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세쌍둥이가 CEO 아빠 유괴하기?: Chapter 1331 - Chapter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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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31화

리사의 참담한 모습을 본 순간 강성연의 안색이 삽시에 달라졌다.“저 아이에게 무슨 짓을 한 거예요?”리사가 입은 치마에 피가 얼룩덜룩 묻어있었고, 파랗게 멍이 든 얼굴은 너무 부어서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였다. 심지어 입가에도 핏자국이 있었다.리사는 고문이라도 당한 사람처럼 눈빛이 색채를 잃어 공허하고 암담했다.남자는 리사를 밀었고 리사는 제대로 서 있지도 못해 중심을 잃고 비참하게 바닥에 쓰러졌다.그 광경을 본 강성연은 이를 악물었고 눈시울이 붉어졌다.부모라면 자기 자식이 소중한 건 당연한 일이었다. 자기 아이가 저렇게 학대를 당했다면, 엄마라면 당연히 미쳐 버릴 것이다.비록 리사가 그녀의 아이는 아니었지만 강성연은 부모로서 도저히 가만있을 수 없었다.강성연의 눈빛에서 한기를 읽은 수연은 그녀를 당장이라도 찢어발기고 싶은 사람처럼 더욱더 즐겁게 웃었다.“왜, 다른 집 아이인데도 마음이 아파요? 당신은 고마워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수연은 강성연에게 가까이 다가갔다.“이 아이가 당신 딸 대신 고통받은 거잖아요. 이 아이가 아니었으면 지금 이 꼴이 된 건 당신 딸이었을 걸요.”강성연은 두 팔이 단단히 묶였는데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 들어갈 정도로 힘껏 주먹을 움켜쥐었다.“수연 씨, 수연 씨는 정말 미쳤네요.”“만약 서영유 언니가 살아있었다면 아마 서영유 언니도 이랬을걸요?”수연은 들고 있던 담뱃불을 껐고 담배꽁초와 그 재가 강성연의 발치에 떨어졌다.“제가 서영유 언니를 너무 대단하게 생각한 것 같아요. 남자를 얻으려는 생각으로 머릿속이 가득 찬 사람이라면 실패할 수밖에 없죠. 서영유 언니는 결국 죽을 운명이었던 거예요.”강성연은 무표정한 얼굴로 수연을 바라봤다.“그건 당신의 결말이기도 해요.”수연이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강성연이 다리를 확 들어 올려 그녀에게 발길질을 했다. 강성연에게 걷어차인 수연은 연신 뒷걸음질 쳤다. 남자가 제때 그녀를 부축하지 않았더라면 아마 넘어졌을 것이다.다른 남자가 강성연을 붙잡았는데 강성연은 박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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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32화

강성연은 수연을 향해 걸어갔다.수연은 웃음을 터뜨렸고 미친 사람처럼 들고 있던 리모컨을 높이 쳐들었다.“어디 더 다가와 봐요. 온몸이 산산이 조각나길 바란다면 말이죠.”강성연은 걸음을 멈추고 수연이 들고 있는 리모컨을 바라봤다. 강성연은 안색이 좋지 않았다.“제가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한 거예요? 제가 왜 당신에게 오라고 했겠어요? 전 사실 당신이 사람을 데리고 오든 데리고 오지 않든 걱정하지 않았어요. 당신이 반지훈 씨나 경찰을 불렀다고 해도 전 당신들 중 누구도 무사히 빠져나가게 두지 않았을 거예요.”수연은 의기양양하게 큰 소리로 웃었다.강성연은 심호흡하며 침착을 유지했다.“처음부터 같이 죽을 생각이었어요?”말을 마친 뒤 그녀는 자신의 등 뒤 다친 두 남자를 가리켰다.“저 사람들은 당신을 위해 목숨을 바쳤어요. 심지어 그중 한 명은 당신 대신 죄를 뒤집어쓰고 감옥에 갔죠. 저 사람들 목숨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건가요?”수연은 대수롭지 않다는 표정이었다.