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쌍둥이가 CEO 아빠 유괴하기?의 모든 챕터: 챕터 1561 - 챕터 1570

2771 챕터

제1561화

지윤이 서류를 테이블 위에 올려두고 한참을 망설이다 물었다.“혹시 이상한가요?”강성연이 풋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이상하긴요. 지윤 씨 마음에 들면 되는 거죠. 다른 사람한테 보여주기 위해 입은 것도 아니잖아요. 여자가 예쁘게 화장하고, 차려입는 이유는 자기 스스로를 위해서지, 다른 사람 보기 좋아하라고 꾸미는 게 아니잖아요.”치마를 입으니, 지윤도 제법 소녀같이 보였다.그녀는 본바탕이 나쁘지 않았다. 시원시원하게 생긴 이목구비에, 정갈한 눈썹. 남장을 해도 핸섬했을 외모였다.그런 그녀가 머리를 풀고, 치마까지 입으니 더욱 색다르게 느껴졌다.강성연은 지윤의 스타일이 왜 갑자기 이렇게 돌변한 건지 짐작이 갔다. 하지만 굳이 아는 척하지 않고 입을 꾹 다물었다.지윤은 서류를 건네고 곧바로 사무실을 나왔다. 복도를 걸어가던 그녀는 마침 희승과 마주쳤다.고개를 들고 지윤을 바라본 희승의 눈이 커다래졌다. 그는 순간 몇초간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했다. 번뜩 정신을 차린 그가 빠르게 지윤의 앞으로 걸어가더니, 그녀를 비상계단으로 잡아끌었다. 그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더니 입을 열었다.“옷이 왜 이래요?”그녀가 되물었다.“전 이렇게 입으면 안 돼요?”희승이 당황하더니 시선을 피했다.“당연히 그건 아니죠. 그냥… 별일도 없는데 회사에서 이런 차림은 적합하지 않잖아요.”지윤이 그를 빤히 쳐다보았다.“당신이 치마 입은 여자가 좋다면서요.”그가 멍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내… 내가 언제 그런 말을 했어요?”“그저께 밤에요.”“내가 그렇게 말했다고요?”“술에 취해서 그렇게 말했잖아요.”술에 취했다는 그녀의 말에 희승은 곧바로 후회했다. 그가 한 손으로 자기 이마를 짚었다. 역시 술이 원수였다.“난 정말 그날에 내가 뭘 했던지 기억이 안 나요. 그런 말을 했던 건 더더욱 생각 안 나고요.”보통 술에 완전히 취한 상태였다면 아무것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반쯤 취해있었다면 자신이 뭘 했는지 정도는 당연히 인상이 남을 것이고.그런데 어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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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62화

여자한테 마음이 있으면, 남자도 생각이 있기 마련이다.남자가 만약 명품 감정사를 한다면 여자보다 더 안목이 뛰어날 것이다.희승은 반지훈 곁에 오랜 시간 함께 있다 보니 수많은 유혹적인 여자들을 보아왔었다. 애초에 그는 강미현한테도 호감이 가지 않았다.단지 그녀가 반지훈한테 은혜를 베풀었다고 오해해서 마지못해 존경했던 것뿐이었다.하지만 지윤의 청순은 거짓이 아니었다. 청순을 떠나서 너무 정직하고 솔직했다. 그녀는 무슨 말이든 생각나는 대로 직설적으로 뱉어냈다.만약 그렇다면 그는 다시 한번 자신이 그날 지윤을 건드리지 않았음을 확신할 수 있었다. 그는 당시 만취 상태였기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리고 지윤은 아마 남녀가 함께 밤을 보낸다는 그 말 자체를 오해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컸다.“그날 밤, 나랑 지윤 씨 같이 잤어요?”지윤이 고개를 끄덕였다.희승이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리고 뭘 더 했나요?”지윤이 잠깐 고민하는가 싶더니 그의 목을 빤히 쳐다보았다.“내가 당신을 물었어요.”그가 웃으면서 자신의 목을 가리켰다.“이거 말이죠?”그녀가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책임질 것 없네요. 우린 아무것도 안 했으니깐요.”“하지만 같이 잤잖아요.”“하지는 않았죠.”지윤이 잠깐 침묵하다가 물었다.“뭘 더 해야 해요?”희승이 어이없는 표정으로 웃었다.“당연히 아이를 만들만한 행동이죠.”“짝!”지윤이 그의 뺨을 때렸다.“변태.”그러더니 몸을 휙 돌리고 밖으로 나가버렸다.희승이 그녀가 때린 뺨을 매만졌다. 아프지도, 간지럽지도 않았지만 어이없고 서러운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자신은 그저 그녀한테 설명을 해줬을 뿐인데, 순식간에 변태로 내몰리다니?-이틀 후.한재욱과 한태군이 탄 비행기가 군오에 도착했다. 진철이 직접 그들을 마중하러 나갔다.진철과 한재욱이 마주 보며 한참 동안 옛이야기를 나누었다. 문득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을 느낀 진철이 고개를 돌렸다. 그와 한태군의 시선이 마주쳤다.진철은 순간 그를 알아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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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63화

