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쌍둥이가 CEO 아빠 유괴하기?의 모든 챕터: 챕터 1581 - 챕터 1590

2771 챕터

제1581화

한태군은 리사를 보며 아무 말 하지 않았다. 그의 얼굴에는 아무런 표정도 없었다. 한태군이 믿을지 믿지 않을지 리사도 확신할 수 없었다.그러나 리사는 잠시 뒤 마주칠까 봐 두려워 핑계를 댔다.“더 얘기하지 않을게요. 전 먼저 가볼게요. 무슨 일 있으면 저한테 연락해요.”리사는 부랴부랴 떠났다.한태군은 고개를 숙이고 손에 쥐고 있던 연락처를 보더니 안색이 어두워졌다.다른 한편, 강유이 일행은 한태군을 찾아 헤매다가 이내 그가 사람들 틈 사이에서 천천히 걸어오는 걸 보았다.“태군 오빠, 왜 막 돌아다니는 거야.”강유이는 숨을 몰아쉬면서 다가갔다.“오빠를 잃어버리면 우리가 오빠 작은아버지에게 뭐라고 얘기해?”강해신은 코웃음 쳤다.“나이가 얼만데 잃어버릴까 봐 두려워하는 거야?”조민과 민서율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한태군의 시선이 강유이에게로 향했다. 아무리 봐도 강유이는 조금 전 그 여자아이가 말한 것처럼 다른 사람을 위협할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다.사실 그는 믿지 않았다. 그저 뇌리에 기억의 파편이 스쳐 지나갔고, 그것이 그녀와 말한 것과 조금 흡사했을 뿐이다.보아하니 확실히 수상쩍었다.한태군은 한참 뒤에야 미소 지었다.“미안, 내가 걱정시켰네.”강유이는 들고 있던 커피를 건넸다.“오빠 주려고 산 거야.”한태군은 멈칫하더니 강유이가 건네준 커피를 받으며 덤덤히 웃었다.“너 나 싫어하는 거 아니었어?”강유이는 당황하더니 이내 고개를 홱 돌리며 당당하게 말했다.“싫긴 한데 우리랑 같이 와서 우리 때문에 억울한 일 생기면 우리가 돌아가서 욕먹잖아.”강유이는 솔직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에 대한 미움을 감추지 않았지만 악의는 전혀 없었다.진짜 싫어한다면 강유이처럼 굴지 않았을 것이다.들고 있던 커피는 따뜻했다. 마치 지금 한태군의 마음속처럼 말이다.조민과 민서율은 먼저 돌아갔고 세 사람은 그제야 차를 타고 반씨 저택으로 향했다.가는 길에 강해신과 한태군은 서로를 무시했고 그 탓에 분위기가 좋지 않아 중간에 앉아있던 강유이만
더 보기

제1582화

설령 강유이가 평생 남이 떠받드는 공주로 산다고 해도 그들은 기꺼이 떠받들 것이다.감히 강유이를 괴롭히는 사람이 있다면 아주 혼쭐 내줄 생각이었다.강해신과 강시언은 평생 강유이의 뒷배가 되어줄 생각이었다.한태군은 눈동자를 굴렸다.“그러면 유이가 어떤 삶을 살고 싶어 하는지 물은 적은 있어?”강해신은 코웃음 쳤다.“네가 신경 쓸 일 아니야.”강유이는 줄곧 침묵을 유지했다. 듣지 않고 있던 게 아니라 한 마디, 한 마디 빼놓지 않고 듣고 있었다.강유이는 오빠들이 자기를 지켜주고 싶어 하고, 그녀가 영원히 세상일에 어둡기를 바란다는 걸 알고 있었다.하지만 강유이는 평생 그들에게 의지할 생각은 없었다.엄마가 말했다시피 사람은 크면 독립할 줄 알아야 하고, 그 어떤 사람도, 그 어떤 일도 스스로 판단할 줄 알아야 한다.강유이의 성적은 강해신이나 강시언만큼 좋은 건 아니었고, 심지어 자신의 장점이 무엇인지조차 말할 수 없었다.강유이는 단지 어렸을 때 연기를 하면서 칭찬받고, 사람들에게 떠받들어져서 자기가 아주 잘난 줄로 알고 있었다.하지만 사실 누군가는 여전히 그녀를 싫어하고, 그녀를 따돌리려 하고, 심지어 그녀를 속이고 배신하기도 했다.강유이는 어릴 때 구천광과 연기를 하면서 광고를 몇 개 따내며 수많은 팬을 보유하게 되었고 팬들은 그녀가 자라기를 기다렸다.하지만 강유이 본인은 자신이 뭘 원하는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고민해 본 적이 없다.오빠들이 빅토리아를 목표로 할 때도 강유이는 여전히 미래가 막막했다.차는 반씨 저택 정원에 멈춰 섰고 강유이는 차에서 내린 뒤 아무 말 없이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강유이의 이상한 모습을 눈치챈 한태군은 위층으로 올라가는 강유이를 바라보기만 할 뿐 끝내 아무 얘기 하지 않았다.다음 날이 되자 강유이는 모든 수업과 숙제를 책상 위에 펼쳐 놓았다.“시언 오빠, 해신 오빠, 나 공부하고 싶어.”강시언과 강해신은 시선을 주고받았다. 강유이의 행동에 겁을 먹은 것이다.“유이야, 너 왜 그래?”강유이
더 보기

