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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15화

번뜩 정신을 차린 강유이는 거울로 자신의 뒤에 서있는 진예은의 모습을 확인했다.

방금 씻고 나온 그녀 역시 옷을 갈아입으려는 듯했다. 기숙사에는 전신 거울이 딱 하나였고 마침 강유이가 점령하고 있었다.

강유이가 난감한 표정으로 웃으며 아무 옷이나 집어 들고 말했다.

“난 다 골랐으니까, 이제 네가 골라.”

그녀가 막 방으로 들어가려던 그때.

“난 그 옷이 괜찮은 것 같아.”

놀란 유이가 고개를 돌려 진예은이 가리킨 옷을 바라보았다. 그건 자신의 팔에 걸쳐진 베이비블루 원피스였다.

강유이가 그 원피스를 빼내서 되물었다.

“이거?”

진예은이 고개를 끄덕였다.

“고마워.”

강유이가 활짝 웃으며 들고 있던 옷을 말아 쥐고 서둘러 침실로 들어갔다.

아홉시가 될 때쯤, 강유이는 학교 문 앞에서 그를 기다렸다.

많은 학생들이 학교에서 나오고 또 학교로 들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십분을 넘게 기다려도 한태군은 나타나지 않았다.

강유이가 자신의 입술을 살짝 깨물고 휴대폰을 꺼내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전화를 받은 사람은 한태군이 아니라 리사였다.

“어쩐 일이야, 강유이?”

리사는 두 사람이 있을 때만 자신의 본모습을 드러냈다.

순간 당황하던 강유이가 곧바로 표정을 굳혔다.

“한태군 전화를 왜 네가 받아.”

“한태군 전화를 왜 내가 못 받겠어. 한태군한테 볼일 있나 본데, 미안하게 됐어. 그가 나한테 널 상대할 시간이 없다는 말을 전해달라고 했거든…”

강유이는 리사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전화를 끊어버렸다.

휴대폰을 쥔 손에 힘이 실렸다. 어쩔 수 없는 불안감이 덮쳐왔다. 몇 년 전, 한태군은 공항에서 그 말을 한 후, 냉정하게 그녀에게 등을 돌렸었다. 그녀는 현재 그때 느꼈던 감각이 자꾸만 되살아나는 것 같았다.

설마, 한태군이 정말로 그녀를 갖고 논 걸까?

다른 한편, 전화를 받은 리사가 잔뜩 긴장한 채로 주변을 살폈다. 그녀는 고용인들이 거실에 없는걸 확인하고, 한태군의 생일을 입력하며 비밀번호를 풀려고 시도했다.

인증 실패.

그녀가 이를 악물고 강유이의 생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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