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쌍둥이가 CEO 아빠 유괴하기?의 모든 챕터: 챕터 1061 - 챕터 1070

2771 챕터

제1061화

해신이 고개를 들었다.“아빠 저희가 말썽을 일으켰는데 화 안 내세요?”반지훈이 피식 웃었다.“내가 왜 화를 내겠어.”그가 커피를 내려놓았다.“너희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면 가장 좋겠지만, 해결하지 못해도 이 아빠가 있는걸.”강유이가 그의 곁으로 쪼르르 달려가더니 팔을 붙잡고 배시시 웃기 시작했다.“아빠가 화를 내시지 않아서 다행이에요. 오늘 오빠가 저를 도와줬어요. 그 나쁜 여자가 가짜 다이아로 저를 모함하지 뭐예요. 누군 다이아가 없는 줄 아나.”반지훈이 눈살을 찌푸렸다. 왜 이 계집애가 은근히 자신한테 뭔가 다른 걸 어필하는 듯한 기분이 들지?두 아이가 위층으로 올라간 후 희승이 황급히 밖에서 걸어 들어와 반지훈 앞에 멈춰 섰다.“대표님 방금 희호 형한테서 전화 왔는데 큰 어르신이 쓰러지셨답니다.”반지훈이 미간을 찌푸렸다.“아버지는 알고 계셔?”희승이 고개를 끄덕였다.“알고 계십니다. 어르신께서는 이미 아침에 S 국으로 출발하셨습니다.”반지훈이 자리에서 일어났다.“가서 내일 S 국으로 출발하는 비행기 티켓 두 장 예매해.”희승이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저녁 무렵 노을에 의해 새빨갛게 물든 구름들이 온 하늘을 뒤덮고 있었다. 블루 오션에 돌아온 강성연은 현관에서 신발을 갈아 신으며 반지훈이 이미 돌아왔음을 알아차렸다.그녀는 문을 열고 안방에 들어서다 반지훈이 옷을 정리하며 가방에 짐을 싸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어디 가려고요?”“S 국에.”반지훈이 옷을 개며 말했다.“할아버지께서 쓰러지셨어.”그녀가 얼어붙었다.“네?”그러다 곧바로 옷장으로 걸어가더니 장문을 열며 말했다.“나도 함께 가요.”반지훈이 참지 못하고 소리 내어 웃었다.“당신 옷도 이미 정리해 넣었어.”“이렇게 빨리요?”그녀는 다시 한번 놀라 얼어붙었다. 고개를 돌리니 자그마한 트렁크가 그의 검은색 트렁크 옆에 가지런히 세워져있었다.“빨리?”반지훈이 눈을 가늘게 뜨더니 손을 뻗어 그녀를 자신의 품에 안았다.“빨리 뭐?”강성연은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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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2화

“그렇죠?”이율도 함께 기뻐했다.“강 대표님은 디자인에 대한 요구가 엄격하세요. 정교함도 중요하지만 창의성도 있어야 하고, 작품 자체에 영혼이 담겨야 한다고 하셨어요.”“영혼이요?”안예지가 그녀를 바라보았다.이율이 설명했다.“비록 저도 작품의 영혼이 어떤 건지는 잘 모르지만 soul 브랜드의 최초의 정의가 바로 ‘영혼’을 주입하는 브랜드였어요. 강 대표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보석은 다 죽어있는 물건이지만 디자인을 거치고 나면 그 존재의 의미가 생겨난다고 하셨어요.”안예지는 큰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이율이 그녀를 돌아보았다.“강 대표님께서는 안예지 씨를 높게 보고 계세요.”그녀가 놀라 물었다.“저를요?”이율이 고개를 끄덕였다.“네.”그녀는 진열장에 있는 주얼리에 시선을 돌렸다.“강 대표님께서는 당신도 미래에 성공한 주얼리 디자이너가 될 거라고 말씀하셨어요.”안예지는 시선을 바닥에 고정한 채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그때 전화를 받던 이율이 안예지에게 말했다.“먼저 둘러보고 계세요. 저는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서요.”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이율이 자리를 떠난 후 안예지는 여전히 전시장에 남아서 진열장에 전시되어 있는 주얼리를 구경했다. 현대적인 다크 계열과 채색 계열 외에도 고딕 양식의 복고풍인 앤티크 주얼리도 있었다.그녀는 감탄했다. 한 명의 주얼리 디자이너가 이렇게 다양한 계열의 주얼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니. 매 작품 하나하나가 마치 살아있는 존재인 것처럼 그녀의 가슴에 새겨졌다.‘영혼’이 없는 작품은 그저 아름다운 죽은 것일 뿐이다. ‘영혼’을 주입해 넣은 작품이야말로 아름다움을 넘어 사람들에게 공명을 일으킬 수 있는 것이다.갑자기 울리는 전화벨 소리에 그녀는 생각을 멈췄다. 휴대폰을 꺼내보니 그녀의 아버지한테서 걸려온 전화였다. 그녀는 서둘러 통화 버튼을 누르고 휴대폰을 귓가에 가져갔다.“아빠?”“예지야, 아빠 오늘 저녁에 회식 있어서 늦게 들어갈 것 같아. 기다리지 말고 먼저 저녁 먹어.”아버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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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3화

