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쌍둥이가 CEO 아빠 유괴하기?의 모든 챕터: 챕터 1591 - 챕터 1600

2771 챕터

제1591화

리사는 강유이가 준 걸 거절하지 않고 몇 번이고 받아들이며 마음 편히 누리다가 그것을 자기 것으로 만들었다. 그 점은 리사가 허영심이 강하다는 걸 의미했다.한태군이 룸 밖에서 걸어들어왔다.“늦어서 죄송해요.”한재욱이 말했다.“마침 잘 왔네. 음식 아직 안나왔어.”한태군은 의자를 당겨 앉으며 강유이와 시선을 마주했고, 강유이는 다급히 시선을 피했다.밥 먹으면서 어른들이 대화를 나눌 때 강유이는 고개를 푹 숙인 채로 묵묵히 밥만 먹었다.강해신은 리사가 있어 강유이가 기분 나빠하는 거라고 생각해 강유이에게 닭 날개를 집어줬다.“잘 먹어. 괜히 다른 사람 때문에 영향받지 말고.”그가 말한 다른 사람이 누군지 그들은 잘 알고 있었다.리사의 안색이 조금 흐려졌다.한태군도 강유이에게 음식을 집어주며 장난스레 말했다.“돼지 뇌 요리라도 시켜줄까?”강유이는 화가 나서 울컥했다.“오빠나 먹어.”강유이의 큰 목청 때문에 반준성과 다른 이들의 젓가락질이 멈췄다. 반준성은 고개를 들어 두 아이를 바라봤다.“갑자기 왜 싸우는 거야?”한재욱이 말했다.“아이들 장난이죠.”반준성은 전혀 화가 난 것 같지 않았다.“시끌벅적해야 좋아. 유이는 평소 집에서도 해신이랑 다툰다니까.”화기애애한 분위기였지만 리사는 홀로 어울리지 못했다.리사는 고개를 들어 강유이를 바라봤다. 사람들의 눈에는 유이만 보이는 듯했다.화가 났든, 애교를 부리든, 다들 예뻐해 주기만 할 뿐 아무도 강유이를 짜증 나 하거나 시끄럽다고 나무라는 사람이 없었다.심지어 한태군마저 분명 강유이를 기억하지 못하면서 여전히 강유이에게 살갑고 리사에게는 적개심이 가득했다강유이는 일어나서 화장실로 향했고 화장실에서 돌아오는 길에 우연히 복도에서 리사와 만났다.리사는 웃으며 그녀에게 다가갔다.“유이야.”리사를 대하는 강유이의 태도는 열정적이지도, 냉담하지도 않았다.“왜 나왔어?”“그... 혼자 안에 있으려니까 뻘쭘해서. 해신도 태군 오빠도 날 별로 환영하지 않는 것 같아.”리사는 고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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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92화

리사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는 저도 모르게 옷깃을 잡아당겼다.반씨 집안 때문에 서울시 학교들이 리사를 받지 않는데 지금은 동정하는 척하다니?강유이는 먼저 리사의 손을 잡았다.“그러면 내가 더욱더 아저씨에게 설명을 해줘야지.”리사는 당황한 건지 안색이 살짝 달라졌다.“그럴 필요 없어...”리사는 시선을 옮겼다.“유이야, 정말 더 설명할 필요 없어.”“왜 설명할 필요 없는데?”강유이는 리사를 응시했다.“설마 아저씨가 날 계속 오해하게 둘 셈이야?”리사는 이를 악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리사야, 왜 아직도 날 속이려고 해?”강유이는 이해할 수 없었다. 만약 리사가 아버지가 아프지 않다는 걸 인정했다면, 거짓말했다는 걸 인정했다면 강유이는 어쩌면 리사에게 기회를 줬을지도 몰랐다.잘못하더라도 고치면 되는 법이다.하지만 리사는 여전히 그녀를 속였다.리사의 안색이 달라졌다.“유이야, 너... 너 그게 무슨 말이야?”“나 너희 집에 갔었어.”리사는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강유이는 느긋하게 설명했다.“난 네 말이 진짜라는 걸 증명하고 싶었어. 그런데 네 이웃이 그러더라. 너희 아빠 아프지 않고 출근까지 한다고.”리사는 갑자기 강유이의 손을 뿌리쳤다.“날 의심한 거야? 이웃들 말은 믿으면서 내 말은 믿지 않는 거야?”“그런데 네가 거짓말한 건 사실이잖아.”강유이는 이미 리사에게 실망한 적이 있어 기대가 별로 없었다.한태군의 말이 옳았다. 강유이는 멍청했다. 멍청하다 못해 리사가 뭐라고 하든 다 믿었다.그러나 지금 강유이는 본인을 믿었다.리사의 아버지가 정말 멀쩡한지 직접 본 건 아니었지만 리사가 거짓말한 게 아니라면 저렇게 얼버무릴 이유가 없었다.리사는 강유이가 자신을 의심할 거라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강유이는 심지어 그녀의 집까지 찾아가서 알아봤다.잠깐의 침묵 끝에 리사는 다시 강유이를 바라봤다. 그녀는 낯선 표정으로 강유이를 잡아당기면서 태도를 달리했다.“그래서 멋대로 날 조사한 거야?”“강유이, 내가 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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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93화

