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쌍둥이가 CEO 아빠 유괴하기?의 모든 챕터: 챕터 491 - 챕터 500

2771 챕터

제491화

강성연이 말을 마치자 뒤에서 은색 상자를 안고 있던 사람이 앞으로 나서서 상자를 열었다. 상자 내부는 메탈 실크 패브릭으로 되어 있었는데 그 안에는 아주 정교하고 투명한 구룡옥배가 들어있었다.헨리가 이 나라의 골동품을 수집하는 것을 가장 좋아한다는 건 다들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심지어 그것은 천금으로도 바꿀 수 없는 귀중한 물건이었다.역시나 데이브는 아주 기뻐했다.“저 대신 헨리 씨께 감사 인사를 전해주세요. 이 축하 선물 정말 마음에 드네요.”그는 옆 사람에게 그것을 건넸다.강성연이 옆 사람이 건네준 잔을 들고 데이브와 건배할 때 주위에 있던 사람들은 수군거리고 있었다. 감탄하는 사람도 있고 의아해하는 사람도 있었다.“그녀가 정말 앨리스였다니.”“왜 가면을 쓰고 있는 걸까요? 누군가 그녀의 얼굴을 보는 게 두려운 걸까요?”“헨리 씨는 그녀를 아주 잘 보호하고 있어요. 언론도 그녀의 정보를 전혀 알아내지 못했잖아요. 모습을 드러낼 때도 가면을 쓰고 있으니 신비롭네요.”강성연은 그런 의논을 신경 쓸 겨를도 없이 곧장 그와 협력에 관한 얘기를 나눴다.데이브는 살짝 당황하더니 이내 웃어 보였다.“앨리스 씨는 AS랑 협력할 생각인가 보군요. 아쉽지만 한발 늦었어요.”늦었다니?그럴 리가?그녀는 이미 레겔을 앞섰다.잔을 든 강성연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강성연은 겉으로는 크게 내색하지 않고 아쉬운 얼굴로 말했다.“그런가요? 제가 한발 늦은 모양이군요. 그런데 누가 데이브 씨와의 협력할 기회를 잡은 건지 궁금하네요.”데이브는 꺼릴 것 없다는 듯이 거침없이 대답했다.“반지훈 씨입니다. Z국 사람인데 제 오랜 친구죠. 전 그와 협력하기로 약속했습니다.”반지훈이라는 말에 강성연의 안색이 돌변했다.데이브는 다른 곳을 바라보며 웃었다.“반지훈 씨가 오셨네요.”강성연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녀가 들고 있던 잔이 살짝 떨렸다. 마치 숨을 빼앗긴 사람처럼, 눈앞의 광경에 그녀는 눈이 따가웠다.반지훈은 휠체어에 앉아있었고 3년 전과는 몹시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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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2화

“아가씨!”지윤이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종업원은 무척 당황한 얼굴로 허리를 숙이며 사과했다.강성연은 깔끔하게 손수건을 꺼내 닦으며 웃었다.“괜찮아요, 가보세요.”반지훈은 그녀를 보며 말했다.“제가 드레스 한 벌 준비하라고 할게요. 앨리스 씨한테 잘 어울릴 것 같네요. 파티가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 말이에요.”도중에 자리를 뜨려는 그녀의 의도를 읽은 것인지, 파티가 끝나지 않았다는 말로 반지훈은 그녀를 붙잡았다.데이브는 웃었다.“그러네요. 앨리스 씨가 제 파티에 참석해주셨는데 술을 흘린 옷을 입고 있을 수는 없죠. 이렇게 하면 제가 손님을 잘 대접하지 못했다는 소리를 들을 수도 있으니 말이에요.”강성연은 고개를 들며 흔쾌히 받아들였다.“그러면 부탁드릴게요, 반지훈 씨.”객실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을 때도 지윤이 함께 하게 했다. 강성연은 다른 사람이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오지 못하게 지윤이 막을 것을 알고 있었다.문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지윤은 반지훈의 사람이 가져다준 옷을 강성연에게 건네주었다.강성연은 문을 닫은 뒤 정장을 벗고 루비 브로치를 뺐다. 반지훈이 휠체어에 앉은 모습과 리비어 아저씨가 반지훈이 심하게 앓고 있다는 말을 떠올리자 강성연의 눈빛이 조금 어두워졌다.그녀는 입고 있던 옷을 전부 벗은 뒤 반지훈이 사람을 시켜 보낸 물건을 집어 들었다. 안에는 보라색 상자가 있었고 상자를 열어보니 검푸른 드레스가 들어있었다.3년 전 그녀가 구씨 집안 파티에서 입었던 옷과 아주 비슷했다.다만 네크라인 뒷면의 디자인은 뚫려있는 게 아니라 얇은 베일로 돼 있었다.그가 왜...드레스를 쥔 손이 파르르 떨렸다. 강성연이 이제 막 드레스를 입었는데 전등이 갑자기 꺼졌다. 객실뿐만 아니라 복도의 전등까지 전부 말이다.“지윤 씨.”그녀는 문을 지키고 서 있던 지윤을 불렀다.“제가 가보겠습니다.”지윤이 떠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강성연은 어둠에 적응하여 방에서 나왔다. 그녀는 이것이 정전이 아니라 누군가 고의로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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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3화