“저 사람들이 죽든 말든 저랑 무슨 상관이죠? 저 사람들이 절 위해 일하는 건 돈 때문이에요. 전 돈을 주고 저 사람들은 저 대신 죽는 거죠. 당연한 일 아니에요?”강성연은 차갑게 웃었다.“수연 씨, 당신은 서영유 씨가 당신보다 수단이 더 악랄하다고 했죠. 하지만 전 오히려 서영유 씨가 당신보다 마음이 약했던 것 같네요.적어도 서영유 씨는 반씨 집안 사람들에게는 양심 있는 사람이었어요. 무고한 사람을 해치기는 했지만 반지훈 씨와 자신을 길러준 반씨 집안 사람들에게 모질게 군 적은 없죠. 하지만 당신은 자신의 친언니인 수지를 죽였을 뿐만 아니라 당신 어머니도 당신의 약 때문에 죽었죠. 제 말이 맞나요?”수연은 점차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지고 눈빛이 매서워졌다.“그것까지 조사해 냈네요.”“맞아요. 당신에 관한 일들은 다 알고 있어요.”강성연은 앞으로 걸었고 수연은 소리를 질렀다.“감히 오려고요?”하지만 강성연은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수연은 뒷걸음질 쳤고 리모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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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33화

반지훈은 경찰과 얘기를 나눈 뒤 강성연에게 다가가 그녀를 확 끌어안으며 팔에 힘을 꽉 주었다.강성연은 그의 몸에서 나는 기분 좋은 냄새를 맡으며 조용히 웃었다.“당신이 제때 올 줄 알았어요.”반지훈은 강성연의 정수리에 힘껏 입을 맞췄고 소리 없이 웃으며 탓하는 어조로 말했다.“넌 언제나 제멋대로 행동하지. 내가 제때 도착하지 않았으면 넌 지금쯤 죽었을 거야.”강성연은 고개를 들어 그를 쳐다보았다.“난 당신이랑 해신이를 믿었어요.”수연을 찾아가는 길에 강성연은 반지훈의 전화를 받았고 강해신도 반지훈의 곁에 있었다.그들은 수연이 있는 곳의 범위를 확인했다. 네트워크만 있으면 그녀의 위치와 그들이 도망칠 수 있는 경로를 찾을 수 있었다.수연이 선택한 곳에 마땅한 도주 경로가 없다는 건 처음부터 도망칠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는 걸 의미했고, 그렇다면 아마 더욱 극단적인 방법을 취할 거라고 추측할 수 있었다.그것은 바로 동귀어진이었다.그래서 그들은 수연이 묵고 있는 호텔로 사람을 보냈고 수연이 해외에서 원격 조종이 가능한 폭탄을 구매했다는 걸 알게 되었다.설치된 폭탄은 물리적 제어 시스템이 아니었고 리모컨으로 폭탄을 조종하기 위해서는 네트워크가 필요했기에 그 구역의 네트워크를 차단하면 리모컨으로 폭탄을 터뜨릴 수 없었다.강성연은 반지훈과 강해신을 믿었기에 수연이 리모컨을 누르는 순간 폭탄이 터지지 않을 거라고 여겼다.반지훈은 손바닥으로 그녀의 얼굴을 감싸며 화를 내야 할지, 아니면 웃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정말 못 말린다니까.”집으로 돌아오니 강해신과 강유이가 집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강해신과 강유이는 다급히 다가갔다.“엄마.”강유이는 강성연의 품에 안겼다.“미안해요, 엄마. 전부 제 잘못이에요. 제가 리사를 해쳤어요. 리사에게 제 옷을 입혀서는 안 됐어요.”사실 납치당했어야 할 아이가 자신이란 걸 알게 된 강유이는 무척이나 미안해했다. 강유이가 리사에게 옷을 빌려줘서 리사가 납치된 것이니 말이다.강성연은 손을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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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34화

