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찬이 유이를 노리고 있다고?"반재신의 질문에 한태군은 머리를 끄덕이며 말했다."아무래도 정씨 집안 대신 다른 집안을 이용할 생각인 것 같아. 여준우는 쉽게 속을 사람이 아니니 유이를 속여 반씨 집안의 도움을 받을 작정이겠지."여준우는 진찬의 수단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진찬도 감히 그를 건드리지는 못했다. 하지만 외국에 있는 반지훈이라면 설득할 자신이 있었을 것이다.진찬의 입장에서 황실의 사생아라는 꼬리표를 떼어내고 진정한 귀족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진예은을 이용해 강유이를 꽉 잡고 있어야 했다.반재신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멍청한 데다가 주제도 모르네."반씨 집안에는 강유이만 있는 것이 아니라 반재신도 있고, 반재언도 있고, 반지훈도 있었다. 그의 옅은 수로는 그들 모두를 속일 수 있을 리 절대 없었다.한태군도 따라 웃으며 말했다."그래도 너무 얕보지는 마. 겉으로 보기에는 멍청해 보여도 사람 뒤통수치는 실력이 장난 아니야. 너희 형제와 지훈 아저씨는 쉬운 상대가 아니지만 유이는 다르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기도 해. 아마 갖은 수를 써가며 유이한테 다가가려고 할 거야."반재신은 눈살을 찌푸렸다."설마 아안 헤리스 때문에 위기감이 생긴 건 아니지? 그러면 너한테 실망할 것 같은데.""나의 위기감은 너의 태도에 달렸어. 만약 네가 우리 사이를 반대한다는 걸 아안 헤리스가 알면 아마 더 대놓고 들이댈걸?"한태군의 궤변에 반재신은 피식 웃었다."말은 참 잘해.""부디 정확한 선택을 하길 바랄게."한태군은 반재신의 어깨를 툭툭 치고는 다시 차 안으로 들어갔다.한태군의 차가 멀어진 후에도 반재신은 미간을 찌푸린 채로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다 화단 뒤에서 인기척을 듣고 몸을 돌리며 심호흡했다."강유이, 나와."반재신에게 제대로 들킨 강유이는 몸을 흠칫 떨었다. 그러고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화단 밖으로 나갔다."언제부터 들었어?""그게... 한 몇 분 전부터?"강유이는 자신의 발끝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러다 반재신이
강유이는 머리를 끄덕이며 말했다."알겠어.""이만 들어가."강유이는 별장 안으로 들어가다가 말고 머리를 돌려 반재신을 바라봤다. 반재신은 머리를 숙인 채 주먹을 꽉 쥐고 있었다.이튿날.강유이는 관객석에 앉아 늦게 온 학생들의 패션쇼 리허설을 바라보고 있었다.이때 아안이 음료수를 사 들고 쇼장에 들어섰다. 언제나 밝고 신사적인 모습 덕분에 그는 학생들에게 인기가 아주 많았다.아안은 음료수 한 병을 들고 강유이를 향해 걸어갔다. 그리고 그녀의 곁으로 가서 앉으며 음료수를 건넸다."마셔, 방금 산 거야.""땡큐."강유이는 음료수를 받아 들었다. 하지만 마시지는 않고 리허설을 물끄러미 바라볼 뿐이었다."넌 항상 일찍 오네?""일찍 와야 일찍 쉬니까."강유이는 아안을 향해 머리를 돌리며 이어서 말했다."파트너는 찾았어?""아직.""내가 소개해 줄까? 우리 과에 예쁜 애들이 엄청 많거든. 현직 모델 못지않을 거야."아안의 표정은 잠깐 굳었다. 