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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96화

"아빠, 미안해요. 탓하려거든 저한테 원하는 생활을 줄 수 없었던 스스로를 탓하세요."

리사는 단호하게 몸을 돌려 떠났다.

얼마 후, 고아가 된 리사가 한재욱의 수양딸이 되었다는 소식이 세간 사람을 놀라게 했다.

호텔 스위트 룸.

한태군은 한재욱의 뒤로 가서 멈춰 서며 물었다.

"작은아버지, 그 아이를 진짜 수양딸로 들일 생각이에요?"

"응, 부모가 없는 건 둘째 치고... 참 불쌍한 아이잖니."

한재욱은 시선을 떨구며 말했다.

리사가 아버지의 병에 관해 숨기는 바가 있다는 건 이미 밝혀진 일이었다. 그녀의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로 혼자 집안일에 신경 쓰느라 병에 걸리는 것도 이상한 것은 아니었다. 그저 아버지가 그런 일을 당하고 충격받았을 리사가 자꾸 눈에 밟혔다.

더구나 한재욱은 자식이 없었기 때문에 자신의 목숨을 구한 적 있는 아이를 수양딸로 들이는 것쯤은 괜찮다고 생각했다.

한태군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 아이를 아직도 믿나 보네요."

한재욱은 몸을 돌리며 물었다.

"태군아, 넌 리사가 싫어?"

리사를 상대로는 싫다는 말도 순화된 것이었다. 한태군의 표정에는 적나라한 혐오까지 담겨 있었으니 말이다.

"거짓말이 일상인 사람을 좋아하는 게 더 이상하지 않아요?"

한태군은 밖으로 걸어 나가며 단호하게 말했다.

"수양딸로 들이는 건 반대하지 않을게요. 하지만 한씨 성을 쓰는 건 절대 안 돼요. 그리고 저의 도움을 기대하지도 마세요."

한태군은 스위트 룸 밖으로 나가자마자 복도에 서 있던 리사와 마주쳤다. 리사는 먼저 그에게 다가가며 인사를 건넸다.

"태군... 오빠."

한태군은 칠흑같이 어두운 눈동자로 리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작은아버지를 따라 한씨 집안에 들어오니 나랑 가족이라도 된 것 같아?"

리사는 미소를 짓고 있는 채로 굳어버렸다. 한태군은 머리를 돌리더니 싸늘한 표정으로 이어서 말했다.

"즐길 수 있을 때 많이 즐겨둬."

말을 마친 한태군은 성큼성큼 멀어져 갔다.

제자리에 얼어붙은 리사는 몸을 파르르 떨었다. 한태군의 표정은 말로 이루 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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