그 말을 다시 되짚어 보니 등골이 오싹했다.다음 날, 희승은 반씨 저택으로 와서 반지훈에게 보고를 올렸다. 수연이 정신질환 진단을 받아 잠시 수감되었다고 말이다.강성연은 그 말을 듣고 당황했다.“정신질환이요?”희승은 고개를 끄덕였다.“간헐적 인격인지 장애라고 하는데 정신 분열 증상 중 하나라고 해요.”강성연은 입을 꾹 다물고 아무 얘기도 하지 않았다.반지훈은 강성연의 손등을 감싸며 희승을 바라봤다.“간헐적 정신질환자라고 해도 정신이 멀쩡할 때 범죄를 저질렀으면 일반인과 마찬가지로 형사 책임을 져야 해. 그건 피할 수 없는 거야. 만약 수연 씨가 정신질환을 핑계로 이 소송을 진행할 생각이라면 끝까지 상대해 주겠어.”희승이 말했다.“이미 변호사에게 그녀의 유죄 증거와 판결문을 제출하라고 공지했습니다.”희승이 떠난 뒤 강성연은 소파에 앉아 아무런 얘기도 하지 않았다. 반지훈은 그녀를 안았다.“왜 그래?”“수연 씨가 한 수 남겨둘 줄은 몰랐어요.”수연은 정신질환을 핑계로 형사책임을 피하려는 걸까? 혹시라도 정말 그녀의 뜻대로 된다면 사회의 가장 큰 해악이 될 것이다.반지훈은 웃었다.“그 사람 뜻대로 되지는 않을 거야. 난 소송에서 져본 적이 없거든. 수연 씨가 정말 그런 질환이 있다고 해도 형사책임을 피하게 놔두지는 않을 거야.”강성연은 반지훈을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뭔가 준비한 거예요?”반지훈은 강성연의 머리카락을 만지작댔다.“재판이 시작되면 알게 될 거야.”일주일 뒤, 재판 당일 좌석은 만원이었다. 강성연과 반지훈은 원고석에 앉고 맞은편에는 피고 측 변호인이 있었다.구의범도 현장에 있었는데 범죄 사건에 관한 결정을 책임졌다.수연은 네 명의 여경에 의해 법정으로 끌려왔다. 그녀는 수갑을 차고 있었고 머리는 엉망에 죄수복을 입고 있었다.그녀는 고개를 돌려 원고석에 앉아있는 강성연을 바라보더니 도발하듯 입꼬리를 차갑게 끌어올렸다.강성연은 허벅지에 올려둔 손에 저도 모르게 힘이 들어갔고 표정도 굳어졌다.판사는 손에 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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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35화

원고 측 변호인은 웃었다.“뺑소니로 사람을 죽인 용의자가 죄를 인정한 건 피고인의 죄를 대신하기 위해서입니다. 용의자가 대신 죄를 뒤집어쓸 정도라면 진술 또한 거짓일 가능성이 농후합니다.”원고 측 변호인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들고 있던 서류를 건넸다.서류는 판사의 손에 들어갔고 판사는 서류를 뒤적거리며 눈살을 찌푸렸다.“이건 피고가 저지른 모든 죄의 증거입니다. 정신질환자가 어떻게 의식이 불분명하고 자신의 행위를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목표를 겨냥하고 사건을 계획하겠습니까? 정신질환자가 자신을 통제할 수 없을 때 범죄를 저지르게 되면 상대가 누구든지 피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의도적인 행동은 통제 불능이라고 할 수 없죠.”판사는 피고 측을 바라봤다.“다른 증거가 있습니까?”피고 측 변호인이 증거를 두 개 건넸다.“피고인의 모든 의도적인 행위는 인격분열 장애 때문입니다. 피고인은 어릴 때 침범당하여 심각한 정신질환을 앓았고 심지어 인격 대체 행위도 있었습니다. 인격분열 환자는 자신의 다른 인격의 행동을 통제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설령 피고인이 계획적으로 살인했다고 할지라도 그것은 수연 씨의 두 번째 인격이 한 일로 수연 씨 본인이 한 행위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강성연은 그 말을 듣고 입을 앙다물었다. 반지훈은 그녀의 숨겨진 기분을 알아채고 손을 뻗어 그녀의 손등을 감쌌다.강성연은 고개를 돌려 반지훈을 보았고 반지훈의 미소는 그녀에게 큰 위안이 되었다.인격분열 장애, 그리고 두 번째 인격이 살인을 저지른 안건은 아주 보기 드물었고 청중들은 모두 의아해했다.자신의 행위와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다른 인격의 행위를 완전히 구별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이것은 이중인격 범죄 안건이고, 병원에서 살인을 저지를 때 두 번째 인격 상태라는 걸 확실히 증명한다면, 두 조건을 동시에 만족하면 형사책임을 피할 수 있었다.