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훈은 그를 오랫동안 바라보다가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자조했다.“내 옆에 그렇게 오래 있었으면서 할아버지랑 연합해 나한테 이 사실을 숨겼구나.”사실 그는 알고 있었다. 이혼을 발표한 건 할아버지가 한 일이었다. 그리고 그가 정신을 잃고 쓰러졌을 때 할아버지는 희승을 시켜 강성연에게 사인하라고 강요했었다.그는 희승이 그에게 뭔가를 숨길 리 없다고 생각했다. 할아버지의 지시가 없었다면 감히 그러지 못했을 것이다.그러나 이렇게 큰일을 할아버지를 도와 그에게 숨겼다니!“대표님, 어르신은 대표님을 위해...”“날 위해서라고?”반지훈은 냉소를 흘리더니 이내 자조했다.“난 그녀의 아이까지 해쳤어. 날 위해서라고? 난 이제 그녀에게 평생 빚을 지게 되었어. 아이의 목숨도 빚지게 되었고.”그는 3년 동안 태어나지도 못한 아이의 존재를 몰랐다. 어떻게 강성연에게 보상해야 할지, 어떻게 이 일을 마주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콜록콜록...”감정 기복이 심한 탓에 반지훈은 피를 토했다.희승의 안색이 달라졌다.“대표님!”...차 안, 앞에서 운전하던 지윤은 백미러를 통해 우울해 보이는 강성연을 보았다.“아가씨, 괜찮으세요?”“괜찮아요.”그녀는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창밖 풍경을 바라보았다.지윤은 더 이상 묻지 않았다.강성연은 시선을 거두며 겹친 두 손에 저도 모르게 힘을 주었다. 3년 전 그 일을 떠올린 그녀는 여전히 당시 장면을 잊을 수 없었다.그녀는 반지훈을 미워할 이유가 없었다. 사실 그녀는 반지훈을 미워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사고로 인해 그녀는 아버지와 희영, 아이를 잃었기에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그녀의 말대로 무슨 이유로 그를 미워하겠는가? 그는 다만 그녀가 이혼해주길 바랐었던 것뿐이다.그녀는 반지훈을 사랑했고 그를 떠나보낼 수도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당시 그가 했던 모진 선택을 원망했고 용서할 수 없었다.스턴 가든에 도착해 강성연은 차에서 내렸고 집사가 그녀를 다급히 맞이했다.“아가씨, 프린스께서 보낸 사람이
“앨리스 씨께서 받아들이신다면 프린스께서도 섭섭지 않게 대할 것입니다. 심지어 앨리스 씨께 더욱 큰 이익을 가져다줄 수도 있습니다.”숀은 양국 황실 간의 이익과 우정에 엮어 말했지만 사실은 그저 그녀에게 메트로폴리탄이 S국 일에 간섭할 자격이 없다는 걸 알려주는 것에 불과했다.강성연이 관할 지역을 원하는 건 단지 이익 때문이 아니었다.강성연은 웃었다.“메트로폴리탄이 간섭해서는 안 되죠. 하지만 그건 이익과 상관없는 일이에요. 연씨 집안 일은 제 일이기도 하니까요.”강성연이 양보하지 않자 숀은 불쾌한 기색을 내비쳤다.“계속 간섭할 생각이시라면 프린스께서 가만히 계시지 않을 겁니다. 이건 제 마지막 충고입니다.”숀은 몸을 일으키며 정장 단추를 채우고 떠나려 했다. 그런데 강성연이 침착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연씨 집안은 저랑 인연이 있습니다.”숀은 걸음을 멈췄지만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강성연은 고개를 돌려 그를 보았다.