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쌍둥이가 CEO 아빠 유괴하기?의 모든 챕터: 챕터 521 - 챕터 530

2771 챕터

제521화

“일이 이렇게 된 마당에 바꿀 수 있는 건 없어요. 레겔의 목적은 반씨 집안이고 연씨 집안은 그저 반씨 집안을 상대하는 데 쓰이는 카드일 뿐이에요.”“그러면 당신이랑 반지훈은 무슨 원한이 있는 거죠?”강성연은 경멸에 찬 표정으로 웃었다.“단순히 당신이 레겔의 개이기 때문인가요?”남호연은 혀를 차더니 성큼성큼 걸어가 강성연의 앞에 섰다. 그는 강성연의 화가 난 얼굴을 보며 말했다.“강성연 씨, 나한테 이렇게 말을 많이 시킨 건 시간을 끌어서 누군가 당신을 구하러 오길 바라는 거죠?”강성연은 아무 말 하지 않았다.그는 냉소를 흘렸다.“애석하게도 당신을 구하러 올 사람은 없어요. 당신이 정신을 잃었을 때 다른 사람이 당신 소지품을 모두 가져갔거든요. 위치추적이 될 리가 없는데 누가 이곳을 찾을 수 있겠어요?”강성연의 손을 뒤로 묶은 밧줄이 조금 풀렸다. 그녀는 남호연이 신중한 성격이라는 걸 알고 있었고 그라면 무조건 그녀의 모든 소지품을 거뒀을 것이다.그런데 유일하게 반지만 안 들켰다.남호연은 허리를 숙이며 어두운 눈빛으로 강성연을 응시했다.“반지훈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일은 이제 곧 알려지겠죠.”강성연의 눈동자가 잠깐 흔들리자 남호연은 그녀의 턱을 쥐고 말했다.“반지훈은 이제 얼마 못 버텨요. 게다가 선거도 이제 이틀밖에 남지 않았으니 막으려면 발표할 수밖에 없겠죠.”강성연은 억지로 고개를 돌렸다.“설마 날 이용해 그를 협박할 수 있을지 도박한 건가요?”“인생은 원래 도박이에요. 하지만 이 도박은 조금 의외네요. 난 그가 당신을 신경 쓸 거로 생각했거든요.”강성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를 바라보았다.“사람을 시켜 반지훈에게 메시지를 보냈어요. 어떻게 됐는지 짐작이 가요?”남호연은 웃었고 강성연의 눈동자는 파문 하나 일지 않았다.“묻지도 않던데요.”남호연은 연민이 느껴지는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강성연 씨는 또 3년 전처럼 버림받았네요.”강성연은 순간 숨이 멎을 것만 같았다. 내리뜨린 속눈썹이 그녀의 눈동자에 담긴
더 보기

제522화

그는 큰 손으로 그녀의 목을 졸랐다.“왜요? 누군가 당신을 구하러 올 것 같아요?”강성연은 그에게 목이 졸려 얼굴이 빨갛게 되었고 숨쉬기도 어려웠다. 하지만 그녀는 일부러 미소를 짜냈다.“지하실이라 이렇게 은폐된 걸 보면 M 바이러스만 있는 건 아닌가 봐요? 다른 유형의 바이러스도 있을 것 같네요. 혹시나 이곳에 유출 사고가 일어난다면 이곳에 있는 사람들이 도망칠 수 있을까요?”남호연이 반응을 보이기도 전에 강성연이 갑자기 다리를 들어 그의 가랑이를 걷어찼다. 남호연은 고통 때문에 표정이 어두워졌고 두 눈동자는 사람을 잡아먹을 듯이 날카로웠다.강성연은 재빨리 자신을 묶어두었던 밧줄을 풀었다. 남호연의 뒤에 서 있던 의료진들은 잇달아 총을 꺼내 들었으나 아무도 감히 총을 쏘지는 못했다.바이러스가 유출된다면 방호복을 입고 있다고 해도 방독 마스크가 없으므로 바이러스 가스를 흡입하는 순간 끝장나기 때문이다.강성연은 재빨리 시험품 뒤에 섰다. 은색 상자 안에는 파란색의 작은 관이 잔뜩 놓여 있었다.“강성연, 죽으려고!”남호연은 총을 꺼내 들었고 강성연은 신속히 피했다.“쨍강!”그녀의 뒤에 있던 포르말린이 담긴 유리에 금이 갔다.“도련님, 절대 총을 쏘면 안 됩니다!”의료진들이 다급히 말렸으나 남호연은 그들의 말이 전혀 들리지 않았다.그는 이미 이성을 잃고 눈이 벌게졌다.“탕! 탕! 탕!”총소리가 이어졌다. 소화전에 총알이 박히자 경보가 울리기 시작하면서 실내에 즉시 빨간불이 켜졌다.흰색 기체가 소리를 내며 파이프에서 배출되었고 책상 위에 깨진 몇 병의 액체가 공기 중에 노출되었다.“큰일이에요! 얼른 도망쳐요!”몇몇 의료진들이 우르르 몰려가 탈출하려 했지만 스피드도어가 서서히 내려오기 시작했다.남호연은 강성연을 덮쳤고 그의 몸이 닿는 순간 강성연은 고개를 돌리며 다리를 들어 옆차기를 했다.남호연은 팔뚝으로 막으면서 잽싸게 피했다.강성연은 계속해 공격을 퍼부었다. 그녀는 두 손으로 그의 어깨를 세게 밀었고 남호연은 중심을 잃고 책상
더 보기