반지훈과 강성연의 모습을 확인한 그가 멈춰 섰다.“너희들은 왜 왔어.”“할아버지 뵈로 왔어요.”반지훈이 병실을 힐끗 바라보았다.“할아버지는 좀 어떠세요?”반지훈의 아버지가 콧방귀를 뀌었다.“어떻겠어. 이만큼 나이를 드시고도 고집은 어찌 황소 같으신지. 일찍부터 몸에 이상이 있다는 걸 알았으면서도 병원에 오지 않고 말이야.”말을 마치자마자 병실에서 큰 어르신의 불만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이 썩을 놈아. 그냥 고혈압일 뿐이잖아. 내 몸 아직 건강하다고.”반지훈의 아버지는 반지훈을 향해 “거봐.”라고 하더니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의사가 큰 어르신은 고혈압에 연세도 많으니 이렇게 갑작스럽게 혈압이 오르는 건 노인한테 엄청 좋지 않다고 말했다.반지훈의 아버지 역시 의사의 말에 동의했다. 의사가 자리를 떠난 후 아버지가 반지훈한테 말했다.“네가 들어가서 저 늙은이를 좀 달래줘.”반지훈은 옷을 여민 후 병실로 들어갔다.큰 어르신은 침대에 기대앉아 수액을 맞고 있었다. 그가 천천히 눈을 뜬 후 반지훈과 강성연이 들어오는 모습을 확인했다.“이렇게 빨리 죽을 일 없으니까 걱정들 하지 말거라.”반지훈이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반평생 들볶는 걸로 모자라셨어요?”큰 어르신이 눈을 부릅뜨고 성을 냈다.“이 썩을 놈이. 너 지금 그게 이 할아비한테 할 말이냐?”“충언은 귀에 거슬리는 법이죠.”그가 정장 외투를 벗더니 간병인 의자 등받이에 걸쳐놓았다.“할아버지 같은 옹고집을 할머니께서는 어떻게 받아주신대요.”큰 어르신이 혀를 차며 얼굴을 휙 돌렸다.“제 아비 닮아서 잔소리만 많아서는.”반지훈이 휴대폰을 꺼내들었다.“저랑 아버지는 이제 더 이상 할아버지를 케어 못하겠어요.”그가 휴대폰 버튼을 누르자 큰 어르신이 놀라 굳어버렸다.“너 이 자식 지금 뭐 하는 거야.”그가 큰 어르신을 힐끔 바라보더니 휴대폰을 귓가에 댔다.“할머니 여기 성질 고약하고 고집불통인 늙은이가 고혈압이 도졌는데요. 저랑 할머니 아들을 엄청 욕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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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4화