“관할 지역은 제 겁니다.”그들이 황급히 자리를 떠난 뒤 강성연은 집사를 불러 물었다.“프린스가 보낸 숀이라는 사람 뭐 하는 사람이에요?”집사가 대답했다.“그는 S국의 사업가입니다. 예전에 프린스의 발탁으로 S국 대부분의 카지노와 엔터테인먼트 주식을 갖고 있죠. 프린스가 귀족 사이에 심어둔 스파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가 운영하는 카지노와 엔터테인먼트 관련 시설에 가는 것은 대부분 권세가 있는 사람이라 그가 프린스를 대신해 그들과 거래합니다.”거액을 준비해 그녀와 관할 지역 일을 의논하러 온 걸 보면 그것은 거래였다. S국 권력자들이 그와 거래한 것은 프린스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였다.물론 그녀는 거절했고 프린스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숀은 돌아가 레겔에게 보고했고 레겔은 파란색 눈을 가늘게 떴다. 그의 얼굴에서는 아무런 감정도 보이지 않았다.그가 입을 열기도 전에 옆에 서 있던 남자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그는 창밖의 빛을 등지고 서 있었고 빛이 희미하게 그의 얼굴을 비췄다.“연씨 집안과 인연이 있다고 했다고
“아직 안 잤네.”그의 목소리는 조금 거칠었지만 감미로웠다.강성연은 잠깐 뜸을 들이다가 이를 악물었다.“뭐래요. 저 잘 거예요.”그는 잠깐 침묵했다가 서서히 말했다.“전등이 켜져 있는데.”강성연은 갑자기 몸을 일으켜 창문 앞에 섰다. 대문 밖에 검은색 차가 있었다.늘씬한 몸을 자랑하는 그가 차에서 내려 차 앞에 섰다. 그는 그레이색 트렌치코트를 입고 있었다. 가로등이 드리워진 그에게서 외로움이 느껴졌다.강성연은 머리가 아픈지 미간을 주물렀다.“반지훈 씨, 무슨 일 있어요?”“아무 일 없어.”그는 고개를 들어 창가를 바라보았다.“그냥 길 가다가 들린 거야.”강성연은 웃었다.“그렇게 먼 곳에서 이곳을 지나쳤다고요? 반지훈 씨, 핑계가 너무 보잘것없네요.”“레겔이 사람을 시켜 널 찾아 왔다면서.”반지훈은 주머니 안에서 담배 한 갑을 꺼내 그 안에서 담배 한 대를 꺼냈다.강성연은 눈을 가늘게 떴다.“그건 어떻게 알았어요?”그는 담배를 손에 쥐고 있기만 할 뿐 입에 물지는 않았다.“그는 연씨 집안의 관할 지역을 포기하지 않을 거야.”“그렇겠죠. 하지만 저도 양보하지 않을 거예요.”강성연은 말하면서 몸을 돌렸다.“반지훈 씨, 시간이 늦었으니 무슨 일 있으면 내일 다시 얘기해요.”“나랑 약속 잡을 거야?”반지훈이 웃었다.강성연은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당신이 먼저 협력하자고 했어요. 내일 사계 레스토랑에서 기다릴게요.”반지훈은 소리 없이 웃었다.“그래.”강성연은 통화를 마친 뒤 창밖을 바라보았다가 커튼을 쳤다.반지훈은 그녀의 방에 불이 꺼질 때까지 떠나지 않았다. 그는 저도 모르게 쓴웃음을 지었다. 그들 사이의 거리를 좁힐 수 있는 것은 협력뿐이지만 아무런 연락이 없는 것보다 훨씬 나았다.다음 날.강성연은 아침 일찍 사계 레스토랑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의 뒤에 서 있던 지윤이 손목시계를 확인하고 말했다.“아가씨, 이미 20분입니다.”찻잔을 든 강성연의 손이 멈칫했다. 그녀는 시선을 내리뜨리며 말했다.
