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쌍둥이가 CEO 아빠 유괴하기?의 모든 챕터: 챕터 1681 - 챕터 1690

2771 챕터

제1681화

진찬의 어머니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진예은! 당장 돌아와서 앉아!"진예은은 잠깐 멈칫하기는 했지만 결국 강유이와 함께 밖으로 나갔다.진찬의 어머니는 두 사람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얼굴을 구겼다."반씨 집안의 계집애와 가까이 지내더니 간이 커진 모양이구나."오늘은 진예은을 통해 강유이를 설득하기 위해 만난 것인데, 진예은은 도움을 주기는커녕 방해만 했다.진찬은 손수건으로 입을 닦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어머니. 강유이가 예은이에 대한 믿음은 변함없으니까요.""믿음이 있으면 뭐 하니? 예은이가 우리를 도와주지도 않는데."진찬의 어머니는 진작에 이럴 줄 알았더라면 진예은과 같은 자식은 낳지 않았으리라 생각했다.진찬은 천천히 머리를 들며 말했다."제가 해결할게요. 예은이도 주제를 알고 있다면 순순히 제 말을 따를 거예요."진찬의 어머니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반씨 집안의 계집애는 쉬운 상대가 아니야. 한태군도 그 계집애 편에 있잖아.""인간의 감정 중에서 사랑만큼 파괴하기 쉬운 것도 없어요. 게다가 한태군은 본인 앞가림도 하기 어려운 처지인걸요."정 회장이 죽자마자 사람들은 데이비 렌지에게 시선을 돌렸다. 만약 데이비 렌지가 한태군과 레이린이 만난 적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꽤 재미있는 상황이 펼쳐질 것이다.진찬의 어머니는 약간 멈칫하며 물었다."어떻게 하려고 그러니?"진찬은 자신만만한 자태로 싱긋 웃으며 답했다."강유이의 마음을 다른 사람한테 돌리려고요. 후보는 제가 이미 찾아놨어요."같은 시각, 식당 밖에서."예은아, 우리 진짜 이렇게 나와도 돼? 너 어머니한테 혼나는 거 아니야?"진예은은 발걸음을 멈추고 머리를 돌렸다."협박을 하루 이틀 당하는 것도 아니고, 괜찮아. 기껏해야 강제적으로 결혼하는 것뿐이겠지.""결혼?"강유이는 깜짝 놀란 표정으로 진예은의 앞으로 가서 물었다."너 결혼으로 협박당했어?"진예은은 침묵으로 대답을 대신했다.강유이는 진예은의 어깨를 잡으며 물었다."누구랑?""누가 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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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82화

데이비 렌지는 시가를 재떨이에 걸쳐 두고 카드를 뽑았다."정 회장님의 죽음을 예상했던 거예요?""아니요, 그건 예상 밖의 일이었어요."한태군은 느긋하게 말했다."그나저나 누군가는 저희를 흥미진진하게 지켜보고 있겠네요. 저희 사이의 충돌을 기대하면서요."데이비 렌지는 멈칫하며 머리를 들었다. 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반대로 한태군은 덤덤하게 그를 바라보며 이어서 말했다."정 회장님을 죽인 사람은 도화선에 불을 붙이려 하고 있어요. 하지만 데이비 씨는 레이린을 건드린 적 없으니, 매체의 관심은 오래가지 못할 거예요."데이비 렌지는 레이린을 건드린 적 없다. 그러므로 정 회장과 충돌이 생긴 적 없고, 살인 동기도 존재하지 않는다.어떤 사람은 레이린에게 거절당한 데이비 렌지가 화를 참지 못하고 정 회장에게 복수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레이린과 데이비 렌지 사이에 아무런 관계도 없다면 이런 소문 또한 곧 사라지고 말 것이다. 이번은 한태군이 우연히 데이비 렌지를 구한 셈이었다.데이비 렌지는 한태군의 말을 곰곰이 곱씹더니 소리 내어 웃으며 말했다."한태군 씨한테 이번 일을 해결할 만한 능력이 있는 것 같으니, 일단은 믿고 있을게요."데이비 렌지는 카드를 내려놓고 몸을 일으켰다."리사도 저한테 꽤 도움이 될 것 같아요. 덕분에 좋은 장기 말 하나 얻었네요."데이비 렌지는 사람들을 데리고 멀어져갔다.전유준은 한태군의 곁으로 다가가서 작은 목소리로 무언가 말했다. 한태군은 눈살을 찌푸릴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두 사람이 함께 차 안으로 돌아간 후, 한태군은 넥타이를 풀며 물었다."레이린은 누가 데려갔어요?""정 회장님의 장례식에 진찬 씨가 온 다음 레이린 씨가 사라졌어요. 제가 보기에는 진찬 씨가 데려간 것 같아요."한태군의 눈빛은 싸늘하게 식어갔다."정 회장님의 죽음도 진찬 씨와 연관 있는 것 같네요.""진찬 씨는 정 회장님한테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회장님이 없었더라면 지금의 위치에 오르지도 못했을 사람이 왜 회장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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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83화