어째 그녀의 사촌 동생한테는 기회가 없을 것 같은데?서울 반 씨 가문.반지훈의 부름을 받은 해신이 서재 문을 열고 들어섰다.“아빠 부르셨어요?”반지훈이 노트북에서 시선을 떼고 그를 보더니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한 씨 가문 일, 네가 그런 거야?”해신은 자신이 아버지를 속일 수 없을 걸 알아차리고 곧바로 승인했다.“맞아요.”“하려면 깔끔하게 했어야지.”반지훈이 노트북을 덮으며 말했다. 딱히 화를 내는 것 같지는 않았다.“조사해서 밝혀지면 내가 네 뒤처리까지 해줘야 하잖니.”자기 아들이 남의 회사 시스템을 해킹했다. 비록 너무 큰 일도 아니고, 손실을 일으키지도 않았지만, 한재욱은 자신한테 이번 일의 배후를 찾아달라고 부탁했다. 그런데 범인이 자기 아들이라니, 이걸 어떻게 설명하면 좋단 말인가.해신이 멈칫거리더니 확신에 찬 어조로 답했다.“절대 제가 한 거라고 밝혀낼 수 없을 거예요.”“절대란 건 없어.”반지훈이 눈을 치켜뜨고 아이를 바라보았다.“나도 찾을 수 있는 걸 다른 사람이라고 못 찾을 것 같아?”“자신감이 있는 건 좋아. 하지만 자신이 지나치면 실패하기 쉬워. 이번 일로 교훈을 얻었다고 생각해.”확실히 해신의 해킹 기술은 훌륭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해킹 기술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너무 과신하고 있었다. 자그마한 부주의와 허점만으로도 충분히 약점을 잡힐 수 있었다.해신이 입술을 깨물었다. 확실히 그는 자기 실력을 너무 믿고 있었다.만약 자기 아버지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 먼저 이걸 찾아냈다면 확실히 아버지한테 민폐를 끼쳤을 것이다.잠시 후 그가 고개를 숙이고 자신의 잘못된 태도를 인정했다.“제가 더 잘할게요.”“넌 장차 회사를 관리하게 될 사람이야. 자그마한 방심이 어떤 나쁜 결과를 빚어낼 수 있는지 똑똑히 알고 있어야 해. 넌 아주 우수해. 하지만 꼭 기억해 둬. 이 세상에 우수한 사람이 너 혼자만은 아니라는 걸.”반지훈은 참을성 있게 아이한테 일깨워 주었다. 해신도 그의 말을 마음에 새겨들었다. 자신의 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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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64화

