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회장의 빈소는 시내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장례식장에 안치되었다. 추모객은 몇 명 없었다. 추모하러 온 친인척들은 그의 유산을 탐내고 있는 사람들뿐이었다.정 회장 회사의 주식을 팔아도 14억이 넘는 현금을 보유하고 있었고 개인 자산까지 합치면 어마어마할 것이다.그 돈은 레이린 정이 해외로 이민 갈 준비를 하며 마련한 자금이었다. 레이린 정은 정 회장의 유일한 자식이었으며, 그가 세상을 떠난 후 모든 유산을 상속할 사람이기도 했다.검은 정장에 스카프를 두른 채 흉측한 얼굴을 반쯤 가린 그녀가 무표정한 얼굴로 아버지 영정 사진 앞에 섰다. 그녀는 주위에서 수군거리는 친척들의 말을 가볍게 무시했다.그때, 한 사람이 천천히 빈소로 들어왔다. 진찬이었다.손에 하얀 국화를 든 진찬이 영정 사진 앞에 서더니 두번 절을 하고 목례를 했다.그 모습을 지켜본 레이린 정이 콧방귀를 뀌며 비아냥거렸다. “우리 가문이 망했으니 이제 네가 가질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 아버지도 세상을 떠났으니 이제부터 가식적으로 지내지 않아도 되니까 기분은 좋겠네.”진찬은 코트를 정리하고 몸을 돌려 그녀를 쳐다봤다.“레이린, 일이 이 지경까지 된 건 나도 마음이 아파. 하지만 모든 건 네가 직접 꾸민 일이잖아.”그의 말에 레이린 정은 화가 치밀어 몸을 부르르 떨었다. “네가 일부러 나한테 그 여자의 신분을 알려주지 않았잖아.”아무 말도 하지 않는 진찬을 보며 레이린 정의 눈가가 빨개졌다. “그 여자의 신분을 알고 그 여자가 나를 괴롭히는 걸 알고 있으서도 너는 말리지 않았어. 어쩌면 너는 그 기회를 이용해 반씨 가문의 호감을 사고 싶었는지 모르지. 우리 정씨 가문이 망하면 너는 모든 걸 가질 수 있을 테니까.”그녀의 웃음소리가 빈소에 울려 퍼졌다. “네가 예상하지 못한 게 하나 있어. 바로 우리 정씨 가문이 이번 기회에 완전히 망해버린 것 말이야. 우리 정씨 가문에 희망이 보이지 않으니까 발을 빼려는 거잖아. 우리 가문을 완전히 버리려는 거 맞지?”“잊지 마.
레이린 정이 일을 꾸미지 않았다면 이토록 비참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그 결과가 무엇이든 그녀의 자업자득이었다.강유이는 감았던 눈을 천천히 떴다. “레이린이 혼자 감당해야 할 문제야. 이미 그 업보를 모두 받은 것 같은데 사람들은 그녀가 더 큰 벌을 받길 기다리는 것 같아. 슬프지 않아?”강유이의 말에 진예은은 깜짝 놀랐다.“너... 레이린이 불쌍해?”“레이린이 불쌍한 것과 상관없어. 나쁜 사람들이 겪는 건 ‘업보’, 착한 사람들이 겪는 건 ‘운명’으로 나누는 건 인간의 무능함 때문에 생기는 표현이라는 생각이 들었을 뿐이야.”“누군가 너를 괴롭히고 있어. 그 사람은 너한테 심한 욕을 하고 주먹질도 했어. 그러던 어느 날, 그 사람이 불이익을 당해 죽은 거야. 우리는 이 일을 업보라고 기뻐하며 통쾌하다고 생각하잖아. 그건 정말 업보였을까? 사실은 인간의 나약한 생각인 것 같아.”강유이는 두 손으로 턱을 받치고 한숨을 내쉬었다.“레이린이 힘이 있었을 때 괴롭혔던 사람들은 그녀한테 저항할 힘이 없었어. 그러니 지금 레이린이 겪는 건 업보라고 생각할 거야. 비록 나 때문에 벌어진 일이 아니라도 누군가 반항하고 힘으로 그녀를 제압했다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거야.”