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세쌍둥이가 CEO 아빠 유괴하기?: Chapter 1671 - Chapter 16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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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71화

그가 의아한 듯이 물었다.“특별하다고?”“내 말은 네 생김새가 무척 특별하다는 뜻이었어. 마치 그림 속에서나 나올법한 고대 페르시아인 모습 같아.”Y 국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종족은 백인이었다. 때문에 아안과 같은 얼굴은 백인들 사이에서 유독 눈에 띄었다.얼굴과 분위기 모두 압도적이었다.아안이 웃었다.“칭찬 고마워.”차가 그가 말했던 목적지에 도착했다. 아안이 유이에게 인사하고 차에서 내렸다.신턴 빌라에 도착한 강유이가 차에서 내리자 곧바로 그녀의 눈에 익숙한 차량 한 대가 보였다. 그 차는 그곳에 꽤나 오랜 시간 동안 정차되어 있었던 것 같았다.뒷좌석 창문이 절반쯤 내려갔다. 한태군이었다.강유이가 살짝 놀란 표정으로 그에게 다가갔다. 그녀가 창문에 기대며 물었다.“설마 여기서 계속 나 기다리고 있었던 거야?”한태군이 그녀를 바라보았다.“네가 바로 집으로 올 줄 알았어.”그녀는 굳이 그에게 감출 생각이 없었다.“마침 방향이 같아서 누구 한 명 바래다주고 왔지.”“누구를?”한태군이 차창에 기대며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갔다.“아안 헤리스?”그녀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네가 어떻게 알아?”그가 피식 웃더니 곧바로 표정을 굳혔다. 그가 엄숙하게 물었다.“걔가 나보다 잘 생겼어?”강유이가 눈을 데굴데굴 굴렸다.“왜 걔랑 비교하려고 해.”“아직 대답 안 했어.”“두 사람 모두 잘 생겼어.”그의 얼굴이 침울해지는 것을 본 강유이가 배시시 웃으며 빠르지도 늦지도 않게 다음 말을 보충했다.“내 마음속에는 네가 가장 잘 생겼어.”한태군이 손을 빼며 말했다.“나 먼저 갈게.”그가 막 창문을 올리려 하자 강유이가 그를 잡았다.“화났어?”“아니.”강유이가 아무 말도 못 하자 한태군이 손을 내밀고 그녀의 볼을 꼬집으며 피식 웃었다.“나 저녁 먹고 가?”그녀가 미처 대답을 하기도 전에 한태군이 차 문을 열고 차에서 내렸다.“그럼 어쩔 수 없이 여기 남아 밥을 먹어야겠네.”“……”도우미 아주머니는 강유이가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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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72화

한태군이 셔츠를 벗고 있었다. 근육질 몸이 건장하고 탄탄해 보였다. 과하게 우락부락한 근육이 아닌 잔근육이라 더욱 몸매가 균형적이고 예쁘게 느껴졌다. 그의 몸이야말로 옷을 입으면 적당히 살집이 붙어 보이고 옷을 벗으면 약해 보이는 표본이었다.그런데 치골이 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난 거 아닌가!시선을 더 아래로 내리던 그녀의 얼굴이 순식간에 사과가 되더니 서둘러 등을 보이며 돌아섰다.“왜 갑자기 옷은 벗고 난리야!”한태군이 태연한 표정으로 셔츠를 옆에 두고 그녀의 등 뒤로 다가왔다.그가 그녀를 향해 몸을 살짝 숙이며 그녀의 손에서 잠옷을 빼냈다.“씻으려고 벗었지.”강유이의 귀가 점점 더 빨개졌다. 그가 그녀의 등 뒤로 가까이 접근할 때에는 등에서 불이라도 날 것만 같았다. 그녀가 자기 손바닥에 얼굴을 파묻었다.“너 내가 올 줄 알고 있었잖아. 일부러 그랬지!”한태군이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맞아. 일부러 그랬어.”그녀의 심장이 점점 더 빨리 뛰기 시작했다.한태군이 그녀의 얼굴을 가리는 손을 내리게 하고 자신의 손과 겹쳤다.“만족해?”그녀의 시선이 불안정하게 흔들렸다.“뭘 말이야…”“내 몸.”강유이는 순간 너무 놀라 숨을 쉬는 것도 잊어버렸다. 그녀가 고개를 푹 수그렸다. 