수연은 강성연을 바라봤고 강성연도 수연을 바라봤다.수연이 승리한 듯한 자태는 강성연을 자극했다.판사는 사람을 시켜 병원 진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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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36화

반지훈의 말에 청중들이 소란스러워졌다.판사가 판사봉을 내리쳤다.“정숙하세요.”곧이어 판사 또한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원고 측을 바라봤다.“두 번째 인격을 모방했을 수도 있다고요?”반지훈은 변호사를 바라봤고 변호사는 고개를 끄덕인 뒤 조금 전 들고 있던 서류를 펼쳤다.“이 사례에서 이중인격 범죄자는 두 번째 인격이 살인하는 걸 통제할 수 없기에 원칙적으로 형사책임을 면제해야 한다고 했습니다.”“하지만 실질적으로 본인이 완전히 의식이 없고 또 두 번째 인격으로 대체된 조건에서만 형사책임을 면제할 수 있죠. 본인이 두 번째 인격으로 대체되었기에 의식을 통제할 수 없고 또 인지하고 분별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에서만 그 조건에 부합되는 겁니다.”원고 측 변호인이 수연을 바라봤다.“그러나 피고인은 두 번째 인격의 존재를 똑똑히 인지하고 있었고 심지어 심유연이라는 신분으로 살았습니다. 그렇다면 가능성은 하나뿐입니다. 두 번째 인격의 범죄 행위를 모방했다는 것이죠. 이중인격의 특징을 연출해 두 번째 인격이 존재하는 척 연기를 했다는 거죠.”강성연마저 놀랐으니 다른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었다. 바로 그때 배심원단 중 한 명이 무엇 때문에 두 번째 인격의 존재를 흉내 낸 거냐고 물었을 때 구의범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많은 범죄자는 형사책임을 피하고자 정신적인 문제가 있다는 걸 증명해 책임을 회피하려고 합니다. 두 번째 인격이 범죄를 저지른 척하는 건 연기일 뿐이죠. 다른 인격이 존재하는 척 완벽한 연기를 펼친 거라면 이중인격 안건이 아닌 거죠.”수연은 이성을 잃은 듯 고함을 질렀다.“헛소리하지 마요. 당신들 짜고 쳐서 절 모함하는 거죠!”뒤에 있던 경찰이 곧바로 수연이 냉정해질 때까지 그녀를 제압했다.구의범은 반지훈이 제출한 증거도 포함하여 모든 안건을 정리했다. 그는 느긋하게 자리에서 일어났다.“판사님, 피고인이 두 번째 인격이 범죄를 저지른 척한 건, 피고인이 어릴 때 겪은 일로 마음에 원한을 품고 비뚤어진 것 외에도 피고인이 예전에 쌍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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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37화

판사가 다시 피고 측 변호인에게 질문했을 때 피고 측 변호인은 변호를 포기했다. 수연은 법정에서 판결받는 순간, 영혼을 빼앗긴 사람처럼 끌려 나갈 때 발걸음이 불안정했다.강성연과 반지훈도 법원에서 나왔다.“어떻게 그렇게 많은 증거를 찾은 거예요?”강성연도 놀랐다.반지훈은 손을 들어 강성연의 콧등을 긁었다.“네 아들 덕분이야.”강시언은 수연의 저택에서 증거인 회중시계를 찾았다.회중시계에는 수연의 아버지와 한 여자가 함께 찍은 사진이 들어 있었는데 사진 속 여자는 수지와 수연의 생모였고 동시에 수연의 아버지가 수씨 집안을 몇 년 동안 떠난 이유도 증명할 수 있었다.돌아가는 길에 강성연은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 수연의 아버지는 수지와 수연의 어머니를 만나 사랑에 빠졌을 것이다.비록 두 사람은 서로를 사랑했지만 함께 할 수는 없었다. 수연의 아버지는 아내가 있었고 비록 아내를 사랑하지 않아도 그녀를 불쌍히 여겼었다.