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세쌍둥이가 CEO 아빠 유괴하기?: Chapter 1261 - Chapter 1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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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1화

안지성은 눈을 내리뜨고 생각에 잠겼다. 그는 안예지와 진여훈의 약혼 소식에 적잖이 놀랐었다. 두 아이는 알고 지낸 시간도 짧은데 갑자기 약혼이라니, 정말로 걱정되지 않을 수 없었다. 심지어 구의범이 그녀한테 이별을 말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말이다.그는 너무나 신경이 쓰였지만 그렇다고 섣부른 행동을 할 수는 없었기에 반지훈을 찾아갔었다. 반지훈과 진 씨 집안은 친척 사이였으니까 뭐라도 알까 싶어서.결국 반지훈한테서 사건의 진실을 알게 되었다. 진여훈과 자신의 딸이 가짜 약혼을 했다는 것을. 심지어 그에게는 이미 약혼녀도 있었다. 상대는 카지노의 전설이라고 불리는 자의 딸이었는데 이미 두 집안끼리 혼담이 이루어진 상태였다.진여훈과 그의 딸이 이런 가짜 약혼을 발표한 건 구의범의 속내를 떠보기 위함이었다. 안지성은 진실을 알고 화가 나긴 했지만 딸아이가 진여훈한테 속아 넘어간 것보다는 훨씬 나았다.“아빠.”안예지가 안지성의 곁에 앉으며 그의 팔을 껴안았다.“의범 씨 저한테 진심이에요. 저희 두 사람 허락해 주세요.”안지성이 그녀를 바라보았다.“이미 일은 다 저질러 놓고 이제 와서 나한테 통보하는 거니? 너 이제는 이 아빠가 안중에도 없구나.”안예지가 그의 어깨에 살포시 기댔다.“잘못했어요. 하지만 저 진짜 그 사람 좋아해요. 물론 그 사람도 저랑 같은 마음이고요.”김수혜가 과일이 담긴 접시를 들고 와 테이블 위에 올려놓으며 미소 지었다.“어르신 아가씨도 이젠 다 컸는걸요. 아가씨가 원하는 행복을 찾아갈 수 있게 허락해 주세요. 제가 봐도 구씨 집안 그 둘째 도련님이 우리 아가씨한테 진심인 게 알리던데요.”안지성이 정색하며 물었다.“자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김수혜가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밖에서 저렇게 오랫동안 서서 기다리는 걸 보면 당연히 알게 되죠. 진심이 아니라면 누가 이렇게 추운 날씨에 꼼짝 않고 기다리고 있겠어요?”안예지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그 사람이 밖에 있다고요?”그녀가 허둥지둥 밖으로 달려나갔다. 서둘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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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2화

강성연은 베란다에서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었다. 통화를 마치려던 그때 그녀의 어깨 위에 외투가 걸쳐졌다.그녀는 등 뒤에서 자신을 감싸 안은 반지훈을 돌아보았다.“벌써 퇴근했어요?”그가 피식 웃었다.“회사에 급하게 처리해야 하는 일도 없어서 일찍 왔어.”강성연이 돌아서서 그를 바라보았다.“구의범과 예지 씨 이젠 정말로 함께하게 되었네요. 가짜 약혼이 꽤 먹혔던 것 같아요.”반지훈이 가볍게 그녀의 코끝을 간지럽혔다.“진여훈한테 도와달라고 하다니. 그런 생각은 너밖에 하지 못했을 거야.”그가 실눈을 떴다.“걔 성격으로 절대 이런 일에 쉽게 나서지 않았을 텐데. 어떻게 설득했어?”강성연이 풋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녀가 까치발을 들고 그의 목을 껴안았다.“이게 다 당신 덕이죠.”그가 미간을 찌푸렸다.“내 덕이라고?”“당신이 진여훈 사촌 형인데, 어떻게 사촌 형의 체면을 깎을 수 있겠어요. 당신 심기를 건드렸다가 앞으로 서울에서 어떻게 장사하려고요. 안 그래요?”강성연이 씩 미소 지었다.반지훈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웃었다. 와이프가 그의 이름을 들먹이며 횡행한들 어쩌리. 