하지만 눈 깜짝할 사이에 자연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남한테 부탁하는 거 좀 그렇지 않아?""괜찮아, 다들 시간 많아. 너만 허락하면 돼.""만약..."아안은 강유이를 바라보며 머뭇머뭇 말했다."내가... 딱 너랑 하고 싶다면...?"강유이는 머리를 숙이더니 안타깝다는 듯이 말했다."미안한데 나는 안 돼. 남자친구가 안 된다고 했거든.""네 남자친구 학교에 없잖아.""그렇다고 거짓말을 하게? 나는 절대 못 해, 괜한 오해를 받고 싶지도 않고.""너 오늘... 좀 달라졌다?"오늘따라 단호한 강유이의 태도에 아안은 미간을 찌푸렸다. 예전의 그녀는 종래로 딱 잘라 말한 적 없었다."그래? 하하, 하룻밤 새에 좀 달라지긴 했나? 아무튼 나는 남자친구의 믿음을 저버리고 싶지 않아."강유이는 가방을 들고 몸을 일으켰다.이때 아안의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발신자는 진찬이었다.아안은 머리를 돌려 강유이가 멀어진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전화를 받았다."진찬 씨, 실망하게 해 드려 죄
빨간 머리 여자는 안색이 확 변하며 물었다."저를 데이비 렌지 그 악마한테 보내려는 거예요?""그러게 누가 레이린이랑 그렇게 비슷하게 생기래? 데이비 렌지가 너 같은 여자한테 아주 환장하거든."여자는 털썩 주저앉았다. 진찬은 무표정한 얼굴로 그녀를 지나치며 말했다."며칠 후 성형 수술을 예약했으니까 수술 잘 받아. 최대한 레이린이랑 똑같이 만들어져야지. 얼굴을 회복하고 나면 데이비 렌지도 너한테 관심을 보일 거야."진찬은 교외의 별장으로 돌아갔다. 거실에 들어서자, 식탁 앞에서 아침 식사를 깨작대고 있는 레이린이 보였다.메이드는 곧바로 진찬 곁으로 가서 보고 했다."레이린 씨 오늘 아침에는 조용히 식사하러 내려왔어요.""알겠어요. 일단 물러나요."메이드가 떠난 다음 진찬은 레이린의 곁으로 다가가서는 그녀를 내려다봤다."드디어 얌전히 지내기로 한 거야?"레이린은 죽을 휘적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진찬은 태양과 같이 밝은 그녀의 금발을 쓰다듬으며 말했다."우리 결혼식을 올릴까?"레이린은 동작을 멈췄다. 진찬의 말은 메아리처럼 귓가를 맴돌았다."너 결혼식 올리고 싶어 했잖아. 정씨 가문이 망했다고 해도 우리의 혼약은 변치 않아."레이린은 숟가락을 들고 있는 손을 덜덜 떨었다. 정씨 가문이 망하기 전 진찬은 얼마나 다정하고 신사다운 사람이었는지 모른다. 그의 성격이 마음에 든 나머지 출신은 전혀 개의치 않을 정도였다. 사랑의 감정이 보이지 않기는 했지만 상관없었다. 그녀가 원하는 것이 애초에 사랑도 아니었고 말이다.진찬은 정씨 가문이 망하고 나서야 송곳니를 드러냈다. 그리고 레이린도 그제야 알아차렸다. 자신이 얼마나 무서운 사람을 곁에 두었는지를 말이다. 이는 신이 그녀에게 내린 벌인 것 같기도 했다.진찬은 의자에 앉더니 온기 없이 싸늘한 레이린의 손을 잡았다."이 세상에 너처럼 미친 여자와 결혼하려는 사람은 나밖에 없어. 알지?"레이린은 진찬의 손을 꽉 잡으며 실핏줄이 터진 빨간 눈으로 말했다."찬아, 우리 집 전 재산을 너