그들은 감히 뭐라 대꾸할 수 없었다. 상대는 Y 국의 재벌이었고 재산이 어마어마했다. 귀족들과도 친밀한 사이를 유지하고 있었는데 일반 부잣집 아가씨가 눈에 찰 리가 없었다.그 정도의 인물이라면 황실 공주와 결혼을 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여준우가 그들한테 인사를 건넨 후 술잔을 들고 안지성한테 다가갔다. 그가 술을 권하자 뜻밖의 호의에 놀란 안지성이 웃으며 말했다.“여 선생님, 원래는 제가 먼저 권했어야 했는데 말입니다.”여준우가 정중하게 말했다.“이제 저희는 협력 관계지 않습니까. 당연히 아랫사람인 제가 먼저 권하는 게 맞습니다.”안지성은 더 이상 뭐라 말하지 않았다. 상대방이 불필요한 인사를 원하지 않으니 그도 자연스럽게 넘어가기로 했다. 안지성이 그의 술을 받았다.안지성의 곁에 있던 회장이 웃으며 물었다.“안 회장님 따님분은 왜 같이 안 오셨습니까?안지성이 답했다.“제 딸은 이런 장소가 익숙지 않습니다.”다른 한 고위 임원이 그에게 아첨하며 말했다.“듣기로 안 회장님의 따님분께서는 사고로 11년간 누워있었다지요. 따님분이 이제라도 눈을 뜨신 건 다 안 회장님께서 수년간 꾸준히 선행을 해오셨기 때문일겁니다. 그 따뜻한 마음에 하느님도 감동받지 않았겠습니까.”안지성은 그저 미소 지으며 답을 하지 않았다.사실 그는 똑똑히 알고 있었다. 이곳 사람들이 자신의 딸을 이런 장소에 데리고 오는 건 결국 딸을 이용해 더 높은 권력에 기생하려고 하기 위함이다.그가 자신의 딸을 이런 장소에 데려오지 않는 건 자신의 딸을 거래 도구로 취급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에게는 하나밖에 없는 딸이었다.연회가 끝난 후 얼큰하게 취한 안지성은 걸음도 바로 걷지 못하고 있었다.여준우는 보디가드한테 그를 집에까지 데려다주도록 명령하고 먼저 돌아섰다. 잠시 후 두 보디가드가 안지성을 부축하며 호텔을 나섰다.홀로 호텔로 돌아온 여준우는 복도에서 자신한테 귀신처럼 들러붙어 떨어지지 않는 남은서와 마주쳤다.그의 눈빛이 어두워졌다.남은서는 오랜 기다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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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5화

“당신 어쩜 이렇게 여자를 제멋대로 갖고 놀 수 있어요. 전 진심으로 생각했다고요.”남은서는 슬픈 표정을 짓고 있었다.하지만 불쌍한척하는 건 그에게 전혀 먹히지 않았다.“넌 진심이라 나랑 밀당하려는 그런 수작을 부린 건가?”당황한 그녀가 열심히 핑곗거리를 생각했다.“그… 그때는 제가 확신이 없어서… 밀당 같은 게 아니었어요.”여준우가 피식 웃었다.“그럼 지금은 확신이 있다는 거야?”“네.”남은서가 대담하게 그에게로 다가갔다. 그리고 혼신의 힘을 다해 그의 손을 잡아당겨 자신의 심장 가까이에 가져다 댔다.“전 진심이에요. 당신만 원한다면 오늘 밤 전 당신의 것이에요.”하필 바로 그때, 옆방 문이 활짝 열렸다. 금방 샤워를 마친 명승희가 생얼에 젖은 머리로 샤워 가운을 걸친 채 배달 전화를 받으며 나오다 마침 그 장면과 맞닥뜨린 것이다.세 사람의 시선이 부딪혔다.명승희의 시선이 남은서가 자신의 심장 부근에 갖다 대고 있는 손에 이르렀다. 그녀가 쯧 하고 혀를 찼다.“어머 남은서 너는 이런 복도에서도 그렇게 애가 타나 봐?”하필 명승희에게 이런 난감한 모습을 들킨 남은서는 얼굴이 다 파래졌다.여준우가 남은서를 뿌리치더니 미소를 지으며 명승희한테 다가갔다.“자기야, 미안 오래 기다렸지.”그가 명승희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명승희가 미처 어떤 반응을 보이기도 전에 여준우가 그녀를 방안으로 끌고 가더니 그대로 문을 닫아버렸다.문밖에 홀로 남은 남은서는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오늘 밤 여준우와 선약이 있다던 여자가 명승희라고?방안, 여준우는 명승희가 아무 소리도 내지 못하게 그녀의 입을 틀어막고 있었다. 그는 도어 스코프로 남은서가 돌아서는 모습을 확인하고 나서야 그녀를 놓아주었다. 여준우는 자신의 머리를 뒤로 쓸어넘기더니 미소를 지었다. 그의 미소에서 나쁜 남자의 매력이 물씬 풍겼다.“죄송합니다 아가씨. 아까는 피치 못할 사정이 있었습니다.”명승희가 팔짱을 끼고 그를 쓱 훑어보았다.“나 참, 당신 같은 남자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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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6화