제523화

강성연은 그를 바라보며 맥없이 대답했다.“난 남씨 집안이 왜 레겔과 그 귀족들의 마음에 들려고 아득바득 애를 썼는지 생각해 봤어요. 당신들은 본질적으로 열등감을 느끼고 있어요. 당신들은 다른 사람의 재산을 이용해 집안을 세웠죠. 당신들의 조상은 남씨가 아니에요. 부유한 상인의 후손도 아니고요. 그냥 밀입국한 보통 집안일 뿐이죠. 연씨 집안은 진정한 귀족인데 남씨 집안은 아니죠. 당신들은 중시 받기를 원했겠죠. 그래서 그들을 위해 암의 고통에서 해방될 수 있는 약물을 연구하는 것이 당신들이 진짜 존재하는 의미겠죠.”남호연은 말을 하지 못하고 피를 토했다.강성연은 냉소했다.“남호연 씨, 이건 당신의 업보예요. 당신은 인생이 도박이라고 했죠. 맞아요. 난 일부러 지윤 씨가 날 지키게 했어요. 내가 도망친 것도 도박이었죠. 당신이 날 잡을 거라는 것에 도박을 건 거죠.”강성연은 천천히 반지를 뺐고 반지 안쪽에서 반짝이는 붉은빛이 바로 위치추적기였다.“그리고 이 도박에서 난 이겼어요.”경찰차 여러 대가 남씨 집 안팎을 철저히 봉쇄했고 지하 실험실은 수면 위로 드러났다. 밖에는 취재진으로 가득했고 그들은 분노에 차서 누군가 바이러스를 비밀리에 연구했다는 사실을 보도했다.그해 발생한 바이러스의 피해가 실시간 검색어로 급부상하게 되면서 며칠째 대중들은 총회 건물 밖에서 정부가 당시 바이러스의 진실을 숨긴 것에 항의했다.심지어 선거 당일에도 현장에 수많은 항의자가 몰려들어 중단되었고 레겔을 지지하던 자들이 급격히 줄어들기 시작했다.그만큼 치열한 상황이었다.병원 중환자실.심전도에서 보이는 선이 완만한 기복을 이루고 있었다. 산소마스크를 쓴 채 병상에 누워있는 강성연의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점차 의식을 되찾은 강성연이 눈을 떴을 때 흰 천장이 시야에 들어왔다.손바닥에서 뜨거운 땀과 온도가 느껴지자 그녀는 고개를 돌렸고 반지훈이 그녀의 손을 잡은 채 침대맡에 엎드려 쉬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강성연은 산소마스크를 빼고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녀는 몸을
더 보기