그들은 그저 전통적인 결혼 관념에 속박된 것뿐이었다. 심영은 수연의 아버지의 사촌동생이었는데 자기 사촌 동생과 결혼해야 한다는 건 당시 수연의 아버지에게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했다.두 사람은 결혼했고 딱 한 번 관계를 가졌다. 심영이 아이를 낳은 뒤 수연의 아버지는 곧바로 출장을 갔다.사실 수연의 아버지는 심영을 불쌍히 여겼다. 정략결혼만 아니었어도 심영은 자신을 사랑하는 남자와 결혼해서 행복하고 원만한 가정을 꾸렸을 것이다. 또 심영은 효성스럽고 철이 들어 그에게 아무것도 묻지 않았기에 수연의 아버지는 그런 그녀를 잘 챙겨줬다.출장을 다녀오면 아이와 아내를 위해 선물을 준비했고 아이를 보고 안아주며 남편으로서 아내를 관심해 주기도 했다. 해외에서 그의 마음을 흔든 여자를 만났어도 심영에게 이혼하자는 얘기는 한 적이 없다.결혼과 사랑에서 그는 전자를 선택했다. 그가 결혼을 선택한 이유는 책임 때문이지 사랑과는 아무 상관 없었다. 안타깝지만 잘못된 타이밍에 맞는 사람을 만난 것이니 어쩔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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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38화

...며칠 뒤, 수연의 재판 결과는 사형이었다.강성연은 감옥에서 그녀를 마지막으로 만났다. 경찰은 수연을 창구로 데려왔다. 수연은 여전히 침착하고 태연했다. 자신을 사형수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았다.수연은 자리에 앉은 뒤 수화기를 들고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우습네요. 절 보러 온 사람이 당신이라니.”강성연은 수연을 바라봤다.“후회하지 않아요?”“후회요?”수연은 웃었다. 그녀의 눈동자는 무심했다.“제가 왜 후회해야 하죠? 잘못한 사람이 저인가요? 잘못한 건 이 불공평한 세상이죠.”강성연의 미간이 구겨졌다.“당신의 처지는 동정할 만하지만 그것이 당신이 사람을 죽이고 복수할 이유가 될 수는 없어요.”“당신이 뭘 알겠어요? 당신이 그 일들을 겪어 봤어요?”수연의 안색이 삽시에 차가워지며 음산해졌다.“당시 제가 얼마나 어렸었는데요. 겨우 여섯 살짜리 여자아이가 그렇게 고통스럽고 역겨운 일을 당했어요. 날 침범한 그 남자는 마음이 따뜻하다는 이유로, 또 그의 선한 행위 덕분에 좋은 사람이라고 정의됐죠. 그는 두세 마디 말로 경찰과 이웃들의 신뢰를 얻었어요. 저희 어머니도 그를 믿었죠. 반대로 여섯 살짜리 여자아이였던 제가 한 말은 거짓말이 되었고 사람들의 비난을 받아야 했어요. 절 침범한 사람이 예의 바르고 겸손한 좋은 사람이란 이유로요.”수연의 눈동자에 감춰져 있던 증오가 점차 드러났다.“그 일을 겪은 건 저예요. 그리고 제 어머니는 절 혐오했죠. 수지는 아무것도 겪지 않아 백지장 같은 사람이었고 저는 더러웠으니까요.”말을 마친 뒤 수연은 음산하게 웃었다.“제가 약을 먹였을 때, 그리고 수지가 불에 타 죽은 사실을 얘기했을 때 어머니는 울면서 제게 사과했어요.”“그만 해요.”강성연은 수연을 애처롭게 바라봤다.“당신 어머니가 정말 당신을 믿지 않아서 당신을 냉대하고 싫어한 거라고 생각해요? 아뇨. 당신은 틀렸어요. 당신 어머니는 당신을 믿지 않은 게 아니라 무력했을 뿐이에요.”“미혼모인 그녀는 타향에서 두 아이를 먹여 살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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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39화