그들이 서있는 곳은 바닷가 풍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커다란 베란다였다. 베란다에 서있으니 마치 바다 한가운데 서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당장이라도 쏟아내릴 것 같은 별이 가득한 밤하늘 아래, 마치 은하수를 가로질러 하늘을 반으로 가른 것 같았다.반지훈이 그녀를 끌어안았다.“마음에 들어?”“들어요!”그녀가 손을 뻗었다. 당장이라도 별이 손에 닿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반지훈이 손을 뻗더니 자신의 커다란 손으로 그녀의 손등을 감쌌다. 두 사람의 손가락이 맞물리자 맞닿아있는 두 개의 반지가 유달리 눈이 부셨다.강성연이 고개를 돌려 까치발을 하더니 그의 아래턱에 쪽하고 입을 맞추었다. 반지훈이 살짝 놀라더니 곧바로 눈가에 웃음이 피어올랐다.“이걸로 끝이야?”그녀가 반지훈의 어깨에 자신의 머리를 기댔다.“정말 욕심이 끝도 없어요 반지훈 씨.”반지훈이 고개를 돌려 그녀에게 키스했다.그는 그녀가 숨을 바로 쉬지 못할 때까지 몰아붙이고 나서야 놓아주었다. 그가 그녀의 입술을 매만졌다. 강성연의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곧바로 그의 목을 감싸 안으며 다시 입을 맞추었다.“지훈 씨, 별이 쏟아지는 하늘 아래에 있는 건 어떤 느낌일까요?”반지훈이 눈썹을 씰룩거렸다.“경험해 보고 싶어?”강성연이 그의 넥타이를 풀어 통유리로 된 창문 앞에 내려놓았다. 뜨거운 정염의 불꽃이 한데 엉겨 붙어 타오르기 직전이었다. 그들은 마치 바닷물이 해안에 부딪혀 피어오른 물보라 같았고, 바다에 빠졌을 때 간신히 뻗은 손에 잡힌 부목을 안고 뱉어쉬는 숨처럼 격하고 간절했다. 그렇게 그들은 인간의 본연의 욕망을 마음껏 표출해냈다.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강성연은 반지훈의 품에 기대어 손끝으로 그의 가슴을 간지럽히고 있었다.“우리만 이렇게 몰래 나와도 괜찮을까요?”반지훈이 그녀의 손을 잡더니 가볍게 입을 맞췄다.“안 괜찮을게 뭐가 있겠어. 할머니만 계시면 우리는 필요도 없을 거야.”그녀가 픽하고 웃었다.“지훈 씨, 나 뭐 하나 물어봐도 돼요?”그가 응하고 답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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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7화

여준우가 그녀를 훑어보았다. 어젯밤의 그녀는 머리를 말리지 않아 부스스했고 생얼에 가운을 걸치고 있었다. 때문에 도무지 매력을 찾을 수 없었다. 하지만 오늘 자세히 보니 눈앞의 여자가 꾸민 모습은 꽤나 매력적이었다. 몸매도 그가 외국에서 만나던 여자들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았다.여자의 행동으로 보아…아마 연예계 활동을 하고 있는 듯했다.여준우가 눈을 내리뜨며 피식 웃었다. 그는 이 상황이 우스웠다.“죄송합니다. 전 정말로 당신이 누군지 몰라서요.”명승희의 입꼬리가 가볍게 떨렸다. 하지만 곧바로 자연스럽게 펜을 도로 넣었다. 그녀가 부끄럽지 않는 한 부끄러워지는 건 상대방이 될 것이다.그때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문밖에서는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던 한 커플이 열정적인 키스를 나누고 있었다. 그들은 엘리베이터 문이 열린 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매니저가 눈앞의 남자를 확인하고 굳어버렸다.“남시후?”순간 남시후가 행동을 멈췄다. 엘리베이터 안을 확인한 그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가 곁에 있던 여자를 힘껏 밀치며 말했다.“승희야. 내 말 좀 들어봐.”남시후가 막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오려고 할 때 명승희가 순식간에 발로 그를 차버리고 곧바로 엘리베이터 문을 닫았다.엘리베이터에 남아있던 몇몇 사람들이 깜짝 놀랐다.잠시 후 그녀의 휴대폰이 울렸다. 남시후한테서 걸려온 전화였다.명승희는 전화를 받지 않고 끊어버리고 비행모드로 설정했다.그때 여준우가 웃음을 터뜨렸다.“설마 남자친구는 아니죠?”명승희가 웃으며 답했다.“남자친구는 무슨. 그냥 내 어항에 있다가 튕겨나간 물고기 중 하나일 뿐이야. 없어도 상관없어.”매니저는 할 말을 잃었다.명승희는 귀국 후 전 남자친구의 결혼 소식을 듣고 충격을 받더니 점점 막 나가기 시작했다. 그녀는 방금 전과 같은 말을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말하곤 했다.여준우는 그녀를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엘리베이터가 1층 로비에 도착했다. 명승희는 매니저와 함께 먼저 밖으로 나갔다. 그 뒤로 여준우가 침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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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8화