얼굴에 불이라도 달린 것처럼 뜨거웠다. 문뜩 뭔가를 떠올린 그녀가 입을 삐쭉거렸다.“리사도 본 거 아니야?”그가 잠깐 멈칫거리더니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그럴 리가.”그녀가 잔뜩 의심하며 물었다.“진짜?”한태군이 속으로 웃음을 삼켰다. 그러더니 살짝 난처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내가 걔 앞에서 벗고 다닌 것도 아닌데.”강유이가 그를 보며 눈을 치켜떴다.“너 설마 그런 생각을 했었던 거 아니야?”그가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그녀의 손바닥을 자기 심장 부근에 가져다 댔다.“내가 거짓말하는 것 같아?”그녀의 손바닥에서 뜨거운 그의 맥박이 느껴졌다. 그가 숨을 쉴 때마다 그의 심장이 두근거렸다.한태군이 그녀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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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73화

강유이의 시선을 느낀 한태군이 그녀를 돌아보았다.“왜?”그녀가 무심히 그의 시선을 피했다.“아니야.”한태군이 그녀의 등 뒤에 놓인 의자 등받이에 손을 뻗으며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갔다.“저 꼬마가 너야?”깜짝 놀란 그녀가 그를 쳐다보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한태군이 피식 웃었다.“엄청 귀엽게 생긴 게 딱 봐도 너 어릴 적 모습이네.”강유이가 그의 얼굴을 밀어냈다.“영화나 봐.”그가 미소 지으며 답을 하지 않고 다시 스크린을 쳐다보았다. 그녀가 등장하자마자 그는 그녀를 단번에 알아보았다. 단지 모른척했을 뿐이었다.밤은 점점 더 깊어져갔고 드디어 영화가 막을 내렸다. 한태군은 고개를 돌려 소파 팔걸이에 기대 잠든 여자를 바라보았다. 그가 문득 소리 내어 웃었다.그가 팔을 뻗어 그녀의 볼에 붙은 머리카락을 뒤로 넘겨주었다.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를 안아들었다.그녀의 머리가 기울어지며 그의 어깨에 기댔다.방으로 들어간 그가 그녀를 조심스럽게 침대 위에 눕히고 이불을 덮어주었다. 그는 나가지 않고 침대 머리맡에 앉아 그녀를 바라보았다.잠시 후 그가 몸을 숙이며 그녀의 입술에 짧게 입을 맞췄다.“좋은 꿈 꿔.”다음날 빅토리아대학교.수업을 듣던 강유이는 순간 졸음이 밀려와 미간을 주물렀다. 어젯밤 자신이 언제 잠들었던지 아예 기억이 나질 않았다.아침에 눈을 뜬 그녀가 아래층으로 내려와 보니 도우미 아주머니께서 한태군은 이미 돌아갔다고 말해주었다.현재 책상에 엎드려있는 그녀의 걱정거리는 딱 하나였다. 자신의 나쁜 잠버릇을 그가 봤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노트에 필기하던 진예은이 갑자기 강유이 쪽으로 가까이 다가오더니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다크서클 엄청 심한데. 어젯밤에 뭐 도둑질이라도 한 거야?”그녀가 벌떡 몸을 일으키더니 책을 들고 보는척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어쩐지 양심이 찔렸다.“아니거든.”진예은이 눈을 가늘게 뜨고 웃었다.“설마 말한 대로 거둔다고, 꿈에 홀딱 벗고 있는 한태군이라도 나온 거 아니야?”순간 어젯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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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74화