“그런가요? 하지만 전 남 선생님을 본 기억이 없어요” 그녀는 침착하게 찻잔을 들었다. “프린스 각하께서 저를 찾아오라고 하셨나요?” 남호연은 그녀를 바라보며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성연은 고개를 들고 웃었다. “숀 선생님이 저를 놓아주지 않고 있는데 이젠 남호연 씨까지 저를 설득시키시려고요?” “저는 연가 관할 지역의 일 때문에 성연 씨를 찾아온 게 아닙니다” 남호연은 스스로에게 차를 한 잔 따르며 흐릿한 미소를 지었다. “그저 앨리스 양을 알고 싶었어요” 성연은 가볍게 웃으며 손끝으로 찻잔을 매만졌다. “남 선생님, 당신의 진짜 의도를 직접적으로 말하는 편이 나을 것 같네요” 그녀가 직설적으로 말하는 것을 보고, 남호연은 더 이상 말을 빙빙 돌리지 않았다. “성연 씨와 거래 하나를 하고 싶어요” 그녀는 눈썹을 치켜올렸다. “무슨 뜻이죠?” “말 그대로입니다” 남호연은 명함 한 장을 책상 위에 놓았다. “당신이 알고 싶어하는 비밀을 가지고 당신과 거래를 하고 싶어요” 성연이 사태를 파악하기도 전에, 남호연은 몸을 일으켜 외투를 정리하였다. “제 생각에 앨리스 아가씨라면 틀림없이 저에게 연락할 것 같아요, 맞죠?” 그는 걸음을 옮겨 떠났고 성연은 책상 위의 명함을 내려다보며 한참동안 생각에 잠겼다. 결국 그녀는 지훈을 기다리지 않고 사계 레스토랑을 떠났고, 이윽고 그녀에게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성연 씨, 잠깐 와주실 수 있을까요?” 목소리를 들으니, 희승이었다. 하지만 아침 내내 식당에서 기다린 일 때문에 그녀는 몹시 화가 난 상태였다. “지훈 씨에게 전해요. 오기 싫었으면 사람 바람맞히지 말고 처음부터 승낙하지 말라고요!” 희승이 뭐라고 말하기도 전에 그녀는 통화를 끝냈다. 화를 가라앉히려 하였으나 오히려 마음은 복잡해졌다. 그녀는 차창 밖을 바라보았고, 표정은 점점 어두워졌다. 성연이 희승의 전화를 끊자 희승은 고개를 돌려 방으로 들어가 지훈을 진찰하는 의사에게 물었다. "대표님 상태는 어떠십니까?" 의사는 마스크를
그녀는 휴대폰 화면에 시선을 떨어뜨렸다. 어제부터 지금까지 지훈은 그녀에게 먼저 메시지를보내지 않았고, 그녀에게 어떠한 것도 설명하려 하지 않고 있었다....... 허, 다시는 반지훈의 우스갯소리를 쉽게 믿지 않을 것이다! 그녀는 명함을 꺼냈다. "지윤 씨, 저 대신 남호연에게 연락해주세요" 점심, 성연은 지윤을 데리고 남가에 왔다. 하녀가 차를 따라 대접하였고, 곧 남호연이 위층에서 내려왔다. 남호연은 웃으며 다가와 소파에 앉았다. “저는 앨리스 아가씨가 저를 찾아올 거라는 걸 알고 있었습니다” 성연은 표정변화없이 그를 바라보았다. "어제 사계 레스토랑에 가셨는데, 혹시 파파라치를 데리고 오신 건 아니겠죠?" "앨리스 양, 우리가 만난 걸 제가 공개했다고 의심하는 건가요?" 남호연은 긴 다리를 꼬고 개의치 않는다는 듯 말했다. “그건 정말 나를 오해한 거예요. 어쨌든 언론은 앨리스 양의 진짜 모습을 궁금해하고 있고, 일부 기자들이 더 많은 정보를 캐내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 아니에요” 성연의 눈빛은 흔들렸다. 그녀는 남호연의 말을 단 한마디도 믿을 수 있었고, 설령 그가 아니어도 그에 대한 경계를 늦출 수 없었다. "그럼 어제 남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제가 알고 싶은 비밀이란 건 무엇이죠?" 남호연은 두 손을 깍지 낀 채 무릎 위에 올려놓고는 흥미로운 눈빛으로 말했다. “궁금하지 않나요? 반지훈의 병이 무엇인지?” 성연의 입꼬리가 떨려왔다. “앨리스 양이라고 불러야 할까요, 성연 씨라고 불러야 할까요?" 남호연의 눈은 약간 차갑게 변했다. 마치 치타가 사냥감을 노리는 것 같았지만, 사냥감을 죽이기 위해 서두르지 않고 그 주위를 빙빙 돌며 노는 것 같았다. 지윤도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느꼈고, 무의식적으로 위층에 검은 옷의 경호원 몇 명이 대기 중이라는 걸 알아차렸다. 그들은 모두 대기 상태 였다. 이미 간파된 것을 알아차린 성연은 냉담하게 웃었다. "남 선생님의 기억력은 대단하군요. 가면을 쓰고 있었는데도 저를 알아보셨나 봐요?"