반지훈은 싱긋 웃으며 그윽한 눈빛으로 말했다.“날 보고 싶지 않았다면 방에서 나오지 않으면 될 텐데 말이야.”강성연이 방에서 나왔다는 건 그를 보고 싶어 했다는 것이다.데이브는 이번 파티의 보안에 아주 신경을 썼다고 했다. 게다가 그녀는 헨리의 딸이었으니 누가 감히 쉽게 그녀를 건드릴까?물론 반지훈을 제외하면 말이다.게다가 반지훈은 떳떳한 얼굴이었다.강성연은 심장이 철렁했다. 사실 그녀는 정전 당시 누군가 의도적으로 그랬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강성연은 웃음을 터뜨렸다.“반지훈 씨는 뻔뻔한 점이 예전이랑 똑같네요.”반지훈은 인정하는 건지 대답하지 않았다.강성연은 더는 그와 얘기를 나누고 싶지 않아 지윤에게 말했다.“우린 가요.”지윤은 고개를 끄덕였고 반지훈을 힐끗 보고는 강성연의 뒤를 따랐다.그러나 등 뒤에서 낮은 목소리가 다시 한번 울려 퍼졌다.“데이브와 협력할 생각이라면 차라리 나랑 협력해.”강성연의 걸음이 뚝 멈췄다.반지훈이 다가와 그녀의 옆에 섰다.“연씨 집안을 위해서라도 넌 동의할 거야.”말을 마친 뒤 그는 먼저 걸음을 옮겨 자리를 떴다.주먹을 쥐고 있던 강성연은 천천히 손에서 힘을 풀었다. 입술에서 아직 그의 온기와 숨결이 느껴졌다.천 일 넘게 떠나있던 남자를 잊을 수 있을까?아니, 그녀는 단 한 번도 잊지 않았다.반지훈의 이름은 마치 양귀비처럼 한 번 손대면 인이 박여 끊으려야 끊을 수 없고 만지고 싶어도 만질 수 없다. 우습게도 그녀는 여전히 그 키스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파티장으로 돌아온 뒤 반지훈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휠체어에 앉아 데이브와 함께 외국인들과 담소를 나눴다.강성연은 눈을 가늘게 떴다. 아무리 봐도 아픈 사람처럼 보이지 않는데 휠체어에 앉아있다니, 진짜 아픈 건지 아니면 엄살을 부리는 건지 알 수 없었다.“앨리스 씨도 오셨네요. 그 드레스는 반지훈 씨가 선물하신 건가요? 아름답네요.”데이브의 시선이 강성연에게 멈췄다. 여전히 가면을 쓰고 있었지만 형언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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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4화