전유준이 의외라는 듯 한태군을 바라봤다.빨간 머리를 한 여자는 작년, 진찬과 스캔들이 났었던 삼류 모델 매기가 아닌가?전유준이 기억하기로 작년에 진찬은 레이린 정과 만나면서 매기와 해외에서 밀회를 즐기는 장면이 찍혀 정 씨 어르신의 미움을 샀었다.결국 진찬이 나서서 해명하는 바람에 스캔들은 끝이 나긴 했지만."당신을 데이비 렌지에게 보내려는 건가요?"한태군이 잡지를 내려놓으며 묻는 말에 매기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저한테 레이린 정과 비슷하게 성형하라고 했어요, 하지만 데이비 렌지 곁으로 갔다가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거 저 잘 알고 있어요."그 말을 들은 한태군이 눈을 가늘게 뜨고 고민하다 몸을 일으켰다."언제 움직일 생각인 거죠?""이미 의사를 다 준비해 놓은 상태예요, 3개월 후에 움직일 생각이에요.""당신은 이대로 가만히 있을 생각인가요?""네?"한태군의 말을 들은 매기의 안색이 변했다."당신이 데이비 렌지 곁으로 간다고 해도 죽지 않을 거라고 약속하죠, 저 믿어요?"그러자 한태군이 여유롭게 말했다.한편 그 말을 들은 매기는 고민에 잠겼다. 사실 그녀도 이미 진찬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차렸다. 아니면 한 씨 집안의 배에 오르지도 않았을 것이다.게다가 그때 한태군이 그녀를 도와주지 않았다면 매기는 진작에 레이린 정 손에 죽었을 목숨이었다."네, 믿어요."매기가 결심을 내리고 단호하게 말했다.머지않아 비서가 매기를 데리고 나갔고 전유준이 한태군의 옆으로 다가가 물었다."도려님, 매기 설마 도련님이 진찬 옆에 심어놓은 사람인가요?""우연이었어요, 작년에 매기가 진찬이랑 스캔들이 났을 때, 레이린 정이 몰래 사람을 찾아 매기를 없애려고 했는데 제가 쓸모가 있다고 생각해서 살려준 거예요."매기는 진찬의 마음을 사로잡은 사람이니 분명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고 한태군은 생각했다.그리고 매기가 관건적인 작용을 일으킬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한편, 학교.강유이는 오전 내내 이어진 연습에 땀범벅이 되어 무대에서 내려와 물티슈로 얼굴
"유이야…"아안이 강유이를 부축했지만 강유이는 그 손을 뿌리쳤다. 아니, 뿌리치려고 했다, 하지만 몸에 힘이 전혀 들어가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본 아안이 강유이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힘들어 보이는데 쉬는 게 좋겠어."다른 이들도 강유이의 상태를 보곤 다가와 물었지만 아안이 웃으며 대신 대답했다."유이 몸이 좀 안 좋은 것 같으니까 내가 의무실로 데려갈게."그 말을 들은 친구들도 의심을 품지 않았다.한편 강유이는 아안의 품에서 벗어나려 발버둥 치다 의자에 무릎을 부딪혔다. 그 고통에 강유이는 조금 정신을 차릴 수 있었고 덕분에 대본도 챙기지 않고 자리를 벗어났다."내가 가볼게."아안이 대본을 주워 들곤 말했다.강유이는 벽을 짚으며 힘겹게 걷고 있었다. 복도 전체가 빙글빙글 도는 것 같은 느낌에 머리를 툭툭 치니 맥박과 심장박동이 덩달아 빨라졌다.결국 강유이가 견디지 못하고 쓰러지려는 찰나, 아안이 그녀를 부축하더니 안아 들었다.먹을 것을 사 들고 온 진예은은 이리저리 둘러봤지만 어디에서도 강유이를 발견하지 못했다."강유이는?"결국 진예은은 다른 이를 잡고 물을 수밖에 없었다."몸이 불편한 것 같아서 아안이 의무실로 데려갔어."진예은은 그 말을 듣자마자 이상함을 알아차리곤 의무실로 갔지만 그곳에는 강유이와 아안이 없었다. 그 모습을 본 진예은의 안색이 순식간에 바뀌었다.강유이에게 전화도 걸어봤지만 전화를 받는 이는 없었다.경영학과 행정동 앞에서 다른 이와 얘기를 나누고 있는 반재신을 발견한 진예은은 다른 이를 상관할 새도 없이 그에게 달려갔다."반재신!"반재신이 고개를 돌린 순간, 진예은이 그를 끌고 어딘가로 가기 시작했다.그 모습에 사람들이 놀란 눈으로 바라봤고 반재신이 얼른 그녀의 손을 뿌리쳤다."뭐 하는 거야?"하지만 진예은은 말을 제대로 이을 수조차 없었다."강유이가…"그 이름을 들은 반재신이 얼른 진예은의 어깨를 잡고 다급하게 물었다."유이가 왜!""아안이 강유이를 데리고 갔어."한편, 강유이를 데리고 체