희승이 번뜩 정신을 차렸다.“이게 대체…”지윤이 진지한 표정으로 답했다.“싸우는 중인데요.”그의 등장에 불량소녀가 지윤의 팔을 뿌리치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서둘러 도망쳤다.지윤이 그들을 쫓아가려는데 희승이 막아섰다.“쫓아가서 어쩌려고요.”그가 막아서는 모습에 지윤의 표정이 굳어졌다.“비켜요!”그녀가 정말로 화가 난 듯했다.희승이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아니 저 애들이 지윤 씨한테 무슨 죄지었어요? 다 큰 성인이 애들과 싸울 필요가—”그의 말이 채 끝나기 전에 함께 온 남자 동료가 조심스럽게 다가왔다.“지윤 씨, 그만하면 됐어요. 아마 저 애들도 이제 다시는 제 동생을 괴롭히지 못할 거예요.”남자 뒤에 숨어있는 여자아이는 기껏해야 열여섯 열일곱 정도로 되어 보였다. 여학생은 방금 울고 난 것처럼 눈 주위가 빨개져 있었다. 볼은 퉁퉁 부어있었고 치마에는 온통 발자국이 찍혀있는 초라한 행색이었다.희승은 순간 뭔가를 눈치채고 입을 다물었다.지윤은 머릿수만 믿고 약자를 괴롭히는 걸 가장 싫어했다. 만약 직장 동료의 동생이 학원 폭력과 공갈 협박을 당하지 않았다면 그녀도 이 일에 나서지 않았을 것이다.방에 들어왔을 때 여자아이가 여러 사람한테 둘러싸여 맞고 있었고, 심지어 강제로 바닥에 무릎을 꿇기까지 했었다.여자아이와 같은 반 친구라는 애들은 그 상황을 즐기며 부추기기까지 했다.결국 참지 못한 그녀가 당장 그들에게 뼈아픈 참회의 시간을 베푼 것이다.나이가 몇이든 상관없었다. 나이가 어리다고 해서 절대 다른 사람을 폭행한 것이 정당방위가 될 수는 없었다!남자 동료가 자기 동생을 데리고 방을 나갔다. 처참하게 깨 부서진 방안에 지윤과 희승만 남게 되었다.지윤은 분이 풀리지 않았다. 예전에는 누가 조금이라도 그녀의 심기를 건드리면 숨이 간당간당해질 때까지 죽도록 패주곤 했었다.하지만 지금은 강성연한테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았기에 어느 정도는 봐주면서 때렸다. 그 때문에 그들을 절대 쉽게 보내주고 싶지 않았다. 적어도 무릎 꿇고 빌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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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65화

해신이 막 회답하려고 하던 그때, 갑자기 방문이 열렸다. 그가 곧바로 노트북을 닫고 고개를 들었다.“엄마?”강성연이 외투 하나 걸친 채 문 앞에 서 있었다. 목이 말라 물을 마시러 아래층으로 내려온 그녀가 해신의 방문 틈새로 빛이 새어 나오는 것을 보고 들어온 것이다.“밤도 늦었는데 왜 아직 안 자고 있어?”“저… 저 다음 학기 학술 문제 좀 연구하느라고요.”강성연이 못 말린다는 표정으로 아이를 바라보았다. 아들이 공부를 좋아하는 건 좋은 일이지만 너무 늦은 시간까지 하면 몸을 상하기 마련이었다.“새벽 한 시가 다 됐어. 일찍 자야지.”그가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 엄마.”그 시각 다른 한편.한태군은 상대 쪽에서 아무런 답변이 없자 그제야 노트북을 한편으로 밀어냈다.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로 다가가 칠흑같이 어두운 밤하늘을 바라보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상대방이 그를 알고 있다면 이번 해킹도 그를 노리고 했을 가능성이 컸다. 그는 상대방의 정체가 더욱 궁금해지기 시작했다.다음날, 희승이 조심스럽게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의 표정이 어딘가 부자연스러웠다.“대표님.”서류를 확인하던 반지훈은 머리도 들지 않고 말했다.“사상 첫 지각이네. 어젯밤에 무슨 헛짓거리를 하고 돌아다닌 거야.”희승이 얼른 해명했다.“오늘 딱 한 번 늦잠 잔 것뿐입니다. 헛짓거리라뇨. 저 그런 사람 아닙니다.”어젯밤 지윤과 함께 새벽 4시까지 밤을 새웠던 탓에 아침 알람이 울리는 것도 못 듣고 잠들어 버린 것이다.깨어나 보니 이미 한 시간이나 지나 있었다.반지훈이 서류를 닫고 희승을 올려다보았다.“여자가 생겼군.”그가 당황하며 변명했다.“아닙니다.”“내 눈은 뭐 장식인 줄 알아?”희승이 무의식적으로 목을 감쌌다. 삼 일이나 지났다. 옅어지긴 했지만 그렇게 명확했던 흔적이 가린다고 없어질 리가 없었다. 눈먼 장님이 아니라면 누구나 봤을 것이다.“됐어. 연 비서 사생활 따위 내 알 바 아니지.”희승이 서류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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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66화