레이린의 옷은 전부 명품 한정판 오트 쿠튀르였다. 예전에는 남이 살짝 건드리는 것도 참지 않았고, 시상식 같은 곳에서 누가 실수로 밟기라도 한다면 대놓고 망신을 주기도 했다.하지만 지금은 옷이 찢어졌는데도 개의치 않는 것은 물론이고, 오히려 본인이 가장 신이 나서 찢어대고는 했다.진찬은 몸을 일으키며 메이드를 불렀다."레이린을 데려가서 샤워시켜요."메이드가 곧바로 다가가서 일으키려고 하자, 레이린은 미친 듯이 몸부림치기 시작했다."이거 놔! 꺼져!"메이드는 도무지 레이린을 붙잡지 못하고 진찬을 바라봤다. 그러자 진찬은 그녀의 머리채를 잡고 수영장으로 끌고 가더니 물속으로 밀어 넣어버렸다. 레이린이 몸을 버둥거리며 반항하기는 했지만, 감히 도와주려는 사람은 없었다.얼마 후 레이린이 드디어 잠잠해지자, 진찬은 그녀를 확 건져 올렸다. 레이린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끊임없이 기침했다.진찬은 레이린의 젖은 머리카락을 뒤로 넘겨주더니 턱을 꽉 잡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미친 척 연기하고 싶다면 끝까지 잘해. 괜히 들키지 말고."레이린은 어깨를 흠칫 떨었다. 어두운 눈빛에는 아무런 빛도 없었다."그래도 너는 죽이지 않을 테니까 걱정하지 마. 나를 지금의 위치로 올려준 은혜를 잊어서는 안 되지."진찬은 미소를 지으며 화상 자국으로 뒤덮인 레이린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역겹지도 싫어하지도 않는 모습이었다.레이린이 무의식적으로 피하려고 하자 진찬은 손에 힘을 주며 계속해서 말했다."집안 망하고, 얼굴 망가진 여자를 끝까지 책임지는 약혼자라니... 엄청 아름다운 이야기 같지 않아?"아름다운 이야기는 포장일 뿐이고 현실에는 잔혹한 감금밖에 없었다. 하지만 진찬의 '성의'를 봐서라도 그가 정씨 가문의 재산을 독차지하는 것을 부당하게 여길 사람은 없을 것이다.레이린은 진찬을 노려보며 말했다."네 거짓말도 조만간 까발려질 거야!"진찬은 덤덤하게 눈웃음을 지었다."네가 나서 봤자 쓸모없다는 것만 알고 있어. 하기야 누가 미친 여자의 말을 믿겠어?"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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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84화