반지훈은 어두운 서재 안에 앉아서 미간을 주무르고 있었다. 희승이 따뜻한 물 한 잔 들고 서재로 들어왔다.최근 몇 년 사이, 반지훈은 수면제를 먹어야만 잠이 들 수 있었다.“반 대표님, 강성연 씨에 관한 것을 조사해 볼까요?”그녀가 어떻게 헨리와 가까워졌는지, 친자 확인은 어떻게 된 건지 궁금했다.반지훈의 눈빛이 어두워졌다.“그럴 필요 없어. 그녀와 메트로폴리탄의 관계는 대충 짐작 가거든.”리비어가 당시 왜 그녀의 어머니에게 충성을 다했는지, 심지어 강성연을 왜 그렇게 감쌌는지 이유가 명확했다.반지훈은 약상자에서 약 하나를 꺼냈지만 먹지 않았다.희승은 그를 보았다.“강성연 씨는 S국에 도착하자마자 노골적으로 레겔 씨를 건드렸어요. 그리고 오늘 밤 데이브의 파티에 모습을 드러낸 걸 보면 데이브를 끌어들이려는 것 같아요.”반지훈의 입꼬리가 의미심장하게 올라갔다.“하지만 그들은 내가 먼저 데이브를 끌어들였다는 걸 결코 예상하지 못할 거야.”레겔 뿐만 아니라 헨리도 몰랐을 것이다.그가 강성연에게 S국에 올 기회를 준 것도 진작 준비를 마쳐서일 것이다. 그래서 강성연은 연씨 집안 관할 지역을 놓고 레겔과 대놓고 싸웠을 것이다. 그리고 그는 강성연이 연씨 집안을 위해 자신에게 연락할 것이라고 확신했다.반지훈은 수면제를 먹었다. 가장 보고 싶었던 여자를 만나 상사병이 나아서일까, 약효가 나타나기도 전에 반지훈은 잠이 들었다.오히려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한 건 강성연이었다. 그녀는 밤새 뒤척이며 잠들지 못했다.눈을 감으면 머릿속에 온통 반지훈의 모습이 떠올랐다.강성연은 침대맡의 전등을 켠 뒤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로 가서 커튼을 열었다. 은은한 달빛이 그녀의 몸 위로 드리워져 고즈넉한 아름다움이 있었다.강성연의 휴대폰에 메시지 하나가 도착했다. 이때쯤이면 M국은 저녁 시간일 것이다.X가 보낸 문자였다.“데이브와의 협력을 다른 사람에게 빼앗겼다면서?”강성연은 지윤이 그에게 얘기했겠다고 생각해 답장했다.“네, 실망을 안겨드렸네요.”“실망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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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5화

그녀는 두 경호원더러 밖에서 지키게 한 뒤 지윤과 함께 별장 안으로 들어갔다. 희승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오셨네요.”그는 지윤을 힐끗 보고 말했다.“대표님께서 혼자 올라오시라고 했습니다.”강성연은 걸음을 멈춘 뒤 지윤을 보며 말했다.“여기서 기다려요. 난 괜찮아요.”지윤은 잠깐 주저했지만 반박하지 않고 강성연이 위층으로 올라가는 걸 지켜보았다.희승은 그녀를 훑어보더니 갑자기 웃어 보였다.“지윤 씨 실력이 좋다고 들었는데 시간 있으시면 언제 한 번 대결해 볼까요?”지윤은 희승을 힐끗 쳐다보더니 미간을 찌푸리지도, 고민하지도 않고 대답했다.“죽고 싶은 게 아니면요.”“...”강성연이 서재에 들어섰다. 남자는 그녀를 등진 채로 창가 앞에 서 있었다. 셔츠 하나 걸치고 있는데 예전처럼 사람을 안심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쓸쓸함이 조금 느껴졌다.그녀가 뒤에 서 있는 걸 느꼈는지 반지훈이 덤덤한 목소리로 말했다.“3년 동안 잘 지냈어?”강성연은 팔짱을 두른 채로 명확히 대답했다.“나랑 협력에 관한 일을 의논할 생각 아니었나요? 왜 갑자기 상관없는 얘기를 하시는 거죠?”반지훈은 몸을 돌려 다시 물었다.“잘 지냈어?”강성연은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말했다.“아주 잘 지냈죠. 자유롭고 여유롭게 말이에요.”그녀가 말을 마치자 반지훈이 말했다.“난 잘 못 지냈어.”강성연은 입술을 깨물었다. 그녀의 눈동자에 잠시 이채가 감돌았지만 이내 사라졌다. 반지훈이 가까이 다가오자 강성연은 본능적으로 뒷걸음질 쳤다. 반지훈은 재빨리 팔을 뻗어 그녀의 뒤에 있는 책상을 짚으며 그녀를 품에 가뒀다.익숙한 기운이 다시금 자신을 감싸자 강성연은 잠깐 정신이 혼미해졌다.“성연아, 보고 싶었어.”강성연의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그의 말이 귓가에 맴돌았다.성연아, 보고 싶었어.보고 싶었다고?당시 그녀를 밀어낸 사람은 다름 아닌 그였다.강성연은 차가운 얼굴로 무표정하게 그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몸 양옆으로 늘어뜨린 손을 움켜쥐었다.“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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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6화