강성연은 차에 탔다.“얘기 다 나눴어요.”반지훈의 팔이 강성연 등 뒤의 의자 등받이에 가로 놓였다. 반지훈은 몸을 살짝 기울여 그녀와 거리를 좁혔다.“왜 그래?”강성연은 미간을 구겼다.“저렇게 미친 사람일 줄은 몰랐어요.”반지훈은 강성연을 품 안으로 끌어당겼다.“이미 자신의 결말을 맞이한 사람이야.”강성연은 시선을 내려뜨렸다. 하고 싶은 말이 있었지만 차마 내뱉지 못했다.뭔가 보아낸 반지훈은 강성연의 얼굴을 받쳐 들었다.“무슨 얘기가 하고 싶은데?”“아직 의문점이 남아있어요. 수연 씨는 어떻게 우리 일을 알아낸 걸까요?”강성연은 반지훈을 바라봤다. 수연은 그들을 알지 못했다. 그런데 어떻게 윤티파니와 강예림의 일을 속속들이 알았던 걸까?반지훈은 강성연의 복슬복슬한 정수리에 턱을 올렸다.“누군가를 따라 하고 연기하면 그 역할에 너무 깊이 빠져들어 그 역할에서 빠져나올 수 없을 때가 있어. 그러니까 그 사람이 우리를 조사한 건 이상한 일이 아니지.”강성연은 아무 말 하지 않았다.수연은 불쌍한 사람이었고 어렸을 때 겪었던 일도 동정받을 만했지만 그녀가 아주 극단적인 길을 선택했을 때부터 틀려먹었다.리사라는 아이는 그녀의 광기 때문에 평생 지울 수 없는 그늘이 생겼다.병원. 리사의 두 다리는 붕대로 감겨 있었다. 두 번의 수술 끝에 부러진 다리뼈에 철심을 박았다. 겨우 열세 살짜리 아이가 몽둥이에 맞아 다리가 부러졌으니 얼마나 아팠을지 짐작할 수 있었다.강성연은 강유이를 데리고 리사를 보러 왔다. 리사는 병상 위에 누워있었는데 얼굴은 붓기가 많이 빠졌지만 여전히 멍이 들어 있었고 침대에서 내려와 걸을 때는 지팡이에 의지해야 했다.“리사야.”강유이가 고개를 숙인 채로 침대로 향했다.“미안해, 나 때문이야. 너한테 내 옷을 입혀서는 안 됐어.”리사는 강유이를 바라보다가 어렵사리 웃음을 쥐어짜 냈다.“괜찮아.”강유이는 리사의 손을 잡았다.“넌 꼭 나을 거야.”리사는 웃기만 할 뿐 더 얘기하지 않았다.강성연은 병실 밖에서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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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40화

“네, 아줌마. 전 강유이라고 해요.”강유이는 예의 바르게 대답했다.리사의 어머니는 병상 곁으로 다가가 리사에게 말했다.“친구를 사귀었으면 집으로 데려와서 아빠랑 엄마한테 소개해 줘야지. 난 네가 학교에서 친구가 없는 줄 알았어.”리사는 여전히 아무 말 없었다.강유이가 웃으며 말했다.“다음번에 리사 집에 놀러 갈게요.”리사의 어머니는 입꼬리가 귀에 걸렸다.“그래. 아줌마가 엄청나게 환영해. 우리 리사는 성적이 좋지 않아서 앞으로 네가 우리 리사 많이 도와줬으면 좋겠어.”“네, 그럴게요.”강유이는 고개를 끄덕였다.리사는 이를 악물며 몸을 돌려 누웠다.“저 피곤해요. 저 자고 싶어요.”리사의 어머니는 리사의 태도에 버럭 화를 냈다.“이것 봐, 아빠랑 엄마가 너 보러 병원까지 왔는데 왜 짜증을 내? 여기 네 친구도 있는데 아빠랑 엄마가 창피해서 그래?”“여보, 리사 몸도 안 좋은데 적당히 해.”리사의 아버지도 어쩔 수 없었다. 그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집안에서는 항상 그의 아내만 발언권이 있었다.“내가 뭐 잘못 말했어? 리사는 지금까지 집에 친구를 데려온 적이 없어. 학부모회 때도 우리에게 오지 말라고 하잖아. 세상에 어떤 자식이 부모를 창피해해?”리사의 어머니는 그 일만 생각하면 화가 났다. 아이의 어머니로서 그녀는 학부모회에 참석해 본 적이 없었다. 심지어 집에 친구를 데려오라고 하면 리사는 화를 냈다.강유이는 리사의 부모님이 나누는 대화를 들으며 병상 위에 있는 리사를 힐끗 봤다. 사실 강유이는 예전에 리사의 집에 놀러 가고 싶다고 얘기한 적 있었는데 리사는 내키지 않는 듯했다.리사는 어머니가 엄격해서 집에 친구들을 데려오지 못하게 한다고 했지만 사실 리사의 어머니는 리사가 친구를 많이 사귀었으면 했다.하지만 강유이는 별다른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저 집안 형편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강유이가 리사를 싫어할까 봐 걱정해서 그러는 거라고 생각했다. 사실 리사의 집안이 부유하든 가난하든 강유이는 상관없었다.*M국 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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