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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01화

한태군과 강유이는 마치 한 쌍의 커플처럼 다정하게 춤을 췄다. 삶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는 말이 있듯이 다른 사람의 눈에는 예쁘기만 한 춤사위지만, 이는 전부 한태군의 발을 희생해서 만들어진 그림이었다.

또 한 번 한태군의 발을 밟은 강유이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미안."

반재신과 함께 할 때는 괜찮았는데, 왜 이제 와서 자꾸 실수하는지 모르겠다. 한태군은 무언가를 보아낸 듯 미소를 머금으며 물었다.

"왜, 나랑 춤추는 거 긴장돼?"

"아, 아니거든..."

강유이가 말을 얼버무렸다. 긴장한 게 맞는지 아닌지는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었다. 특히 조금 전 학교 선배의 말을 듣고 나서부터는 한태군의 눈을 직시하기도 어려웠다.

한태군은 강유이의 허리를 잡은 손에 힘을 더했다. 그렇게 두 사람 사이의 거리는 확 좁혀졌고, 한태군의 잔잔한 목소리는 바로 머리 위에서 들려왔다.

"내가 네 성인식에서 왈츠 추려고 얼마나 오래 준비했는지 알아?"

강유이는 잠깐 멈칫하며 머리를 들어 물었다.

"왜 그렇게까지...?"

"당연히 네 앞에서 실수하지 않기 위해서지."

한태군의 농담 반 진담 반 섞인 말에 강유이는 미소를 지었다.

"결국에는 내가 실수했네."

"아니야, 너도 잘하고 있어."

한태군은 몸을 돌리는 틈을 타서 그녀를 품으로 당겨 거리를 좁혔다.

"너 오늘 진짜 예뻐."

강유이는 넋이 나간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

한태군은 음악이 끝난 다음에야 그녀를 풀어줬다. 그리고 가면을 벗어던지고 어른들과 인사를 나누러 갔다. 한재욱은 그의 어깨에 손을 올리더니 놀리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

"어쩐지 네가 갑자기 춤바람이 났다 했더니 오늘을 위해서구나."

한태군은 몇 달 전만 해도 왈츠 무식자였다. 연회에 참석한 적 별로 없는 데다가, 배울 여유 또한 없었으니 말이다. 그런 그가 지금 이 순간을 위해 몇 달이나 준비했으니 놀랍기도 하고 웃기기도 했다.

한태군은 덤덤하게 웃으며 말했다.

"이 정도면 집안에 먹칠하지 않았겠죠?"

"그럼, 물론이지."

한재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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