반지훈은 웃었다. 쓸쓸한 미소였다. 그는 목소리를 낮추며 물었다.“널 만나면 참지 못할까 봐. 어젯밤 널 만났을 때처럼 말이야.”반지훈이 다가왔고 강성연은 피할 곳이 없었다.“성연아, 네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네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을 거야. 그런데 네가 나타났어.”3년간의 인내와 자제였다. 그는 강성연을 떠올리지 않기 위해 노력했지만 다른 사람들은 속일 수는 있어도 자신은 속일 수 없었다.주먹을 꽉 쥐고 있던 강성연은 서서히 손에서 힘을 풀었다. 내리뜨린 속눈썹이 그녀의 눈동자에 담긴 감정을 감추었다. 그녀는 한참 뒤에야 손을 빼내며 말했다.“우선 협력에 관한 일부터 의논해요.”반지훈은 시선을 내리뜨리며 소리 없이 웃었다. 그는 책상 위에서 서류 하나를 들었다.“이건 데이브가 준 후보자 명단이야.”강성연은 당황했다.“그걸 왜 당신에게 줬죠?”본론을 얘기할 때가 되니 강성연은 예전과 같은 모습이었다. 그것만으로도 반지훈은 만족스러웠다.그는 그녀의 앞에 서더니 자료를 건네주었다.“그가 걱정하는 일이 우리가 걱정하는 일이기 때문이야.”서류를 건네받은 강성연은 열 개 넘는 이름을 확인했고 그중에는 데이브의 이름도 있었다.“데이브 씨가 대통령 후보라고요?”강성연은 깜짝 놀랐다. 데이브가 AS그룹을 이어받지 않았는가?반지훈은 고개를 끄덕였다.“데이브의 배경은 헨리가 얘기해줬겠지. 데이브 가문은 정계야. 그의 할아버지는 지지난번 대통령이었어. 부임한 지 3년도 안 돼 사고를 당하셨지.”강성연은 그를 보았다. 공적인 일에 반지훈은 아주 진지했다. 그는 예전처럼 침착하고 차분하게 말했다.“데이브는 자기 할아버지의 죽음이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고 생각해. 그래서 그는 수년간 비즈니스에만 관심 있는 투자자인 척했어.”반지훈은 강성연이 넋을 놓고 자신을 바라보자 일부러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갔다.“무슨 문제 있어?”반지훈이 갑자기 다가오자 강성연은 문득 정신을 차리며 시선을 옮겼다. 그녀는 태연한 척하며 말했다.“그게 데이브 씨가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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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7화

그는 정말 도박할 수 있을까?그런데 그는 하필 도박에서 이겼다.강성연은 지윤이 그를 다치게 할 수 없었다. 반지훈이 들러붙는 모습에 비겁하다고 했지만 본인은?떠나보내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는 그녀도 똑같이 비겁한 것 아닐까?등 뒤의 사람이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난 자신만만한 게 아니야. 그냥 널 믿는 거지.”그는 손을 뻗어 손바닥이 위로 향하게 하여 그녀의 손을 움켜쥐었다. 마디마디 불거진 손가락이 그녀의 손가락과 빈틈없이 얽혔다. 그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성연아, 미안해.”“미안하단 말이 무슨 소용이죠?”강성연은 어두워진 눈빛으로 자조하듯 웃었다. 그녀는 손을 빼내고 그의 품에서 나와 그의 옆에 섰고 그를 보지 않고 말했다.“아빠도, 희영 씨도, 아이도 죽었는데. 내가 그날 빗속에서...”“아이라니?”반지훈은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옅은 갈색의 눈동자에 복잡하고 또 경악한 감정이 아주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강성연은 입을 달싹거리기만 할 뿐 대답하지 않았다. 반지훈은 그녀가 임신했던 사실을 모를 것이다.반지훈은 몸을 일으켜 그의 옆에 서더니 그녀를 돌려세우며 말했다.“성연아, 너... 임신했었어?”임신했었다니...“왜, 왜 나한테 얘기하지 않았어?”반지훈의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지며 안색이 더욱더 창백해졌다.강성연은 그를 바라보며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그녀는 웃는 듯 마는 듯한 얼굴로 말했다.“잊었어요? 나랑 이혼하는 사실을 발표했던 날, 난 당신을 찾아갔어요. 그런데 당신은 날 만나주지 않았죠.”반지훈은 손에 힘이 들어갔다. 무언가 말하고 싶은 얼굴이었는데 입술을 꾹 다물고 있었고 덤덤한 얼굴에 우울함이 드려졌다.이혼을 발표한 건 그의 뜻이 아니었지만 알고는 있었다.강성연은 덤덤하게 웃어 보였다.“빗속에서 한 시간을 기다렸는데 당신은 끝내 날 만나주지 않았죠.”“성연아, 난...”“반지훈 씨.”강성연은 차분한 표정으로 그의 말허리를 잘랐다.“난 당신을 미워하고 싶지만 미워할 이유가 없어요. 그 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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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8화

