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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86화

재벌 간의 정략결혼은 흔히 있는 일이었고 보통은 집안 실력이 비슷해야 했다. 하지만 강유이와 한태군은 죽마고우는 아니더라도 그와 거의 비슷했다.

도우미들이 의논하는 걸 강유이와 한태군은 듣지 못했다. 강유이는 손으로 펜을 놀리고 있었는데 겉으로는 한태군의 문제 풀이를 듣는 것 같았지만 사실은 정신이 딴 데 팔렸었다.

한태군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보았다. 강유이가 건성으로 듣고 있는 것 같자 한태군은 갑자기 펜으로 강유이의 머리를 톡 쳤다.

“집중 좀 해.”

강유이는 정수리를 만지작거렸다.

“뭐 하는 거야?”

“제대로 안 하면 강의 안 해줄 거야.”

한태군이 위협하는 어조로 말했다.

강유이는 입을 비죽이며 머리를 긁적였다.

“나 뭐 하나 물어봐도 돼?”

사실 강유이는 일이 있을 때 참을 수 있는 성격이 아니었다. 특히 뭔가를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집중할 수가 없었다.

한태군은 그녀의 질문을 짐작했다.

“그래.”

“그게...”

강유이는 미간을 구겼다.

“왜 오빠한테 리사 번호가 있는 거야?”

한태군은 그 질문을 예상하였기에 나른하게 이마를 짚었다.

“아, 그거 물으려고? 나 오늘 리사 찾아갔어.”

강유이는 아무 말 하지 않았다.

리사와 한태군은 한때 같은 반 친구였기에 아는 건 정상이었지만 한태군은 기억을 잃었다.

그런데 리사는 기억해도 강유이는 기억하지 못한단 말인가?

한태군이 떠보듯 물었다.

“리사가 그러던데. 너랑 친구라고.”

강유이는 당황하더니 이내 시선을 내려뜨리고 침묵을 택했다.

그녀와 리사는 과거 친구였다.

하지만 그것은 강유이 혼자만의 착각이었다.

리사는 어쩌면 단 한 순간도 강유이를 친구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걸지도 몰랐다. 심지어 그녀를 웃음거리 삼았을 것이다. 반대로 강유이는 리사에게 한없이 다정했다.

강유이가 방법을 잘못 선택했다.

강유이는 친구 사이라면 좋은 건 나눠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강유이 홀로 끊임없이 내어주다 보니 리사는 많은 걸 얻었고 그녀의 허영심도 따라서 커졌다.

강유이는 입을 달싹였다.

“리사가 그렇게 얘기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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