그래봤자 그한테는 그 모습마저 사랑스러울 뿐인데.*맞춤 웨딩드레스 숍.웨딩드레스를 갈아입은 안예지가 커튼 뒤에서 걸어 나온 그 순간, 구의범은 그녀한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지금 이 순간만큼 그의 눈에는 온통 그녀밖에 없었다.그의 끈질긴 시선에 그녀는 어쩐지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다.“이 드레스… 예뻐?”“응, 예쁘다.”구의범이 그녀한테로 다가가 그녀의 머리카락을 정리해 줬다.“너무 잘 어울려.”그녀의 볼이 빨갛게 달아올랐다.손유린과 반크가 그들 쪽으로 걸어가다가 멈칫했다. 어쩐지 자신의 아들과 안예지의 알콩달콩한 순간을 깨뜨리기 미안한 기분이 들었다.반크가 웃음을 터뜨렸다.“의범이도 이제 장가를 가게 되었네요.”“그러게 말이에요.”손유린이 손으로 입을 가리며 웃었다.“드디어 저도 쟤가 장가를 가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되었네요.”구의범이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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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3화

구의범은 그녀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안지성이 딸의 손을 그의 손 위에 올려놓았다. 안예지는 그와 눈빛을 교환한 후 함께 주례자 앞에 섰다.주례자가 그녀를 바라보았다.“신부 안예지 양은 신랑 구의범 군의 아내로 한평생 함께 살면서, 구의범 군이 힘들 때 가장 아늑한 안식처가 되어주고, 어떠한 곤란이 닥쳐와도 떠나지 않을 것을 맹세합니까?”안예지가 구의범을 보고 미소 지으며 답했다.“맹세합니다.”“구의범 군은 안예지 양을 아내로 맞이하며 한평생 안예지 양을 사랑해 주고, 아껴주며, 그녀가 원할 때에는 언제든지 곁에 있어줄 것이고, 늙고 병들어도 영원히 떠나지 않을 것을 맹세합니까?”구의범은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답했다.“맹세합니다.”그가 그녀의 베일을 천천히 들어 올린 후 그녀의 볼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객석에서 울려 퍼진 박수 소리와 함께 두 사람이 반지를 교환했다.주례자가 활짝 웃으며 말했다.“이로써 두 사람은 정식으로 부부가 되었습니다. 축하드립니다!”안예지는 자신의 약지에 끼워진 그의 이름 이니셜이 새겨진 다이아 반지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고개를 들고 그를 보았다. 오늘부로 그는 그녀의 남편이 되었고 그녀는 그의 아내가 되었다.구의범이 그녀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말했다.“내 마누라. 행복해?”안예지가 웃으며 그의 품에 안겼다.객석에 앉아있던 안지성이 고개를 숙이고 몰래 눈물을 훔쳤다. 자신의 딸이 시집을 가게 되다니. 그는 아직 딸을 보낼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었다.강성연은 반지훈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우리 또 한 커플의 사랑의 결실을 목격했네요.”반지훈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말했다.“난 너만 기쁘면 돼.”강성연이 주위를 두리번거렸다.“이 결혼식의 일등공신인 진여훈은 왜 안 왔죠?”그가 웃었다.“안 온 게 아니라 못 온 거 아닐까?”그날 밤, 안예지는 아늑하게 꾸며진 신혼 방에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앉아있었다. 문밖에서 들려오는 발걸음 소리에 안예지는 얼른 고개를 돌렸다. 곧바로 구의범이 문을 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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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4화