그녀의 말에 진예은이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모든 사람이 너처럼 반항할 힘이 있는 건 아니야. 영국에서 정씨 가문의 일은 경찰들도 개입하기 힘들어. 하물며 다른 사람들한테 어떻게 반항할 힘이 생기겠어?”강유이가 피식 코웃음을 쳤다. “영국 공민의 시위는 자유잖아. 많은 사람이 함께 시위하면 정씨 가문도 어쩌지 못할 거야. 젓가락 하나는 쉽게 부러지는데 열 개를 한 번에 부러뜨리는 건 어려운 일이야. 한 사람의 힘이 모자라면 많은 사람들과 힘을 합쳐야지. 그러면 정씨 가문도 방법이 없었을 거야.”“이 세상은 그렇게 완벽하지 않아. 희망마저 사라지면 그러면 그땐, 정말 슬플 것 같아.”진예은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한태군이 강유이를 왜 그렇게 아끼는지 이제야 조금 알
진찬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창문을 천천히 닫았다.“그래요. 그럼 내일 제가 데리러 올게요.”다음 날, Lumiere 고급 레스토랑.레스토랑은 쾌적한 환경에 따뜻한 노란색 조명을 메인으로, 한편에는 바가 놓여 있었는데 한눈에 보아도 고급 레스토랑처럼 보였다.진찬은 진예은과 강유이를 에스코트하며 6인 테이블로 안내했다. 순백의 테이블 위에는 갖가지 식기와 와인잔이 놓여 있었고 진찬의 어머니와 아버지는 미리 도착해 세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진씨 사모님은 40대 중반의 나이에 관리에 많은 신경을 쓰는 것 같았고, 비싼 장신구를 했으며 날카로운 인상에 살가운 성격은 아닌 것 같았다.그에 비해 진씨 어르신은 꽤나 온화한 얼굴이었다.자리에 앉은 진찬이 두 사람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어머니, 아버지.”진씨 사모님은 강유이를 쳐다보며 싱긋 미소를 지었다.“네가 우리 예은이 친구구나. 이야기 많이 들었어. 만나서 정말 반가워.”예의 바른 강유이는 진예은의 체면을 생각하며 환한 미소로 대답했다.“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여사님.”“얼른 앉아.”두 사람이 자리에 앉은 후, 진씨 사모님은 메뉴판을 강유이에게 건넸다.“먹고 싶은 게 있으면 마음껏 시켜.”“저는 가리는 게 없어요. 여사님이 주문하면 그대로 먹으면 돼요.”음식을 주문하고 종업원은 와인잔에 와인을 부어줬다.진씨 사모님은 우아한 손짓으로 와인잔을 가볍게 흔들며 강유이를 뚫어지게 쳐다봤다.“평소 우리 예은이가 가깝게 지내는 친구가 없어 걱정했는데, 오늘 이렇게 만나니 너무 반가워. 그래도 학교에서는 외롭지 않을 거 아니니?”진예은은 그저 입술만 꼭 깨물고 머리를 숙였고 강유이는 와인잔에 비치는 그녀의 얼굴을 가만히 쳐다봤다.“예은이 외로워 보이세요?”진씨 사모님은 눈을 가늘게 뜨고 천천히 와인을 한 모금 마셨다.“친구를 데려오는 건 오늘이 처음이야. 난 우리 예은이가 외톨이인 줄 알았어. 만약 진짜 외톨이라면 그건 좀 슬픈 일일 것 같아.”강유이는 조금 전부터 아무 말도