제524화

“남호연을 데리고 밖으로 나왔을 때 그는 이미 독가스에 감염되어서 폐와 심장이 심하게 망가졌어. 게다가 다리에 출혈도 심한 상태라서 미처 구하지 못했어.”강성연은 눈동자를 움직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반지훈은 그녀를 보며 말했다.“경찰 쪽은 내가 너 대신 설명했어. 넌 자신을 지키기 위해 총을 쏜 거야. 게다가 넌 그를 죽일 생각도 없었잖아. 그래서 다리를 쏜 거겠지.”강성연은 웃었다.“내가 정말 그를 죽일 생각이었다면요?”반지훈은 눈을 가늘게 뜨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강성연은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았다.“3년 전 그 사고는 그가 꾸민 짓이에요. 직접 손을 쓴 건 서영유고요. 비록 당시에 총으로 남호연의 머리를 날려버리고 싶었지만 그가 업보를 갚는 모습을 보니 그렇게 아쉽지는 않았어요.”“성연아.”반지훈은 몸을 숙여 그녀를 보았다. 그는 그녀의 고개를 돌려 강성연이 자신을 직시하게 했다.“나랑 약속해. 앞으로 절대 목숨을 거는 위험한 일은 하지 않겠다고 말이야.”강성연은 잠깐 뜸을 들이다가 웃음을 터뜨렸다.“그럼 당신은요?”반지훈은 말하지 않았다.강성연이 물었다.“반지훈 씨, 3년 전 당신은 날 대신해 총을 맞았어요. 당신이 정말 죽었다면 내가 어땠을지 생각해본 적 있어요?”반지훈은 그녀의 이마에 자기 이마를 갖다 대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앞으로 우리 둘 다 다치면 안 돼. 알겠지?”강성연은 그의 입술에 입을 맞추고는 이내 이불로 얼굴을 가리며 눈을 깜빡였다.“나 지금 배고파요. 음식 먹고 싶어요.”반지훈은 입꼬리가 올라가면서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뭐 먹고 싶은데?”“당신이 만든 음식이요. 흰 쌀밥에 한식이요.”강성연은 배를 만지작거렸다. 정신을 차리니 더 배가 고픈 것 같았고 지금 당장 밥을 먹고 싶었다.반지훈은 정말 그녀가 원하는 대로 돌아가서 영양가 있는 음식을 만들었다. 갈비탕에 닭고기, 미역, 쌀밥에 녹두죽이 있었다.강성연은 얌전히 책상다리하고 앉아 그가 밥을 먹여주기를 기다리고
더 보기

제525화

반지훈은 걸음을 멈췄지만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난 죽음이 두렵지 않아. 난 다만 그녀 앞에서 죽을까 봐 두려운 것뿐이야.”반지훈은 고개를 돌렸다.“내일 시언이 불러서 같이 있게 해줘.”**다음 날, 강성연은 침대에 앉아 신문을 보고 있었다.역시나 남호연이 죽고 바이러스의 진실이 수면 위로 드러나자 그 사람들은 모든 걸 남씨 집안 탓으로 돌렸다.그들은 남씨 집안과 함께했던 일들에 관해서는 입 뻥끗하지 않았다. 그들은 남씨 집안이 연구한 기술을 이용했지만 남씨 집안이 망하고 남호연이 죽어 그에 연루될 걱정이 없었다.“엄마!”그 목소리에 강성연은 의아한 얼굴로 고개를 돌려 문밖을 바라보았다.곧이어 그녀의 눈시울이 붉어졌다.“시언아?”강시언은 빠르게 침대 옆으로 걸어갔고 강성연은 아이를 꼭 끌어안았다.“시언아, 정말 너야? 엄마 정말 너희들이 너무 보고 싶었어!”아이들은 이제 여덟 살이었다. 예전에는 조그마했었는데 3년이란 시간이 너무 길게 느껴졌다.강시언은 강성연을 안았다.“엄마, 저희도 엄마 너무 보고 싶었어요. 저희는 계속 엄마가 돌아오길 기다렸어요.”“엄마, 울지 마세요.”강시언은 그녀의 눈물을 닦아줬다. 아들이 자신 때문에 마음 아파하자 강성연은 눈물을 닦고 웃음을 터뜨렸다.“그래. 엄마가 또 꿈을 꾸는 건 아니겠지?”강성연은 손으로 아이의 앳된 얼굴을 감쌌다. 정말 그녀의 아이 강시언이었다.S국에서 시언이 자신의 옆에 나타날 줄은 몰랐다.강시언은 고개를 저었다.“엄마, 당연히 꿈이 아니죠.”“그래. 이제는 꿈이 아니지.”그를 이렇게 만질 수 있는데 어떻게 꿈일 수가 있겠는가?“우리 시언이 정말 빨리 컸네. 엄마가 침대에 앉아있는데도 엄마랑 눈높이가 같아. 해신이랑 유이도 너 같을지 모르겠네.”아이는 반지훈과 아주 똑 닮았다.“해신이랑 유이는 당연히 저보다 크지 않죠. 전 이제 1m 50cm예요.”강시언은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제가 큰다면 엄마랑 동생들을 지킬 수 있겠죠.”강성연은 뜸을 들이다가 손을
더 보기