“저예요 아가씨.”휴대폰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에 강성연이 활짝 미소 지었다.“지윤 씨?”지윤이 M 국으로 간지도 거의 반년이 되었다. 부모님의 행방을 찾았다는 말만 하고 지금껏 아무런 소식도 없어서 강성연은 그녀가 자신을 잊었다고 생각했었다.“이제야 연락드려서 죄송해요, 아가씨.”“지윤 씨가 무사하면 됐어요.”강성연은 벽에 기대섰다.“M 국에서는 잘 지내고 있어요?”“잘 지내고 있으니까 걱정 마세요. 저 이제 곧 돌아가려고요.”강성연이 멈칫거렸다.“어디로요?”지윤이 잠깐 침묵하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저 부모님 찾았어요. 그런데… 생각했던 것처럼 잘 안돼서. 저 아가씨 곁으로 다시 돌아가려고요.”강성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지윤의 목소리에서 실망감이 느껴졌다. 당시 그녀는 친 부모의 행방을 알고 무척 기대에 차 있었다. 어쨌든 자신을 낳아준 친 부모였기에 그녀도 보고 싶었을 것이다.하지만 실제로 만나보니 그녀가 예상했던 것과 많이 달라있었던 것 같았다.“돌아오고 싶으면 돌아와요.”“아가씨…”강성연이 시선을 떨구며 미소 지었다.“그곳이 불편하면 언제든지 돌아와요. 전 언제나 환영하니까요.”통화를 마친 강성연이 막 병실로 돌아가려던 그때, 그녀의 눈에 언뜻 누군가의 모습이 스쳐 지나갔다. 그녀가 잘못 본 게 아니라면 맞은편 복도를 지나가는 여자는 바로 윤티파니였다.‘윤티파니가 왜 산부인과에 있지?’그녀의 뒤로 두 명의 보디가드가 따랐는데 한눈에 보아도 보호가 아니라 감시하는 듯했다.한지욱과의 혼담이 깨진 후 윤티파니에 대한 소식은 더 이상 들려오지 않았다. 마치 하루아침에 종적을 감춘 듯 잠잠했었다.윤티파니가 침대에 걸터앉아 옷을 벗자 간호자가 커튼을 쳐줬다. 한참 후 커튼이 열렸을 때 그녀는 이미 옷을 다 갖춰 입은 상태였다.“윤티파니 씨 외람된 말씀이지만 손목에 상처는…”간호사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윤티파니가 옷소매를 내리며 손목을 가렸다.“다른 건 상관하지 말고 결과만 알려주면 됩니다.”간호사가 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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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5화

“임신 준비 검사요.”간호사 역시 이상하다고 생각했었다.“본인이 엄청 임신을 원하는 것 같았어요. 하지만 현재 빈혈기도 심하고 거기다 염증 수치도 높아서 임신이 어려운 상태거든요.”강성연이 입술을 깨물었다. 간호사 말이 맞는다면 윤티파니 팔목에 있는 묶인 흔적은 학대로 보기 충분했다. 그런데 임신을 원하다니…강성연은 어쩐지 이 일이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녀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일이었다. 때문에 그녀가 깊이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그녀는 저도 모르게 몇 년 전 그녀의 모습이 생각났다.당시 윤티파니는 거만하고 제멋대로 날뛰는 티몬 그룹의 철없는 아가씨였다. 모두가 그녀를 사랑해 줬고 떠받들었기에 두려울 것 없이 귀하게 자란 부잣집 아가씨가 바로 그녀였다.하지만 너무 사랑만 받았던 탓일까, 그녀의 횡포는 갈수록 심해졌고 세상에 본인만 잘난 것처럼 행동했다. 그렇게 어리석었기에 손쉽게 강미현의 손에서 놀아났던 것이다.생각해 보면 윤티파니가 지금 이런 꼴이 된 건 결국 그녀 스스로의 선택이었다. 선택에는 대가가 따르기 마련이니까.강성연은 복도에 서서 창밖을 바라보았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윤티파니도 결국은 다혈질적인 불쌍한 사람에 불과하지 않았다.“성연아.”김아린이 그녀한테 다가왔다.“전화받으러 어디까지 간 거야? 한참 찾았잖아.”강성연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아는 얼굴을 봐서 말이야.”“아는 얼굴 누구?”강성연이 시선을 떨구며 답했다.“티몬 그룹의 아가씨.”김아린이 황당한 표정으로 물었다.“한지욱과 혼담 깨진 그 부잣집 아가씨?”그녀가 팔짱을 꼈다.“너 그 여자랑 친해?”강성연이 웃었다.“친하다고 할 수도 있지. 그런데 그쪽은 아마 나랑 친해지고 싶지 않아할걸?”*V 아파트.윤티파니는 티비도 켜지 않고 소파에 앉아있었다. 어스름한 불빛만이 그녀를 감싸고 있어 그녀가 현재 어떤 표정인지 전혀 알 수 없었다.도어록이 열리는 소리에 그녀의 손이 저도 모르게 덜덜 떨려났다.현관에 들어선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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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6화