강유이는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부잣집 딸이고 리사는 착하고 철이 든 아이였다. 게다가 사람들은 원래 자신이 본 것만 믿는 법이다.누가 진실이 어떠한지 신경 쓰겠는가?반준성은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가 뭐라고 얘기하려 하는데 한재욱이 급히 말렸다.“두 아이가 장난치다가 실수로 넘어진 걸 수도 있잖아요.”“쟤 편들지마. 유이는 원래 성격이 제멋대로인 데다가 자꾸 너희가 예쁘다 예쁘다 해준 탓이야. 혼낼 때는 혼내야지.”반준성은 강유이를 보고 말했다.“얼른 친구한테 사과해.”강유이는 할아버지가 자신을 믿어주지 않을 줄은 몰랐다. 그녀는 씁쓸한 기분에 울면서 소리를 질렀다.“전 그런 적 없다니까요!”강유이는 고개를 돌리고 도망쳤다.“유이야, 너...”반준성의 부름에도 강유이는 멈추지 않았다.강성연과 세 아이와 함께 소리를 듣고 나왔는데 강유이가 울면서 그들을 밀치고 뛰어갔다.강성연이 강유이를 잡으려는데 강해신과 강시언이 말했다.“엄마, 저희가 유이 쫓아갈게요.”한태군은 먼저 한재욱이 있는 방향으로 걸어갔고 이마를 다친 리사를 힐끗 바라보며 눈빛이 차가워졌다.반준성은 손녀가 사고를 친 줄 알고 어쩔 수 없이 나서서 일을 잠재우려 하며 리사를 위로했다.리사는 한재욱에게 다가가 말했다.“죄송해요, 아저씨. 제가 따라와서는 안 됐어요. 그 때문에 유이가 절 오해했어요.”한재욱이 리사를 데려온 건 리사가 그를 구했을 뿐만 아니라 리사가 반씨 집안 아이들과 아는 사이였기 때문이다.그는 아이들끼리 사이가 좋은 줄 알았는데 이런 일이 일어날 줄은 몰랐다.“괜찮아. 내가 너희 사이를 몰랐던 탓이야. 자책하지 마. 내가 기사한테 너 데리고 병원에 가서 상처 치료하라고 할게.”한재욱은 돌아서서 떠났다.리사는 그를 뒤따랐고 한재욱의 곁을 지나치다가 한태군의 목소리를 들었다.“수단 좋네.”두 사람만 들릴 정도의 목소리였다.리사는 몸이 경직되며 고개를 돌리지 못했다.강유이는 공원 그네에 몸을 숨겼다. 그녀는 처음으로 믿음을 얻지 못한 것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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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94화

