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1602화

리사는 당황한 표정으로 제자리에 얼어붙었다. 주변에서 키득거리는 비웃음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자 그녀의 표정은 점점 더 어두워졌다.

"유이야, 네가 어떻게 나한테 그런 말을 할 수 있어? 우리 예전에는..."

"예전 얘기 좀 그만해."

강유이는 우아하게 팔을 뻗어 테이블 위의 샴페인을 들어 올렸다.

"혹시 내가 아직도 예전의 그 순진한 바보로 보이나? 다른 사람이 지켜보고 있으면 너한테 아무 짓도 못 할 줄 알았어?"

강유이는 술잔 한가득 담긴 샴페인을 자기 몸에 쏟아부었다. 그러고는 큰 소리로 비명을 지르며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곧이어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반재신이 첫 번째로 뛰쳐나갔다. 강유이의 얼룩진 드레스를 보고서는 리사를 향해 언성을 높였다.

"리사, 너 이게 또 무슨 짓이야?"

리사는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저 아니에요. 조금 전 유이가..."

"리사야, 나는 이러라고 너를 파티에 데려온 게 아니야."

"아버지, 저 진짜 아니에요. 유이가 스스로 샴페인을 붓고 저를 모함하는 거예요. 주변 사람들도 다 봤을 거란 말이에요!"

한재욱이 어두운 표정으로 다가오자, 리사는 황급히 변명하기 시작했다. 주변 사람들을 바라보며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 하지만 진실을 안다고 해도 반씨 집안사람의 심기를 건드리며 그녀를 도우려는 사람은 없었다.

강유이는 치마를 툭툭 털며 반재신을 말렸다.

"오빠, 됐어. 그냥 드레스가 더러워진 것뿐인데, 뭘. 너무 화내지 마."

"너 진짜 바보야? 그러게 왜 쟤랑 단둘이 있었어? 4년 전에 무슨 일을 당했는지 벌써 잊은 거야?"

반재신은 여전히 진정되지 않는 듯 큰 소리로 말했다. 4년이나 지났는데도 바보같이 행동하는 강유이가 답답하기만 했다.

강유이는 반재신의 손을 흔들며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오빠, 오늘은 내 생일이잖아. 오빠가 화내는 건 싫단 말이야."

강유이는 창백한 안색의 리사를 힐끗 바라봤다. 4년 전 당했던 일을 드디어 되돌려준 셈이었다. 그녀는 리사한테 잘못한 게 하나도 없었다.
Locked Chapter
Continue to read this book on the APP

Related chapters

Latest chapter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