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1677화

정 회장의 빈소는 시내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장례식장에 안치되었다. 추모객은 몇 명 없었다. 추모하러 온 친인척들은 그의 유산을 탐내고 있는 사람들뿐이었다.

정 회장 회사의 주식을 팔아도 14억이 넘는 현금을 보유하고 있었고 개인 자산까지 합치면 어마어마할 것이다.

그 돈은 레이린 정이 해외로 이민 갈 준비를 하며 마련한 자금이었다. 레이린 정은 정 회장의 유일한 자식이었으며, 그가 세상을 떠난 후 모든 유산을 상속할 사람이기도 했다.

검은 정장에 스카프를 두른 채 흉측한 얼굴을 반쯤 가린 그녀가 무표정한 얼굴로 아버지 영정 사진 앞에 섰다. 그녀는 주위에서 수군거리는 친척들의 말을 가볍게 무시했다.

그때, 한 사람이 천천히 빈소로 들어왔다. 진찬이었다.

손에 하얀 국화를 든 진찬이 영정 사진 앞에 서더니 두번 절을 하고 목례를 했다.

그 모습을 지켜본 레이린 정이 콧방귀를 뀌며 비아냥거렸다.

“우리 가문이 망했으니 이제 네가 가질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 아버지도 세상을 떠났으니 이제부터 가식적으로 지내지 않아도 되니까 기분은 좋겠네.”

진찬은 코트를 정리하고 몸을 돌려 그녀를 쳐다봤다.

“레이린, 일이 이 지경까지 된 건 나도 마음이 아파. 하지만 모든 건 네가 직접 꾸민 일이잖아.”

그의 말에 레이린 정은 화가 치밀어 몸을 부르르 떨었다.

“네가 일부러 나한테 그 여자의 신분을 알려주지 않았잖아.”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진찬을 보며 레이린 정의 눈가가 빨개졌다.

“그 여자의 신분을 알고 그 여자가 나를 괴롭히는 걸 알고 있으서도 너는 말리지 않았어. 어쩌면 너는 그 기회를 이용해 반씨 가문의 호감을 사고 싶었는지 모르지. 우리 정씨 가문이 망하면 너는 모든 걸 가질 수 있을 테니까.”

그녀의 웃음소리가 빈소에 울려 퍼졌다.

“네가 예상하지 못한 게 하나 있어. 바로 우리 정씨 가문이 이번 기회에 완전히 망해버린 것 말이야. 우리 정씨 가문에 희망이 보이지 않으니까 발을 빼려는 거잖아. 우리 가문을 완전히 버리려는 거 맞지?”

“잊지 마.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