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쌍둥이가 CEO 아빠 유괴하기?의 모든 챕터: 챕터 1601 - 챕터 1610

2771 챕터

제1601화

한태군과 강유이는 마치 한 쌍의 커플처럼 다정하게 춤을 췄다. 삶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는 말이 있듯이 다른 사람의 눈에는 예쁘기만 한 춤사위지만, 이는 전부 한태군의 발을 희생해서 만들어진 그림이었다.또 한 번 한태군의 발을 밟은 강유이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미안."반재신과 함께 할 때는 괜찮았는데, 왜 이제 와서 자꾸 실수하는지 모르겠다. 한태군은 무언가를 보아낸 듯 미소를 머금으며 물었다."왜, 나랑 춤추는 거 긴장돼?""아, 아니거든..."강유이가 말을 얼버무렸다. 긴장한 게 맞는지 아닌지는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었다. 특히 조금 전 학교 선배의 말을 듣고 나서부터는 한태군의 눈을 직시하기도 어려웠다.한태군은 강유이의 허리를 잡은 손에 힘을 더했다. 그렇게 두 사람 사이의 거리는 확 좁혀졌고, 한태군의 잔잔한 목소리는 바로 머리 위에서 들려왔다."내가 네 성인식에서 왈츠 추려고 얼마나 오래 준비했는지 알아?"강유이는 잠깐 멈칫하며 머리를 들어 물었다."왜 그렇게까지...?""당연히 네 앞에서 실수하지 않기 위해서지."한태군의 농담 반 진담 반 섞인 말에 강유이는 미소를 지었다."결국에는 내가 실수했네.""아니야, 너도 잘하고 있어."한태군은 몸을 돌리는 틈을 타서 그녀를 품으로 당겨 거리를 좁혔다."너 오늘 진짜 예뻐."강유이는 넋이 나간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한태군은 음악이 끝난 다음에야 그녀를 풀어줬다. 그리고 가면을 벗어던지고 어른들과 인사를 나누러 갔다. 한재욱은 그의 어깨에 손을 올리더니 놀리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어쩐지 네가 갑자기 춤바람이 났다 했더니 오늘을 위해서구나."한태군은 몇 달 전만 해도 왈츠 무식자였다. 연회에 참석한 적 별로 없는 데다가, 배울 여유 또한 없었으니 말이다. 그런 그가 지금 이 순간을 위해 몇 달이나 준비했으니 놀랍기도 하고 웃기기도 했다.한태군은 덤덤하게 웃으며 말했다."이 정도면 집안에 먹칠하지 않았겠죠?""그럼, 물론이지."한재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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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02화

리사는 당황한 표정으로 제자리에 얼어붙었다. 주변에서 키득거리는 비웃음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자 그녀의 표정은 점점 더 어두워졌다."유이야, 네가 어떻게 나한테 그런 말을 할 수 있어? 우리 예전에는...""예전 얘기 좀 그만해."강유이는 우아하게 팔을 뻗어 테이블 위의 샴페인을 들어 올렸다."혹시 내가 아직도 예전의 그 순진한 바보로 보이나? 다른 사람이 지켜보고 있으면 너한테 아무 짓도 못 할 줄 알았어?"강유이는 술잔 한가득 담긴 샴페인을 자기 몸에 쏟아부었다. 그러고는 큰 소리로 비명을 지르며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곧이어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반재신이 첫 번째로 뛰쳐나갔다. 강유이의 얼룩진 드레스를 보고서는 리사를 향해 언성을 높였다."리사, 너 이게 또 무슨 짓이야?"리사는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저 아니에요. 조금 전 유이가...""리사야, 나는 이러라고 너를 파티에 데려온 게 아니야.""아버지, 저 진짜 아니에요. 유이가 스스로 샴페인을 붓고 저를 모함하는 거예요. 주변 사람들도 다 봤을 거란 말이에요!"한재욱이 어두운 표정으로 다가오자, 리사는 황급히 변명하기 시작했다. 주변 사람들을 바라보며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 하지만 진실을 안다고 해도 반씨 집안사람의 심기를 건드리며 그녀를 도우려는 사람은 없었다.강유이는 치마를 툭툭 털며 반재신을 말렸다."오빠, 됐어. 그냥 드레스가 더러워진 것뿐인데, 뭘. 너무 화내지 마.""너 진짜 바보야? 그러게 왜 쟤랑 단둘이 있었어? 4년 전에 무슨 일을 당했는지 벌써 잊은 거야?"반재신은 여전히 진정되지 않는 듯 큰 소리로 말했다. 4년이나 지났는데도 바보같이 행동하는 강유이가 답답하기만 했다.강유이는 반재신의 손을 흔들며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오빠, 오늘은 내 생일이잖아. 오빠가 화내는 건 싫단 말이야."강유이는 창백한 안색의 리사를 힐끗 바라봤다. 4년 전 당했던 일을 드디어 되돌려준 셈이었다. 그녀는 리사한테 잘못한 게 하나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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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03화

