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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88화

한태군은 대답하지 않았다.

병실 문이 열렸다.

“아빠...”

꽃다발을 안은 리사는 갑자기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원래 그녀는 병실을 잘못 찾은 척하며 한재욱과 만날 셈이었다. 리사는 한태군이 있을 거로 예상했지만 강유이가 있을 줄은 예상치 못했다.

“미, 미안해요. 우리 아빠 병실인 줄 알았어요.”

그녀가 막 떠나려 할 때 한재욱이 그녀를 불렀고 리사는 고개를 돌렸다.

“무슨 일 있으신가요?”

“학생, 날 잊은 거야? 그날 학생이 날 구했어.”

한재욱의 태도는 그날 밤처럼 차갑지 않았다.

아무래도 그의 목숨을 구한 아이였기 때문이다.

“그분이 아저씨였어요?”

“네 아버지도 입원하셨니?”

리사는 시선을 내려뜨리며 미소 지었다.

“네.”

한재욱은 불현듯 리사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아버지가 아프시고 아르바이트를 하는 건 집안 사정을 위해서라는 걸 말이다.

“참 착한 아이네.”

칭찬하는 말에 리사는 기쁘기는커녕 오히려 부끄러웠다.

왜냐하면 리사가 어떤 사람인지 강유이가 가장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강유이는 지금 병실에 서 있었고, 한재욱의 칭찬에 리사는 강유이가 혹시라도 그녀의 거짓말을 까발릴까 봐 마음이 불안했다.

다행히도 강유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바로 그때 한태군이 느긋하게 입을 열었다.

“착한 아이였으면 자주 병원에 아버지 병문안을 왔을 텐데 아버지 병실이 어딘지도 모를까요?”

리사는 옷깃을 쥐면서 고개를 숙였다. 그녀는 한태군의 시선을 마주할 수가 없었다.

“그런 거 아니에요. 우리 아빠가 다른 병실로 옮겨서...”

“그만.”’

한재욱은 미간을 구기고 한태군을 바라봤다.

“너 뭐 하는 거야? 왜 사람 곤란하게 만들어? 너희 친구 아니니? 유이에게 물어봐.”

한태군은 기억이 없었지만 강유이는 리사를 알고 있었다.

한태군은 강유이를 응시했고 리사 또한 조심스럽게 강유이를 살폈다.

강유이는 입술을 꾹 다문 채로 주먹을 꼭 쥐었다. 만약 아니라고 거짓말을 한다면 우물에 빠진 사람에게 돌은 던진 격이 된다.

강유이와 리사 사이에 깊은 원한이 있는 건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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