기숙사.강유이는 침대에 엎드려 한태군에게 문자를 보냈다. 한참 지났는데도 대답이 없는 것을 보고서는 몸을 돌려 천장을 바라봤다. 잠깐 헤어져 있었다고 벌써 보고 싶어지기 시작했다.두 손 가득 포장 음식을 들고 기숙사로 돌아간 진예은은 강유이의 방문이 열려 있는 것을 보고 앞으로 걸어가며 말했다."너 기숙사에 있었어?"강유이가 몸을 일으키는 것을 보고서는 또 포장 음식을 들어 보이며 물었다."밤 케이크 샀는데 같이 먹을래?"두 사람은 함께 소파로 가서 밤 케이크를 먹기 시작했다. 그러다 강유이가 무언가 생각난 듯 돌연 머리를 들며 물었다."태군이 요즘 많이 바빠?""직접 물어보면 될 걸 왜 나한테 물어?""문자에 답장이 없길래..."진예은은 케이크를 한 입 떼어먹으며 말했다."에잇, 망할 커플 같으니라고. 너 오후 공강이지 않아? 그렇게 궁금하면 회사로 가봐. 언제까지 태군 오빠가 먼저 찾아오기만을 기다릴래?""그래도 될까...?"강유이의 조심스러운 모습에 진예은은 피식 웃었다."사모님이 남편을 만나겠다는 게 누가 감히 말리겠어?"강유이는 입을 삐죽이며 투덜거렸다."아직 그 정도 아니거든...""그래도 곧 이뤄질 일인 건 맞잖아. 오빠가 너를 놓칠 일은 절대 없다고 본다."강유이가 다른 사람과 결혼하는 지경까지 이른다고 해도 한태군은 식장까지 쫓아갈 사람이라고 진예은은 생각했다.강유이는 발그레한 얼굴로 머리를 숙였다.같은 날 오후, 강유이는 진짜 한태군을 만나러 회사로 갔다. 그녀는 대문 밖에서 한참이나 서성거리고 나서야 로비에 들어섰다.안내 데스크로 걸어가자, 직원이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안녕하세요. 무엇을 도와드릴까요?""저... 한태군을 만나러 왔어요.""네? 도련님을요?"직원이 깜짝 놀란 표정으로 묻는 것을 보고 강유이는 쑥스러운 듯 머뭇거렸다. 하지만 '여자친구'라는 말은 결국 뱉지 못했다."저는 태군이 친구인데 잠깐 볼 일이 있어서 찾아왔어요."직원은 어딘가에 전화를 걸어 잠깐 얘기하더니 다시 강유이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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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85화

비서는 얼굴을 긁적이며 대답했다."그건 말씀 안 하셔서 모르겠지만 기다리신 지 한참 됐어요."한태군은 벌떡 일어나 성큼성큼 사무실 밖으로 나갔다. 비서와 전유준도 빠르게 뒤따라갔다.로비에서 기다리고 있던 강유이는 노곤노곤 잠이 오기 시작했다. 그래서 계속 기다리기를 포기하고 밖으로 나가 택시를 잡았다.이때 누군가가 갑자기 다가와 강유이를 끌어당겼다. 강유이는 아무런 영문도 모른 채 누군가의 품에 안기고 말았다.강유이는 넋이 나간 얼굴로 머리를 들었다. 한태군은 급하게 달려왔는지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왜 전화 안 했어?""문자에 답장이 없길래... 그리고 너 회의하고 있었다며?"강유이는 머리를 숙이며 이어서 말했다."바쁜데 귀찮게 하고 싶..."강유이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한태군이 그녀를 꽉 끌어안았다. 손등에 힘줄이 튀어나올 정도로 말이다.강유이는 한태군을 살짝 밀어내며 말했다."숨 막혀."한태군은 그제야 힘을 풀었다. 하지만 강유이를 안고 있는 손은 풀지 않았다."바보야, 문자에 답이 없으면 전화해야지. 나한테 직접 물어보지 않고 바쁜지 안 바쁜지 어떻게 알아?""회의 때문에 답장 못 하겠거니 했지. 회의가 그렇게 많은데 안 바쁠 리가 없잖아.""바쁘긴 하지."한태군은 강유이의 볼을 쓰다듬으며 계속해서 말했다."하지만 네 전화가 언제나 일 순위야."강유이는 얼굴을 붉혔다. 그리고 슬슬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지는 것 같아 쑥스러운 듯 그의 품에서 벗어났다."나 이만 돌아갈래."한태군은 강유이의 손목을 잡았다."여기까지 온 김에 그냥 내가 퇴근할 때까지 같이 있자."강유이는 일부러 다른 곳을 바라보며 입을 삐죽 내밀었다."싫어, 심심하단 말이야.""안겨서 갈래? 걸어서 갈래?"한태군은 미소를 지으면서 강유이의 허리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강유이가 가볍게 피하자 다른 손으로 그녀를 자신의 품으로 끌어당겼다."도망은 어림도 없지."강유이는 설사 누가 자신들을 볼까 봐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따라갈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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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86화

