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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3화

반지훈은 싱긋 웃으며 그윽한 눈빛으로 말했다.

“날 보고 싶지 않았다면 방에서 나오지 않으면 될 텐데 말이야.”

강성연이 방에서 나왔다는 건 그를 보고 싶어 했다는 것이다.

데이브는 이번 파티의 보안에 아주 신경을 썼다고 했다. 게다가 그녀는 헨리의 딸이었으니 누가 감히 쉽게 그녀를 건드릴까?

물론 반지훈을 제외하면 말이다.

게다가 반지훈은 떳떳한 얼굴이었다.

강성연은 심장이 철렁했다. 사실 그녀는 정전 당시 누군가 의도적으로 그랬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

강성연은 웃음을 터뜨렸다.

“반지훈 씨는 뻔뻔한 점이 예전이랑 똑같네요.”

반지훈은 인정하는 건지 대답하지 않았다.

강성연은 더는 그와 얘기를 나누고 싶지 않아 지윤에게 말했다.

“우린 가요.”

지윤은 고개를 끄덕였고 반지훈을 힐끗 보고는 강성연의 뒤를 따랐다.

그러나 등 뒤에서 낮은 목소리가 다시 한번 울려 퍼졌다.

“데이브와 협력할 생각이라면 차라리 나랑 협력해.”

강성연의 걸음이 뚝 멈췄다.

반지훈이 다가와 그녀의 옆에 섰다.

“연씨 집안을 위해서라도 넌 동의할 거야.”

말을 마친 뒤 그는 먼저 걸음을 옮겨 자리를 떴다.

주먹을 쥐고 있던 강성연은 천천히 손에서 힘을 풀었다. 입술에서 아직 그의 온기와 숨결이 느껴졌다.

천 일 넘게 떠나있던 남자를 잊을 수 있을까?

아니, 그녀는 단 한 번도 잊지 않았다.

반지훈의 이름은 마치 양귀비처럼 한 번 손대면 인이 박여 끊으려야 끊을 수 없고 만지고 싶어도 만질 수 없다. 우습게도 그녀는 여전히 그 키스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

**

파티장으로 돌아온 뒤 반지훈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휠체어에 앉아 데이브와 함께 외국인들과 담소를 나눴다.

강성연은 눈을 가늘게 떴다. 아무리 봐도 아픈 사람처럼 보이지 않는데 휠체어에 앉아있다니, 진짜 아픈 건지 아니면 엄살을 부리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앨리스 씨도 오셨네요. 그 드레스는 반지훈 씨가 선물하신 건가요? 아름답네요.”

데이브의 시선이 강성연에게 멈췄다. 여전히 가면을 쓰고 있었지만 형언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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