진예은은 마늘이고, 양파고 그가 묻는 것마다 알레르기 때문에 못 먹는다고 답했다.아안이 턱을 괴고 생각에 잠겼다.강유이가 진예은의 귓가에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너 지금 일부러 이러는 거야?”진예은은 유이의 말을 못 알아들은 것처럼 말했다.“뭐가 일부러라는 거야.”강유이는 그녀의 사정 따위 상관없이 바로 직설적으로 물었다.“마늘이랑 양파, 너 지금껏 식당에서 잘만 먹었잖아.”그녀가 멈칫거리다가 대답했다.“식당에서 파는 양파랑 마늘에만 알레르기가 안 생겨. 그러면 안 돼?”강유이가 웨이터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아안에게 말했다.“걱정 마, 얘 다 먹을 수 있어.”“……”아안 역시 진작 이상함을 눈치챘었다. 그가 웃으며 말했다.“괜찮아. 네 친구가 싫어하면 바꾸면 돼.”“바꿀 필요 없어. 밥은 네가 사주는데 얻어먹는 우리가 편식할 수야 없지.”그녀가 진지하게 말했다.“네가 맛있다고 생각한 걸로 시켜. 나도 먹어 보고 싶으니까.”아안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그렇게 시킬게.”진예은이 한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한태군이 그녀더러 강유이한테 잘 붙어있어라고 한 이유가 다 있었던 것이다. 이 계집애는 지켜보는 사람이 없으면 순식간에 다른 길로 샐 애였다.이십 분 후, 아안이 시킨 음식이 기본상 다 올랐다.Pulpeta는 쿠바식 떡갈비였다. 양념한 소고기와 햄을 계란과 함께 버무린 후 오븐에 구워내는 음식이었다.그 외에 속에 치즈가 들어있는 완자 튀김, 햄, 달콤한 바나나 스낵까지 하나같이 특색 있는 당지의 음식이었다.강유이가 하나씩 맛보았다. 아안이 그런 그녀를 지켜보고 있었다.“어때?”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괜찮은데. 엄청 맛있어.”아안도 씩 웃었다.“좋아해서 다행이야.”진예은은 아안의 속을 꿰뚫어 볼 듯이 뚫어지게 관찰하고 있었다. 잠시 후 그녀가 입을 열었다.“듣기로 아안 너 유이랑 같이 향수 광고를 찍었었다며. 나 궁금한 거 있는데, 그 광고를 찍은 지 한참이나 지났는데 왜 이제야 유이한테 접근한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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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75화

진예은이 미간을 주무르며 이성을 되찾았다.“내 말은 모든 외부인과의 관계를 끊으라는 게 아니었어. 하지만 아안 저놈은 너한테 다른 목적이 있는 게 안 느껴져?”일반적인 상황에서 그렇게 많은 우연이 겹친다는 게 말이 되는 소리인가.강유이가 시선을 내렸다.“외국인들은 다 저렇게 열정적인 거 아닌가.”진예은이 웃었다.“연극 영화과 남학생들도 다 외국인이야. 그런데 왜 걔처럼 그렇게 열정적이지 않겠어.”“그건 한태군과 우리 둘째 오빠 때문이잖아.”진예은이 살짝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너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구나.”만약 반재신과 한태군 두 사람의 눈이 없었다면 강유이한테 불순한 의도로 접근하는 남자가 수두룩했을 것이다.그녀는 분명 그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또다시 바보 같은 잘못을 저지르려고 했다.진예은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그런데 왜 아안이라는 그놈은 똑바로 보지 못하는 거야.”강유이가 어깨를 으쓱하더니 시선을 내려뜨리며 말했다.“너희들이 내가 또 누군가에게 속을까 봐 걱정하는 거 알아. 너희들은 줄곧 너희들만의 방식으로 날 보호해왔잖아. 하지만 나도 이제 어린애가 아니야.”그녀가 돌아섰다.“아안은 나랑 함께 광고를 찍었었어. 아는 사이라고 해도 무방해. 그러니까 어떻게 아예 무시할 수 있겠어. 넌 걔가 어떤 목적을 갖고 나한테 접근했다고 했지만 도대체 그 목적이 뭔데. 설마 날 좋아하겠어? 걔도 나한테 남자친구가 있는 걸 알고 있다고. 그 목적이 뭔지도 모르는데, 걔가 나한테 접근해올 때마다 무슨 의도를 갖고 있지는 않을까 걱정하며 살 수는 없잖아. 나도 정상적으로 친구를 사귀고 싶어. 사사건건 제한을 받고 싶지 않다고. 만약 걔한테 정말로 다른 목적이 있으면 그럼 그때 걔를 다시 안 보면 되잖아. 그렇게 간단한 일일뿐이잖아.”진예은은 할 말을 잃었다.사람이라면 당연히 자기만의 생각을 갖고 있다. 하물며 강유이라고 다를까.강유이가 자라온 환경은 당연히 보통 사람들과 달랐다. 그녀는 자신과도 달랐다. 그녀는 줄곧 집안사람들의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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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76화

