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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18화

하지만 한태군은 허를 찌르는 쪽이었다. 겉으로는 온화한척하면서, 뒤로는 싹을 잘라낼 계략을 꾸미고 있었다.

한재욱이었다면 적어도 그녀를 ‘생명의 은인’으로 생각하고 어느 정도 감안해 줄 것이다.

하지만 한태군은 겉으로는 한재욱의 체면을 생각해 주는 척하며, 뒤로는 그녀를 가만두지 않았다.

“집사님,”

한태군이 피터를 바라보았다.

“저애에게 집안에서 가장 힘든 일을 맡겨주세요. 저희 가문은 쓸모없는 사람은 키우지 않습니다. 가사도우미 분들한테 저 애가 허튼짓을 하지는 않는지 주시하라고도 해주세요. 만약 잠깐이라도 게으름을 피우면, 물 한 모금도 주지 마세요.”

피터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리사는 뺨에서 느껴지는 고통을 신경 쓰지도 못하고, 멍하니 바닥에 주저앉아있을 뿐이었다.

그녀는 예전에 집에서 손에 물 한 방울 묻히지 않을 정도로 곱게 컸었다. 그런데 한 씨 가문에 들어온 이후로 못 해본 일이 없었다.

한 씨 가문에서 그녀는 가사도우미만도 못했다. 하지만 이대로 쫓겨나면 더욱 힘들어질 게 분명했다.

이대로는 안 된다. 그녀는 어떻게든 지금의 신세에서 벗어나야만 했다.

-

이튿날, 강유이는 가방을 메고 계단을 내려가고 있었다. 그녀는 책을 돌려주러 도서관으로 가는 중이었다.

복도를 지나던 그녀가 문뜩 걸음을 멈췄다. 한태군이 해당화 나무 아래에 서 있었다. 하얀색 셔츠를 입은 모습이 깔끔하고 단정해 보였다.

햇볕이 촘촘한 나뭇가지 사이를 뚫고 그를 비추었다. 어렴풋하게 보이던 그가 점점 더 선명하게 느껴졌다.

강유이가 그에게 다가갔다.

“여긴 어쩐 일이야?”

그가 그녀를 바라보았다.

“널 기다리고 있었어.”

그녀가 고개를 옆으로 돌리고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이미 수신거부도 풀었는데. 넌 전화할 줄도 모르냐?”

이렇게 무작정 기다리다니. 만약 그녀가 오늘 외출하지 않았다면 하루 종일 기다리고 있을 생각이었나?

한태군이 그녀한테 한걸음 다가가며 미소 지었다.

“네가 화나서 내 전화 안 받으면 어떡해.”

그녀가 머리를 숙이고 자기 신발만 바라보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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