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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94화

만약 그가 손녀를 오해했다면 당연히 손녀에게 사과할 것이다.

강성연은 노크한 뒤 문을 열었다. 강유이는 침대에 엎드린 채로 기분이 좋아 보이지 않았다.

강성연은 침대 끄트머리에 앉았다.

“유이야, 엄마는 널 믿어.”

강유이는 일어나 앉았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절 안 믿잖아요.”

“할아버지는 진실을 모르잖아. 그런데 어떻게 널 믿겠어?”

강성연은 손바닥으로 강유이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이 세상에는 네 예상 밖의 것들이 가득해. 특히 인성이 그래. 사람을 해칠 마음을 품어서는 안 되지만 경계를 풀어서도 안 돼. 선량함과 인자함은 모두 마지노선이 있는 거야.”

“다른 사람이 널 향해 송곳니를 드러낸다면 더는 마음이 약해져서는 안 돼. 바보처럼 상대가 바뀔 거라고 기대해서도 안 되고, 알겠니?”

강유이는 시선을 내려뜨렸다.

당시 강유이는 확실히 마음이 약해졌었다. 그래서 아버지가 아프시다고 리사가 거짓말한 사실을 남에게 알리지 않았다.

이 일로 강유이는 리사가 그녀의 무른 마음과 친절함을 이용해 제멋대로 행동한다는 걸 깨달았다.

-

리사가 동네를 나서자 대문 밖에 주차되어 있던 벤틀리의 차창이 천천히 내려갔다.

강유이의 어머니인 걸 확인한 리사는 당황하더니 이내 웃으며 다가갔다.

“아주머니, 여긴 어쩐 일이세요? 참, 리사는 어때요? 어제는 제 잘못이에요. 할아버지께서 리사를 오해했잖아요.”

강성연은 무표정한 얼굴로 리사를 바라봤다.

“그 수작 나한테는 안 먹혀. 유이가 널 밀었는지 아니면 네가 유이를 모함했는지는 네가 가장 잘 알겠지.”

리사는 돌연 얼어붙어서 시선을 내려뜨렸다.

“아주머니께서 절 오해하신 거예요...”

강성연은 팔을 뻗어 리사의 턱을 쥐었다.

“리사야, 네가 어리니까 내가 널 상대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은 버려.”

리사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강성연의 눈동자에서 느껴지는 한기가 리사의 뼛속에 스며들며 두려움이 생겼다.

사람은 원래 그런 법이다. 약한 사람은 만만하게 보고 강한 사람 앞에서는 두려워한다. 그래서 리사가 강유이에게 손을 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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