그는 그녀를 물끄러미 쳐다보며 물었다.“내가 왜 화를 내야 하는 데?”“너는 내 남자친구잖아. 내가 다른 남자랑 같이 밥을 먹겠다고 했는데 화도 안 나?”한태군은 눈을 가늘게 뜨고 강유이의 볼을 꼬집었다.“선만 넘지 않으면 돼. 그러면 내가 화낼 일도 없을 거야.”“강유이, 네가 밖에서 누굴 만나는지, 누구와 어디서 무얼 하는지 내가 간섭할 자격은 없어. 하지만 네가 내 인내심을 건드리면 그땐 내가 무슨 짓을 저지를지 나도 장담 못 해.”그의 진지한 표정에 강유이는 잠깐 자리에 멈칫했다. “어떻게 하면 너의 인내심을 건드리는 거야?”그는 손가락으로 그녀의 입술을 톡톡 건드렸다. “제일 용서 못 하는 건 바로 네가 내 감정을 배신하는 거야. 네가 나 말고 다른 남자와 과도한 스킨십을 하면, 그땐...”“그러면 어떻게 돼?”그는 강유이의 볼에 입술을 맞추었다. “너를 내 곁에 묶어두고 어디도 보내지 않을 거야. 너도 내 곁에서 벗어날 생각하지도 마.”강유이의 눈이 파르르 떨리더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한태군은 싱긋 미소를 지으며 강유이의 볼을 어루만지고 그녀와 시선을 맞췄다. “무서워?”강유이는 고개를 저으며 그의 손을 잡았다.“내가 바보도 아니고. 그러면 나는 양다리를 걸친 사람이 되는 거잖아.”그녀의 말에 한태군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우리 유이가 그럴 수 있을까?”“내가 그럴 사람으로 보여?” 강유이는 머리를 숙이고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내가 그 사람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그의 손가락이 강유이의 입가를 조심스럽게 매만졌다. “나는 좋아?”얼굴이 빨개진 그녀는 그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았고, 그녀의 마음을 아는듯한 한태군의 얼굴에는 짙은 미소가 번졌다.“맞아. 우리 유이는 나만 좋아해.”강유이가 기숙사로 들어가는 것을 본 그가 창문을 천천히 올리고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아안 헤리스에 대해 알아봐 줘요.”강유이 주위 사람들에 대해 간섭하지 않겠다고 했지 몰래 조사하지 않겠다고 하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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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77화

정 회장의 빈소는 시내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장례식장에 안치되었다. 추모객은 몇 명 없었다. 추모하러 온 친인척들은 그의 유산을 탐내고 있는 사람들뿐이었다.정 회장 회사의 주식을 팔아도 14억이 넘는 현금을 보유하고 있었고 개인 자산까지 합치면 어마어마할 것이다.그 돈은 레이린 정이 해외로 이민 갈 준비를 하며 마련한 자금이었다. 레이린 정은 정 회장의 유일한 자식이었으며, 그가 세상을 떠난 후 모든 유산을 상속할 사람이기도 했다.검은 정장에 스카프를 두른 채 흉측한 얼굴을 반쯤 가린 그녀가 무표정한 얼굴로 아버지 영정 사진 앞에 섰다. 그녀는 주위에서 수군거리는 친척들의 말을 가볍게 무시했다.그때, 한 사람이 천천히 빈소로 들어왔다. 진찬이었다.손에 하얀 국화를 든 진찬이 영정 사진 앞에 서더니 두번 절을 하고 목례를 했다.그 모습을 지켜본 레이린 정이 콧방귀를 뀌며 비아냥거렸다. “우리 가문이 망했으니 이제 네가 가질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 아버지도 세상을 떠났으니 이제부터 가식적으로 지내지 않아도 되니까 기분은 좋겠네.”