"그래?"한태군이 머리를 숙여 사과처럼 빨개진 강유이의 귀를 바라봤다."강한 부정은 오히려 긍정 같은데?"강유이는 몸을 올려 한태군의 가슴을 밀어냈다. 시선은 어디에 둘지 몰라 방황하고 있었다."너 바쁘다며..."한태군은 강유이와 이마를 맞댔다. 그의 따듯한 숨결이 그녀의 얼굴을 맴돌며 간지럽혔다.강유이의 눈초리는 파르르 떨렸다. 심장은 주체하지 못하고 미친 듯이 뛰기 시작한 지 오래였다. 그녀는 작은 목소리로 재촉했다."얼른 일하러 가."한태군은 여전히 강유이를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반응은 아주 순수했다. 그러기에 더욱 놀리고 싶었고 덩달아 설레기도 했다."유이야..."한태군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강유이를 불렀다. 강유이는 짧게 대답하며 머리를 들었다. 하지만 돌아온 건 그의 말이 아닌 따듯한 입술이었다.강유이는 호흡하는 법도 잊은 채 주먹을 꽉 쥐었다. 이렇게 또다시 한태군에게 주동권을 뺏기고 말았다.한태군의 키스는 횟수를 거듭할수록 점점 더 사람을 취하게 했다. 이는 알코올의 작용하에 취하는 것과 완전히 달랐다. 그에게는 사람을 영원히 깨어나고 싶지 않게 만드는 재주가 있었으니 말이다.한태군은 강유이가 곧 질식할 때가 되어서야 서서히 풀어줬다. 그리고 여운에 잠긴 듯 그녀의 입술을 매만졌다."바보야, 숨은 쉬어야지."강유이는 한태군의 품에 기대며 작은 목소리로 투덜거렸다."나 좀 그만 괴롭혀.""하하, 이것도 괴롭히는 거면 앞으로 어떡하려고 그래?"강유이는 순진한 표정으로 머리를 들며 물었다."앞으로 뭐?""궁금해?"한태군은 강유이를 향해 한 발짝 가까이 다가가더니, 그녀의 귓가에 대고 작은 목소리로 무언가 말했다.강유이의 얼굴은 순식간에 달아올랐다. 그녀는 황급히 한태군의 입을 막으며 말했다."그만 말해!"한태군은 미소를 지었다. 당장이라도 겁먹고 도망갈 강유이의 모습에 그는 순순히 뒤로 물러났다."난 일하러 갈게."한태군은 책상 앞으로 가서 앉았다. 그리고 금세 일에 집중하기 시작했다.강유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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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87화

한태군은 애정 가득한 눈빛으로 말했다."그래."한태군은 전유준에게 입장권을 사도록 지시하고 강유이를 데리고 관람차 위로 올라탔다.거리를 밝히는 가로등은 관람차가 상승함과 동시에 점점 더 많이 보였다. 강유이는 창가에 기댄 채 반짝이는 눈으로 야경을 바라봤다. 반면 한태군의 시선은 시종일관 강유이에게 집중 되어있었다. 이토록 아름다운 순간을 단 1초라도 놓치지 않을 기세로 말이다."관람차를 같이 탄 커플은 무조건 헤어지게 되어 있는데, 오직 꼭짓점에서 키스해야만 영원히 함께 할 수 있다는 얘기 들어본 적 있어?"강유이는 머리를 돌리며 말했다. 그렇게 두 사람의 시선은 드디어 한데 마주쳤다.한태군은 관람차의 전설을 믿지 않았다. 꼭짓점에서 키스를 하든 안 하든 강유이와 영원히 함께 할 자신이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기대로 가득한 강유이의 순진한 얼굴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한태군은 손을 뻗어 강유이를 자신의 품으로 끌어당겼다."이렇게?"관람차가 어느샌가 꼭짓점에 도착하고 한태군은 머리를 숙여 강유이와 입술을 겹쳤다. 전보다 훨씬 격렬한 키스에 그녀는 힘이 풀린 채로 가만히 안겨만 있었다. 심장은 마치 감전이라도 된 것처럼 저릿저릿했다.잠깐 시간이 멈춘 듯한 순간이 지나가고 두 사람은 관람차에서 내렸다. 관람차의 화려한 불빛을 등진 덕분에 다행히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을 가릴 수 있었다.강유이는 발을 헛디디고 휘청거렸다. 그러자 한태군이 손을 뻗어 그녀를 부축하며 미소를 지었다."다리에 힘 풀렸어?""아니거든!"'남들이 듣고 오해하면 어떡하려고...!'전유준은 차 옆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두 사람이 돌아온 것을 보고 대신 문을 열어줬다. 강유이가 먼저 올라타고 한태군은 신턴 빌라로 가자고 말하고는 뒤따라 올라탔다.차는 신턴 빌라를 향해 이동하기 시작했다. 가로등 불빛이 차 안을 간간히 밝혔다.강유이는 살짝 머리를 돌려 한태군을 바라봤다. 한태군은 한 손으로 이마를 짚고 창문에 기대어 있었다. 살짝 풀어헤친 셔츠 덕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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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88화