하지만 그때, 창고의 문이 갑자기 열렸다. 놀란 아안이 고개를 돌리기도 전에 그의 얼굴 위로 주먹이 날아왔다.반재신은 아안에게 숨 돌릴 틈도 주지 않고 다시 그의 옷깃을 잡은 채 주먹을 날렸다."죽고 싶어서 환장했어? 감히 누구 몸에 손을 대는 거야?!"뒤따라 들어선 진예은은 아안의 몸 위에 올라타 주먹을 날리고 있는 반재신을 보다 강유이를 바라봤다."강유이!"그녀의 이상함을 알아차린 진예은이 얼른 강유이를 부축하며 그녀의 볼을 쳤다."그만하고 유이 좀 봐봐!"진예은이 반재신을 보며 소리쳤다.반재신의 주먹이 그제야 허공에서 멈추더니 아안을 툭 내려놓곤 발길질을 한 번 했다."유이한테 무슨 일이 생긴다면 너뿐만 아니라 네 뒤의 진찬도 내가 가만두지 않을 거야."아안은 그 말에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피로 얼룩진 코를 만졌다. 그의 얼굴은 퉁퉁 부어있었는데 그중에서도 입가와 눈가의 멍이 제일 선명했다.곧이어 반재신은 강유이를 안아 들곤 창고를 떠났다.따라나서던 진예은이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더니 고개를 돌리고 아안을 보며 말했다."정신 차려, 진찬은 정 씨 집안을 희생한 것처럼 너까지 희생해 버리고 말 거야."그 말을 들은 아안은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병원으로 간 강유이는 전면적인 검사를 받게 되었다. 머지않아 의사가 심각한 얼굴로 나왔다."환자분께서 혹시 금지된 약물을 먹은 겁니까?""어떤 걸 말씀하시는 거죠?"반재신이 어두운 표정으로 물었다."환각 성질을 가진 약물인데 주사하거나 복용하게 되면 사지가 무력해지고 의식이 흐릿해집니다. 진정제 작용을 가지고 있어서 대량으로 복용하면 몸에 해로운 약물입니다."의사의 말을 들은 반재신이 주먹을 쥐었다. 그는 아안이 자신의 동생에게 금지된 약물을 먹이는 짓까지 할 줄 상상도 하지 못했다.반재신이 CCTV를 보지 않았다면, 그래서 아안이 강유이를 어디로 데리고 갔는지 발견하지 못했다면 강유이는 이대로 망쳐질 뻔했다.-강유이가 다시 눈을 떴을 때, 시간은 이미 저녁이 다 되
"응, 이제 괜찮아.""다행히 너희 오빠가 너를 발견했어, 아안이 너한테 약까지 먹인 거 기억나?"진예은이 강유이를 보며 물었다."약을 먹였다고?"강유이가 놀란 얼굴로 물었다.그녀는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전혀 알지 못했다. 오늘 콜라 빼곤 아무것도 먹지 않았는데…강유이의 안색이 갑자기 변했다. 설마 그 콜라에 문제가 있었던 걸까?"기억나는 거 있어?"진예은이 강유이를 보며 물었다."그냥 콜라 마셨었어, 하지만 아안이 준 거 아니야, 게다가 다른 친구들도 다 마셨는데."강유이는 이미 아안을 충분히 경계하고 있었기에 저번에 아안이 준 물도 마시지 않았었다.하지만 콜라는 다른 친구가 준 것이었다. 게다가 연습을 하고 있던 이들도 모두 마시길래 강유이도 생각 없이 마신 거였다.