제526화

이틀간 지윤과 시언이는 병원에서 강성연과 함께 있어 줬고 반지훈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차 안에서 강성연은 창밖을 바라보았다. 가을에 들어서서 그런지 거리 양쪽의 은행나무가 노랗게 변했다.바닥에 떨어진 노란색 나뭇잎은 마치 금빛의 카펫을 깔아놓은 듯했고 주위의 이국적인 건물들이 색채를 더했다.낙엽은 지나가는 차량에 따라 이리저리 날렸다.강성연은 강시언을 데리고 스턴 가든에 도착했다. 안에 들어가 보니 역시나 X가 거실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아버지.”강성연은 강시언을 데리고 그를 향해 걸어갔다.X는 강시언을 보고 말했다.“이 아이는 누구니?”“제 아이예요.”강성연은 강시언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강시언이라고 해요.”X는 찻잔을 내려놓고 웃었다.“아들도 한 명 있었구나. 꽤 컸네.”강시언이 대답했다.“한 명이 아니라 세 명이에요. 저한테 남동생이랑 여동생이 있어요.”X의 얼굴에 놀란 기색이 드러났다. 강성연은 웃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녀는 지윤이 강시언을 데리고 이곳저곳 구경하게 했고 자신은 거실에서 X와 대화를 나눴다. X는 그녀와 남호연 사이의 계략들을 듣고는 의미심장하게 말했다.“남씨 집안이 결국 실패할 줄은 몰랐네.”“남호연은 자기 할아버지가 바이러스를 연구한 첫 사람이라고 했어요. 아버지, 그의 할아버지를 아세요?”“내 아버지가 안다.”그는 찻잔을 들고 차를 한 모금 마시며 말했다.“그는 M국 센니아 의대 최초의 대학원생이었어. 바이러스 유전자 세포에 관한 연구를 하다가 발각돼서 학교에서 자퇴를 권했다고 하더라.”강성연은 경악했다.“왜 자퇴를 권한 거죠?”“바이러스 유전자 세포를 연구한 취지는 좋았지만 그가 태어난 그 시대에는 바이러스에 관한 연구를 허락하지 않았어.”X는 강성연을 보며 말했다.“당시 그 시대 사람들은 바이러스 연구를 장악하지 못했어. 그리고 종교를 신앙하는 이도 있었는데 그들은 두려움을 느꼈고 심지어 다른 목적이 있는 건 아닐까 의심까지 하는 경우도 있었어.”강성연
더 보기

제527화

후기는 감염된 지 3년이 지난 뒤다. 끝없이 각혈하고 면역력이 약해지며 미열이 지속된다. 결국에는 간이 견디지 못해 사망에 이르게 된다.강성연은 무언가 떠오른 건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참, 만약... 만약 M 바이러스가 잠복기 없이 감염되자마자 열이 나고 각혈까지 한다면 그런 유형의 바이러스는 뭐죠?”X는 몸을 돌려 그녀를 보았다.“그건 M 바이러스 변종이야. 그건 일반적인 M 바이러스보다 발병 속도가 빠르고 심지어 감염된 뒤 수명이 3, 4년밖에 되지 않아.”3, 4년이라니...강성연의 안색이 돌연 창백해졌다.왜 이렇게 된 걸까? 겨우 3, 4년의 수명이라니. 반지훈은 이미 3년째다!“성연아, 왜 그래?”X가 의아한 얼굴로 그녀를 보았다.강성연은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아버지, 감염된다면 아무런 방법이 없는 거예요?”X는 사색에 잠긴 듯 미간을 구겼다.“현재 의학 기술로는 아직 그 병리를 연구할 수 없어. 몇 년 뒤라면 가능할지도 몰라. 만약 진짜 감염됐다면 방법이 없어. 나도 네 어머니가 후기에 접어들었을 때 시험한 적이 있는데 소용이 없었어. 변종 M은 일반적인 바이러스보다 훨씬 더 다루기 어려워.”“아버지가 보관한 그 항체도 소용이 없나요?”반지훈의 수명이 불과 1년밖에 남지 않았다는 생각에 강성연은 무너질 것만 같았다. 일찍 눈치챘어야 하는데.리비어 아저씨는 반지훈이 심하게 앓고 있다고 했을 뿐, 그녀에게 어떤 병인지는 알려주지 않았다.그리고 반지훈도 그녀에게 얘기한 적이 없었다. 자신에게 수명이 얼마나 남았는지 반지훈은 알고 있을 것이다. 그는 자신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일을 숨기고 그녀에게 이혼을 강요했다. 자신이 오래 살지 못한다는 걸 알고 그녀에게 떠나라고 강요한 것이다.그는 3년을 고통 속에서 보냈을 것이다. 강성연이 그 사실을 알게 됐을 때도 반지훈은 절대 그녀의 앞에서 괴롭고 힘든 모습을 보인 적이 없었다.“성연아, 반씨 집안 그 사람 때문에 그러는 거지?”X는 눈치챘다.강성연은 살짝 당황하며 고개
더 보기