제1583화

강성연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저 네 아이가 잘 지내는 모습을 보다니, 정말 드문 일이네요.”반지훈은 강성연의 어깨를 끌어안았다.“목표가 일치해서 그래.”모두 강유이의 성적을 올리기 위해서였다.강성연은 고개를 돌려 반지훈을 바라보며 눈썹을 치켜올렸다.“봤어요? 저게 우리 딸이 가져야 할 모습이에요. 계속 감싸기만 하면 앞으로 다른 사람들이 우리 유이를 어떻게 생각하겠어요? 아무것도 할 줄 모르고, 돈 많고 바보 같은 반씨 집안 공주님이라고 생각하면 어떡해요?”딸이 그렇게 될 바에야 차라리 낳지 않는 것이 나았다.부자 셋이 강유이를 바보처럼 착한 사람으로 만들었다.반지훈은 조용히 웃었다.“내가 잘못했어. 앞으로 우리 딸은 너한테 맡길게. 그래도 돼?”강성연은 턱을 괴었다.“예체능 쪽도 배우게 해야겠어요.”반지훈은 걱정스러운 듯했다.“유이가 다 소화할 수 있겠어?”강성연은 그를 힐긋댔다.“두 아들 다 소화했는데 유이가 못할 게 뭐가 있어요?”반지훈은 웃음을 터뜨리며 뒤에서 그녀를 끌어안았다.“그래, 그래. 네 말대로 하자.”더하면 강성연이 화를 낼 것 같았다.강유이는 오전에 공부했고 점심에는 쉬었으며 오후부터 다른 수업을 받았다. 강유이는 매일을 아주 알차게 보냈다.동시에 강유이의 학습 속도가 향상되었다. 그리고 속도가 제고 된 이유는 한태군이 가르쳐준 방법 덕분이었다. 아주 간단명료하고 복잡하지 않았기 때문이다.강해신은 달갑지 않은 듯했다.“왜 쟤가 알려준 방법을 쓰면 그렇게 손쉽게 하는 거야?”강유이는 입을 비죽였다.“간단하게 가르쳐줘서 그렇지. 오빠랑 시언 오빠가 가르쳐준 건 너무 복잡해. 이해 못 하겠어.”예를 들면 같은 문제라도 여러 가지 풀이 방법이 있는데 강시언과 강해신이 가르친 건 아주 복잡했고 오직 한태군만이 가장 간단한 방법으로 신속히 답을 도출했다.강해신은 고개를 홱 돌리고 한태군을 무시했다.강시언은 풀이 방법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한태군의 풀이 방법은 간단하고 쉽게 이해할 수
더 보기