강유이도 둘째 오빠가 왜 따라 나왔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그저 자신을 혼자 두는 게 걱정되어서 그런다고 생각하고 넘겼다.“우리 어디 가요?”“뮤지컬 보러 가자. 어때?”“뮤지컬이 뭐가 재밌어요.”뮤지컬을 좋아하는 건 개인의 취향이었다. 그리고 마침 강유이는 뮤지컬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조민이 그녀의 어깨를 툭툭 치며 말했다.“그냥 나랑 한 번만 가줘. 응?”강유이는 차마 그녀를 거절하지 못했다.그때 휴대폰을 확인하던 해신이 불쑥 말을 꺼냈다.“먼저들 가 있어. 나중에 찾으러 올게.”그가 외출한 건 완전히 강유이 때문만은 아니었다.조민과 함께 있으니, 유이한테 무슨 일이 생길 가능성은 작았다.강유이가 뭔가를 물으려고 하던 그때, 조민이 그녀의 팔을 잡으며 말렸다.“걱정하지 말고 다녀와, 반재신 후배님. 후배님 대신 내가 동생 잘 보살피고 있을 테니까.”해신이 빠르게 그곳을 벗어났다.강유이가 멀어지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왠지 둘째 오빠가 급히 누군가를 만나러 가는 것 같았다.해신은 홀로 주차장까지 걸어갔다. 그때 검은색 세단이 천천히 그의 옆에 멈춰 서더니 뒷좌석 창문이 스르륵 내려갔다.상대가 이렇게 빨리 찾아올 거라고는 그도 생각지 못했었다. 그가 미처 뭐라 말하기 전에 남자가 물었다.“그쪽이 우리 도련님을 만나보고 싶다던 분입니까?”해신이 입꼬리를 씩 올렸다.“한태군이 날 데리고 오라고 시켰어요?”전유준은 해신의 말이 곧 긍정이라고 생각하고 느긋하게 다음 대사를 뱉었다.“도련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해신은 아무 거리낌 없이 차 문을 열고 올라탔다.차는 한 음식점 앞에 멈춰 섰다.전유준은 해신을 룸으로 안내했다. 룸 안에는 한 소년이 앉아있었다. 몇 년 전과 많이 달라진 모습이었지만 해신은 그를 바로 알아볼 수 있었다.한태군이 룸 안으로 들어오는 소년을 뚫어지게 바라보다 미간을 찌푸렸다.어딘가 익숙한 얼굴이긴 한데 기억이 나지 않았다.그는 전유준한테 밖에서 기다리라고 말했다. 전유준이 룸을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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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67화

강유이가 밀크티에 빨대를 꽂고 한 모금 빨아들인 후 말했다.“좋아요. 어차피 둘째 오빠도 아직 안 왔는데 같이 가요.”두 사람이 음식점에 도착했다. 조민이 직접 카운터로 가서 메뉴판을 보며 주문했다.강유이는 밀크티를 들고 먼저 자리에 앉았다. 조민이 돌아보며 강유이의 이름을 불렀다.“유이야, 너 매운 거 잘 먹어?”바로 그때, 이층 복도를 지나치던 한태군의 귀에 ‘유이’라는 두 글자가 콕 박혔다. 그가 무의식적으로 걸음을 멈추고 아래층을 내려다보았다.마침 주문을 마친 조민이 유이의 곁으로 다가갔다. 그녀가 유이를 막아선 덕분에 한태군이 서 있는 곳에서 유이의 모습이 가로막혀 보이지 않았다.한태군은 전유준이 다가올 때까지 한참 동안 그 자리에 서 있었다.“도련님, 왜 그러십니까?’그가 천천히 시선을 거두었다. 옅은 그의 눈동자가 어느새 짙어져 있었다.“아닙니다.”말을 마친 그가 걸음을 옮겼다.전유준은 한태군이 서 있는 곳 앞에 차를 멈춰 세운 뒤, 차에서 내려 문을 열어주었다.차에 올라탄 한태군은 창밖을 바라보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자신이 누군가를 잊어버렸다는 것을.그리고 그 누군가는 분명 자신한테 중요한 사람이었음을.한태군은 꿈에서 희미한 얼굴의 여자아이를 보았다. 하지만 언제나 그랬듯이 꿈에서 깨면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해신은 강유이와 조민이 방금까지 자신이 있었던 음식점에서 밥을 먹고 있다는 걸 알고 부랴부랴 되돌아갔다. 그는 멀리서 두 사람이 즐겁게 밥을 먹고 있는 모습을 확인했다.그가 미간을 찌푸리고 서둘러 안으로 들어가 테이블 앞에 멈춰 섰다.“두 사람이 왜 이 가게에서 밥을 먹고 있어.”다른 가게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필이면 이 가게라니.해신의 말에 유이가 당황했다. 그녀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왜 여기 오면 안 돼?”조민도 유이의 말에 동조했다.“맞아. 여기 음식이 맛있으니까 왔지.”해신이 눈을 가늘게 떴다. 그가 유이를 힐끗 바라보며 떠보듯이 물었다.“혹시 누구 만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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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68화

