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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08화

한태군은 빈 찻잔을 바라봤다. 마치 리사는 바라볼 가치도 없다는 듯이 말이다.

"변명은 끝났어?"

리사는 어깨를 흠칫 떨며 이어서 설명했다.

"오빠, 이번 한 번만 믿어줘요. 저 진짜 일부러 유이를 찾아간 게 아니에요. 저 4년이나 가만히 있었잖아요. 오늘도 안나가 아니었으면..."

"리사."

한태군은 서서히 머리를 들어 무표정한 얼굴로 리사를 바라봤다. 그의 눈빛은 차갑고 어둡고 예리하기까지 했다.

리사는 핏기 하나 없는 창백한 얼굴로 그를 조심스럽게 불렀다.

"태군 오빠."

"그렇게 부르지 마. 역겨우니까."

심장에 칼이 꽂힌 듯한 고통에 리사는 주먹을 꽉 쥐었다. 강유이가 부를 때는 분명히 좋아했으면서, 왜 자신이 부르면 역겹다는 말인가? 왜 모든 이의 사랑이 자신이 아닌 강유이를 향해 흘러가는 것인가?

'설마 기억이 돌아온 거 아니야?'

리사는 파르르 떨리는 입술로 물었다.

"그... 그러면 뭐라고 불러요?"

한태군은 입술에 묻은 차를 닦아내며 덤덤하게 말했다.

"도우미들이 부르는 대로 불러."

"하지만 저는..."

"수양딸 주제에 집안사람 취급을 받고 싶은 건가?"

한태군은 벌떡 일어나 테이블을 건너 리사의 앞에 멈춰 섰다. 그러자 리사는 머리를 푹 숙이며 타협을 선택했다.

"... 알겠어요, 작은 회장님."

"집사님."

한태군의 부름을 받은 집사 피터가 앞으로 걸어 나왔다.

"네, 작은 회장님."

"오늘부터 리사한테 도우미 일을 가르쳐줘요. 괜히 밖에 나가서 집안 체면을 깎지 못하도록 말이에요. 무슨 뜻인지 알겠죠?"

"네, 알겠습니다."

피터는 머리를 끄덕였다.

리사는 한태군의 멀어지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입술을 꽉 깨물었다. 한재욱의 수양딸로서 도우미 취급을 받는다는 것은 당연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었다.

'이게 다 강유이때문이야!'

...

빅토리아대학교.

오늘은 발레 시험이 있는 날이다. 시험에 사용될 발레극과 역할은 랜덤으로 결정된다.

<백조의 호수>에서 '오델리' 역을 뽑은 강유이는 휴게실에서 메이크업을 하고 있었다. 먼저 준비를 끝낸 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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