“난 그냥 유이한테 조언했을 뿐인데, 왜?”진씨 사모님은 다시 와인잔을 손에 쥐고 우아하게 흔들었다.“이 세상에 믿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면 그건 바로 사랑이야. 그 감정이 영원히 지속된다는 보장이 없잖아. 결국 서로가 갖는 이익이 제일 중요해.”종업원이 음식을 내오자 진씨 사모님은 와인잔을 내려놓고 포크를 들었다.“밥부터 먹자.”강유이는 움직이지 않고 자리에 가만히 앉아있었다.“여사님, 방금 하신 말이 조금 이상한 것 같아요. 세상에서 제일 믿을 수 없는 게 사랑이라면 여사님은 왜 결혼하셨어요?”강유이의 물음에 진씨 사모님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졌다.“사랑해야 꼭 결혼을 하니? 유이 넌 아직 너무 순진한구나.”강유이는 심호흡을 하고 오랫동안 침묵을 지킨 진씨 어르신을 쳐다봤다.“아저씨, 아저씨도 그렇게 생각하세요?”“그건...”진씨 어르신이 무의식적으로 진씨 사모님을 힐끗 쳐다봤다.그의 행동에 깜짝 놀란 강유이가 입을 틀어막고 물었다.“혹시, 두 사람 사랑해서 결혼한 게 아니에요?”진씨 사모님의 안색이 어두워질 대로 어두워졌고 포크를 세게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이건 우리 어른들의 일이야.”마치 그녀의 물음이 건드리지 말아야 할 무언가를 건드린 것 같다.“저는 어른들의 일에 관여할 수 없는데, 왜 어른들은 저희 일에 관여하는 거죠? 방금 저한테 사랑을 믿지 말라는 그 말. 저와 한태군이 헤어지길 바란다는 말씀이세요?”의미심장했던 진씨 사모님의 말은 그녀와 한태군이 예쁘게 만나길 바라는 것이 아니라 마치 두 사람이 빨리 헤어지길 바라는 것 같았다.강유이의 말에 진씨 사모님이 웃음을 터뜨렸다.“유이 너는 태군이에 대해 얼마나 많이 알고 있어? 태군이는 그렇게 쉬운 남자가 아니야. 한태군이 진심으로 너를 사랑할까? 아니면 너의 가문 때문에 억지로 만나는 걸까?”더 이상 그녀가 하는 말을 듣고 있을 수 없었던 진예은이 자리에서 일어났다.“어머니, 말씀이 지나쳤어요.”“건방진 것.”진씨 사모님은 포크를 세게 내려놓고 진예
진찬의 어머니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진예은! 당장 돌아와서 앉아!"진예은은 잠깐 멈칫하기는 했지만 결국 강유이와 함께 밖으로 나갔다.진찬의 어머니는 두 사람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얼굴을 구겼다."반씨 집안의 계집애와 가까이 지내더니 간이 커진 모양이구나."오늘은 진예은을 통해 강유이를 설득하기 위해 만난 것인데, 진예은은 도움을 주기는커녕 방해만 했다.진찬은 손수건으로 입을 닦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어머니. 강유이가 예은이에 대한 믿음은 변함없으니까요.""믿음이 있으면 뭐 하니? 예은이가 우리를 도와주지도 않는데."진찬의 어머니는 진작에 이럴 줄 알았더라면 진예은과 같은 자식은 낳지 않았으리라 생각했다.진찬은 천천히 머리를 들며 말했다."제가 해결할게요. 예은이도 주제를 알고 있다면 순순히 제 말을 따를 거예요."진찬의 어머니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반씨 집안의 계집애는 쉬운 상대가 아니야. 한태군도 그 계집애 편에 있잖아.""인간의 감정 중에서 사랑만큼 파괴하기 쉬운 것도 없어요. 게다가 한태군은 본인 앞가림도 하기 어려운 처지인걸요."정 회장이 죽자마자 사람들은 데이비 렌지에게 시선을 돌렸다. 만약 데이비 렌지가 한태군과 레이린이 만난 적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꽤 재미있는 상황이 펼쳐질 것이다.진찬의 어머니는 약간 멈칫하며 물었다."어떻게 하려고 그러니?"진찬은 자신만만한 자태로 싱긋 웃으며 답했다."