만약 그가 손녀를 오해했다면 당연히 손녀에게 사과할 것이다.강성연은 노크한 뒤 문을 열었다. 강유이는 침대에 엎드린 채로 기분이 좋아 보이지 않았다.강성연은 침대 끄트머리에 앉았다.“유이야, 엄마는 널 믿어.”강유이는 일어나 앉았다.“하지만 할아버지는 절 안 믿잖아요.”“할아버지는 진실을 모르잖아. 그런데 어떻게 널 믿겠어?”강성연은 손바닥으로 강유이의 얼굴을 쓰다듬었다.“이 세상에는 네 예상 밖의 것들이 가득해. 특히 인성이 그래. 사람을 해칠 마음을 품어서는 안 되지만 경계를 풀어서도 안 돼. 선량함과 인자함은 모두 마지노선이 있는 거야.”“다른 사람이 널 향해 송곳니를 드러낸다면 더는 마음이 약해져서는 안 돼. 바보처럼 상대가 바뀔 거라고 기대해서도 안 되고, 알겠니?”강유이는 시선을 내려뜨렸다.당시 강유이는 확실히 마음이 약해졌었다. 그래서 아버지가 아프시다고 리사가 거짓말한 사실을 남에게 알리지 않았다.이 일로 강유이는 리사가 그녀의 무른 마음과 친절함을 이용해 제멋대로 행동한다는 걸 깨달았다.-리사가 동네를 나서자 대문 밖에 주차되어 있던 벤틀리의 차창이 천천히 내려갔다.강유이의 어머니인 걸 확인한 리사는 당황하더니 이내 웃으며 다가갔다.“아주머니, 여긴 어쩐 일이세요? 참, 리사는 어때요? 어제는 제 잘못이에요. 할아버지께서 리사를 오해했잖아요.”강성연은 무표정한 얼굴로 리사를 바라봤다.“그 수작 나한테는 안 먹혀. 유이가 널 밀었는지 아니면 네가 유이를 모함했는지는 네가 가장 잘 알겠지.”리사는 돌연 얼어붙어서 시선을 내려뜨렸다.“아주머니께서 절 오해하신 거예요...”강성연은 팔을 뻗어 리사의 턱을 쥐었다.“리사야, 네가 어리니까 내가 널 상대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은 버려.”리사의 안색이 창백해졌다.강성연의 눈동자에서 느껴지는 한기가 리사의 뼛속에 스며들며 두려움이 생겼다.사람은 원래 그런 법이다. 약한 사람은 만만하게 보고 강한 사람 앞에서는 두려워한다. 그래서 리사가 강유이에게 손을 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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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95화

리사가 그의 목숨을 구한 건 맞았다.하지만 강유이의 말이 사실이라면, 만약 리사가 아버지의 건강을 이용해 거짓말을 해서 한재욱이 믿게 할 생각이었다면, 십 대 소녀치고는 정말 간단치 않았다.그로 인해 한재욱은 리사에 대한 의심이 깊어졌다.그는 한태군과 반씨 집안 두 아들처럼 계략에 능한 아이는 없을 거라고 생각해 리사를 얕봤다.한재욱은 미적지근하게 물었다.“너희 아빠 안 아프시니?”리사는 이토록 치욕적이고 난감한 적이 없었다. 그녀는 거짓말했음을 인정해야 했지만 한씨 집안이라는 든든한 배경을 잃고 싶지 않았다.한재욱이 자신을 믿지 않는 것 같자 리사는 눈시울을 붉혔다.“그런 거 아니에요. 전 속일 생각이 없었어요. 저희 아빠는 확실히 건강이 좋지 않으세요.”강유이는 리사를 바라봤다.“그러면 지금 오빠한테 너희 아빠에게 연락하라고 할게.”리사는 하마터면 소리를 지를 뻔했다.연락한다면 완전히 끝장이었다.강해신은 휴대폰을 들어 전화를 걸었고 리사는 비틀거리면서 식은땀을 흘렸다.리사는 속으로 받지 말라고 소리를 질렀으나 전화가 통했다.그러나 전화를 받은 것은 리사의 아빠가 아니라 낯설고 다급해 보이는 여자였다.“여보세요, 혹시 휴대폰 주인의 가족분 되시나요? 휴대폰이 지금 저한테 있는데 가족분들에게 연락이 되지 않아서요.”강해신은 당황해하며 눈살을 찌푸렸다.“누구세요?”상대방이 대답했다.“여기 병원이에요. 조금 전에 저희 서에 신고가 들어왔어요. 휴대폰 주인분이 조금 전에 변을 당하셨거든요. 가족에게 연락하려고 했는데 아드님은 전화를 받지 않으셔서요. 혹시 가족 되시나요?”리사는 당황해하며 안색이 살짝 창백해졌다.“아... 아빠.”리사는 몸을 돌려 뛰쳐나갔다.하필 전화를 걸어 확인하려 할 때 리사의 아버지에게 사고가 일어날 줄은 아무도 몰랐다.리사는 쏜살같이 뛰어 병원으로 향했고 휴대폰으로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경은 복도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리사는 그녀의 앞으로 곧장 뛰어갔다.“저희 아빠... 어떠세요?”“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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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96화