마냥 어리게만 보던 강유이도 드디어 다 큰 듯했다.강성연은 반지훈의 허리를 콕콕 찌르며 물었다."제 딸이 저를 닮은 게 뭐 어때서요?"반지훈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그래서 다행이라는 뜻이야.""흥, 그런 일을 당하고도 정신 못 차리는 게 더 문제거든요."강성연은 강유이가 아무것도 잘못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받은 대로 돌려주는 게 무엇이 문제란 말인가? 게다가 먼저 흑심을 품고 접근한 사람은 이번에도 역시 리사였다. 그녀는 이익과 허영심을 위해 강유이를 배신하는 순간부터 예전의 그 단순한 아이가 아니었다.강유이는 치맛자락을 들고 드레스 룸으로 가서 옷을 갈아입었다. 사실 그녀는 처음부터 리사를 모함할 생각은 아니었다. 하지만 자신을 바보 취급하는 리사의 태도를 보고 있자니 도무지 화를 참을 수가 없었다. 강성연도 말했듯이 착한 성품으로 타인에게 약점 잡히면 안 되기 때문이다.강유이가 드레스 룸에서 옷을 벗어 내리고 있을 때, 거울 속의 누군가와 눈을 마주치고 화르륵 달아오른 얼굴로 몸을 감쌌다."야, 한태군!"한태군은 팔짱을 낀 채로 문틀에 기대 미소를 지었다."옷 갈아입을 때는 문을 잠가야지.""어... 얼른 나가지 못해?! 나가!"강유이는 빨개진 얼굴로 몸을 돌렸다."밖에서 기다리고 있을게."한태군은 밖으로 걸어 나가며 문을 닫았다.강유이가 빠르게 옷을 갈아입고 드레스 룸에서 나오자 한태군은 말대로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강유이는 옷 매무새를 다듬으며 불만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나도 이제 성인이거든? 우리는 서로 거리를 둘 필요가 있어."강유이는 아무리 친구라고 해도 남녀 사이에 이토록 가깝게 지내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며 말했다. 그러자 한태군이 그녀를 쓱 훑어보며 물었다."어디가 성인이야?"강유이는 무의식적으로 가슴을 막으며 말했다."어딜 보는 거야!"어쩐지 한태군이 날이 가면 갈수록 능글맞아지는 듯한 강유이였다.한태군은 피식 웃으며 가까이 걸어가더니 옷을 갈아입다 헝클어진 강유이의 머리카락을 정리해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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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04화

