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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7화

윤티파니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녀는 닫힌 문을 한참 동안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볼일을 마친 후 화장실에서 나오니 한지욱이 따뜻한 물 한 잔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침실을 나갔다.

다시 침대에 걸터앉은 그녀는 그가 두고 간 물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어쩐지 지금 이 상황이 너무나 우스웠다. 그녀는 이불을 가슴까지 끌어당기고 자리에 누웠다.

다시 눈을 떴을 때에는 이미 오후가 되어있었다. 더 이상 아침처럼 괴롭지도 않았고 몸이 무거운 느낌도 사라진 후였다.

침실 밖으로 나오니 한지욱은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주방에서 라면을 끓였다. 휴대폰은 진작 한지욱한테 빼앗겼고 문밖에는 감시인도 붙어있는 상황이었다. 그녀는 현재 한 달 넘게 집에 연락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의 허락이 있어야 집 밖이라도 나갈 수 있었고 심지어 그것도 감시인의 동반하에 가능했다.

그녀한테는 하루하루를 견뎌내는 것이 고통이었다. 힘들게 오늘의 고통을 견뎌내면 내일은 또 다른 고통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가 유일하게 마음을 놓을 수 있을 때는 오직 그가 없을 때였다.

하지만 그런 그녀의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한지욱이 돌아왔다. 그는 윤티파니가 주방에서 라면을 끓이고 있는 모습을 보고 가까이 다가갔다.

“열은 내렸어요?”

윤티파니가 고개를 끄덕였다.

“내렸어요.”

한지욱이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었다.

“하나 더 끓여요.”

그녀가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였다.

완성된 라면을 식탁 위에 올려놓았지만 한지욱은 그저 바라만 볼 뿐 움직이지 않았다. 윤티파니는 그가 먹든 말든 상관치 않고 젓가락을 들고 자신의 몫을 먹었다.

한지욱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아프고 나서 그런지 그녀는 어딘가 부드러워진듯했다.

마치 예전으로 돌아간 것 같았다. 그때의 그녀는 지금처럼 까칠하지 않았다.

라면을 다 먹은 윤티파니가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나 집에 다녀와도 돼요?”

한지욱이 미간을 찌푸렸다.

“당신이 하는 것 봐서요.”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 침실로 향했다.

윤티파니는 시선을 내리고 입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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