제1584화

강해신이 입을 열려는데 강시언이 먼저 선수를 쳤다.“유이 남게 해. 요 며칠 태군이가 유이 많이 도와줬잖아.”“그러든지.”강해신이 먼저 나갔다.그들이 떠난 뒤 강유이는 침대 옆 의자에 앉았다. 테이블 위 빈 컵을 본 강유이는 물을 한 잔 떠주려고 자리에서 일어나다가 우연히 그의 휴대폰 아래 쪽지 하나가 있는 걸 발견했다.강유이는 궁금증 때문에 쪽지를 열어 봤고 아주 익숙한 번호를 보았다.단번에 누구인지 알아맞힐 수 있을 정도로 익숙한 번호였다.한태군은 저녁이 되어서야 눈을 떴다. 손등을 이마에 가져다 대보니 몸이 훨씬 나아진 것 같았다.고개를 돌려 보니 옆에서 의자 등받이에 기댄 채로 자는 강유이가 보였다.한태군은 당황했다. 그는 강유이가 보였을 때 그것이 꿈이라고 생각했다.한태군은 일어나 앉더니 이불을 젖히고 침대 끄트머리에 앉아 곯아떨어진 강유이에게 시선을 두었다. 강유이의 입가에 침이 고여 있는 걸 본 그는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강유이는 깜짝 놀라 깨어나면서 자기도 모르게 입가를 닦았다. 한태군과 시선을 마주한 강유이는 다급히 몸을 일으켰다.“어... 일어났어?”한태군은 고개를 끄덕였다.“응.”“그러면 열 내렸겠네.”“응.”강유이는 한숨 돌렸다.“그러면 됐어. 별일 없으면 난 나가볼게.”한태군은 강유이가 문 앞까지 걸어가는 걸 보고 있다가 갑자기 그녀를 불렀다.“강유이.”강유이는 그를 돌아봤다.“왜?”한태군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고맙다고.”강유이는 멋쩍게 그의 시선을 피했다.“별거 아닌데 뭘. 요즘 공부하면서 나 많이 도와줬잖아. 그러니 인사 안 해도 돼.”강유이는 방에서 나갔다.한태군은 휴대폰을 들려다가 휴대폰 아래 두었던 쪽지를 누군가 건드린 흔적이 있다는 걸 발견했다.-룸살롱.리사는 작업실에 앉아 이따금 휴대폰을 꺼내 확인해 봤다. 며칠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한태훈은 그녀에게 연락하지 않았다.그녀는 일부러 한태군에게 자신의 이름을 알리지 않았다. 혹시나 한태군이
더 보기

제1585화

리사는 안색이 살짝 창백해졌고 다리 위에 올려놓았던 손으로 주먹을 쥐었다.한태군은 기억을 잃지 않았는가?그런데 왜 갑자기 그녀를 조사한 걸까?한태군은 그녀의 말을 믿어야 하지 않는가!“태군 오빠, 제가 퇴학당한 건 맞지만 전 진짜...”“억울하다고 말하고 싶은 거야?”한태군은 단번에 그녀를 꿰뚫어 봤다.“내가 예전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건 맞지만 멍청하지는 않아.”리사는 얼어붙어서 꼼짝하지 못했다.“사실 네가 그날 한 말을 하마터면 믿을 뻔했어. 그런데 넌 내게 그 얘기를 하지 말았어야 해. 강유이와 강유이의 오빠가 어떤지 말이야.”한태군은 사실 그날 그녀의 말을 믿었다. 하지만 다 믿은 건 아니었다.리사는 자신이 강유이의 친구라면서 그에게 강유이와 그의 오빠가 그녀를 싫어한다고 했다. 이렇게 모순적이면서 그가 믿어주기를 간절히 바라는 걸 보면 수상쩍었다.그래서 한태군은 전유준에게 리사의 번호와 정보, 학원 자료를 찾아보라고 했고 그녀가 퇴학당한 걸 알게 되었다.그리고 퇴학당하게 된 일은 강유이와 관련이 있었다.그는 반씨 저택에 오래 있지 않았지만 최근 그들과 지내면서 강유이와 강유이의 오빠들이 아무 이유 없이 리사가 퇴학당하게 만들지는 않았을 거라고 생각했다.아마 리사가 먼저 무슨 짓을 저질렀을지도 몰랐다.리사는 어깨를 움찔 떨었다. 그녀는 자신의 부주의와 실수가 그 점을 상기시킨 것일 줄은 몰랐다.거짓말인 게 들통날까 봐 두려운 탓이었다.“태군 오빠, 정말 미안해요. 저... 제가 퇴학당한 일을 숨긴 건 맞아요. 하지만 다른 건 정말이에요.”“한 번의 거짓말은 수많은 거짓말로 채워져야 한다는 걸 모르는 거야?”한태군은 냉담한 눈빛으로 말했다.“넌 내가 기억을 잃은 사실을 강유이가 알려줬다고 했지. 하지만 넌 강유이와 관련된 일 때문에 퇴학당했으니 강유이와 계속 연락할 리가 없잖아.”“그런 거짓말까지 했으면서 내가 널 믿길 바란 거야? 우습지 않아?”리사는 가시방석에 앉은 것처럼 안색이 핏기 하나 없이 창백했다.한태
더 보기