명승희는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았다. 그녀가 유일하게 열정적으로 진심을 다 했던 남자는 육예찬뿐이었다.그와 완전히 끝이 난 후 그녀는 아무리 다른 남자를 만나도 그때와 같은 벅참과 열정을 쏟아내지 못했다.그녀는 원래 남시후한테도 기회를 주려고 했었다. 하지만 그 스스로 기회를 소중히 여기지 않았으니 그녀한테도 필요 없었다.그녀는 연락처를 뒤적이다 남시후의 번호를 수신 차단 목록에 넣었다.명승희는 촬영장에 도착한 후 촬영에 들어갔다. 중간 휴식 시간에 남시후는 뒷짐을 지고 승합차 앞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명승희와 매니저가 다가오는 모습을 본 그가 빠르게 그녀들 앞으로 다가갔다. 갑자기 그가 한쪽 무릎을 꿇더니 장미 한 다발을 내밀었다.“승희야 내가 잘못했어. 나한테 한 번만 더 기회를 주면 안 될까?”매니저가 냉소를 지었다.“남시후 씨, 방금 전까지 다른 여자와 열정적인 키스를 나누고 돌아서서 승희 언니한테 기회를 달라니. 도대체 우리 승희 언니를 뭐라고 생각하는 거예요?”남시후가 명승희를 쳐다보며 서둘러 변명했다.“난… 그건 그 여자가 나를 덮친 거야. 내가 순간 너무 놀라 굳어버려서 밀쳐내는 걸 잊어버렸어. 승희야 난 정말로 너를 좋아해.”촬영장에 있던 제작진들이 하나 둘 그들 쪽을 힐끔거렸다. 그들 모두 남시후가 명승희를 쫓아다니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때문에 한쪽 무릎까지 꿇은 남시후의 모습을 보고 제작진들은 그가 프러포즈를 한다고 생각했다.명승희가 그가 내민 꽃을 받더니 장미 꽃잎을 만지작거렸다.“금방 딴 장미네. 꽤나 신경 썼나 봐.”남시후는 그녀가 자신을 용서해 준 거라고 생각했다. 그가 웃으며 말했다.“승희야 나 믿어 주는 거야?”“믿지.”그녀가 꽃잎을 한 장 톡 뽑아내더니 눈을 치켜뜨고 그를 바라보았다.“네가 내 남편도 아닌데 다른 여자와 키스를 하든 말든 신경 쓸 필요가 없잖아.”남시후의 표정이 굳어졌다.명승희가 꽃잎 향을 맡으며 실눈을 떴다.“여자 향수 냄새네. 그것도 재스민 향?”남시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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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9화