“둘째 오빠, 오늘 한태군 만났어?”강유이가 다시 한번 물었다.이것 때문에 아까 음식점에서 자신에게 누구 만난 사람 없냐고 물었던 것이다.해신이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팔짱을 꼈다. 그의 표정이 굳어있었다.“그래 만났어. 하지만 걔는 이미 우리를 잊었어.”강유이는 표정이 얼어붙었고 고개를 푹 숙이며 아무 말도 못 했다.한태군은 사고를 당하지 않았던가.강유이는 지금껏 한태군이 이미…결국 어쩔 수 없이 시언이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갔다.“유이야, 한태군은 이제 너랑 해신을 기억 못 해. 해신은 지금껏 네가 슬퍼할까 봐 말하지 못했던 거야.”강유이가 고개를 수그린 채 끄덕였다.“응. 나도 알아.”그들은 유이가 한태군의 일을 알게 되면 엄청난 반응을 보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생각 밖으로 그녀는 조용했다.“유이야, 넌 어떻게 생각해?”그녀가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뭘 어떻게 생각해?”시언은 여전히 평온한 말투로 물었다.“한태군에 대해서 말이야.”한태군이 마지막으로 그녀에게 했던 말은 리사가 그녀에게 줬던 충격에 못지않았다.유이는 단순해서 사람을 쉽게 믿었다. 그 때문에 그녀가 한태군의 일을 알고 그때와 똑같이 멍청한 선택을 할까 봐 겁이 났다.강유이가 입술을 깨물었다. 잠시 후 그녀가 결심한 듯이 입을 열었다.“큰오빠, 오빠가 뭘 걱정하는지 나도 알고 있어. 걱정하지 마. 나 한태군을 찾아가지 않을 거야.”시언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그래. 오빠는 널 믿어.”호텔 스위트 룸.전유준이 자료를 들고 침실로 들어갔다. 한태군은 폭신한 의자에 앉아 잡지를 훑고 있었다.잘 깎아 놓은 조각처럼 잘생긴 얼굴의 소년은 어딘가 냉철하고 진중한 분위기를 뿜어냈다. 창밖에서 비쳐 든 불빛이 그의 옆 모습을 비추자 흐릿해 보이던 얼굴이 더욱 또렷하게 드러났다.전유준이 그의 곁으로 다가가 허리를 굽히며 말했다.“알아봤습니다. 오늘 본 그 소년은 반 씨 가문의 둘째 도련님이었습니다.”한태군이 고개를 들었다.“반 씨 가문이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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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69화