제1586화

재벌 간의 정략결혼은 흔히 있는 일이었고 보통은 집안 실력이 비슷해야 했다. 하지만 강유이와 한태군은 죽마고우는 아니더라도 그와 거의 비슷했다.도우미들이 의논하는 걸 강유이와 한태군은 듣지 못했다. 강유이는 손으로 펜을 놀리고 있었는데 겉으로는 한태군의 문제 풀이를 듣는 것 같았지만 사실은 정신이 딴 데 팔렸었다.한태군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보았다. 강유이가 건성으로 듣고 있는 것 같자 한태군은 갑자기 펜으로 강유이의 머리를 톡 쳤다.“집중 좀 해.”강유이는 정수리를 만지작거렸다.“뭐 하는 거야?”“제대로 안 하면 강의 안 해줄 거야.”한태군이 위협하는 어조로 말했다.강유이는 입을 비죽이며 머리를 긁적였다.“나 뭐 하나 물어봐도 돼?”사실 강유이는 일이 있을 때 참을 수 있는 성격이 아니었다. 특히 뭔가를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집중할 수가 없었다.한태군은 그녀의 질문을 짐작했다.“그래.”“그게...”강유이는 미간을 구겼다.“왜 오빠한테 리사 번호가 있는 거야?”한태군은 그 질문을 예상하였기에 나른하게 이마를 짚었다.“아, 그거 물으려고? 나 오늘 리사 찾아갔어.”강유이는 아무 말 하지 않았다.리사와 한태군은 한때 같은 반 친구였기에 아는 건 정상이었지만 한태군은 기억을 잃었다.그런데 리사는 기억해도 강유이는 기억하지 못한단 말인가?한태군이 떠보듯 물었다.“리사가 그러던데. 너랑 친구라고.”강유이는 당황하더니 이내 시선을 내려뜨리고 침묵을 택했다.그녀와 리사는 과거 친구였다.하지만 그것은 강유이 혼자만의 착각이었다.리사는 어쩌면 단 한 순간도 강유이를 친구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걸지도 몰랐다. 심지어 그녀를 웃음거리 삼았을 것이다. 반대로 강유이는 리사에게 한없이 다정했다.강유이가 방법을 잘못 선택했다.강유이는 친구 사이라면 좋은 건 나눠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강유이 홀로 끊임없이 내어주다 보니 리사는 많은 걸 얻었고 그녀의 허영심도 따라서 커졌다.강유이는 입을 달싹였다.“리사가 그렇게 얘기했어
더 보기

제1587화

백이령은 갑자기 웃더니 담배를 한 모금 빨아들이고 천천히 내뱉었다.“너 정도 나이에 이 정도 야망을 품은 여자아이는 거의 본 적이 없어.”백이령은 담배를 잔 안에 버렸고 ‘치직’ 소리와 함께 담뱃불이 꺼졌다.“자신 있다면 널 믿을게. 실패한다면 아주 비참한 꼴이 될 거야. 알겠어?”리사는 입술을 씹었다. 이왕 한다면 절대 실패할 수 없었다.“걱정하지 마세요.”백이령은 일어나서 사람을 데리고 떠났다.복도에서 백이령의 뒤를 따르던 사람이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말했다.“백 사장님, 저 여자아이 말을 믿으세요? 저 아이가 제멋대로 하게 놔두는 겁니까?”그는 백이령이 왜 리염의 여동생을 도와주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겨우 10대 소녀인데 리사는 권력 있는 사람에게 붙을 줄 알았다.정말 무서운 사람이었다.백이령은 코웃음 쳤다.“네가 뭘 알겠어? 저 여자아이는 앞으로 크게 될 인간이야. 내가 쟤를 도와주는 건 내게 빚을 지게 만드는 거야.”“하지만 저런 사람이 장차 사장님을 배신할까 두렵지 않으십니까?”백이령은 무표정한 얼굴이었다.“사람은 나쁜 일을 하게 되면 당당할 수 없어. 길들여서 내 사람으로 만들 거나, 길들일 수 없다면 쥐도 새도 모르게 없애버리면 그만이지. 그 정도는 나도 할 수 있어.”이틀 뒤 한태군은 한재욱이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전화를 받았다. 반지훈과 강성연도 아이들을 데리고 부랴부랴 병문안을 갔다.한재욱은 수술받은 뒤 아직 깨어나지 못한 상태였다. 의사는 상태가 심각한 건 아니라고 했다. 다리뼈가 부러졌을 뿐 다른 치명적인 곳은 다치지 않았다고 했다.한태군은 간병인 의자에 앉아 줄곧 침묵을 지켰고 반지훈과 강성연은 복도에서 의사와 얘기를 나눴다.강유이는 병실 안으로 들어선 뒤 한태군의 옆에 섰고 참지 못하고 그를 위로했다.“걱정하지 마. 작은아버지 분명 깨어나실 거야.”한태군은 고개를 끄덕였다.혼수상태인 한재욱을 바라보며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알 수 없었다.한태군은 그곳에 남아 간호했고 다른 이들은 먼저
더 보기