"아빠, 미안해요. 탓하려거든 저한테 원하는 생활을 줄 수 없었던 스스로를 탓하세요."리사는 단호하게 몸을 돌려 떠났다.얼마 후, 고아가 된 리사가 한재욱의 수양딸이 되었다는 소식이 세간 사람을 놀라게 했다.호텔 스위트 룸.한태군은 한재욱의 뒤로 가서 멈춰 서며 물었다."작은아버지, 그 아이를 진짜 수양딸로 들일 생각이에요?""응, 부모가 없는 건 둘째 치고... 참 불쌍한 아이잖니."한재욱은 시선을 떨구며 말했다.리사가 아버지의 병에 관해 숨기는 바가 있다는 건 이미 밝혀진 일이었다. 그녀의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로 혼자 집안일에 신경 쓰느라 병에 걸리는 것도 이상한 것은 아니었다. 그저 아버지가 그런 일을 당하고 충격받았을 리사가 자꾸 눈에 밟혔다.더구나 한재욱은 자식이 없었기 때문에 자신의 목숨을 구한 적 있는 아이를 수양딸로 들이는 것쯤은 괜찮다고 생각했다.한태군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 아이를 아직도 믿나 보네요."한재욱은 몸을 돌리며 물었다."태군아, 넌 리사가 싫어?"리사를 상대로는 싫다는 말도 순화된 것이었다. 한태군의 표정에는 적나라한 혐오까지 담겨 있었으니 말이다."거짓말이 일상인 사람을 좋아하는 게 더 이상하지 않아요?"한태군은 밖으로 걸어 나가며 단호하게 말했다."수양딸로 들이는 건 반대하지 않을게요. 하지만 한씨 성을 쓰는 건 절대 안 돼요. 그리고 저의 도움을 기대하지도 마세요."한태군은 스위트 룸 밖으로 나가자마자 복도에 서 있던 리사와 마주쳤다. 리사는 먼저 그에게 다가가며 인사를 건넸다."태군... 오빠."한태군은 칠흑같이 어두운 눈동자로 리사를 바라보며 말했다."작은아버지를 따라 한씨 집안에 들어오니 나랑 가족이라도 된 것 같아?"리사는 미소를 짓고 있는 채로 굳어버렸다. 한태군은 머리를 돌리더니 싸늘한 표정으로 이어서 말했다."즐길 수 있을 때 많이 즐겨둬."말을 마친 한태군은 성큼성큼 멀어져 갔다.제자리에 얼어붙은 리사는 몸을 파르르 떨었다. 한태군의 표정은 말로 이루 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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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97화

4년 후.Y국 빅토리아대학교.강유이는 한 차례의 교내 연극을 끝내고 옷을 갈아입기 위해 백스테이지로 돌아갔다. 테이블 위에는 낯선 꽃다발과 파란색 선물 상자가 있었다.강유이는 천천히 걸어가 꽃다발을 들어 올렸다. 카드에는 '생일 축하해.'라고 적혀 있어 있었다. 그녀는 머리를 들어 거울을 바라봤다, 정확히는 거울 속에 비친 한 사람을 바라봤다."오늘이 내 생일인 건 어떻게 알았어?"한태군은 여유로운 자태로 문턱에 기대어 있었다. 4년 사이에 그의 이목구비는 훨씬 뚜렷해졌고 분위기도 훨씬 어른스러워졌다. 따지고 보면 한창 의기양양할 나이이기도 했다.강유이는 약속대로 빅토리아대학교의 연극영화과에 입학해서 반재신, 한태군의 후배가 되었다. 반재언은 빅토리아대학교가 아닌 S국 최고 대학교를 선택해 경영을 배우기 시작했다."생일을 알아내는 것쯤은 어려운 일이 아니지."한태군은 강유이를 향해 걸어가더니 머리 장식을 풀어줬다. 비단과 같은 머리카락은 부드럽게 떨어져 내렸다. 백옥 같은 피부와 완벽한 몸매 역시 눈에 띄었다. 괜히 연극영화과에서 '동방의 아프로디테'라고 불리는 게 아닌 듯했다.한태군은 부드럽게 그녀의 입술을 쓰다듬었다. 손가락에 빨간 립스틱이 묻어났다. 강유이는 가만히 그의 동작을 지켜볼 뿐이었다.이때 휴게실 문이 요란하게 열리고, 한태군과 강유이는 동시에 문을 바라봤다. 반재신은 역시 이럴 줄 알았다는 듯이 어두운 표정으로 언성을 높였다."야, 한태군! 너 나한테 뒤지고 싶어?!"'어디서 감히 더러운 앞발을 내 동생 몸에 대는 거야!'한태군은 눈썹을 치켜떴다. 꽤 도발적인 표정이었다.강유이는 어이없는 듯 이마를 짚었다. 그동안 함께 지내온 시간이 무색할 정도로 둘 사이의 관계는 아무런 변함없었다."오빠, 왜 왔어?""어쭈, 내가 방해했다 이거야?"반재신은 어두운 표정으로 물었다. 소중한 동생이 외간 남자의 편을 들어주려고 하니 말이다. 강유이는 미소를 지으며 총총 걸어가 반재신과 팔짱을 꼈다."그런 뜻 아니야. 그나저나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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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98화