진찬은 코트를 정리하고 몸을 돌려 그녀를 쳐다봤다.“레이린, 일이 이 지경까지 된 건 나도 마음이 아파. 하지만 모든 건 네가 직접 꾸민 일이잖아.”그의 말에 레이린 정은 화가 치밀어 몸을 부르르 떨었다. “네가 일부러 나한테 그 여자의 신분을 알려주지 않았잖아.”아무 말도 하지 않는 진찬을 보며 레이린 정의 눈가가 빨개졌다. “그 여자의 신분을 알고 그 여자가 나를 괴롭히는 걸 알고 있으서도 너는 말리지 않았어. 어쩌면 너는 그 기회를 이용해 반씨 가문의 호감을 사고 싶었는지 모르지. 우리 정씨 가문이 망하면 너는 모든 걸 가질 수 있을 테니까.”그녀의 웃음소리가 빈소에 울려 퍼졌다. “네가 예상하지 못한 게 하나 있어. 바로 우리 정씨 가문이 이번 기회에 완전히 망해버린 것 말이야. 우리 정씨 가문에 희망이 보이지 않으니까 발을 빼려는 거잖아. 우리 가문을 완전히 버리려는 거 맞지?”“잊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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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78화

레이린 정이 일을 꾸미지 않았다면 이토록 비참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그 결과가 무엇이든 그녀의 자업자득이었다.강유이는 감았던 눈을 천천히 떴다. “레이린이 혼자 감당해야 할 문제야. 이미 그 업보를 모두 받은 것 같은데 사람들은 그녀가 더 큰 벌을 받길 기다리는 것 같아. 슬프지 않아?”강유이의 말에 진예은은 깜짝 놀랐다.“너... 레이린이 불쌍해?”“레이린이 불쌍한 것과 상관없어. 나쁜 사람들이 겪는 건 ‘업보’, 착한 사람들이 겪는 건 ‘운명’으로 나누는 건 인간의 무능함 때문에 생기는 표현이라는 생각이 들었을 뿐이야.”“누군가 너를 괴롭히고 있어. 그 사람은 너한테 심한 욕을 하고 주먹질도 했어. 그러던 어느 날, 그 사람이 불이익을 당해 죽은 거야. 우리는 이 일을 업보라고 기뻐하며 통쾌하다고 생각하잖아. 그건 정말 업보였을까? 사실은 인간의 나약한 생각인 것 같아.”강유이는 두 손으로 턱을 받치고 한숨을 내쉬었다.“레이린이 힘이 있었을 때 괴롭혔던 사람들은 그녀한테 저항할 힘이 없었어. 그러니 지금 레이린이 겪는 건 업보라고 생각할 거야. 비록 나 때문에 벌어진 일이 아니라도 누군가 반항하고 힘으로 그녀를 제압했다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거야.”그녀의 말에 진예은이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모든 사람이 너처럼 반항할 힘이 있는 건 아니야. 영국에서 정씨 가문의 일은 경찰들도 개입하기 힘들어. 하물며 다른 사람들한테 어떻게 반항할 힘이 생기겠어?”강유이가 피식 코웃음을 쳤다. “영국 공민의 시위는 자유잖아. 많은 사람이 함께 시위하면 정씨 가문도 어쩌지 못할 거야. 젓가락 하나는 쉽게 부러지는데 열 개를 한 번에 부러뜨리는 건 어려운 일이야. 한 사람의 힘이 모자라면 많은 사람들과 힘을 합쳐야지. 그러면 정씨 가문도 방법이 없었을 거야.”“이 세상은 그렇게 완벽하지 않아. 희망마저 사라지면 그러면 그땐, 정말 슬플 것 같아.”진예은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한태군이 강유이를 왜 그렇게 아끼는지 이제야 조금 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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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79화