제1588화

한태군은 대답하지 않았다.병실 문이 열렸다.“아빠...”꽃다발을 안은 리사는 갑자기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원래 그녀는 병실을 잘못 찾은 척하며 한재욱과 만날 셈이었다. 리사는 한태군이 있을 거로 예상했지만 강유이가 있을 줄은 예상치 못했다.“미, 미안해요. 우리 아빠 병실인 줄 알았어요.”그녀가 막 떠나려 할 때 한재욱이 그녀를 불렀고 리사는 고개를 돌렸다.“무슨 일 있으신가요?”“학생, 날 잊은 거야? 그날 학생이 날 구했어.”한재욱의 태도는 그날 밤처럼 차갑지 않았다.아무래도 그의 목숨을 구한 아이였기 때문이다.“그분이 아저씨였어요?”“네 아버지도 입원하셨니?”리사는 시선을 내려뜨리며 미소 지었다.“네.”한재욱은 불현듯 리사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아버지가 아프시고 아르바이트를 하는 건 집안 사정을 위해서라는 걸 말이다.“참 착한 아이네.”칭찬하는 말에 리사는 기쁘기는커녕 오히려 부끄러웠다.왜냐하면 리사가 어떤 사람인지 강유이가 가장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강유이는 지금 병실에 서 있었고, 한재욱의 칭찬에 리사는 강유이가 혹시라도 그녀의 거짓말을 까발릴까 봐 마음이 불안했다.다행히도 강유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바로 그때 한태군이 느긋하게 입을 열었다.“착한 아이였으면 자주 병원에 아버지 병문안을 왔을 텐데 아버지 병실이 어딘지도 모를까요?”리사는 옷깃을 쥐면서 고개를 숙였다. 그녀는 한태군의 시선을 마주할 수가 없었다.“그런 거 아니에요. 우리 아빠가 다른 병실로 옮겨서...”“그만.”’한재욱은 미간을 구기고 한태군을 바라봤다.“너 뭐 하는 거야? 왜 사람 곤란하게 만들어? 너희 친구 아니니? 유이에게 물어봐.”한태군은 기억이 없었지만 강유이는 리사를 알고 있었다.한태군은 강유이를 응시했고 리사 또한 조심스럽게 강유이를 살폈다.강유이는 입술을 꾹 다문 채로 주먹을 꼭 쥐었다. 만약 아니라고 거짓말을 한다면 우물에 빠진 사람에게 돌은 던진 격이 된다.강유이와 리사 사이에 깊은 원한이 있는 건 아니
더 보기