제528화

경호원이 문밖에 나타났다.“반 대표님, 희승 형님, 강성연 씨께서 오셨습니다.”반지훈은 흠칫하다가 놀라지 않은 척 태연히 대꾸했다.“들어오라고 해.”그는 원래 시언이가 그녀와 함께 있으면 며칠간 그녀와 보지 않아도 되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강성연은 결국 그를 찾아왔다.강성연은 밖에서 안으로 들어왔다.그녀의 표정은 조금 어둡고 덤덤해서 아무런 이상함도 느낄 수 없었다.희승은 방에서 나가며 문을 닫았고 강성연은 책상 앞으로 걸어갔다.“일부러 나 안 만나려고 한 거예요?”반지훈은 개의치 않는다는 듯이 웃었다.“내가 그랬어?”강성연은 그의 앞에 있는 서류를 한쪽으로 치우고 말했다.“네. 퇴원할 때도 보러 오지 않았잖아요. 왜요? 약속을 어길 생각이에요?”그는 웃기만 할 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강성연은 두 손으로 책상을 짚었다.“반지훈 씨, 약속을 어길 생각이라면 내일부터 난 다시는 당신 앞에 나타나지 않을 거예요.”반지훈은 꼼짝하지 않고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의 표정이 약간 어두웠다.강성연은 책상 위에 앉으며 그에게 몸을 기울였다. 해초처럼 부드러운 긴 머리가 그녀의 앞으로 쏟아지자 더욱 아름다워 보였다.강성연은 손가락으로 그의 가슴팍에 있는 냅킨을 건드리며 말했다.“말하지 않는다면 묵인한 걸로 생각할게요. 그러면 내가 마지막으로.”“마지막으로 뭐?”반지훈이 목소리를 짜냈다. 그는 그녀의 손목을 잡았고 책상 위의 서류가 와르르 바닥에 떨어졌다. 강성연은 미처 막을 새도 없이 그의 품에 안겼다.그녀는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알면서 뭘 물어요?”그는 뜨거운 가슴팍으로 그녀를 끌어안았다.“성연아, 왜 날 찾아온 거야?”강성연은 그의 가슴팍에 기대며 말했다.“당신이 보고 싶어서요.”반지훈은 고개를 숙이고 그녀에게 입을 맞췄다. 두 사람은 서로의 몸을 맞대고 서로의 숨결이 섞일 정도로 가까이 붙었다. “왜 마지막이라고 해?”그는 그녀에게 입맞춤하는 것에 집중하면서 다시 물었다.강성연은 잠시 숨 쉴 틈이
더 보기

