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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97화

4년 후.

Y국 빅토리아대학교.

강유이는 한 차례의 교내 연극을 끝내고 옷을 갈아입기 위해 백스테이지로 돌아갔다. 테이블 위에는 낯선 꽃다발과 파란색 선물 상자가 있었다.

강유이는 천천히 걸어가 꽃다발을 들어 올렸다. 카드에는 '생일 축하해.'라고 적혀 있어 있었다. 그녀는 머리를 들어 거울을 바라봤다, 정확히는 거울 속에 비친 한 사람을 바라봤다.

"오늘이 내 생일인 건 어떻게 알았어?"

한태군은 여유로운 자태로 문턱에 기대어 있었다. 4년 사이에 그의 이목구비는 훨씬 뚜렷해졌고 분위기도 훨씬 어른스러워졌다. 따지고 보면 한창 의기양양할 나이이기도 했다.

강유이는 약속대로 빅토리아대학교의 연극영화과에 입학해서 반재신, 한태군의 후배가 되었다. 반재언은 빅토리아대학교가 아닌 S국 최고 대학교를 선택해 경영을 배우기 시작했다.

"생일을 알아내는 것쯤은 어려운 일이 아니지."

한태군은 강유이를 향해 걸어가더니 머리 장식을 풀어줬다. 비단과 같은 머리카락은 부드럽게 떨어져 내렸다. 백옥 같은 피부와 완벽한 몸매 역시 눈에 띄었다. 괜히 연극영화과에서 '동방의 아프로디테'라고 불리는 게 아닌 듯했다.

한태군은 부드럽게 그녀의 입술을 쓰다듬었다. 손가락에 빨간 립스틱이 묻어났다. 강유이는 가만히 그의 동작을 지켜볼 뿐이었다.

이때 휴게실 문이 요란하게 열리고, 한태군과 강유이는 동시에 문을 바라봤다. 반재신은 역시 이럴 줄 알았다는 듯이 어두운 표정으로 언성을 높였다.

"야, 한태군! 너 나한테 뒤지고 싶어?!"

'어디서 감히 더러운 앞발을 내 동생 몸에 대는 거야!'

한태군은 눈썹을 치켜떴다. 꽤 도발적인 표정이었다.

강유이는 어이없는 듯 이마를 짚었다. 그동안 함께 지내온 시간이 무색할 정도로 둘 사이의 관계는 아무런 변함없었다.

"오빠, 왜 왔어?"

"어쭈, 내가 방해했다 이거야?"

반재신은 어두운 표정으로 물었다. 소중한 동생이 외간 남자의 편을 들어주려고 하니 말이다. 강유이는 미소를 지으며 총총 걸어가 반재신과 팔짱을 꼈다.

"그런 뜻 아니야. 그나저나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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