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498화

반지훈은 그를 오랫동안 바라보다가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자조했다.

“내 옆에 그렇게 오래 있었으면서 할아버지랑 연합해 나한테 이 사실을 숨겼구나.”

사실 그는 알고 있었다. 이혼을 발표한 건 할아버지가 한 일이었다. 그리고 그가 정신을 잃고 쓰러졌을 때 할아버지는 희승을 시켜 강성연에게 사인하라고 강요했었다.

그는 희승이 그에게 뭔가를 숨길 리 없다고 생각했다. 할아버지의 지시가 없었다면 감히 그러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큰일을 할아버지를 도와 그에게 숨겼다니!

“대표님, 어르신은 대표님을 위해...”

“날 위해서라고?”

반지훈은 냉소를 흘리더니 이내 자조했다.

“난 그녀의 아이까지 해쳤어. 날 위해서라고? 난 이제 그녀에게 평생 빚을 지게 되었어. 아이의 목숨도 빚지게 되었고.”

그는 3년 동안 태어나지도 못한 아이의 존재를 몰랐다. 어떻게 강성연에게 보상해야 할지, 어떻게 이 일을 마주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콜록콜록...”

감정 기복이 심한 탓에 반지훈은 피를 토했다.

희승의 안색이 달라졌다.

“대표님!”

...

차 안, 앞에서 운전하던 지윤은 백미러를 통해 우울해 보이는 강성연을 보았다.

“아가씨, 괜찮으세요?”

“괜찮아요.”

그녀는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창밖 풍경을 바라보았다.

지윤은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강성연은 시선을 거두며 겹친 두 손에 저도 모르게 힘을 주었다. 3년 전 그 일을 떠올린 그녀는 여전히 당시 장면을 잊을 수 없었다.

그녀는 반지훈을 미워할 이유가 없었다. 사실 그녀는 반지훈을 미워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사고로 인해 그녀는 아버지와 희영, 아이를 잃었기에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녀의 말대로 무슨 이유로 그를 미워하겠는가? 그는 다만 그녀가 이혼해주길 바랐었던 것뿐이다.

그녀는 반지훈을 사랑했고 그를 떠나보낼 수도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당시 그가 했던 모진 선택을 원망했고 용서할 수 없었다.

스턴 가든에 도착해 강성연은 차에서 내렸고 집사가 그녀를 다급히 맞이했다.

“아가씨, 프린스께서 보낸 사람이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