"그냥 생일 선물을 준 거라고? 굳이 그렇게 가까이 서서?"반재신은 약하게 꿀밤을 때리며 말했다."네 눈은 장식품이냐?"반재신은 줄곧 한태군을 도둑놈 취급해 왔다. 강유이가 18살 성인이 되었으니, 앞으로는 더 심해지기만 할 법하다.강유이는 이마를 만지작대며 피식 웃었다."잔소리 좀 그만해. 나 이제 어린애 아니거든.""됐어. 아빠랑 엄마 Y국에 도착하셨대. 오늘 생일 파티 제대로 꾸미고 가자. 오늘만큼은 네가 파티장에서 가장 예뻐야 하니까."강유이가 Y국에서 공부를 시작하고 나서도 반지훈과 강성연은 매해 직접 생일을 챙겨주러 비행기를 타고 왔다. 예전에는 소규모의 생일파티였지만 오늘은 달랐다. 오늘은 생일파티 겸 성인식이었으니 말이다.강유이는 팔짱을 끼며 미소를 지었다."걱정하지 마, 그 정도는 충분히 자신 있으니까."쌀쌀한 바람이 불어오는 여름날 저녁. 서양식 건축이 밀집된 번화가에 어둠이 내려앉고, 은은한 가로등 불빛이 꿈과 같은 그림을 연출해 냈다.원래도 눈부셨던 연회장은 고급스러운 장식 덕에 더욱 화려해졌다. 전체적인 배치는 강유이가 가장 좋아하는 파란색 꽃을 위주로 했고, 풍선, 생화, 인형 등으로 만든 궁전으로 소녀적인 감성도 놓치지 않았다.반씨 집안의 막내딸이 Y국의 대학에 다닌다는 소식은 많은 이의 주목을 받았다. 강유이는 여준우의 조카이자, M국 메트로폴리탄의 X마저 해마다 생일파티에 참석해 주는 존재이니 말이다. 더구나 최근 떠오르기 시작한 한씨 가문도 있었으니, 대부분 사람이 그녀의 생일파티에 참석하려고 했다.이는 생일파티라고 하기에 도무지 믿기지 않는 스케일이었다. 화려한 착장의 거물들이 연이어 연회장 안으로 들어섰다.여준우는 어린 딸 여설희를 품에 안고 명승희와 함께 안으로 들어섰다. 최근 수염을 기르기 시작한 그의 얼굴에는 세월의 흔적이 선명히 남아있었다. 덕분에 믿음직하고 어른스러운 분위기가 강조되기도 했다. 반대로 반지훈과 강성연은 전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이게 누구야?"강성연은 여준우 등이 온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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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99화