'잠깐,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태군이... 방금 고백한 건가?'강유이는 일단 의심하는 표정으로 말했다."네가 나를 좋아한다고? 말도 안 돼."한태군의 입술이 돌연 강유이의 이마에 닿았다. 순간 시간은 마치 정지된 것만 같았고, 심장은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한태군은 그녀와 이마를 맞댄 채로 나지막하게 물었다."이제 믿겠어?"강유이는 서서히 시선을 올려 한태군과 눈을 마주쳤다."그게..."끼익.이때 문 열리는 소리가 들려오고 강유이는 한태군을 밀쳐냈다. 반지훈과 강성연이 안으로 들어온 것이다."옷 다 갈아입었으면서 왜..."한태군도 함께 있는 것을 보고 반지훈의 안색이 눈에 띄게 어두워졌다.강유이는 어색한 표정으로 인사했다."아빠, 엄마."강성연은 마른기침을 하며 말했다."손님들이 기다리고 있어. 옷 다 갈아입었으면 빨리 나와.""네, 지금 가요."강유이는 부랴부랴 밖으로 달려 나갔다. 마치 부끄럼을 탄 토끼처럼 말이다.한태군은 앞으로 걸어 나가며 인사를 건넸다."아저씨, 아주머니, 안녕하세요.""누굴 더러 아저씨라고 하는 거야."한태군은 반지훈의 어두운 눈빛에도 전혀 겁먹지 않고 덤덤하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러면 아버님이라고 불러도 될까요?"강성연은 피식 웃더니 자신의 표정을 가리고자 손을 올렸다. 한태군이 이 정도로 대담할 줄은 몰랐다.반지훈은 이를 꽉 깨물었다. 이마에는 실핏줄이 튀어 올랐다."선을 넘지 마라.""제가 선을 넘었나요?"두 사람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불꽃이 튕기는 것 같았다. 이대로 내버려 두기에는 위험한 분위기에 강성연이 반지훈의 팔짱을 끼며 말했다."됐어요, 지훈 씨. 지금 어린애랑 뭐 하는 거예요?""그게 아니라 저 자식이..."강성연은 반지훈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저는 태군이 마음에 드는데요. 적어도 당신보다는 똑똑하고 보는 눈도 있잖아요."강미현 때문에 자신을 오해한 일을 아직도 마음에 두고 있는 듯한 말이었다.반지훈은 이마를 짚으며 말했다."너 이제 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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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05화

"아주머니, 저에게 어려운 일이란 없습니다."한태군의 대답에 강성연은 만족스러운 듯 미소를 지으며 머리를 끄덕였다.이튿날, 빅토리아대학교.강유이는 막막한 표정으로 학교 안에 들어섰다. 어젯밤 한태군이 했던 말이 자꾸만 떠올라 그를 어떻게 마주해야 할지 몰랐다.'태군이 나를 좋아하다니... 도대체 언제부터?""강유이!"이때 금발 여자가 화난 표정으로 달려오더니 그녀를 확 밀쳤다."재벌이면 리사를 이렇게 괴롭혀도 되는 거야? 착한 리사를 모함하니 속이 후련해?"강유이는 그녀의 손이 닿은 옷을 툭툭 털며 물었다."지금 친구를 대신해 복수라도 하려는 건가?"여자의 정체는 리사의 친구 줄리안나였다. 그녀는 수차례나 학교에서 그녀에게 대놓고 시비를 걸었다. 아무래도 리사의 계략인 듯했다. 빅토리아대학교에 입학하지도 못한 주제에 친구를 심어둔 것도 꽤 얄미웠다.이때 리사가 부랴부랴 달려오며 줄리안나를 말렸다."화내지마, 안나야. 이번 일은 유이 탓이 아니야. 다 내가 잘못해서 그런 거야.""네가 무슨 잘못을 했는데? 이런 년도 친구라고 나한테 소개한 거야? 친구가 어떻게 친구를 모함할 수 있어!""그게 아니라..."리사는 불쌍한 척 머리를 숙였다. 속으로는 얼마나 웃고 있는지 모른다.리사는 자신이 빅토리아대학교에 입학하지 못했다고 해도 상관없었다. 친구 줄리안나가 있는 한 강유이는 단 하루도 무사히 지내지 못할 테니 말이다. 어젯밤 그런 일을 당하고 나서는 속으로 무슨 일이 있더라도 복수를 할 것이라고 단단히 마음먹었다."안나야, 이건 내 문제야. 내가 미움 당할 짓을 해서 그래. 너 오해했어.""그만 말해. 집안 믿고 나대는 재벌 집 아가씨들이 어떤지 내가 모를 것 같아?"줄리안나는 강유이를 손가락질하며 말했다."지금 당장 리사한테 사과해. 안 그러면 모든 사람한테 네 만행을 알릴 거야!""그래?"강유이는 팔짱을 끼며 말했다."대단한 의리네. 그냥 원하는 대로 해.""너..."강유이는 피식 웃으며 턱을 만지작댔다."밖에서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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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06화