제1589화

“내 말은 그게 아니야.”강유이는 어리둥절했다.한태군은 강유이에게 다가갔다.“넌 쟤가 어떤 사람인지 알면서 밝히지 않았어. 강유이, 조금 전 리사가 우리랑 같은 반 친구가 아니라고 거짓말했다면 내 삼촌은 리사를 경계했을 거야.”리사가 한재욱을 구한 것이 우연인지 아니면 어떤 음모가 있었는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한재욱은 이미 리사를 믿는 눈치였다.강유이는 입술을 달싹였다.“하지만 리사는 오빠 삼촌을 구했는걸...”“그게 우연일까?”“그게 아니면?”한태군은 깊이 숨을 들이마신 뒤 손을 들어 미간을 주물렀다. 그는 한참 뒤에야 말했다.“네 두 오빠가 널 왜 그렇게 과보호하는지 알겠다.”강유이는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착한 것과 멍청한 것은 달라.”그는 강유이의 곁을 지나쳤다.“너처럼 어려서부터 사람들에게 떠받들려 자란 애는 인간이 얼마나 잔혹해질 수 있는지 본 적이 없으니 이상한 일도 아니지.”강유이는 돌아서서 소리를 질렀다.“지금 나보고 멍청하다고 한 거야?”한태군은 멈추지 않고 엘리베이터를 탔다.강유이는 병원을 나섰고 한태군의 말을 떠올리자 화가 나고 억울했다.하지만 자세히 생각해 보면 한태군은 왜 그런 얘기를 한 걸까?왜 리사가 어떤 사람인지 강유이가 안다고 했을까?한태군은 기억을 잃지 않았는가?그녀와 리사 사이의 일을 한태군이 어떻게 알고 있는 걸까?“유이야.”강유이는 걸음을 멈췄지만 고개는 돌리지 않았다.강유이는 리사임을 알아챘고 리사는 강유이에게 다가가 그녀의 옆에 섰다.“유이야, 네가 날 싫어하는 건 알고 있어. 예전에는 내가 잘못했어. 내가 욕심이 너무 많았어. 앞으로 친구가 될 수 없다고 해도 너랑 화해하고 싶어.”강유이의 성격이 어떤지 리사가 가장 잘 알았다.예전 일은 강유이가 너무 화가 나서 그랬을 뿐 진심으로 그녀와 절교할 생각은 없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리사는 자신이 먼저 사과하고 화해하면 강유이가 거절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예전에도 강유이는 리사가 원하는 건 뭐든
더 보기

제1590화

그러니 강유이를 막아야 했다.강유이는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 그러면 난 먼저 돌아갈게.”강유이는 돌아서서 차에 탔다.리사는 차가 떠나는 것을 바라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거짓말인 걸 들키지 않기 위해 정말 아버지를 아프게 만들어야 할까?-차는 주택가에 멈춰 섰고 강유이는 창문을 내리고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건물을 바라보며 한참을 생각에 잠겼다.운전기사가 돌아보며 물었다.“아가씨, 누구 찾으세요?”강유이가 말했다.“금방 돌아올게요.”강유이는 문을 열고 차에서 내린 뒤 위층으로 올라가 리사의 집에 도착했다. 3년이 흘렀는데 리사가 아직도 그곳에서 사는지 알 수 없었다.문을 두드렸으나 한참이 지나도 대답이 없었다.막 집을 나서던 옆집 이웃이 고개를 돌려 강유이를 훑어보았다.“학생, 누구 찾아?”“안녕하세요, 아주머니. 혹시 리사와 리사 아버지 아직 여기 사나요?”“리사 찾는 거였어?”옆집 이웃은 경멸에 찬 표정으로 말했다.“당연히 거기 살지. 그런데 학생, 어린 나이에 학교 안 다니고 나쁜 것만 배우면 앞으로 큰일 나.”강유이는 어리둥절해하며 얼굴을 찡그렸다.“리사 학교 안 다녀요?”강유이는 리사가 퇴학 후 전학할 거라고 생각했다.“몰랐어?”이웃 아주머니는 강유이를 보며 말했다.“좀 낯선 얼굴이긴 하네. 예쁘고 참하게 생겼어. 리사 친구들이랑 다르게 말이야. 학생, 리사랑은 놀지 마.”동네에서 리사의 평판이 형편없는 듯했다.동네에서 리사 또래 아이들의 학부모들은 자식들이 리사와 놀지 못하게 했다.리사는 그녀의 별 볼 일 없는 오빠 리염처럼 학교도 다니지 않고 빈둥거렸다.어린 나이에 화장하고 꾸밀 줄만 아는 게 아니라 성숙하게 입어서 거리의 양아치들이랑 별반 다를 바 없었다.“저기 아주머니, 리사가 아빠가 아프시다고 해서 보러 온 거예요.”“아프긴 무슨, 멀쩡해. 지금 회사에 있을걸.”이웃집 아주머니는 떠날 때 중얼거렸다.“걔 아빠도 안 됐지. 저런 아들딸이 있으니 참 고생이 많아.”강유이는 집으로 돌아와서
더 보기
이전
1
...
157158159160161
...
278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