기나긴 악몽의 시간이 드디어 끝이 났다. 한지욱이 등 뒤에서 그녀를 껴안았다. 그가 그녀의 목에 붙은 머리카락을 떼주었다.“내 곁에서 떠날 생각하지 말아요. 미워 죽을 것 같아도 어떻게든 함께 견뎌 내요 우리.”윤티파니는 그저 묵묵히 누워만 있었다. 그녀의 눈빛이 점점 죽어가고 있었다.이틀 후 레스토랑.강성연은 룸에 앉아 차를 따르고 있었다. 그때 문이 열리고 한 여자가 의아한 표정으로 들어와 강성연을 바라보았다.방을 안내해 준 웨이터가 나간 후 강성연은 찻잔을 내려놓고 미소 지었다.“앉으세요.”여자가 어색한 표정으로 맞은편에 앉았다.“저기, 왜 저를 보자고 하셨나요?”“윤티파니 씨 비서 맞으시죠?”강성연은 여자에게 차를 따라줬다.“제가 윤티파니 씨에 대해 궁금한 게 있어서요.”비서가 조금 놀란 듯이 그녀를 바라보았다.“저희 아가씨와 아는 사이신가요?”그녀가 답했다.“그렇다고 할 수 있죠.”비서가 순간 그녀를 경계했다.“그쪽이 저희 아가씨의 어떤 방면에 관한 일을 알고 싶어 하는지 모르겠네요. 저를 통해서 아가씨 뒷조사를 하려는 건가요?”강성연은 스푼을 들고 탕을 휘적거렸다.“뒷조사를 하려는 건 맞는데 악의는 없어요.”비서의 당황스러운 표정을 확인한 그녀가 눈을 가늘게 떴다.“제가 어제 병원에서 윤티파니 씨를 봤거든요.”“네?”비서가 놀라 되물었다.“아가씨가 왜 병원에 있어요?”강성연이 눈을 깜빡였다.“자세한 건 저도 잘 몰라요. 다만 간호사가 말하기를 아가씨가 안 좋은 일을 겪고 있는 것 같다더군요. 예를 들면 학대라던가. 아가씨의 몸에 일련의 자국들이 있었다고 했어요.”비서가 시선을 내리며 침묵했다.강성연은 한참 사색에 잠긴 눈앞의 여자를 바라보았다.“당신은 윤티파니 씨의 비서니까 뭔가 알고 있지 않을까 해서 보자고 했어요.”비서는 눈에 띄게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두 손으로 깍지를 낀 채 다리 위에 올려놓은 그녀의 모습이 진심으로 윤티파니를 걱정하는 것처럼 보였다. 강성연은 진실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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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7화

윤티파니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녀는 닫힌 문을 한참 동안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볼일을 마친 후 화장실에서 나오니 한지욱이 따뜻한 물 한 잔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침실을 나갔다.다시 침대에 걸터앉은 그녀는 그가 두고 간 물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어쩐지 지금 이 상황이 너무나 우스웠다. 그녀는 이불을 가슴까지 끌어당기고 자리에 누웠다.다시 눈을 떴을 때에는 이미 오후가 되어있었다. 더 이상 아침처럼 괴롭지도 않았고 몸이 무거운 느낌도 사라진 후였다.침실 밖으로 나오니 한지욱은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주방에서 라면을 끓였다. 휴대폰은 진작 한지욱한테 빼앗겼고 문밖에는 감시인도 붙어있는 상황이었다. 그녀는 현재 한 달 넘게 집에 연락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의 허락이 있어야 집 밖이라도 나갈 수 있었고 심지어 그것도 감시인의 동반하에 가능했다.그녀한테는 하루하루를 견뎌내는 것이 고통이었다. 