진예은은 강유이의 말을 들으며 아마도 그 콜라에 무슨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런데 아안은…"강유이는 무언가를 물으려고 했지만 결국 말을 꺼내지 못했다.강유이는 아안에게 실망했다, 아안도 이런 일을 저지를 수밖에 없었던 고충이 있었지만 그가 이런 짓을 하기로 결정한 이상, 그 어떤 고충도 이유가 될 수 없었다."아안이 어떻게 되든 너는 신경 안 써도 돼. 오늘 너희 오빠가 없었다면 너 아안 손에 다 망쳐졌을 거야. 아안이 진찬의 말을 듣고 너를 가까이 한 순간부터 퇴로는 없었어."진예은이 담담한 얼굴로 말했다.한편, 한 폐창고.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머리에 검은 천을 뒤집어쓴 채 바닥에 쓰러져 몸을 웅크리고 있는 남자에게 발길질을 해댔다.한태군과 전유준이 창고로 들어서고 나서야 사람들이 행동을 멈추고 바닥에 쓰러져 있던 사람의 머리 위에 있던 검은 천을 걷어냈다.갑자기 밝아진 눈앞에 남자가 눈을 가늘게 뜨고 주위의 사람들을 살펴봤다.한태군은 전유준의 손에 있던 의자를 가져와 아안의 앞에 자리를 잡았다. 아안은 얼굴의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새로운 상처를 얻게 되었다."진찬이 너를 참 과대평가했나 봐, 그런 낯짝으로 정말 내 손에서 사람
검은 옷을 입은 남자가 펜치를 들고 힘을 쓰자 아안의 손톱이 살과 함께 떨어졌다, 더불어 피가 남자의 얼굴에 튀었다.그리고 피범벅이 된 아안의 손가락만이 남았다.아안의 처참한 비명소리가 창고를 울렸고 그의 목에 핏줄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이마 위에는 땀방울까지 송골송골 맺혔다.그리고 다섯 번째 손톱까지 뽑았을 때, 아안은 고통에 정신을 잃고 말았다."정신을 잃은 것 같습니다."검은 옷을 입은 남자가 한태군을 보며 말했다."물 좀 뿌려서 깨워, 그리고 계속해."한태군이 손목시계를 만지며 무덤덤하게 말했다."저 손톱들은 진찬한테 보내, 내가 주는 선물이라고 꼭 말해주고."말을 마친 한태군이 미련 없이 그곳을 떠났다.이튿날, 피범벅이 된 손톱 선물을 받은 진찬의 안색이 어두워졌다."도련님, 저쪽에서 아안의 손톱이라고 보내왔습니다. 아마도 한 도련님의 손에 걸린 것 같으니 아안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게 분명해 보입니다."옆에 있던 이가 조심스럽게 말했다.그 말을 들은 진찬이 화를 억누르며 말했다."아안이 아직 나를 팔 생각은 없어 보이네, 하지만 이젠 없애야겠어.""죽이겠다는 말인가요?""제일 좋기는 한태군의 본거지에서 죽어야지."진찬이 아안에게 이런 일을 시켰다는 사실을 한태군이 알았다고 해도 아안만 사라진다면 증거가 없어지는 것이었다. 게다가 아안을 잡은 지금, 한태군은 그를 괴롭히기만 할 뿐 죽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아안이 한태군의 본거지에서 죽는다면 한 씨 집안에게 작지 않은 타격을 가져다줄 것이 분명했다.-신턴 빌라강유이는 방에서 피아노를 연주하고 있었다. 그녀는 이틀 동안 학교를 가지 않았다.그때 수업이 없었던 진예은이 빌라로 찾아와 문을 두드렸다. "예은아."진예은을 본 강유이가 환하게 웃으며 그녀를 맞이했다."너 심심할까 봐 먹을 거 좀 사서 왔어."진예은이 피아노 옆으로 다가가 사 온 빵을 내려놓았다."다른 애들은 나한테 무슨 일 있었는지 모르는 거지?""걱정하지 마, 다 네가 아파서 안나온 걸로 알고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