남호연은 의미심장한 웃음을 터뜨렸다. “아니요, 그를 공격한 사람은 저희 사람이 아닙니다. 저희 쪽 사람은 손도 안 댔어요” 성연은 어리둥절 했다. 설마 3년 전 놀이공원에서의 주범이 따로 있는 것인가? 그녀의 시선은 위층에 서 있는 몇 명의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에게로 옮겨졌다. 그들의 손등에는 모두 똑같은 문신이 있었다. 그래, 그때 그 패거리의 손등에는 문신이 없었는데, 남호연의 손등에는 문신이 있다! 그러니까 두 패거리 라는거다! 남호연의 패거리는 손을 대지 않았다. “프린스의 사람?” “성연 씨 똑똑하시네요” 남호연은 그녀가 맘에 들기 시작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3년 전 그 일을 서영유 그 멍청한 여자 혼자 설계했겠어요?” 서영유를 언급하자 성연은 자신도 모르게 손가락이 움츠러들었고 표정이 굳어졌다. “그러고보니 남호연 씨 곁에서 서영유의 모습이 보이지 않네요” 남호연은 손끝으로 찻잔을 매만졌다. "그 멍청한 여자가 나를 배신했는데, 제가 그녀를 곁에 둘 수 있을 것 같나요?" 서영유가 배신했다고? 성연은 약간의 의문을 품었다. 그는 측은한 웃음을 보였다. “그래도 그 미련한 여자 덕을 보긴 했죠. 그러지 않고서야 반지훈이 어떻게 바이러스에 감염될 수 있겠어요?” 성연은 그 자리에서 굳었고 손끝은 점차 하얗게 변했다. 반지훈이 바이러스에 감염됐다고? 그럴 리가! 리비어 삼촌이 그가 병에 걸렸다고 말하긴 했지만, 다시 지훈을 만났을 때 그는 병이 심각해 보이지 않았고, 그녀는 그가 꾀병을 부리는 줄 알았다. 3년 전 이혼을 강요했던 일을 생각하니 그녀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것도 그가 바이러스에 감염됐기 때문인가? "그 사람이…어쩌다 감염된거죠?" 성연의 숨결이 점차 희미해져 목에 가시가 걸린 것 같았다. 남호연은 아랑곳하지 않고 말했다. “총격. 총알에 바이러스가 묻어 있었어요. 듣자하니 오래 살지는 못 할 것 같아요. 외출도 휠체어에 의지해야 한다고 하니, 곧 죽을 것 같아요” "남호연 씨, 그 일 당신
마찬가지로 큰 어르신도 놀란 듯한 표정을 지었다. "강성연? 네가 왜?" 큰 어르신은 그녀가 살아있다는 것을 진작에 알고 있었다. 당시 시체조차 찾지 못했으니, 살아있는 게 분명했다. 다만 그녀가 S국에 있을 줄은 몰랐다. 성연은 마음을 다잡고 앞으로 걸어갔다. "지훈 씨는요?" 희승이 뭐라고 말하려 하자 큰 어르신의 표정이 갑자기 굳어졌다. “지훈이는 3년전 이미 너와이혼했다. 그 애를 찾아서 뭐하려고?” “제가 오지도 않고 어떻게 그 사람이 바이러스에 감염됐다는 걸 알았을까요?” 성연의 말에 희승은 잠시 어리둥절했다. 그녀가 알고 있었단 말인가? 큰 어르신은 미간을 찌푸리며 차갑게 말했다. "그 애가 바이러스에 감염된 건 너 때문이 아니냐?" 이 말에 성연은 말문이 막혔다. 그녀의 심장까지 저려오게 했다. “강성연, 너는 왜 지훈이가 너랑 이혼하려 했다고 생각하냐?” 큰 어르신은 심호흡을 하고 냉담한 태도로 말했다. “자신은 목숨을 걸고, 결국은 너를 위해서였다. 