반지훈은 몸을 돌려 강성연을 바라보며 말했다."누구 딸인데, 당연히 예뻐야지."강유이는 팔을 뻗어 반지훈과 강성연을 동시에 끌어안았다."올해도 같이 생일을 보내게 되어서 너무 행복해요.""일생에 한 번뿐인 성인식을 우리가 놓칠 리 있겠어?"강성연은 강유이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말했다.생일 파티를 시작할 때가 되자 수많은 사람이 모여들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우아한 자태로 술과 음식을 즐기며 얘기를 나눴다. 반지훈과 강성연도 그 속에서 손님들을 접대하기 시작했다.강유이는 주로 나이가 비슷한 사람들과 얘기를 나눴다. 그중에는 빅토리아대학교의 선후배도 있었다. 이때 선배로 보이는 여자가 물었다."오늘 한태군은 안 왔어?"강유이는 잠깐 멈칫하더니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올 거예요. 조금 늦나 봐요.""학교에서 보니 두 사람 꽤 친해 보이던데, 한태군이 너를... 좋아하는 거 아니야?"강유이는 샴페인을 마시다 말고 사레 걸려버렸다. 그녀는 입을 막고 기침하기 시작했고 귀는 불이 붙은 것처럼 화끈거렸다."말도 안 돼요.""말이 안 되긴. 다들 한태군이 너를 좋아한다고 생각하던데?"'한태군이... 나를...?'강유이는 머리를 숙였다. 샴페인을 너무 많이 마셔서인지 얼굴이 발그레하게 달아올랐다.빅토리아대학교에서 한태군의 도움을 많이 받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강유이는 그의 모든 도움을 친구로서의 호의로 여겼다. 좋아하는 것도... 당연히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이때 지각한 한씨 집안사람이 모두의 시선을 받으며 안으로 들어섰다. 예전 같으면 한태군과 그의 부모님, 혹은 한태군과 한재욱만 참석했겠지만, 올해는 불청객도 함께 있었다. 그 불청객은 다름 아닌 리사였다."저 아이는 누구예요?""한씨 집안의 수양딸이래요. 하지만 그다지 중시를 받지는 못하는 모양이에요. 집안의 성씨도 물려 받지 못했잖아요."사람들은 작은 목소리로 의논하기 시작했다. 대부분 말이 좋아 '수양딸'이지 집안과 일절 관계없는 남이라고 생각했다. 다른 성을 가진 사람은 집안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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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00화

리사는 힘들게 한재욱을 설득해서 강유이의 생일 파티에 참석했다. 수많은 거물이 지켜보는 곳에서는 아무리 반씨 가문이라고 해도 자신을 난감하게 만들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4년 전, 한씨 집안의 수양딸로 들어간 리사는 앞으로 Y국에서 행복해질 일만 남은 줄 알았다. 하지만 한태군의 부모님은 그녀를 달가워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한재욱이 그들을 설득해 줄 줄 알았지만 '우리 집안일은 태군이가 결정해.'라는 말만 돌아올 뿐이었다.리사는 당연히 믿지 않았다. 자신과 나이가 엇비슷한 어린애가 집안 어른에게 지시를 내린다는 게 상상도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거짓말이 아니었다. 한재욱마저도 한태군의 말을 들어야 했으니 말이다.한태군이 싫다는 일은 그의 부모님도 강요할 수 없었다. 그는 또 14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학교 공부와 회사 경영을 동시에 도맡았고, 한씨 집안의 도우미들은 그를 공손하게 '작은 회장님'이라고 불렀다.리사는 한때 한재욱의 마음을 얻어 그의 수양딸이 되기만 한다면 한태군을 통제할 수 있을 줄 알았다. 이게 얼마나 유치한 생각인지는 한씨 집안에 들어가서야 깨달았다. 한태군이 집안의 실세라는 것을 진작에 알았더라면 한재욱에게 시간 낭비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리사는 아직도 한태군과 사이좋게 지내고 싶다는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하지만 가장 큰 걸림돌인 강유이가 하필이면 빅토리아대학교에 입학했다. 강유이가 근처에 있는 한 한태군은 그녀를 거들떠보지도 않을 것이다. 리사는 입술을 깨물었다. 속으로 강유이가 영영 사라지기를 바라면서 말이다.연회장의 분위기가 북적북적 달아오르고 있을 때, 강유이가 앞으로 나서서 마이크를 잡았다."오늘 저의 생일 파티이자 성인식에 참석해 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여러분 모두 좋은 시간 보내시길 바랍니다."강유이와 비슷한 또래의 사람들은 높은 환호성으로 응답했다.얼마 후, 잔잔한 음악 소리와 함께 춤을 추는 시간이 되었다.성인이 된 강유이의 퍼스트 댄스는 당연히 반재신과 함께였다. 두 사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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