줄리안나가 자신의 편을 들어준다는 생각에 리사는 두려울 게 없어 보였다.줄리안나의 아버지는 Y국에서도 유명한 외교관이었다. 비록 귀족이라고 할 만한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 상류 사회의 변두리에 걸쳐 있었다.지금의 줄리안나는 예전의 강유이와 다를 바 없었다. 왠지 자신을 보는 듯한 느낌에 강유이는 지금의 상황이 웃기기만 했다. 그녀가 리사를 위해 조민을 경고할 때, 조민도 자신을 한심하게 여겼나 싶기도 했다. 그래서 그녀는 피식 웃으며 물었다."나더러 리사한테 사과하라고?""그래, 잘못을 했으면 사과해야지.""잘못을 한 사람은 따로 있는데 왜 내가 사과해야 하지? 리사가 나한테 미움받은 이유는 못 들었나 봐?"강유이는 줄리안나를 향해 걸어가며 말했다."친구와의 의리를 지키는 건 좋아. 그래도 사람은 가려야지. 난 절대 사과하지 않을 거야. 리사는 내 사과를 받을 가치가 없는 사람이니까."줄리안나는 무의식적으로 뒷걸음질을 쳤다. 그러자 리사가 앞으로 나와 막아섰다."유이야, 나는 사과하라는 뜻이 아니었어. 네가 나를 미워하는 것도 이해해. 그러니 안나를 괴롭히지 마.""너 진짜 가지가지 한다. 그러면 도대체 무슨 목적으로 학교까지 와서 안나한테 고자질한 건데? 넌 그냥 불쌍한 척 연기해서 안나가 대신 나서주기를 바란 거잖아. 이제 와서 좋은 사람인 척 말해봤자 무슨 소용이 있지?""그... 그런게 아니라...""닥쳐!"줄리안나는 힘껏 강유이를 밀쳐냈다. 강유이는 갑작스러운 힘에 휘청거리다가 뒤로 자빠지려고 했다. 이때 힘 있는 손이 그녀의 등을 잡았다. 머리를 돌려보자 어두운 표정의 한태군이 보였다.줄리안나의 얼굴은 순식간에 창백해졌고, 리사는 바로 나서서 설명하기 시작했다."태군 오빠, 안나를 탓하지 마요. 안나도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에요."한태군은 시종일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의 눈빛은 아주 차가웠고 리사도 돌연 오싹해지기 시작했다.'제기랄, 오빠는 왜 하필 이때 나타난 거야. 아니야. 어차피 유이를 민 사람은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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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07화

강유이는 심장이 뛰다 못해 밖으로 튀어나올 지경이었다.강유이의 귀여운 반응에 한태군은 피식 웃으며 장난을 그만뒀다. 더 이상 장난을 치다가는 그녀가 겁먹고 도망갈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한태군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너 아직 수업 있지? 얼른 교실로 돌아가."강유이는 한태군을 살짝 밀어내고 재빨리 도망갔다. 한태군은 그녀의 멀어지는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입술을 쓱 만졌다.'급할 건 없어. 어차피 유이는 나한테 올 거니까.'강유이는 수업에 전혀 집중할 수 없었다. 펜을 든 손에는 아직도 한태군의 온도가 남아있었다. 그녀를 삼켜버릴 듯한 뜨거운 눈빛도 눈앞에 생생했다. 그 잘난 얼굴로 혼신의 유혹을 해대니 아무리 친구라고 생각했던 사람이라고 해도 평정심을 유지할 수 없었다.강유이는 책을 세우고 책상에 엎드렸다. 얼굴에서 귀까지 이미 전부 빨개진 상태였다.'이건 반칙이지!'같은 시각, 한씨 저택.오늘 수업이 없었던 한태군은 일찍 집으로 돌아갔다. 거실 안에 들어서자, 한재욱에게 무언가 설명하고 있는 듯한 리사가 보였다.한재욱은 신문을 내려놓고 머리를 들었다."태군아, 왜 이렇게 일찍 돌아왔어?""처리할 일이 있어서요."리사는 한태군의 싸늘한 눈빛을 마주하자마자 제자리에 얼어붙었다. 한재욱은 더 이상 묻지 않고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난 이만 회사로 가봐야겠다.""아버지, 저... 저도 데려가면 안 돼요?"리사는 두려운 표정으로 말했다. 한태군이 처리할 일이 자신과 연관된 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만약 한재욱의 보호가 없다면 그녀는 무슨 일을 당할지 몰랐다. 어쩌면 오늘 당장 집안에서 쫓겨날지도 몰랐다.한재욱은 미간을 찌푸렸다."네가 회사에 가서 뭐 하게?""저... 저도 공부를 하고 싶어요. 일을 해보고 싶기도 하고요."한재욱은 리사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최근 4년 동안 리사는 꽤 조용히 지내왔다. 강유이의 생일 파티에서 사고를 친 걸 제외하면 말이다. 그날 도대체 누가 술을 부었는지는 따지고 싶지 않았다. 강유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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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08화