반지훈은 그를 오랫동안 바라보다가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자조했다.“내 옆에 그렇게 오래 있었으면서 할아버지랑 연합해 나한테 이 사실을 숨겼구나.”사실 그는 알고 있었다. 이혼을 발표한 건 할아버지가 한 일이었다. 그리고 그가 정신을 잃고 쓰러졌을 때 할아버지는 희승을 시켜 강성연에게 사인하라고 강요했었다.그는 희승이 그에게 뭔가를 숨길 리 없다고 생각했다. 할아버지의 지시가 없었다면 감히 그러지 못했을 것이다.그러나 이렇게 큰일을 할아버지를 도와 그에게 숨겼다니!“대표님, 어르신은 대표님을 위해...”“날 위해서라고?”반지훈은 냉소를 흘리더니 이내 자조했다.“난 그녀의 아이까지 해쳤어. 날 위해서라고? 난 이제 그녀에게 평생 빚을 지게 되었어. 아이의 목숨도 빚지게 되었고.”그는 3년 동안 태어나지도 못한 아이의 존재를 몰랐다. 어떻게 강성연에게 보상해야 할지, 어떻게 이 일을 마주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콜록콜록...”감정 기복이 심한 탓에 반지훈은 피를 토했다.희승의 안색이 달라졌다.“대표님!”...차 안, 앞에서 운전하던 지윤은 백미러를 통해 우울해 보이는 강성연을 보았다.“아가씨, 괜찮으세요?”“괜찮아요.”그녀는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창밖 풍경을 바라보았다.지윤은 더 이상 묻지 않았다.강성연은 시선을 거두며 겹친 두 손에 저도 모르게 힘을 주었다. 3년 전 그 일을 떠올린 그녀는 여전히 당시 장면을 잊을 수 없었다.그녀는 반지훈을 미워할 이유가 없었다. 사실 그녀는 반지훈을 미워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사고로 인해 그녀는 아버지와 희영, 아이를 잃었기에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그녀의 말대로 무슨 이유로 그를 미워하겠는가? 그는 다만 그녀가 이혼해주길 바랐었던 것뿐이다.그녀는 반지훈을 사랑했고 그를 떠나보낼 수도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당시 그가 했던 모진 선택을 원망했고 용서할 수 없었다.스턴 가든에 도착해 강성연은 차에서 내렸고 집사가 그녀를 다급히 맞이했다.“아가씨, 프린스께서 보낸 사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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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9화