한태군은 비록 나이가 어렸지만, 그 속을 알아채기 어려웠다. 그의 친아버지조차 자기 아들의 마음을 꿰뚫어 보지 못하는데 그는 오죽할까.이틀 뒤. 한재욱이 한태군과 함께 반 씨 저택을 방문한다는 소식을 들은 세 아이의 표정이 제각기 달랐다.해신이 먼저 불만을 터뜨렸다.“그놈 도대체 무슨 낯짝으로 우리 집에 오겠다는 거예요.”시언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유이를 바라보았다. 유이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고개만 푹 수그리고 있었다.반준성이 찻잔을 내려놓고 의미심장하게 말했다.“해신아, 한 씨 가문에서 손님 입장으로 오는 거다. 손님을 이놈, 저놈하고 부르는 건 예의 없는 거야.”해신이 팔짱을 끼고 말했다.“전 그냥 한 씨 성을 가진 사람이 싫은 것뿐이에요.”반준성이 해신의 말을 무시하고 반지훈을 바라보았다.“한재욱이 언제 온다고?”반지훈이 손목시계를 확인했다.“이제 곧 도착하겠네요.”반준성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손님 맞을 준비를 해야겠구나.”해신이 아무 말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이층으로 올라갔다. 시언은 그 자리에 머물러 있었다.“할아버지, 저도 아빠랑 같이 손님을 맞이할게요. 마침 제가 그 도련님과 한 번도 인사를 나눈 적이 없거든요.”반준성이 웃으며 말했다.“시언이가 점점 더 어른스러워지는구나.”아이가 외국에서 보낸 시간이 길다 보니 자연스럽게 식견이 넓었다. 또한 줄곧 큰 어르신 곁에 머물렀으니 어떤 일도 그에게 큰일처럼 느껴지지 않는 것 같았다.어쩌면 큰 어르신이 그때 시언을 선택한 게 당연한 일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시언은 조숙하고 진중했다. 확실히 맏이로서 책임을 다하고 있었다.고용인들이 서둘러 손님 맞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열 시가 다 될 때쯤, 한재욱의 차가 정원 밖에 멈춰 섰다.집사와 고용인들이 그를 맞이했다.한재욱이 차에서 내린 뒤, 그 뒤를 따라 놀라울 정도로 준수하게 생긴 미소년이 내렸다. 소년의 외모는 순식간에 모든 사람의 시선을 잡아끌었다.그들의 눈에 큰 도련님과 둘째 도련님은 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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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70화

아래층으로 내려오던 해신이 거실에 한재욱과 그의 형, 그리고 아버지와 할아버지만 있는 걸 발견했다. 그 어디에도 한태군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그가 시언의 곁으로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형, 그놈은?”시언은 해신이 찾는 이가 누군지 바로 알았다.“정원에.”해신의 표정이 바로 굳어졌다.“유이가 정원에 있어.”강유이는 한참 동안 정원에서 놀다가 이제 막 금이를 우리 안에 넣으려고 했다. 그때, 금이가 갑자기 그녀의 품에서 벗어나 어디론가 뛰어가기 시작했다.“금이야!”놀란 유이가 서둘러 일어나 금이의 뒤를 쫓았다.“금이야 이리 와!”금이는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잔디밭을 뛰어다녔다.기진맥진한 강유이가 금이를 쫓아 나무 아래까지 달려왔다. 그런데 금이가 갑자기 나무를 보며 짓기 시작했다.고개를 들고 바라보니 길고양이 한 마리가 나뭇가지에 걸려있었다. 길고양이는 불안한 표정으로 금이를 보고 낮은 소리로 울고 있었다.강유이가 두 팔을 걷어붙이더니 재빠르게 나무를 오르기 시작했다.길고양이가 경계심 가득 찬 눈빛으로 가까이 다가오는 강유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강유이가 손을 뻗어 나뭇가지에 낀 길고양이의 발을 빼주려던 그때, 고양이가 날카로운 발톱을 세우며 공격하려고 했다.다행히 유이가 한발 빨리 고양이의 공격을 피했다. 그녀가 미간을 찌푸리며 일부러 화 난 척 연기했다.“도와주려는 사람을 공격하려 하다니.”강유이가 다시 몇 번인가 시도한 끝에 길고양이의 목덜미를 잡고 천천히 나뭇가지 사이에서 빼낼 수 있었다.그녀가 고양이를 품에 안고 머리를 쓰다듬었다.“봐 진작 이러면 얼마나 좋아. 뭐 하러 그렇게 사납게 굴었어. 맞지, 금이야?”금이가 낑낑거리며 바닥에 앉아 있었다. 왠지 주인이 자기 말고 다른 동물을 안고 있어서 질투하고 있는 것 같았다.멀지 않은 곳에 서 있던 한태군이 마침 그 장면을 목격했다.거침없이 나무 위로 오르는 여자아이한테서 전혀 가식이 느껴지지 않았다. 활짝 웃고 있는 그녀의 미소가 얼마나 눈부셨던지 얼어붙은 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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