진찬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창문을 천천히 닫았다.“그래요. 그럼 내일 제가 데리러 올게요.”다음 날, Lumiere 고급 레스토랑.레스토랑은 쾌적한 환경에 따뜻한 노란색 조명을 메인으로, 한편에는 바가 놓여 있었는데 한눈에 보아도 고급 레스토랑처럼 보였다.진찬은 진예은과 강유이를 에스코트하며 6인 테이블로 안내했다. 순백의 테이블 위에는 갖가지 식기와 와인잔이 놓여 있었고 진찬의 어머니와 아버지는 미리 도착해 세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진씨 사모님은 40대 중반의 나이에 관리에 많은 신경을 쓰는 것 같았고, 비싼 장신구를 했으며 날카로운 인상에 살가운 성격은 아닌 것 같았다.그에 비해 진씨 어르신은 꽤나 온화한 얼굴이었다.자리에 앉은 진찬이 두 사람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어머니, 아버지.”진씨 사모님은 강유이를 쳐다보며 싱긋 미소를 지었다.“네가 우리 예은이 친구구나. 이야기 많이 들었어. 만나서 정말 반가워.”예의 바른 강유이는 진예은의 체면을 생각하며 환한 미소로 대답했다.“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여사님.”“얼른 앉아.”두 사람이 자리에 앉은 후, 진씨 사모님은 메뉴판을 강유이에게 건넸다.“먹고 싶은 게 있으면 마음껏 시켜.”“저는 가리는 게 없어요. 여사님이 주문하면 그대로 먹으면 돼요.”음식을 주문하고 종업원은 와인잔에 와인을 부어줬다.진씨 사모님은 우아한 손짓으로 와인잔을 가볍게 흔들며 강유이를 뚫어지게 쳐다봤다.“평소 우리 예은이가 가깝게 지내는 친구가 없어 걱정했는데, 오늘 이렇게 만나니 너무 반가워. 그래도 학교에서는 외롭지 않을 거 아니니?”진예은은 그저 입술만 꼭 깨물고 머리를 숙였고 강유이는 와인잔에 비치는 그녀의 얼굴을 가만히 쳐다봤다.“예은이 외로워 보이세요?”진씨 사모님은 눈을 가늘게 뜨고 천천히 와인을 한 모금 마셨다.“친구를 데려오는 건 오늘이 처음이야. 난 우리 예은이가 외톨이인 줄 알았어. 만약 진짜 외톨이라면 그건 좀 슬픈 일일 것 같아.”강유이는 조금 전부터 아무 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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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80화

“난 그냥 유이한테 조언했을 뿐인데, 왜?”진씨 사모님은 다시 와인잔을 손에 쥐고 우아하게 흔들었다.“이 세상에 믿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면 그건 바로 사랑이야. 그 감정이 영원히 지속된다는 보장이 없잖아. 결국 서로가 갖는 이익이 제일 중요해.”종업원이 음식을 내오자 진씨 사모님은 와인잔을 내려놓고 포크를 들었다.“밥부터 먹자.”강유이는 움직이지 않고 자리에 가만히 앉아있었다.“여사님, 방금 하신 말이 조금 이상한 것 같아요. 세상에서 제일 믿을 수 없는 게 사랑이라면 여사님은 왜 결혼하셨어요?”강유이의 물음에 진씨 사모님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졌다.“사랑해야 꼭 결혼을 하니? 유이 넌 아직 너무 순진한구나.”강유이는 심호흡을 하고 오랫동안 침묵을 지킨 진씨 어르신을 쳐다봤다.“아저씨, 아저씨도 그렇게 생각하세요?”“그건...”진씨 어르신이 무의식적으로 진씨 사모님을 힐끗 쳐다봤다.그의 행동에 깜짝 놀란 강유이가 입을 틀어막고 물었다.“혹시, 두 사람 사랑해서 결혼한 게 아니에요?”진씨 사모님의 안색이 어두워질 대로 어두워졌고 포크를 세게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이건 우리 어른들의 일이야.”마치 그녀의 물음이 건드리지 말아야 할 무언가를 건드린 것 같다.“저는 어른들의 일에 관여할 수 없는데, 왜 어른들은 저희 일에 관여하는 거죠? 방금 저한테 사랑을 믿지 말라는 그 말. 저와 한태군이 헤어지길 바란다는 말씀이세요?”의미심장했던 진씨 사모님의 말은 그녀와 한태군이 예쁘게 만나길 바라는 것이 아니라 마치 두 사람이 빨리 헤어지길 바라는 것 같았다.강유이의 말에 진씨 사모님이 웃음을 터뜨렸다.“유이 너는 태군이에 대해 얼마나 많이 알고 있어? 태군이는 그렇게 쉬운 남자가 아니야. 한태군이 진심으로 너를 사랑할까? 아니면 너의 가문 때문에 억지로 만나는 걸까?”더 이상 그녀가 하는 말을 듣고 있을 수 없었던 진예은이 자리에서 일어났다.“어머니, 말씀이 지나쳤어요.”“건방진 것.”진씨 사모님은 포크를 세게 내려놓고 진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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