한태군은 빈 찻잔을 바라봤다. 마치 리사는 바라볼 가치도 없다는 듯이 말이다."변명은 끝났어?"리사는 어깨를 흠칫 떨며 이어서 설명했다."오빠, 이번 한 번만 믿어줘요. 저 진짜 일부러 유이를 찾아간 게 아니에요. 저 4년이나 가만히 있었잖아요. 오늘도 안나가 아니었으면...""리사."한태군은 서서히 머리를 들어 무표정한 얼굴로 리사를 바라봤다. 그의 눈빛은 차갑고 어둡고 예리하기까지 했다.리사는 핏기 하나 없는 창백한 얼굴로 그를 조심스럽게 불렀다."태군 오빠.""그렇게 부르지 마. 역겨우니까."심장에 칼이 꽂힌 듯한 고통에 리사는 주먹을 꽉 쥐었다. 강유이가 부를 때는 분명히 좋아했으면서, 왜 자신이 부르면 역겹다는 말인가? 왜 모든 이의 사랑이 자신이 아닌 강유이를 향해 흘러가는 것인가?'설마 기억이 돌아온 거 아니야?'리사는 파르르 떨리는 입술로 물었다."그... 그러면 뭐라고 불러요?"한태군은 입술에 묻은 차를 닦아내며 덤덤하게 말했다."도우미들이 부르는 대로 불러.""하지만 저는...""수양딸 주제에 집안사람 취급을 받고 싶은 건가?"한태군은 벌떡 일어나 테이블을 건너 리사의 앞에 멈춰 섰다. 그러자 리사는 머리를 푹 숙이며 타협을 선택했다."... 알겠어요, 작은 회장님.""집사님."한태군의 부름을 받은 집사 피터가 앞으로 걸어 나왔다."네, 작은 회장님.""오늘부터 리사한테 도우미 일을 가르쳐줘요. 괜히 밖에 나가서 집안 체면을 깎지 못하도록 말이에요. 무슨 뜻인지 알겠죠?""네, 알겠습니다."피터는 머리를 끄덕였다.리사는 한태군의 멀어지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입술을 꽉 깨물었다. 한재욱의 수양딸로서 도우미 취급을 받는다는 것은 당연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었다.'이게 다 강유이때문이야!' ...빅토리아대학교.오늘은 발레 시험이 있는 날이다. 시험에 사용될 발레극과 역할은 랜덤으로 결정된다.에서 '오델리' 역을 뽑은 강유이는 휴게실에서 메이크업을 하고 있었다. 먼저 준비를 끝낸 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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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09화