그 애는 유언까지 이혼 계약서에 작성했어. TG 주식의 절반을 주겠다고. 그 애가 죽으면 TG는 너의 손에 들어갈 거야” 성연은 그 자리에 굳어졌고, 얼굴은 점점 핏기가 사라지고 어두워졌으며, 창백함만 남았다. 구천광이 예전에 TG의 전체 지분의 절반은 최대 주주의 것이라고 했는데, 그가 왜 아무 이유 없이 TG를 자신에게 주려고 하는지 생각해 본 적이 없진 않았다. 그녀는 그냥 단지 그가... “네가 정말 그를 위한다면 올 한 해를 마음 편히 보내게 해줘라” 큰 어르신은 말을 마치고 떠났다. 희승은 큰 어르신을 배웅한 뒤 성연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죄송해요 성연 씨, 일단 돌아가시는게…” "한 번만 볼게요" 성연은 침착하게 그의 말을 끊었다. 희승은 멈칫하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성연을 방으로 안내했다. 지훈은 침대에 누워 링거를 맞고 있었는데, 준수한 얼굴은 약간 창백하고 쇄약한 모습을 띠고 있었다. 성연은 침대 곁으로 걸음을 옮기며 눈살을 찌푸렸
“대표님이 감염된 바이러스는 신종 바이러스 입니다” 희승이 그녀를 바라보며 대답했다. “이 바이러스는 잠복기가 없어 30년 전 바이러스보다 후기에 발병할 확률이 높고 전이도 훨씬 빨라요” 성연은 입술을 오므린 채 한참 동안 침묵을 지킨 뒤에야 천천히 입을 열었다. “잘 돌봐주세요”그녀는 돌아서서 방을 나갔다.차 앞에 이르자 성연은 걸음을 멈추고 뒤돌아 창문을 바라보았다.차 안으로 들어가 말했다. “돌아가죠” 지윤은 백미러로 그녀를 보고는 차를 몰고 떠났다.그리 멀지 않은 곳에 주차된 차 안에 앉아 있던 남자는 성연의 차가 멀어지는 것을 지켜보다가 입꼬리를 올리고 차갑게 웃었다. "드디어 찾았네" 며칠 후. 성연은 식당에서 남호연을 만났다. 남호연은 입가에 웃음을 지으며 다가왔다. “성연 씨가 며칠을 고민하셨는데, 어떻게 결정하셨는지요?” 성연은 무심하게 고개를 들고 휴대전화를 한쪽으로 거둬들였다. “제가 외할아버지의 부정권을 당신에게 드리면, 당신은 지훈 씨를 살릴 수 있는건가요?” 남호연이 자리에 앉자 종업원이 다가와 그에게 술을 한 잔 따랐다. 종업원이 물러난 후 그는 미소를 지었다. "제가 그를 구해주길 바라나요?" "그가 바이러스에 걸린 건 당신 덕이 크죠. 당신들이 이런 것들을 만들어 낼 수 있다면 혹시 예상치 못한 감염을 피할 수 있는 백신도 있지 않을까요?" 성연은 얼굴빛을 바꾸지 않고 그를 바라보았다. 남호연은 그녀의 눈빛을 마주하고는 웃음을 터뜨렸다. “성연 씨, 정말 귀엽네요. 만약 우리가 바이러스의 백신을 개발할 수 있었다면, 우리는 진작 성공했겠죠. 다른 사람에게 시험해 볼 필요가 없었겠죠?” "하하" 성연은 눈을 내리깔고 손끝을 살며시 술잔에 대고 맑은 소리를 냈다. "외할아버지 손에 있는 부정권 한 표를 내놓으라고 협박하더니, 이제와서 살리지도 못한다고 하시니, 제가 이 거래를 할 것 같나요?" "사실 당신이 이 거래를 하든 안 하든 저는 상관없어요. 제 본래 목적은 그게 아니거든요” 남호연은 책상 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