강유이의 마음을 다른 사람한테 돌리려고요. 후보는 제가 이미 찾아놨어요."같은 시각, 식당 밖에서."예은아, 우리 진짜 이렇게 나와도 돼? 너 어머니한테 혼나는 거 아니야?"진예은은 발걸음을 멈추고 머리를 돌렸다."협박을 하루 이틀 당하는 것도 아니고, 괜찮아. 기껏해야 강제적으로 결혼하는 것뿐이겠지.""결혼?"강유이는 깜짝 놀란 표정으로 진예은의 앞으로 가서 물었다."너 결혼으로 협박당했어?"진예은은 침묵으로 대답을 대신했다.강유이는 진예은의 어깨를 잡으며 물었다."누구랑?""누가 도
데이비 렌지는 시가를 재떨이에 걸쳐 두고 카드를 뽑았다."정 회장님의 죽음을 예상했던 거예요?""아니요, 그건 예상 밖의 일이었어요."한태군은 느긋하게 말했다."그나저나 누군가는 저희를 흥미진진하게 지켜보고 있겠네요. 저희 사이의 충돌을 기대하면서요."데이비 렌지는 멈칫하며 머리를 들었다. 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반대로 한태군은 덤덤하게 그를 바라보며 이어서 말했다."정 회장님을 죽인 사람은 도화선에 불을 붙이려 하고 있어요. 하지만 데이비 씨는 레이린을 건드린 적 없으니, 매체의 관심은 오래가지 못할 거예요."데이비 렌지는 레이린을 건드린 적 없다. 그러므로 정 회장과 충돌이 생긴 적 없고, 살인 동기도 존재하지 않는다.어떤 사람은 레이린에게 거절당한 데이비 렌지가 화를 참지 못하고 정 회장에게 복수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레이린과 데이비 렌지 사이에 아무런 관계도 없다면 이런 소문 또한 곧 사라지고 말 것이다. 이번은 한태군이 우연히 데이비 렌지를 구한 셈이었다.데이비 렌지는 한태군의 말을 곰곰이 곱씹더니 소리 내어 웃으며 말했다."한태군 씨한테 이번 일을 해결할 만한 능력이 있는 것 같으니, 일단은 믿고 있을게요."데이비 렌지는 카드를 내려놓고 몸을 일으켰다."리사도 저한테 꽤 도움이 될 것 같아요. 덕분에 좋은 장기 말 하나 얻었네요."데이비 렌지는 사람들을 데리고 멀어져갔다.전유준은 한태군의 곁으로 다가가서 작은 목소리로 무언가 말했다. 한태군은 눈살을 찌푸릴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두 사람이 함께 차 안으로 돌아간 후, 한태군은 넥타이를 풀며 물었다."레이린은 누가 데려갔어요?""정 회장님의 장례식에 진찬 씨가 온 다음 레이린 씨가 사라졌어요. 제가 보기에는 진찬 씨가 데려간 것 같아요."한태군의 눈빛은 싸늘하게 식어갔다."정 회장님의 죽음도 진찬 씨와 연관 있는 것 같네요.""진찬 씨는 정 회장님한테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회장님이 없었더라면 지금의 위치에 오르지도 못했을 사람이 왜 회장님을
레이린의 옷은 전부 명품 한정판 오트 쿠튀르였다. 예전에는 남이 살짝 건드리는 것도 참지 않았고, 시상식 같은 곳에서 누가 실수로 밟기라도 한다면 대놓고 망신을 주기도 했다.하지만 지금은 옷이 찢어졌는데도 개의치 않는 것은 물론이고, 오히려 본인이 가장 신이 나서 찢어대고는 했다.진찬은 몸을 일으키며 메이드를 불렀다."레이린을 데려가서 샤워시켜요."메이드가 곧바로 다가가서 일으키려고 하자, 레이린은 미친 듯이 몸부림치기 시작했다."이거 놔! 꺼져!"메이드는 도무지 레이린을 붙잡지 못하고 진찬을 바라봤다. 그러자 진찬은 그녀의 머리채를 잡고 수영장으로 끌고 가더니 물속으로 밀어 넣어버렸다. 레이린이 몸을 버둥거리며 반항하기는 했지만, 감히 도와주려는 사람은 없었다.