제529화

화가 난 강성연은 콧소리를 내며 그의 품에 안겨 꼼짝하지 않았다.“피곤해요.”반지훈이 몸을 돌렸다.“피곤해?”강성연은 나른하게 그의 목을 끌어안았다.“당신이 알아서 해요.”“요망하긴.”반지훈은 그녀에게 깊게 키스하며 뜨거운 밤을 보냈다.다음날.강성연은 깨어난 뒤 아침 식사를 준비했다. 밖에서 들리는 인기척에 고개를 들어보니 어르신이 두 경호원과 함께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강성연을 보자 어르신은 살짝 당황하더니 이내 미간을 구겼다.“네가 왜 여기 있어?”강시언과 희승이 때마침 아래층으로 내려왔고 희승의 표정이 살짝 달라졌다. 그는 전전긍긍하며 그에게 다가갔다.“어르신, 오셨어요.”“내가 얘기하지 않았었니? 내 말을 귓등으로 들은 거야?”어르신은 강성연이 반지훈에게 접근하는 걸 희승이 그냥 내버려 뒀다고 그를 나무랐다.희승이 입을 열기도 전에 강시언이 차갑게 말했다.“엄마가 아빠도 못 만나요?”“너희 왜 이렇게 뻔뻔해?”어르신은 호통을 쳤다. 그의 증손자인 시언의 체면도 봐주지 않고 말이다.강성연은 덤덤한 얼굴로 앞치마를 벗으며 웃었다.“어르신, 저랑 반지훈 씨가 만나는 걸 막고 싶으세요? 어르신은 반지훈 씨 마음을 막을 수 있으신가요?”“무슨 뜻이냐?”“어르신도 보았다시피 3년 전이든 3년 뒤든 어르신은 저와 반지훈 씨의 감정을 막지 못해요.”어르신의 어두워진 표정과 옆에서 느껴지는 놀란 시선을 무시하고 강성연은 느긋하게 말했다.“제가 미운 건 알아요. 저 때문에 반지훈 씨가 바이러스에 감염됐으니 말이에요. 하지만 3년 전 누가 총을 쏜 건지 아세요? 총을 쏜 사람은 어르신께서 가장 아끼던 서영유였어요.”어르신은 경악했다.“무, 무슨 얘기를 하는 거냐?”“남호연 씨가 저한테 전부 얘기했어요. 3년 전, 반지훈 씨를 바이러스에 감염시킨 사람은 자신이라고. 하지만 총을 쏜 사람은 서영유였어요.”강성연은 차갑게 웃었다.“맞아요, 만약 반지훈 씨가 저 대신 총을 맞지 않았더라면 감염되지도 않았겠죠. 하지만 어르신은
더 보기

제530화

틀림없이 어르신도 매우 후회될 것이다.“대표님?”희승은 반지훈이 계단에 서 있는 걸 보고 당황했다.조금 전 한 말을 전부 들었을까?반지훈은 천천히 아래층으로 내려와 강성연의 앞에 섰다. 그는 웃는 듯 마는 듯한 얼굴로 말했다.“난 네가 이미 떠난 줄 알았어.”강성연은 식탁 위에 수저를 놓으며 말했다.“가기 전에 아들이랑 아이 아빠에게 아침이라도 해줘야지 않겠어요?”아이 아빠라는 말에 반지훈은 따스한 미소를 지었다.“이제 우리 할아버지 며칠 동안 밥도 잘 못 먹고 잠도 못 자면서 반성하겠네.”강성연은 시언에게 우유를 건네주며 말했다.“난 솔직히 얘기한 것뿐이에요. 내가 뭐 잘못했어요?”반지훈은 씩 웃더니 옆에 사람이 있는 것도 무시하고 그 자리에서 그녀를 안았다. 그는 그녀의 머리카락에서 나는 향기를 맡으며 말했다.“아니, 잘했어.”강성연은 옆에 사람이 있는 걸 보고는 얼굴을 붉히며 팔꿈치로 그를 밀어냈다.“장난치지 말고 얼른 아침 먹어요. 난 잠시 뒤에 돌아가야 해요.”“엄마, 또 가요?”이미 자리에 앉아 아침을 먹고 있던 강시언은 돌아간다는 말에 실망한 기색을 내비쳤다.강성연은 순간 심장이 철렁해 손을 뻗어 아이의 머리를 어루만졌다.“엄마는 M국에 잠시 돌아갈 생각이야. 며칠 있다가 금방 올 거야. 그동안 엄마 대신 아빠 잘 보살피고 있어.”강시언은 고개를 끄덕였다.엄마는 겨우 며칠 떠나는 거였다. 오랫동안 떠나서 있는 것이 아니다...반지훈은 웃었고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그렇게 내가 걱정돼?”강성연은 느긋하게 달걀 껍데기를 까면서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대답했다.“네. 다시 돌아왔을 때 안 보일까 봐 걱정돼서요.”반지훈은 살짝 당황했다. 그녀가 뭘 걱정하는지 알게 된 그는 평온한 얼굴로 평소처럼 웃으며 말했다.“그럴 리 없어.”**이틀 뒤.M국 산페이아스 성.검은색 승용차 한 대가 천천히 센니아 의대 캠퍼스 안을 달렸다. 창밖을 내다보니 불꽃처럼 붉은 단풍나무가 보였고 느긋한 걸음으로 거리를 누
더 보기
이전
1
...
5152535455
...
278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