힘들게 오늘의 고통을 견뎌내면 내일은 또 다른 고통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가 유일하게 마음을 놓을 수 있을 때는 오직 그가 없을 때였다.하지만 그런 그녀의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한지욱이 돌아왔다. 그는 윤티파니가 주방에서 라면을 끓이고 있는 모습을 보고 가까이 다가갔다.“열은 내렸어요?”윤티파니가 고개를 끄덕였다.“내렸어요.”한지욱이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었다.“하나 더 끓여요.”그녀가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였다.완성된 라면을 식탁 위에 올려놓았지만 한지욱은 그저 바라만 볼 뿐 움직이지 않았다. 윤티파니는 그가 먹든 말든 상관치 않고 젓가락을 들고 자신의 몫을 먹었다.한지욱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아프고 나서 그런지 그녀는 어딘가 부드러워진듯했다.마치 예전으로 돌아간 것 같았다. 그때의 그녀는 지금처럼 까칠하지 않았다.라면을 다 먹은 윤티파니가 젓가락을 내려놓았다.“나 집에 다녀와도 돼요?”한지욱이 미간을 찌푸렸다.“당신이 하는 것 봐서요.”그가 자리에서 일어나 침실로 향했다.윤티파니는 시선을 내리고 입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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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8화

기분이 좋아진 소현식은 당연히 그녀의 부탁을 거절하지 않았다. 그는 곧바로 그녀의 술을 와인으로 바꿔주었다.“술은 얼마든지 있으니까 원하는 걸로 마셔요.”한지욱이 입꼬리를 씩 올렸다. 하지만 그의 눈은 전혀 웃고 있지 않았다.“회장님께서 제가 데리고 온 여자가 마음에 드셨나 봅니다.”“한 대표가 여자 보는 눈이 있네요. 확실히 마음에 듭니다.”소현식이 소파 등받이에 팔을 걸치며 히쭉거렸다.“내 마음에는 쏙 드는데 우리 한 대표가 이 계집을 나한테 줄 의향이 있으신지 모르겠습니다.”술을 따르던 한지욱이 그대로 멈췄다. 그가 술병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그녀가 정말로 회장님 눈에 들었나 봅니다.”“그게 말입니다. 이 계집은 보면 볼수록 분위기가 남달라요.”소현식이 윤티파니의 몸을 훑어보며 자신의 턱을 쓰다듬었다.“지금껏 다른 업소에서 보아왔던 아가씨들하고는 느낌부터가 달라요. 언뜻 보면 단정해보기기도 하고요. 한 대표가 데리고 온 여자만 아니었으면 어디 부잣집 아가씨라고 해도 믿겠어요. 한 대표는 어디서 이렇게 괜찮은 아가씨를 구한 거예요.”와인 잔을 들고 있던 윤티파니의 손에 힘이 실렸다. 한지욱이 그런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미간에 주름이 짙어졌다.“회장님 마음에 드신다니 다행입니다.”그가 손에 들린 술잔을 쭉 비워냈다. 그때 소현식이 업소 아가씨 두 명을 불러들이더니 한지욱의 양옆에 앉혔다.“오늘 밤 너희들이 한 대표를 잘 모셔야 한다.”“네, 회장님.”두 여자가 선뜻 알겠다고 답했다.술자리가 무르익는 동안 두 여자는 적극적으로 한지욱한테 치근덕거리며 술을 권했다. 한지욱은 줄곧 미지근한 태도를 보이며 술을 마셨고 간간이 곁에 있는 여자들한테 대꾸도 해줬다.소현식은 마치 귀한 보물이라도 얻은 듯이 윤티파니를 끌어안은 채 웃고 떠들어댔다. 윤티파니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의 잔에 술을 따르기만 했다. 그러다 소현식이 그녀와 눈을 마주쳐오면 마지못해 미소를 짓기도 했다.그때 한지욱이 쾅 하고 술잔을 내려놓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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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9화

