욱 씨, 손님 도착하셨습니다.”한재욱은 손을 들어 그들을 물러가게 했고 마호가니 테이블 위에 차를 한 잔 따랐다.“크리스마스 날 있었던 일을 조사했나 보네.”반지훈은 느긋하게 소매 단추를 풀었다.“성의 없으시군요.”찻잔을 들던 한재욱의 손이 멈칫했다. 그는 눈꺼풀을 들어 반지훈을 바라보며 웃었다.“무슨 성의 말이지?”반지훈은 온천탕 앞에 서서 말했다.“저한테 숨기신 일 말이에요.”한재욱은 찻잔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은 뒤 온천탕에서 나와 가운을 둘렀다. 그는 여유롭게 허리끈을 맸다.“뭘 알아냈는데.”반지훈은 고개를 돌려 그를 보았다.“당신 어머니가 아이를 해치려 한 사실이요.”한재욱은 소파에 앉더니 담뱃갑 안에서 담배 하나를 꺼내 코끝으로 냄새를 맡았다.“그게 의외였어?”한재욱은 라이터를 켰다. 불빛이 그의 얼굴 반쪽을 비췄다. 그는 담배를 한 모금 빨아들였고 불빛이 타들어 갔다.“한씨 집안 일은 외부인이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간단하지 않아. 그 여자가 아이만 해치려고 하는 줄 알아? 그 여자는 한씨 집안 사람이라면 절대 봐주지 않아.”한재욱은 웃는 얼굴로 어머니의 수단을 얘기했다. 마치 전혀 상관없는 사람을 얘기하는 것 같았다.반지훈은 눈살을 찌푸렸다.한재욱은 짙은 흰 연기 사이로 그를 보았다.“난 너희랑 성장 환경이 달라. 너희는 어렸을 때 원하는 걸 다 얻을 수 있었겠지만 난 뭐든 내가 직접 얻어야 했어. 내 어머니는 날 증오해. 단 한 번도 날 키운 적이 없지. 내 아버지는 내가 태어났을 때 이미 환갑이 지난 노인이었고. 나 키운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돌아가셨어. 그래서 형이랑 형수님이 날 돌봐줬어.”말을 마친 뒤 한재욱은 재를 털어내며 웃었다.“네 어머니는 밖에서 데려온 입양아였지만, 내 어머니는 친아들인 나보다 네 어머니에게 더 잘해줬어. 내 어머니는 네 어머니를 이용했을지언정 나한테 눈길 한번 안 줬어.”반지훈은 그를 보며 말했다.“안 아저씨랑 협력하러 Z국에 온 거
한재욱은 웃었다.“확신이 없는 일이었다면 내가 그랬겠어? 차단기를 내리지 않았다면 와이어가 끊어진 걸로 끝나지 않았을 거야.”반지훈은 눈살을 찌푸렸다.“차단기를 내린 게 그들이 아니었어요?”한재욱은 미소 지었다.“그들은 사고로 가장할 생각이었으니 사람들 눈을 속일 필요가 없지. 와이어에 손을 댈 수 있는 사람은 적어도 앞 상황에서 뜻밖의 경우가 생기지 않을 거란 걸 장담해야 해. 넌 똑똑하니까 당연히 답을 알 수 있겠지.”반지훈은 침묵했다.잠시 뒤, 벨 소리가 울렸고 반지훈은 휴대폰을 꺼내 힐끗 보았다. 학교에서 걸려 온 전화였다.그는 전화를 귓가에 가져다 댔다. 상대가 뭐라고 한 건지 반지훈의 표정이 차가워졌다.그는 전화를 끊었고 한재욱은 짐작했다.“와이어가 끊어진 결정적인 이유를 찾았나 봐.”몸을 일으켜 떠나려던 반지훈은 무언가 떠올렸는지 걸음을 멈추었다. 그는 고개를 돌리지 않고 말했다.“진씨 집안이랑 무슨 관련이 있죠?”한재욱은 흠칫하더니 술잔에 담근 담배를 바라보았다.“조사하는 중이야.”반지훈은 그를 힐끗 보더니 다시금 걸음을 옮겨 떠났다.희승은 차 안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반지훈이 옆문에서 나와 차에 오르자 희승이 물었다.“뭐 알아내신 거 있으세요?”“간단한 일이 아니야.”반지훈은 단추를 잠갔다.“우선 학교로 가야겠어.”희승은 차에 시동을 걸었고 액셀을 밟고 떠났다.교장은 사무실에 앉아 끊어진 와이어와 짧은 화살처럼 보이는 것을 이해하기 어려운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반지훈이 사무실 밖에 모습을 드러내자 교장이 다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오셨어요, 대표님.”옆에 있던 희승은 교장 사무실 책상에 놓여있는 물건을 보고 당황했다.“이건 뭐죠?”교장 또한 의아한 표정으로 설명했다.“우리 쪽 사람이 와이어를 내릴 때 크레인에서 발견합니다. 거기에 걸려 있어서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가지고 돌아왔습니다.”화살을 집어 든 희승은 화살촉이 매우 날카롭다는 걸 발견했다. 이러한 화살은 활에 쓰이는 것으로 일종의
강유이는 고개를 갸웃거렸다.“왜요? 태군 오빠가 누구한테 잘못해서 그 사람이 태군 오빠를 해치려는 거예요?”강성연은 강유이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 그런데 바로 그때 강해신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한태군의 신분이 복잡한 거 맞죠? 누군가 한태군을 죽이려 하는 거죠?”강성연은 입을 뻐끔거렸고 강해신은 젓가락을 내려놓았다.“제가 배역 바꾸자고 한 거예요. 그날 배역 맡기로 한 건 한태군이었어요. 다른 친구랑 바꾸려고 했는데 그 친구가 싫다고 해서 제가 도와준 거예요.”강유이는 의아한 표정으로 그를 보았다.“태군 오빠가 무슨 신분인데? 왜 누군가 태군 오빠를 죽이려는 거야?”강해신은 대답하지 않았다.만약 말한다면 아빠와 엄마가 서재에서 나눴던 대화를 엿들었단 걸 들키게 된다.강성연은 아이들을 바라보며 웃었다.“시삼촌께서 일을 다 해결하면 같이 놀 수 있어.”강유이가 물었다.“그러면 태군 오빠 위험해요?”강성연의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시삼촌께서 지켜주실 거야. 너희 아빠가 너희를 지키는 것처럼 말이야.”두 아이는 아무런 얘기도 하지 않고 고개를 푹 숙인 채로 밥을 먹었다.반지훈이 돌아왔을 때는 이미 저녁 열 시였다. 강성연은 아이들의 방에서 나오다가 그와 마주쳤다.반지훈은 옷을 팔에 걸치고 다른 한 손으로 넥타이를 느슨히 풀었다.“아이들은 자?”“금방 잠이 들었어요.”강성연이 그에게서 외투를 받아 들었다. 반지훈은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가 고개를 숙여 그녀의 정수리에 입을 맞췄다.강성연은 피식 웃으며 그를 살짝 밀어냈다.“뭐 해요?”반지훈은 그녀를 품에 안은 뒤 그녀의 어깨에 머리를 파묻었다. 그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웃으며 말했다.“우리 성연이가 이렇게 정숙하게 집에서 날 기다리는 걸 보니 너무 행복해서.”“그날 일 조사하고 있는 거 아니었어요?”강성연은 그의 어깻죽지에 주름이 간 셔츠를 펴주며 물었다.반지훈은 강성연의 턱을 쥐고 웃었다.“우리 성연이가 언제부터 이렇게 분위기를 읽지 못한 거지?”강성연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