잠깐의 흔들림이 있기는 했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전혀 흠이 되지 않았다. 선생님들은 역시 소문대로 훌륭한 학생이라며 머리를 끄덕였다. 때로는 실수 하나 없는 공연보다는, 실수를 자연스럽게 대처하는 능력이 더욱 높게 평가받는 법이다.줄리안나는 끝까지 버텨낸 강유이가 약간 대단한 감도 들었다. 그래도 감점은 피하지 못할 것이니 목적은 달성한 셈이다.곧이어 오델리의 독무가 끝나고 음악이 잦아들자, 강유이는 털썩 주저앉았다. 선생님 중 한 명이 깜짝 놀란 표정으로 몸을 일으켰다."괜찮아?"무대 곁에 서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고 있던 학생은 덜덜 떨리는 손가락으로 강유이를 가리키며 말했다."선생님, 유이 신발에 피가 흥건해요!"선생님은 후다닥 무대 위로 올라가 강유이의 신발을 벗기고 상태를 확인했다. 그리고 신발 속에서 빨갛게 물든 못을 뽑아냈다.강유이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크게 떴다. 하지만 못을 넣은 사람보다는 자신의 불찰부터 반성했다."죄송해요, 선생님. 그래도 저는 최선을 다했어요.""얼른 유이를 양호실로 데려다줘."강유이가 발레 수업을 하다 말고 양호실에 갔다는 소식은 금방 반재신의 귀에 들어갔다. 그는 두말없이 양호실로 달려갔고 발가락에 붕대를 감은 강유이를 보고서는 표정이 무섭게 식어갔다."이게 무슨 일이야?"강유이를 양호실로 데려온 여학생이 자초지종을 말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반재신의 분위기는 더욱 차가워졌다.강유이는 머리를 들고 말했다."오빠, 나 괜찮아.""이게 어딜 봐서 괜찮은 거야?"반재신은 곁에 있던 여학생을 향해 머리를 돌리며 물었다."신발 안에 못을 넣은 사람이 누구인지는 알아냈어?"여학생은 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하지만 곧 무언가 생각난 듯 손뼉을 쳤다."그러고 보니 조금 전 줄리안나가 휴게실에 들어간 적 있다는 말을 들었어. 우리 과 학생도 아니면서 왜 왔는지 모르겠네."'줄리안나...'강유이는 이번 사건의 범인이 누군지 알 것 같았다. 반재신도 마찬가지인 듯 피식 웃으며 말했다."줄리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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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10화

강유이는 덤덤하게 머리를 숙여 줄리안나의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바라봤다."줄리안나, 나도 너랑 비슷한 일을 한 적 있어. 근데 리사는 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좋은 사람이 아니야. 그러니 너도 이성적으로 잘 생각해 봐."줄리안나는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이게 어디서 착한 척이야? 누가 없던 일로 해달래? 당장 선생님한테 일러바쳐, 너 그런 사람이잖아.""그러면 네 말대로 일러바쳐서 퇴학 당해볼래? 그게 네가 원하는 거야?"줄리안나는 눈에 띄게 멈칫했다. 강유이는 무표정한 얼굴로 이어서 말했다."네 아버지가 퇴학 이유를 물어보면 또 어떻게 대답할 건데?"줄리안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만약 내가 리사의 말대로 집안 믿고 나대는 사람이라면 진작에 너를 퇴학시켰어. 눈엣가시인 사람을 없애 버리기 위해서라면 이유는 얼마든지 만들어 낼 수 있으니까. 리사도 마찬가지야. 리사는 자기가 나한테 어떤 짓을 했는지 언급한 적도 없지? 리사는 선처받지 못하면 너와 만날 수도 없는 곳에 있었을 거야. 사람은 겉만 보고 판단하면 안 돼. 사실도 한 사람의 말만 듣고 판단하면 안 되고. 리사에 대해서는 영원히 말하고 싶지 않으니까, 다시는 이런 일 없었으면 좋겠다."줄리안나는 무안한 표정으로 주먹을 꼭 쥐었다. 그녀가 강유이에 대한 미움은 리사의 말에서 비롯되었다. 강유이는 잔인하고 이기적인 악녀이고, 리사는 착하고 다정한 친구라는 게 그녀의 판단이었다. 하지만 강유이가 태연한 표정으로 솔직하게 하는 말을 들어보니 자신이 오해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기 시작했다.강유이가 리사를 싫어한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강유이의 위치에서 리사를 괴롭히기도 식은 죽 먹기였다. 리사는 한씨 집안의 성씨를 받지도 못한 양녀일 뿐이었으니 말이다. 상류사회의 괴롭힘이 어떤 것인지 줄리안나는 잘 알고 있다. 만약 강유이가 리사의 말대로 잔인한 사람이었다면 둘은 애초에 친구가 되지도 못했을 것이다.강유이는 이불을 끌어 올리며 말했다."이만 나가봐."줄리안나는 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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