“앨리스 씨께서 받아들이신다면 프린스께서도 섭섭지 않게 대할 것입니다. 심지어 앨리스 씨께 더욱 큰 이익을 가져다줄 수도 있습니다.”숀은 양국 황실 간의 이익과 우정에 엮어 말했지만 사실은 그저 그녀에게 메트로폴리탄이 S국 일에 간섭할 자격이 없다는 걸 알려주는 것에 불과했다.강성연이 관할 지역을 원하는 건 단지 이익 때문이 아니었다.강성연은 웃었다.“메트로폴리탄이 간섭해서는 안 되죠. 하지만 그건 이익과 상관없는 일이에요. 연씨 집안 일은 제 일이기도 하니까요.”강성연이 양보하지 않자 숀은 불쾌한 기색을 내비쳤다.“계속 간섭할 생각이시라면 프린스께서 가만히 계시지 않을 겁니다. 이건 제 마지막 충고입니다.”숀은 몸을 일으키며 정장 단추를 채우고 떠나려 했다. 그런데 강성연이 침착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연씨 집안은 저랑 인연이 있습니다.”숀은 걸음을 멈췄지만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강성연은 고개를 돌려 그를 보았다.“관할 지역은 제 겁니다.”그들이 황급히 자리를 떠난 뒤 강성연은 집사를 불러 물었다.“프린스가 보낸 숀이라는 사람 뭐 하는 사람이에요?”집사가 대답했다.“그는 S국의 사업가입니다. 예전에 프린스의 발탁으로 S국 대부분의 카지노와 엔터테인먼트 주식을 갖고 있죠. 프린스가 귀족 사이에 심어둔 스파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가 운영하는 카지노와 엔터테인먼트 관련 시설에 가는 것은 대부분 권세가 있는 사람이라 그가 프린스를 대신해 그들과 거래합니다.”거액을 준비해 그녀와 관할 지역 일을 의논하러 온 걸 보면 그것은 거래였다. S국 권력자들이 그와 거래한 것은 프린스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였다.물론 그녀는 거절했고 프린스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숀은 돌아가 레겔에게 보고했고 레겔은 파란색 눈을 가늘게 떴다. 그의 얼굴에서는 아무런 감정도 보이지 않았다.그가 입을 열기도 전에 옆에 서 있던 남자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그는 창밖의 빛을 등지고 서 있었고 빛이 희미하게 그의 얼굴을 비췄다.“연씨 집안과 인연이 있다고 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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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0화

“아직 안 잤네.”그의 목소리는 조금 거칠었지만 감미로웠다.강성연은 잠깐 뜸을 들이다가 이를 악물었다.“뭐래요. 저 잘 거예요.”그는 잠깐 침묵했다가 서서히 말했다.“전등이 켜져 있는데.”강성연은 갑자기 몸을 일으켜 창문 앞에 섰다. 대문 밖에 검은색 차가 있었다.늘씬한 몸을 자랑하는 그가 차에서 내려 차 앞에 섰다. 그는 그레이색 트렌치코트를 입고 있었다. 가로등이 드리워진 그에게서 외로움이 느껴졌다.강성연은 머리가 아픈지 미간을 주물렀다.“반지훈 씨, 무슨 일 있어요?”“아무 일 없어.”그는 고개를 들어 창가를 바라보았다.“그냥 길 가다가 들린 거야.”강성연은 웃었다.“그렇게 먼 곳에서 이곳을 지나쳤다고요? 반지훈 씨, 핑계가 너무 보잘것없네요.”“레겔이 사람을 시켜 널 찾아 왔다면서.”반지훈은 주머니 안에서 담배 한 갑을 꺼내 그 안에서 담배 한 대를 꺼냈다.강성연은 눈을 가늘게 떴다.“그건 어떻게 알았어요?”그는 담배를 손에 쥐고 있기만 할 뿐 입에 물지는 않았다.“그는 연씨 집안의 관할 지역을 포기하지 않을 거야.”“그렇겠죠. 하지만 저도 양보하지 않을 거예요.”강성연은 말하면서 몸을 돌렸다.“반지훈 씨, 시간이 늦었으니 무슨 일 있으면 내일 다시 얘기해요.”“나랑 약속 잡을 거야?”반지훈이 웃었다.강성연은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당신이 먼저 협력하자고 했어요. 내일 사계 레스토랑에서 기다릴게요.”반지훈은 소리 없이 웃었다.“그래.”강성연은 통화를 마친 뒤 창밖을 바라보았다가 커튼을 쳤다.반지훈은 그녀의 방에 불이 꺼질 때까지 떠나지 않았다. 그는 저도 모르게 쓴웃음을 지었다. 그들 사이의 거리를 좁힐 수 있는 것은 협력뿐이지만 아무런 연락이 없는 것보다 훨씬 나았다.다음 날.강성연은 아침 일찍 사계 레스토랑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의 뒤에 서 있던 지윤이 손목시계를 확인하고 말했다.“아가씨, 이미 20분입니다.”찻잔을 든 강성연의 손이 멈칫했다. 그녀는 시선을 내리뜨리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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