"진찬이 유이를 노리고 있다고?"반재신의 질문에 한태군은 머리를 끄덕이며 말했다."아무래도 정씨 집안 대신 다른 집안을 이용할 생각인 것 같아. 여준우는 쉽게 속을 사람이 아니니 유이를 속여 반씨 집안의 도움을 받을 작정이겠지."여준우는 진찬의 수단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진찬도 감히 그를 건드리지는 못했다. 하지만 외국에 있는 반지훈이라면 설득할 자신이 있었을 것이다.진찬의 입장에서 황실의 사생아라는 꼬리표를 떼어내고 진정한 귀족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진예은을 이용해 강유이를 꽉 잡고 있어야 했다.반재신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멍청한 데다가 주제도 모르네."반씨 집안에는 강유이만 있는 것이 아니라 반재신도 있고, 반재언도 있고, 반지훈도 있었다. 그의 옅은 수로는 그들 모두를 속일 수 있을 리 절대 없었다.한태군도 따라 웃으며 말했다."그래도 너무 얕보지는 마. 겉으로 보기에는 멍청해 보여도 사람 뒤통수치는 실력이 장난 아니야. 너희 형제와 지훈 아저씨는 쉬운 상대가 아니지만 유이는 다르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기도 해. 아마 갖은 수를 써가며 유이한테 다가가려고 할 거야."반재신은 눈살을 찌푸렸다."설마 아안 헤리스 때문에 위기감이 생긴 건 아니지? 그러면 너한테 실망할 것 같은데.""나의 위기감은 너의 태도에 달렸어. 만약 네가 우리 사이를 반대한다는 걸 아안 헤리스가 알면 아마 더 대놓고 들이댈걸?"한태군의 궤변에 반재신은 피식 웃었다."말은 참 잘해.""부디 정확한 선택을 하길 바랄게."한태군은 반재신의 어깨를 툭툭 치고는 다시 차 안으로 들어갔다.한태군의 차가 멀어진 후에도 반재신은 미간을 찌푸린 채로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다 화단 뒤에서 인기척을 듣고 몸을 돌리며 심호흡했다."강유이, 나와."반재신에게 제대로 들킨 강유이는 몸을 흠칫 떨었다. 그러고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화단 밖으로 나갔다."언제부터 들었어?""그게... 한 몇 분 전부터?"강유이는 자신의 발끝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러다 반재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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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89화