아무리 그녀가 연예계에서 콧대 높은 공주님이면 뭐 하랴. 똑같이 남자의 손에 놀아나는 계집일 뿐이다. 두고 보라지.남시후가 굳은 얼굴로 촬영장을 벗어났다.그들과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링컨 리무진이 주차되어 있었다. 보디가드가 차에서 내려 여준우에게 차 문을 열어주었다. 여준우가 긴 다리를 뽐내며 차에서 내리더니 외투 단추를 잠갔다.그와 함께 내린 남자는 이번 드라마의 투자자였다. 그가 여준우의 귓가에 뭐라 말하더니 그를 데리고 촬영장에 들어섰다.촬영장에 있던 감독과 조감독이 전화를 받고 서둘러 나와 인사했다. 투자자가 여준우한테 깎듯이 대하는 모습을 확인한 감독이 웃으며 물었다.“이분은?”투자자가 미소 지으며 답했다.“여기 이분은 여 사장님이라고 우리의 새로운 투자자이십니다. 여러분들이 찍고 있는 드라마 《청운의 꿈》을 여 사장님이 좋게 보고 계십니다. 지금 예상으로는 160억 정도 투자하실 생각이랍니다.”160억의 투자금이라면 결코 적지 않은 금액이었다. 이는 촬영팀의 대 자본주와 어깨를 나란히 겨눌 수준이었다. 그 말을 들은 감독은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서둘러 스태프한테 차를 내오라고 지시했다.여준우는 옛 거리에 앉아 휴식을 하고 있는 연기자들을 둘러보았다. 감독이 남녀 주인공들을 불러 소개해 주었다.“이 두 사람이 저희 드라마에서 남녀 주인공을 맡은 분들입니다. 연예계에 이제 막 떠오르는 신예 스타들이죠.”감독이 이어서 말했다.“여기 이분은 여 사장님이세요. 우리 촬영에 큰 투자를 해주실 분이죠. 여러분들은 최선을 다해서 훌륭한 연기를 보여주세요.”남녀 주인공이 예의 있게 고개를 끄덕였다.여준우가 주위를 둘러보더니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왜 명승희 씨가 안 보이는 거죠?”“승희요?”감독이 순간 놀라더니 웃으며 답했다.“지금 쉬고 있을 겁니다. 다음에 바로 승희의 신이 있거든요. 그녀는 우리 드라마에서 서브 여자 주인공 역을 맡고 있어요.”여준우는 문득 깨닫는 바가 있었다.감독이 웃으며 물었다.“여 사장님께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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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0화

신은 승완 부 내에서부터 시작된다. ‘초희’는 정원에서 귀비 신분에 어울리는 자리에 앉아 차를 마시고 있었다. 행동거지와 자태가 오만하고 자신감 넘치는 모습이 캐릭터 설정과 꼭 어울렸다.그때 누군가의 모습을 확인한 명승희가 그대로 얼어붙었다. 감독이 곧바로 컷하고 외치며 그녀에게 말했다.“승희야, 이미 촬영 시작했어. 표정 신경 써줘.”“아, 죄송합니다.”명승희가 웃으며 답하고는 감독 옆에 팔짱을 낀 채 서있는 남자를 쳐다보았다. 저 남자가 왜 저기에 있지?여준우가 미간을 찌푸렸다.오늘따라 그녀의 컨디션이 좋지 않은 건지, 아니면 갑자기 현장에 추가된 사람 때문인지, 그녀는 연속 몇 번이나 NG를 냈다.감독도 조금 지친듯해 보였다.“승희야, 오늘 어제보다 컨디션 안 좋은 것 같은데. 왜 그래? 슬픈 일을 떠올려봐. 너희 가족 모두가 참수를 당했다고 생각해 보면서 촬영에 집중해. 그래도 안 되면 눈약 가져다줄게.”명승희가 관자놀이를 눌렀다. 매니저가 그녀의 곁으로 다가왔다.“승희 언니, 그런 쓰레기 같은 남자 때문에 영향받지 말아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언니를 기다리고 있잖아요.”곁에 있던 여준우가 피식 웃었다.“명승희 씨가 실연의 아픔 때문에 컨디션이 별로인 것 같은데 시간 좀 주는 게 좋겠네요.”실연?그 말을 들은 사람들이 하나같이 의문을 표했다. 남시후는 그녀를 쫓아다니던 거 아니었나? 갑자기 실연이라니?그의 말에 명승희는 화가 나다 못해 웃음이 났다. 그녀가 감독한테 말했다.“다시 한번 하시죠.”감독이 촬영을 재개했다.명승희는 크게 숨을 들이쉬고 빠르게 역할에 집중했다. 시녀 역을 맡은 여자가 밖에서 걸어들어와 그녀의 앞에 무릎을 꿇으며 울먹였다.“마마, 초 씨 가문이… 초 씨 가문 전체가 참수를 당했습니다!”카메라가 줌인하며 ‘초희’의 표정을 세세하게 담아냈다.무표정한 ‘초희’의 얼굴이 눈에 띄게 굳어졌다. 찻잔을 들고 있던 손도 그대로 멈춰버렸다.감독은 카메라 앞에 앉아 명승희의 표정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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