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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83화

레이린의 옷은 전부 명품 한정판 오트 쿠튀르였다. 예전에는 남이 살짝 건드리는 것도 참지 않았고, 시상식 같은 곳에서 누가 실수로 밟기라도 한다면 대놓고 망신을 주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옷이 찢어졌는데도 개의치 않는 것은 물론이고, 오히려 본인이 가장 신이 나서 찢어대고는 했다.

진찬은 몸을 일으키며 메이드를 불렀다.

"레이린을 데려가서 샤워시켜요."

메이드가 곧바로 다가가서 일으키려고 하자, 레이린은 미친 듯이 몸부림치기 시작했다.

"이거 놔! 꺼져!"

메이드는 도무지 레이린을 붙잡지 못하고 진찬을 바라봤다. 그러자 진찬은 그녀의 머리채를 잡고 수영장으로 끌고 가더니 물속으로 밀어 넣어버렸다. 레이린이 몸을 버둥거리며 반항하기는 했지만, 감히 도와주려는 사람은 없었다.

얼마 후 레이린이 드디어 잠잠해지자, 진찬은 그녀를 확 건져 올렸다. 레이린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끊임없이 기침했다.

진찬은 레이린의 젖은 머리카락을 뒤로 넘겨주더니 턱을 꽉 잡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미친 척 연기하고 싶다면 끝까지 잘해. 괜히 들키지 말고."

레이린은 어깨를 흠칫 떨었다. 어두운 눈빛에는 아무런 빛도 없었다.

"그래도 너는 죽이지 않을 테니까 걱정하지 마. 나를 지금의 위치로 올려준 은혜를 잊어서는 안 되지."

진찬은 미소를 지으며 화상 자국으로 뒤덮인 레이린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역겹지도 싫어하지도 않는 모습이었다.

레이린이 무의식적으로 피하려고 하자 진찬은 손에 힘을 주며 계속해서 말했다.

"집안 망하고, 얼굴 망가진 여자를 끝까지 책임지는 약혼자라니... 엄청 아름다운 이야기 같지 않아?"

아름다운 이야기는 포장일 뿐이고 현실에는 잔혹한 감금밖에 없었다. 하지만 진찬의 '성의'를 봐서라도 그가 정씨 가문의 재산을 독차지하는 것을 부당하게 여길 사람은 없을 것이다.

레이린은 진찬을 노려보며 말했다.

"네 거짓말도 조만간 까발려질 거야!"

진찬은 덤덤하게 눈웃음을 지었다.

"네가 나서 봤자 쓸모없다는 것만 알고 있어. 하기야 누가 미친 여자의 말을 믿겠어?"

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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