강유이는 머리를 끄덕이며 말했다."알겠어.""이만 들어가."강유이는 별장 안으로 들어가다가 말고 머리를 돌려 반재신을 바라봤다. 반재신은 머리를 숙인 채 주먹을 꽉 쥐고 있었다.이튿날.강유이는 관객석에 앉아 늦게 온 학생들의 패션쇼 리허설을 바라보고 있었다.이때 아안이 음료수를 사 들고 쇼장에 들어섰다. 언제나 밝고 신사적인 모습 덕분에 그는 학생들에게 인기가 아주 많았다.아안은 음료수 한 병을 들고 강유이를 향해 걸어갔다. 그리고 그녀의 곁으로 가서 앉으며 음료수를 건넸다."마셔, 방금 산 거야.""땡큐."강유이는 음료수를 받아 들었다. 하지만 마시지는 않고 리허설을 물끄러미 바라볼 뿐이었다."넌 항상 일찍 오네?""일찍 와야 일찍 쉬니까."강유이는 아안을 향해 머리를 돌리며 이어서 말했다."파트너는 찾았어?""아직.""내가 소개해 줄까? 우리 과에 예쁜 애들이 엄청 많거든. 현직 모델 못지않을 거야."아안의 표정은 잠깐 굳었다. 하지만 눈 깜짝할 사이에 자연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남한테 부탁하는 거 좀 그렇지 않아?""괜찮아, 다들 시간 많아. 너만 허락하면 돼.""만약..."아안은 강유이를 바라보며 머뭇머뭇 말했다."내가... 딱 너랑 하고 싶다면...?"강유이는 머리를 숙이더니 안타깝다는 듯이 말했다."미안한데 나는 안 돼. 남자친구가 안 된다고 했거든.""네 남자친구 학교에 없잖아.""그렇다고 거짓말을 하게? 나는 절대 못 해, 괜한 오해를 받고 싶지도 않고.""너 오늘... 좀 달라졌다?"오늘따라 단호한 강유이의 태도에 아안은 미간을 찌푸렸다. 예전의 그녀는 종래로 딱 잘라 말한 적 없었다."그래? 하하, 하룻밤 새에 좀 달라지긴 했나? 아무튼 나는 남자친구의 믿음을 저버리고 싶지 않아."강유이는 가방을 들고 몸을 일으켰다.이때 아안의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발신자는 진찬이었다.아안은 머리를 돌려 강유이가 멀어진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전화를 받았다."진찬 씨, 실망하게 해 드려 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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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90화

빨간 머리 여자는 안색이 확 변하며 물었다."저를 데이비 렌지 그 악마한테 보내려는 거예요?""그러게 누가 레이린이랑 그렇게 비슷하게 생기래? 데이비 렌지가 너 같은 여자한테 아주 환장하거든."여자는 털썩 주저앉았다. 진찬은 무표정한 얼굴로 그녀를 지나치며 말했다."며칠 후 성형 수술을 예약했으니까 수술 잘 받아. 최대한 레이린이랑 똑같이 만들어져야지. 얼굴을 회복하고 나면 데이비 렌지도 너한테 관심을 보일 거야."진찬은 교외의 별장으로 돌아갔다. 거실에 들어서자, 식탁 앞에서 아침 식사를 깨작대고 있는 레이린이 보였다.메이드는 곧바로 진찬 곁으로 가서 보고 했다."레이린 씨 오늘 아침에는 조용히 식사하러 내려왔어요.""알겠어요. 일단 물러나요."메이드가 떠난 다음 진찬은 레이린의 곁으로 다가가서는 그녀를 내려다봤다."드디어 얌전히 지내기로 한 거야?"레이린은 죽을 휘적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진찬은 태양과 같이 밝은 그녀의 금발을 쓰다듬으며 말했다."우리 결혼식을 올릴까?"레이린은 동작을 멈췄다. 진찬의 말은 메아리처럼 귓가를 맴돌았다."너 결혼식 올리고 싶어 했잖아. 정씨 가문이 망했다고 해도 우리의 혼약은 변치 않아."레이린은 숟가락을 들고 있는 손을 덜덜 떨었다. 정씨 가문이 망하기 전 진찬은 얼마나 다정하고 신사다운 사람이었는지 모른다. 그의 성격이 마음에 든 나머지 출신은 전혀 개의치 않을 정도였다. 사랑의 감정이 보이지 않기는 했지만 상관없었다. 그녀가 원하는 것이 애초에 사랑도 아니었고 말이다.진찬은 정씨 가문이 망하고 나서야 송곳니를 드러냈다. 그리고 레이린도 그제야 알아차렸다. 자신이 얼마나 무서운 사람을 곁에 두었는지를 말이다. 이는 신이 그녀에게 내린 벌인 것 같기도 했다.진찬은 의자에 앉더니 온기 없이 싸늘한 레이린의 손을 잡았다."이 세상에 너처럼 미친 여자와 결혼하려는 사람은 나밖에 없어. 알지?"레이린은 진찬의 손을 꽉 잡으며 실핏줄이 터진 빨간 눈으로 말했다."찬아, 우리 집 전 재산을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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