얼마 후 레이린이 드디어 잠잠해지자, 진찬은 그녀를 확 건져 올렸다. 레이린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끊임없이 기침했다.진찬은 레이린의 젖은 머리카락을 뒤로 넘겨주더니 턱을 꽉 잡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미친 척 연기하고 싶다면 끝까지 잘해. 괜히 들키지 말고."레이린은 어깨를 흠칫 떨었다. 어두운 눈빛에는 아무런 빛도 없었다."그래도 너는 죽이지 않을 테니까 걱정하지 마. 나를 지금의 위치로 올려준 은혜를 잊어서는 안 되지."진찬은 미소를 지으며 화상 자국으로 뒤덮인 레이린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역겹지도 싫어하지도 않는 모습이었다.레이린이 무의식적으로 피하려고 하자 진찬은 손에 힘을 주며 계속해서 말했다."집안 망하고, 얼굴 망가진 여자를 끝까지 책임지는 약혼자라니... 엄청 아름다운 이야기 같지 않아?"아름다운 이야기는 포장일 뿐이고 현실에는 잔혹한 감금밖에 없었다. 하지만 진찬의 '성의'를 봐서라도 그가 정씨 가문의 재산을 독차지하는 것을 부당하게 여길 사람은 없을 것이다.레이린은 진찬을 노려보며 말했다."네 거짓말도 조만간 까발려질 거야!"진찬은 덤덤하게 눈웃음을 지었다."네가 나서 봤자 쓸모없다는 것만 알고 있어. 하기야 누가 미친 여자의 말을 믿겠어?"레이
기숙사.강유이는 침대에 엎드려 한태군에게 문자를 보냈다. 한참 지났는데도 대답이 없는 것을 보고서는 몸을 돌려 천장을 바라봤다. 잠깐 헤어져 있었다고 벌써 보고 싶어지기 시작했다.두 손 가득 포장 음식을 들고 기숙사로 돌아간 진예은은 강유이의 방문이 열려 있는 것을 보고 앞으로 걸어가며 말했다."너 기숙사에 있었어?"강유이가 몸을 일으키는 것을 보고서는 또 포장 음식을 들어 보이며 물었다."밤 케이크 샀는데 같이 먹을래?"두 사람은 함께 소파로 가서 밤 케이크를 먹기 시작했다. 그러다 강유이가 무언가 생각난 듯 돌연 머리를 들며 물었다."태군이 요즘 많이 바빠?""직접 물어보면 될 걸 왜 나한테 물어?""문자에 답장이 없길래..."진예은은 케이크를 한 입 떼어먹으며 말했다."에잇, 망할 커플 같으니라고. 너 오후 공강이지 않아? 그렇게 궁금하면 회사로 가봐. 언제까지 태군 오빠가 먼저 찾아오기만을 기다릴래?""그래도 될까...?"강유이의 조심스러운 모습에 진예은은 피식 웃었다."사모님이 남편을 만나겠다는 게 누가 감히 말리겠어?"강유이는 입을 삐죽이며 투덜거렸다."아직 그 정도 아니거든...""그래도 곧 이뤄질 일인 건 맞잖아. 오빠가 너를 놓칠 일은 절대 없다고 본다."강유이가 다른 사람과 결혼하는 지경까지 이른다고 해도 한태군은 식장까지 쫓아갈 사람이라고 진예은은 생각했다.강유이는 발그레한 얼굴로 머리를 숙였다.같은 날 오후, 강유이는 진짜 한태군을 만나러 회사로 갔다. 그녀는 대문 밖에서 한참이나 서성거리고 나서야 로비에 들어섰다.안내 데스크로 걸어가자, 직원이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안녕하세요. 무엇을 도와드릴까요?""저... 한태군을 만나러 왔어요.""네? 도련님을요?"직원이 깜짝 놀란 표정으로 묻는 것을 보고 강유이는 쑥스러운 듯 머뭇거렸다. 하지만 '여자친구'라는 말은 결국 뱉지 못했다."저는 태군이 친구인데 잠깐 볼 일이 있어서 찾아왔어요."직원은 어딘가에 전화를 걸어 잠깐 얘기하더니 다시 강유이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