“한지욱 씨, 당신이 시킨 대로 했으니…”윤티파니가 말을 채 끝마치기도 전에 갑자기 한지욱이 그녀의 뺨을 때렸다.그녀는 옆으로 돌아간 얼굴을 바로 하지도 못하고 멍하니 서있기만 했다. 세게 때리지는 않았지만 그녀의 마음을 아프게 하기에는 충분했다. 이미 충분히 너덜너덜해진 그녀의 심장을 그가 확인사살하듯이 깨뜨려버렸다.한지욱이 그녀의 어깨를 붙잡고 벽에 밀쳤다. 그녀가 딴 곳을 보고 있자 그것조차 용납되지 않는다는 듯이 그녀의 뺨을 붙잡고 억지로 자신을 돌아보게 만들었다.“윤티파니, 당신은 그저 다른 놈이 놀다 버린 걸레짝일뿐이야. 절대 내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어!”윤티파니는 눈시울이 붉어졌지만 이를 악물고 눈물을 참아냈다. 한지욱은 그런 그녀를 보는척하지도 않고 억지로 잡아끌며 엘리베이터에 밀어 넣었다.멀지 않은 곳에서 그런 두 사람의 모습을 훔쳐보는 이가 있었다. 남자는 두 사람이 떠난 후 서둘러 룸으로 돌아와 소현식한테 말을 전했다.“회장님 보아하니 소문이 사실인가 봅니다. 윤 씨 집안과 한 씨 집안의 혼담이 깨진 이유가 윤티파니가 더럽혀진 몸이기 때문이라는 소문 말입니다. 한지욱 저놈 간이 배 밖으로 나온 게 확실합니다. 감히 윤진의 딸을 데리고 와서 술시중을 들게 하다뇨. 밖에서 그녀한테 손까지 댔습니다. 그러면서 절대 자신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을 거라고 하던데요.”남자의 말을 들은 소현식이 미간을 찌푸렸다.“그놈이 나를 엿 먹이려고 일부러 판을 짰다고 생각했는데 정말로 윤진의 딸이었잖아.”그는 한지욱이 일부러 자신을 속이는 줄 알고 사람을 시켜 몰래 그들을 지켜보게 했었다. 그런데 정말로 윤진의 딸을 막대하고 있었다니.남자가 의아한 듯이 뒷말을 이었다.“한지욱 저놈 감히 윤진의 딸을 저렇게까지 막대해다니. 윤진이 두렵지도 않나?”소현식이 픽 하고 코웃음을 쳤다.“아마 윤진이 저놈한테 무슨 약점을 잡혀서 꼼짝 못하고 있는 거겠지. 한지욱 저놈은 지 아비보다 더 음흉한 놈이야. 저놈이 만약 내가 만족할 만한 이익을 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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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0화

그가 그녀한테서 시선을 거두고 시동을 걸었다.V 아파트로 돌아온 뒤 윤티파니는 곧장 샤워하러 들어갔다. 샤워를 마치고 나오니 침대에 걸터앉아 담배를 피우던 한지욱이 재떨이에 담배를 비벼 껐다.“내일 집에 다녀와도 좋아요.”그가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한테 다가왔다. 그리고 그녀의 얼굴을 붙잡고 고개를 숙여 키스했다. 윤티파니는 저항하지 않았다. 그저 뻣뻣하게 그의 품에 안겨 그의 키스를 받아낼 뿐이었다. 그녀의 눈빛은 더 이상 동요하지 않았다.그날 밤 그는 그녀를 묶지 않았다. 그는 그녀의 몸을 한껏 취하며 구석구석 키스를 퍼부었다. 방안은 후끈한 열기로 가득 찼지만 그녀의 마음은 여전히 시리기만 했다. 어둠 속에서 그녀는 그의 눈에 담긴 안쓰러움을 보지 못했고, 그는 그녀의 눈에 가득 실린 증오를 보아 내지 못했다.이튿날, 윤 씨 저택.약속대로 한지욱은 그녀를 집에 데려다주었다. 윤티파니가 막 차에서 내리자 강현숙이 빠르게 달려 나왔다.“딸!”그녀가 윤티파니를 꼭 끌어안았다. 너무나 후회스럽고 가슴이 아파 목이 메어왔다.“엄마가 잘못했어.”그녀는 윤티파니를 놓아준 후 딸의 얼굴을 쓰다듬었다.“왜 이렇게 야위었어. 잘 못 지냈던 거야?”말을 마친 그녀가 차에서 내린 한지욱을 보고 인상을 썼다.순간 윤티파니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녀가 잠긴 목소리로 겨우 말을 꺼냈다.“엄마 저 잘 지내고 있어요. 걱정 마세요.”강현숙은 딸이 억지로 웃는 모습에 하마터면 울음을 터뜨릴 뻔했다. 자신의 딸이 잘 못 지내고 있다는 걸 충분히 눈치챌 수 있었다.“집에 왔으면 여기 서있지만 말고…”그녀가 윤티파니를 데리고 집안으로 들어가려 했지만 윤티파니는 그 자리에 멈춰 서서 꿈쩍하지 않고 한지욱만 바라보았다.강현숙은 자신의 딸이 자기 집에 들어가는 것까지 한지욱의 눈치를 보자 순간 울컥하여 소리쳤다.“내 딸을 무사히 집까지 데려다줘서 고맙네. 그런데 설마 가족 간의 만남도 간섭하려는 건 아니지?”한지욱이 웃었다.“그럴 리가요.”그가 윤티파니 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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